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를 비롯한 멕시칸 푸드를 엄청 찾아 먹는 건 아니어도,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멕시코의 타코는 한국의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이어서, 과도한 가격이나 지나치게 깔끔한 인테리어보다는, 아늑하다 못해 어딘가 좀 허름한 곳에서 먹는 게 제격이다" 라는 것. 물론, 비싸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파는 타코도 매우 맛있을 수 있다. 그게 맛없다는 게 아니라, 어딘가 과대포장된 듯 하여 마음에 온전히 차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리고, 이런 내 신조에 딱 들어맞는 타코집을 한 군데 알고 있다.

 

 

 

 

 

 

 

목동 타코벳 (Taco Bet)

 

02-6465-9242

오목교역 하이페리온2 단지 내

 

 

원래는 목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먹자 골목에 있었는데

작년(2014) 어드메에 여기로 확장 이전을 한 것 같다.

 

사실 아늑한 분위기로 따지자면 예전이 더 나았지만,

계약의 문제든, 공간의 문제든, 뭔가가 있었겠지.

 

 

 

 

 

 

다행히 이전 후의 입지 또한 괜찮은 편. 지하철역에서는 가깝되, 대로가 아니라 단지 내부를 향해 있어서 조용하고 아늑한 맛. 게다가 가게 바깥에 저렇게 나름 테라스석(?)도 있어서 여름에는 길맥 분위기로 즐기기에도 좋고. 뭐랄까, 집 바로 앞에 이런 가게가 있으면 언제든지 슬리퍼 끌고 편하게 와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지는 그런 곳?

 

 

 

 

 

 

우리는 마침 바깥 자리에 앉기로 했지만, 일단 주문은 해야 하니까 가게 안으로 들어가본다. 메뉴는 이렇게 타코 / 퀘사디야 / 부리또 / 나초 / 감자튀김... 정도로 나뉜다. 가격대는 고맙게도 다 1만원 미만. 일단, 식당 이름이 "타코벳"이니까 타코를 하나 시키고, 남편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서 칠리 치즈 프라이를 추가하기로.

 

퀘사디야 : 또띠야로 토핑을 아래위로 감싸서 가열 조리해서 먹음.

부리또 : 가열한 또띠야에 토핑을 넣고 말아서 (별도 조리 없이) 먹음.

타코 : 굽거나 튀긴 또띠야에 토핑을 넣고 접어서 (역시 별도 조리 없이) 먹음.

 

라고 한다. 나도 매번 구분이 헷갈려서 이참에 정리해봤네;

 

 

 

 

 

 

매장 내에도 테이블은 이렇게 몇 개 없다. 설령 가게가 다 차더라도 아주 번잡스러워질 일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오밀조밀한 맛에 찾아오거나, 혹은 간편하게 테이크아웃 해가는 컨셉. 우리야 일부러 여기에서 타코 & 비어를 하겠다고 찾아왔으니까 당연히 먹고 가기로! 자리가 없으면 기다릴 판이었는데 다행히 야외석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위는 다른 손님들 다 떠나고 나서 가게가 비었을 때 찍은 사진)

 

 

 

 

 

주문 및 계산을 하는 카운터는 이렇게 가게 구석에 어느 정도 파묻혀 있다. 사장님이 캐릭터 수집 및 스포츠에 꽤나 심취해 있는 듯, 가게 여기저기에서 수집품들을 엿볼 수 있음. 하기사, 타코 한 접시에 생맥주에 스포츠 경기 관람이라니, 제법 잘 어울리긴 하잖아.

 

다만, 서비스는 그리 영민하지 못한 편이었다. 물론 적은 직원 수로 여러 테이블을 상대하다 보면 바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테이블 수가 많은 편도 아니건만, 주문이 자꾸 잘못 들어가고 접수나 서빙 또한 느린 편. 뭐, 그냥 동네 식당의 정취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듯.

 

 

 

 

 

 

여튼, 우리는 주문도 마쳤으니 바깥에 자리를 잡아볼까나.

 

 

 

 

 

 

일단!!! 식사야 어찌 됐든! 하이네켄 생맥 두 잔이요!!!

이것이 우리가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는 이유 ㅋㅋㅋ

 

 

 

 

 

 

아늑한 가게 안쪽에서 바깥 아파트 단지 길을 내다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창 밖 자리에서 가게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서 바깥 공기를 즐기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슬쩍 비가 내리는 날에도 괜찮을 것 같아. 어차피 테이블 위로는 어느 정도 지붕이 있어서, 바람만 세게 불지 않는다면, 빗소리 즐기면서 한 잔 하는 것도!

 

 

 

 

 

 

맥주 안주로 등장한, 칠리 치즈 프라이! 감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삭하게 (그러나 딱딱하지는 않게) 튀겨졌고 후추계의 매콤한 맛도 적당히 가미되어서 딱 좋았다. 아, 너는 맥주를 위해서 태어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고로 타코를 잘 만드는 집이라면, 칠리 프라이도 잘 만들기 마련이지. (근거는 뚜렷하지 않지만, 내가 굳건히 믿는 바 ㅋㅋㅋ)

 

 

 

 

 

 

그리고 타코. 기본 타코. 타코벳의 타코. 칠리 프라이가 기름지고 매콤한 맛이라서, 이렇게 채소 듬뿍 들어간 담백한 타코를 같이 먹어주니 궁합이 좋았다. 맛은 한 75% 정도의 멕시칸이랄까. 원래의 맛에 제법 충실하면서도 너무 강한 향신료 사용은 자제를 한 것 같은, 그런 맛.

 

그런데 이게 맛은 있는데... 먹다 보면 입가에 막 묻고 내용물이 흘러내리기도 십상이라서 ㅋㅋㅋ 서로 내외하는 사이끼리 같이 가면 난감할 듯-_-?

 

 

 

 

 

 

어느덧 칠리 프라이를 다 먹어가는 우리 집 비어몬... 하나 더 시켜줄까? 어차피 가격도 그리 안 비싼데 먹고 싶은 거 팍팍 먹어 ㅋㅋㅋ

 

 

 

 

 

 

... 어라?

 

칠리 치즈 프라이를 하나 더 주문했는데, 엉뚱한 메뉴가 나왔다. 직원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면서 주문했는데, 왜 때문에 잘못 접수된 거죠. 이런 식으로 카운터 직원이 좀 산만한 구석이 있는 듯; 하지만 뭐 이것도 맛있어 보이니 그냥 먹어보는 걸로 합시다. 아,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과카몰레도 하나 주문했는데 한참동안 안 나와서 물어보니까 주문이 안 들어갔다고 하고;

 

어차피 고급지고 세련된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이 특유의 정감 어리고 아늑한 분위기를 찾아서 가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주문은 오류 없이 받아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기왕 마음에 든 집이라서 보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여튼, 남편과 나의 생각은 변함 없다 :

자주 먹는 건 아니어도 멕시칸 푸드는 언제나 반가우며,

타코는 어깨에 힘 주는 집들보다 이런 소박한 집이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