110429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서울 시내에 널리고 널려서
잘 먹고 돌아와서도 "맛있었다-" 싶기는 해도
"정말 추천! 다시 찾고 싶다-" 이러긴 어렵다.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 베스트 파스타 상을
주고 싶은, 암브로시아의 밀라노 파스타.




암 브 로 시 아

강남구 신사동 528-8
(02) 517-1253

압구정역 5번 출구로 나와서 한남IC 방향으로 직진,
가로수길 입구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왼쪽에 있다.

신사역에서 오는 경우에는 6번 출구로 나와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가다가 우회전해도 되고,
혹은 8번 출구로 나와서 산책할 겸 해서
가로수길을 가로질러 가도 괜찮을 듯.

난 평일 휴무였던 이 날, 압구정 CGV에서
간만에 엄마와 영화 보고 걸어갔더랬지.
미아 와시코브스카 주연의 "제인에어" 역시
지극히 개인적으로 올해 상반기 나의 베스트.
마이너한 작품에다가 흥행도 못했지만
내가 오랫동안 그려오던 제인을 보여줬어.
샬럿 브론테 원작에 더없이 충실하면서도
"제인"에 조명을 비추기 위해서 부분부분
플롯을 과감하게 깎은 감독의 선택, 브라보.

그렇게 감성 충만한 기분으로 갔던 탓인지
암브로시아에서의 식사 또한 최고였다.
하지만 - 꼭 그게 기분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근래 몇년간 가로수길도 거품이 너무 심해서
이제는 한적한 여유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그냥 리틀 강남역이 되어버린 듯.

다행히 암브로시아는 가로수길에서 살짝 벗어나서
보다 평온한 기분으로 방문할 수 있어서 좋아.






소소한 차이지만 실내에 있는 나무 몇 그루가
식당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근데 설마 저 나무가 암브로시아 나무는 아니겠지.


암브로시아
Ambrosia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먹는다고 전해지는
불로불사의 효력이 있는 식물.




글라스 와인으로 가벼운 건배-
음식도 맛있고, 기분도 느긋하고,
심지어 요일까지 금요일이라서
와인 몇 잔 쯤은 더 하고 싶었지만.





식전빵과 마레 샐러드로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

빵도 따끈따끈하고 담백했고
샐러드 채소도 상태가 매우 좋은 편.
다음에 가면 버섯샐러드를 꼭 먹어봐야지.

샐러드 가격대는 12,000원 ~ 22,000원.




그리고 이게 바로 내가 반해버린 -
스파게티 밀라노.

버섯과 채소가 들어간 매콤한 오일 파스타인데
정말 균형 잡힌, 잘 만든, 좋은 파스타.

이 집의 토마토나 크림 소스 파스타는 아직
먹어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 없지만 -
내 생각에는 이게 대표 메뉴일 듯 싶다.

오일 파스타의 심플한 매력을 잘 살리면서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스파이시하고,
느끼하지도 않아서, 그 균형이 절묘하다.

엄마랑 나랑 파스타 입맛이 같지도 않은데
두 사람 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네.

이 정도면 다른 파스타들도 잘 만들지 싶지만
이 집을 조만간 다시 간다면 또 이걸 먹을 듯.

스파게티 밀라노.
밀라노 파스타.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파스타류 가격은 16,000원 ~ 22,000원.




마늘도 잔뜩 들어있음 :)
사실 알리오 올리오도 맜있을 것 같은데
이 집에 처음 간다면 기왕이면 밀라노로.




이건 - 등심 스테이크 (단품 4만원대)
스테이크 가격대는 30,000원 ~ 50,000원.

블로그 레스토랑 리뷰에서 거듭 얘기하듯이
난 사실 스테이크에 대해서는 애호 레벨이 낮아서
웬만해서는 맛도 잘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특히 질감이 질긴 등심 스테이크는 별로 안 즐기는 편.

그런데, 암브로시아의 등심 스테이크는 맛있었어.
심지어, 그렇다.




뻣뻣한 건 물론 싫기에 늘 미디엄으로 주문하지만
또 고기에 너무 붉은기 비칠까봐 조마조마한데
이렇게 내 마음에 딱 들 정도로 익혀준다.

소스도 괜스게 짜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도 고기 자체가 맛있어서 만족.
드물게 스테이크 먹고 좋은 인상을 받았네.

물론 나보다 스테이크 레벨이 높은 사람에게는
어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일단 난 좋았다.
그리고 한 고기 하시는 우리 엄마도 호평하심.

참, 암브로시아 스테이크 고기는 대부분
국내산 육우던데, 이 등심은 호주산이란다.
(난 사실 원산지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지만.)




평소에 디저트류를 즐겨 먹지 않지만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후에는
달콤하고 포근한 걸 한 입 먹으면서
식사를 정리하고 매듭짓는 것도 괜찮다.




정말 - 맛있었어요.
화려한 메뉴는 없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입, 한 입이
다 마음에 들었던, 기분 좋은 식사.

신사동 암브로시아.






p.s.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가로수길을 걷다가
문득 우연히 발견한 반가운 그 이름 :


최치우 Quartet @ JASS

아, 최치우씨 오랜만이에요.
금요일 저녁마다 라이브 연주한다는데,
아직 못 가봤네. 그새 그만 둔 건 아니길.

아무래도 내가 소프라노이다 보니까
음악을, 특히 재즈를 들을 때에도
보컬 위주로 듣고 즐기게 되는데 -
내가 드러머의 팬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