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째 포스팅 제목이 다소 거나하네.

더 감자탕 비긴즈... 감자탕의 시초를 찾아간다.

 

인근 동네 사람들은 다 안다는 불휘 깊은 맛집,

성신여대입구역 3번 출구, 돈암시장의 태조감자국.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지도부터 떡하니 첨부해본다.

워낙 자그마하고 허름한 데다가 시장 골목에 있어서

초행길에는 헷갈릴 수도 있지만 위치는 참 찾기 쉽다.

 

 

 

 

 

 

그러니까, 골목 꺾어 들어가자마자 이런 게 보여.

자그마치 월요일 저녁인데 벌써 저렇게 바글바글.

 

 

 

 

 

 

형태는 가게와 포장마차 사이 어드메 정도 된다.

저렴하고, 양 많고, 맛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자주 찾는 인기 맛집이라고.

 

우왕, 난 시방 서울 맛집 관광하는 기분으로 입장함.

 

 

 

 

 

 

창업일 1958년 1월 14일

3대째 내려온 역사와 전통의 집

 

56년 태조 감자국

 

좋다 11,000원

최고다 14,000원

무진장 19,000원

혹시나 24,000원

 

사리는 종류 불문 1,000원

 

그리고 놀랍게도, 금연 ㅋ

 

매해 손으로 써서 덧붙일 것 같은 "56년"이라는 문구.

내년에는 57년, 그 이듬해에는 57년, 몇 년 후에는 환갑.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남아 이 맛을 후대에도 남기소서.

 

 

 

 

 

 

당연히 예약 따위는 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인지라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서 겨우 자리 하나 잡았다.

 

 

 

 

 

 

우리는 2인이니까 가장 기본형인 "좋다"로 주문.

비주얼이야 뭐, 흔히 아는 감자탕 모습 그대로다.

다만, 감자국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감자국"이라는 게 "감자탕"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듣자 하니, 바로 이 감자국이 감자탕의 시발점이란다.

60년대에 시장 구석에서 돼지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돼지고기, 감자, 수제비 등과 양념을 넣어 팔았다나.

 

사실 난, 돼지고기도 감자탕도 평소에 별로 안 즐기는 편.

그런데 여기는 이상하게 궁금해서 한번 가보고 싶더라고.

강북 맛집 탐방가인 J군의 말에 혹했던 탓도 있겠지만-_-

이런 뚝심 있는 전통에는 늘 마음이 끌리게 된단 말이야.

음식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뼈로거 근성이 반반쯤 되는 듯;

 

 

 

 

 

 

고기도 고기지만 -

각종 사리가 단 돈 1천원이라는 게 겁나 감사함.

술 마시다가 끊임없이 추가할 수 있다는 그 축복!

 

그런데 둘이 가서 라면이나 볶음밥 사리는 못 시킴;

리뷰들 보니까 볶음밥도 맛이 만만찮을 듯 하던데.

역시, 다음에는 4인 이상의 멤버 구성으로 가야겠숴.

 

 

 

 

 

 

물론, 그렇다고 고기가 부족한 건 또 아니다.

저 깻잎과 당면의 무더기 사이에 속속 숨어있음.

 

 

 

 

 

 

"감자국" 이라는 이름이 문득 납득이 갈 정도로,

일반 감자탕보다는 양념이 순하고 국물도 묽다.

 

난 감자탕 특유의 찐득함을 좀 부담스러워해서

이런 담백하고 가벼운 맛이 단연코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고기를 어떻게 삶고 국물을 어떻게 끓였는지

내가 싫어하는 돼지고기 잡내가 나지 않아서 좋더라.

 

남들이 다 맛나다는 부산 돼지국밥도 난 누린내 나서

"한번은 먹어봤지만, 두번은 안 먹겠다." 라고 했는데

이 집 감자국은 그 고기 특유의 무거움이 별로 없네?

 

 

 

 

 

 

아... 내일 새벽 기상해야 하는데 이걸 어쩌나.

오늘 밤 술이 참 달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결국 그 느낌은 어긋나지 않았다...)

 

 

 

 

 

 

고기 역시 잘 삶아서 질기지도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난 돼지고기 잘못 먹으면 딱 소화 안 되는 체질인데

무겁지 않은 국물과 야금야금 먹으니 속도 편하네.

 

 

 

 

여전히, 감자탕에 소주는 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내 주종목은 역시 이자까야 오뎅탕에 사케라서 ㅋ)

 

하지만, 그런 메뉴와 이런 포장마차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왁자지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있어서

이따금 이런 자리를 즐기고 싶을 때는 있단 말이지.

 

그럴 때 "아, 나 좋은 집 하나 아는데 가자" 라면서

친구들을 소환할 수 있을 것 같은, 태조감자국.

 

심지어 가격까지 착해.

부디 오래오래 성업하소서.

 

 

 

 

 

 

이 밤의 마무리는 아그와밤, 그리고 다트 배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