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선물이 제일 좋다,

꽃 선물은 솔직히 돈 아깝다,

 

어차피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른데 논해봐야 뭐하리.

 

 

 

 

다만, 요즘 드는 생각은

어쩌면 꽃 선물이 가장 오래 남는 선물 같다, 는 것.

 

진부하다고 해도

화사한 꽃다발을 건네줄 때,

그리고 건네받을 때의 기분은,

다른 어떤 물체를 주고 받을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꽃선물이란 개인적인 애정이 묻어나는 것이어서

마음이 없는 이에게는 쉽사리 선물하게 되지도 않는다.

 

길거리에서 파는 단촐한 송이 꽃이여도 좋고,

플로리스트가 어레인지한 꽃다발이어도 좋다.

 

그 형태와 종류, 사이즈, 가격을 다 떠나서

"꽃을 선물한다"는 것에는 그런 낭만이 있다.

 

 

 

 

아울러,

선물하는 자의 마음이 여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며칠만 지나면 생기를 잃고 시들어갈지라도

지금 아름답다면, 지금 받는 사람이 기뻐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선물하는 거니까.

 

그래서인지 나도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꽃 선물을 하게 되더라.

 

좋은 소식이 있는 친구에게 핸드타이 부케를 주거나,

플라워 서브스크립션에 뜬 신상 꽃들이 마음에 들면

문득 이유 없이 친정 엄마에게 꽃선물을 배달시키거나.

 

그렇게 남에게 화사함을 선물하는 기쁨을 느끼곤 한다.

 

 

 

 

내가 꽃을 선물받는 행복 또한, 예전보다 커졌다.

되려 기념일에 받는 것보다 평소에, 아무 일 없이,

이유도 없이 불쑥 받는 꽃다발이 훨씬 더 반갑다.

 

그 날의 의미 때문에 으례 주는 게 아니라

꽃을 받고 즐거워하는 나를 보고 싶어서, 니까.

 

 

 

 

하지만 나는 남편의 꽃선물을 기대한 적은 없다.

 

우리의 대화 기조가 "말로 하지 않으면 모른다"인데

이 기조의 장점은 "말한 것은 명확히 이해하고 행한다"

대신 단점은 "말하지 않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기에

짜잔- 하고 꽃다발이나 반지를 들고 나타나는 남자가

아니라고 해서 아쉽거나 실망할 일은 아니었던 것.

 

게다가 내가 워낙 좋고 싫음이 뚜렷한 편이기 때문에-_-

꽃이나 화장품 등 여자 선물을 당최 골라본 적이 없는

남편 입장에서야 섣불리 살 수 없었던 게 당연하지.

(물론 꽃은 에지간히 이상하지 않고서야 다 좋지만!)

 

그런 그가 처음으로 깜짝 꽃선물을 해줄 수 있었던 건

키마의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블룸앤보울 덕이다.

 

 

 

 

페이스북에서 페이지 즐겨찾기를 해두고 늘 보는데

신상 bloom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건 스크랩도 하다 보니

아무리 꽃 선물 고르는 데에 자신 없는 남편몬이라 해도

"아, 이런 꽃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알 수 밖에 없었던 듯.

 

그리고 골라온 꽃다발에 제법 자신이 있었던 탓인지,

어느 날 서프라이즈 증정 이벤트까지 감행하시었다.

 

저녁 약속 있던 나를 데리러 와서 같이 귀가하는데

거실과 부엌 사이의 테이블 위에만 불이 켜져있고

그 위에 꽃다발... 이라는 낯선 비주얼이 있는 거다.

 

우와.

 

조마조마 두근두근 하면서 꽃다발을 주문해놓고

내가 귀가하기 전에 정성스레 세팅했을 모습에

웃음도 나고 간질간질 감동도 받고, 뭐 그렇습디다.

 

그런데 웃긴 건, 무엇보다도 난 내 자신이 뿌듯했다.

서프라이즈 선물 같은 거 할 줄 모르는 남편에게

서운해하지 않고 꾸준히 나의 니즈를 입력해서

드디어 "꽃선물을 할 줄 아는 남자" 로 만들다니.

 

이열... 잘 했어, 나 ㅋㅋㅋㅋㅋㅋㅋ

 

"말로 해야 알아?"

"그런 것도 몰라?"

세상에 그딴 거 없는 거다.

 

내가 뭔가를 원하면,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지,

그에게 알려주어라.

 

그리하면 행하리라.

 

아니, 말하는 대로 행하기만 해도

그 남자는 이미 상위 몇 프로에 드는 거다.

 

우쭈쭈쭈쭈.

 

 

 

 

글이 겁나 긴데,

결국 꽃다발 선물 받은 거 자랑하는 거다.

 

 

 

 

 

 

남편몬을 한 단계 승격시켜준, 블룸앤보울 바이 키마.

남편 말로는 이제 키마 배달 기사와 친해질 지경이라고.

 

 

 

 

 

 

 

 

 

솔직히, 꽃다발 선물은 어지간해서 다 좋기는 해.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렇게 마음에 드는 구성이라니.

 

메인인 장미를 소프트한 색감으로 톤다운 시키고

되려 사이드에서 진한 색감으로 겨울 느낌 낸 것도,

화사한 다발에 포인트를 주는 시크한 블랙 리본도,

맥주잔(...)에 꽂았을 때 딱 풍성하니 좋은 볼륨감도,

죄다 마음에 들어.

 

 

 

 

 

 

그리고 이건 첫 꽃다발 선물의 성공에 힘입으신 ㅋㅋㅋ

남편이 2탄으로 등장시킨, 하양하양한 한정 블룸 :)

 

 

 

 

 

 

 

꽃가루가 야금야금 떨어지는 게 흠이긴 했지만

한 손에 잡힐 것 같은 핸드타이드 사이즈에

깔끔한 화이트에 맑은 연두색의 배색이 마치

내 웨딩 부케를 생각나게 해서 더욱 좋았지.

 

 

 

 

 

 

인간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지만, 기념 투샷 ㅋ

 

 

 

 

 

 

오예-

 

 

 

 

좋은 기억 고마워요.

누가 꽃 선물을 쓸데없다 하였는가.

앞으로도 블룸앤보울 애독해야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