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그 이상의 골뱅이.

뚜둥.

 

 

 

 

 

 

풍남골뱅이.

넌 정말 감동이었어.

그리고 역시 내 촉은 좀 괜찮았어.

 

골뱅이는 워낙 맥주 안주로 대중화된 메뉴이기 때문에

서울 도처에 맛집 혹은 골뱅이 골목들이 꽤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게 을지로3가역의 골뱅이 골목.

 

 

 

 

 

 

중구 을지로동

02-2265-2336

 

 

위치는 요래요래 2호선 11번 출구 근처에 있다.

잘 모르고 찾아가도 근처에 골뱅이집 천지라서

아, 여기가 골뱅이 골목이구나, 라고 알 수 있음.

 

 

 

 

 

 

 

 

 

내가 점찍은 풍남 골뱅이 외에도 많은 집들이 있다.

이런 맛집 골목이나 상가에서는 어딜 갈까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맛은 다 평준화돼서 비슷하겠지"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어.

골뱅이 식감, 양념 맛, 메뉴까지 다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 풍남으로 간 건 내 입맛을 고려한 옳은 선택이었어.

 

그러니까 일단은, 풍남 골뱅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의미 없는 기본 안주샷.

식당 안도 자그마하고 사람도 많아서 복작거리기 때문에

주문이 밀려서 늦어지는 경우가 잦다. 여유있게 시켜야 함!

 

 

 

 

 

 

이런 안주용 국물은 늘 짜고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술 마시다 보면 홀짝홀짝 떠먹게 되는 게 함정이라니까.

 

 

 

 

 

 

기본 안주로 제공되며, 말만 하면 무한리필해주는,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골뱅이의 영원한 짝궁, 계란말이.

 

고작 공짜 기본 안주라고 무시하지 마라.

상당히 야들야들하고 촉촉하게 잘 만든다.

 

게다가 골목의 다른 골뱅이집들에도 가본 결과,

풍남의 계란말이가 가장 폭신한 것이 내 취향이야.

예를 들어서 영락 골뱅이의 계란말이는 좀 뻑뻑하고

리필하는 데에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서 아쉬웠거든.

 

자고로 골뱅이처럼 매콤한 메뉴에는 계란말이 궁합이 딱이지.

난 이거 하나 때문에라도 앞으로도 풍남 골뱅이 계속 갈 것 같다.

물론, 계란말이만 맛있는 건 아니지만. 골뱅이 coming soon...

 

 

 

 

 

 

골뱅이, 계란말이, 그리고 을지로 뒷골목 허름한 술집.

여기에는 아사히나 기네스 생맥주, 이런 거 어울리지 않아.

소박한 카스 병맥주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나왔다, 골뱅이 무침.

만났구나, 풍남 골뱅이 무침.

 

"무침"이기 때문에 면사리를 추가하기 전까지는

면은 없고 골뱅이와 파무침, 그리고 양념만 있다.

가격은 일괄적으로 25,000원.

 

골뱅이가 나올 때 즈음에는 이미 계란말이 하나 뚝딱 해치움.

맥주도 한 잔 마시고 딱 가장 구미가 당길 때 즈음에 나왔다.

 

일단, 살아있는 파무침 하며, 맑은 양념색 하며, 비주얼이 옳구나.

다른 리뷰들에 의하면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풍남 골뱅이가

양념 맛이 가장 순하다고 하는데, 그 역시 나에게는 큰 장점이다.

 

지나치게 매운 양념은 잘 못 먹는 탓도 있지만

고춧가루 심하게 넣은 그 자극도 난 영 별로거든.

 

풍남 골뱅이의 맑은 듯 살짝 매콤새콤한 양념이 내 입엔 딱이다.

죽도록 매운 거 먹고 싶은 사람들은 다른 집 찾아보시길...

 

 

 

 

 

 

양념도 양념이지만, 역시 중요한 건 골뱅이 아니겠니.

 

난 원래 골뱅이 소면을 "골뱅이가 조금 들어간 비빔면"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골뱅이에 대한 내공은 낮았다.

평소에 딱히 찾아먹는 음식도 아니고, 맛도 잘은 모르고.

 

그런데, 그동안 내가 먹은 건 골뱅이가 아니었던 게지.

 

 

 

 

 

 

일단, 큼직하다.

골뱅이의 저 실한 덩치를 보라.

 

그리고, 질기지 않게 쫄깃하다.

골뱅이라는 게 원래 그런 질감 아니냐고 하겠지만

별 존재감 없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질긴 경우가 다반사.

저렇게 물 차오르는 질감이 그렇게 당연한 게 아니라니까.

 

심지어, 잡스러운 맛 없이 깔끔하다.

적당한 양념과 파무침과 잘 어우러지는 그런 맛.

 

와, 나 완전 찬양하고 앉아있네.

하지만 정말이지 심하게 감동적인 맛이었기에...

 

 

 

 

 

 

그런 의미에서, 골뱅이느님 풀샷.

 

 

 

 

 

 

그냥 먹어도 맛나고,

파무침이랑 같이 먹어도 맛나고,

계란말이랑 같이 먹어도 맛나고,

 

아우, 너 그냥 짱 먹어.

 

 

 

 

 

 

요렇게 황태채도 중간중간 들어있다우.

파무침을 포함한 사리는 추가 주문 가능!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사리는 이거 아니겠어.

탱탱하게 잘 삶아서 비빗비빗 비벼먹는 면사리.

 

아마 소면과 중면 중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선택한 게 살짝 통실하고 쫄깃한 중면인 듯.

 

 

 

 

 

 

이 집은 골뱅이 자체가 워낙 풍미가 뛰어나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내 본연의 관심사는 사실 이거다.

매콤새콤한 양념에 고루고루 잘 비벼준 면... Aㅏ...

 

양념이 좋으니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그저 맛있을 뿐.

 

 

 

 

 

 

그리고, 쌩뚱맞지만 중요한, 햄구이.

웬 햄, 뭔 햄, 싶겠지만 이것도 나름 주력 메뉴라우.

매콤새콤상콤한 골뱅이 무침과 꽤 잘 어울리는 편.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메뉴 나오는 데에 오래 걸려서

사전에 전화로 주문하거나 도착하자마자 주문해야 함.

 

지가 그래봤자 "좀 맛있는 스팸 구이" 같은 건데...

대체 왜 오래 걸리는지는 아직까지 좀 미스테리이긴 해.

하도 안 나오길래 돼지 잡으러 갔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음.

 

하지만, 맛있으니까 그냥 넘어가련다.

이 햄구이는 다른 집에는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

풍남 골뱅이 가면 꼭 같이 시켜보라고 권하고 싶네.

 

이로써, 풍남 단골이 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