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화장대의 유물 2점을 보내며...

Posted by 배자몽 화장품수다 : 2016. 4. 17. 23:00

 

 

 

사실 난,

물건의 종류를 막론하고 제때 처분하는 편이라

화장대에서 소위 '유물'이 나올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코덕 지인들이 이사 등을 맞아 정리하다가

한 시절을 풍미한 한정들을 재발굴해내곤 하는데

난 이미 써보고 진작에 처분했거나 다 쓰고 버렸;

 

아직도 2007년도 MAC x Barbie 한정 컬렉션들이

내 지인 중 상당수의 화장대에서 발견되곤 한다ㅋ

게다가 크레파스 st. '딸기우유' 립컬러가 유행하던

2008-2009 시절의 키티니 헤더렛이니 하는 한정들.

지금 보면 진짜 어이리스한 색상들의 향연이로고...

 

그리고 아르마니 2012년 한정 토르말린 블러셔도

난 당시에 구해서 써보고 금방 벼룩으로 팔았는데

'내 토르말린은 자몽느 화장대에 보관 중' 이라면서

드립치는 이도 있지. 내래 누군지 밝히지는 않갔숴.

나... 핑파도 토르말린도 펄리도 다 없거등? ㅋㅋㅋ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

'그간 차마 버리지 못한' 추억의 유물 2점이 있었으니...

이번 이사 후에 화장대 정리하면서 드디어 방출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운지라,

역사의 기록 차원에서 블로그 포스팅으로 보존하리라.

 

 

 

 

 

 

... 이걸 보고 알아볼 사람이 과연 있을까... ㄱ-

2003년도 라네즈 가을 한정 섀도우 되시겠다.

 

자그마치 12년 반 전의 이 제품을 왜 못 버렸냐면,

나에게는 첫 사랑 같은 제품이어서, 그 추억 때문에.

 

이미 몇 년 전에 작성했던 (2010년이었군...)

라네즈 10년 간의 역사 포스팅에도 등장한다.

 

(클릭)

라네즈, 지난 10년간의 역사. (from 2000 to 2010)

 

지금 보면 펄감도 좀 퍼석하고 촌스러운 듯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은은한 플럼 계열이 당시에는 드물었다.

지금 봐도 색상 자체는 꽤나 웨어러블하지 아니한가!

 

특히 아이라인을 잘 그릴 줄 모르던 당시의 나에게는

저 하단의 플럼 컬러로 라인만 살짝 덮어줘도 유레카!

(그러고 보니 이때부터 플럼 색상군을 팠던 거였나...)

 

이 색상이 나에게 잘 맞은 탓도 있고,

이걸 즐겨 쓰던 내 20대에 대한 추억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 느꼈던, '소중히 여기는 기분'이 가장 크리라.

 

돈 없는 대학생 시절,

게다가 요즘처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많지 않던 때,

이 3색 섀도우 팔레트 하나를 얼마나 애지중지했었는지.

왠지 꾸미고 싶은 날이면 꼭 꺼내쓰던, 나의 보물이었다.

 

이제는 30대도 중반을 넘어서버린 지금의 나로서는,

그때의 기분을 똑같이 느끼기란 이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용기한을 훌쩍 넘겨서 쓰지도 않는 이 제품을

그동안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서랍 어딘가 넣어두었나보다.

 

이제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남겨두어도 충분할 것 같아 :)

 

 

 

 

 

 

그리고 이건 ㅋㅋㅋ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ㅋ

2009 디올 홀리데이 크리스탈 보레알 립밤 목걸이;

 

그 해 가을에 마음이 허해서 뭔가를 지르고 싶던 차,

꾸뛰르 뷰티 명가 디올이 화려하고 부활해서 등판을!

 

반짝반짝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예쁜 쓰레기는 아닌'

하지만 마냥 실용성만 강조한 건 아닌 그 무엇(???)을

원하던 나에게 디올은 마치 계시처럼 다가왔고 ㅋㅋㅋ

그 욕망의 정점 바로 이 립밤 목걸이 - 보레알이시다.

 

아울러 코덕질과 드립질이 피크를 치던 때이기도 해서

한량 언니가 나와 보레알에 특별 헌서를 바치기도 했지.

 

(클릭)

목걸이 (tribute to 기 드 모파상)

 

 

뭐 암튼 그리하여 내 손에 들어왔던 디올 보레알은

아니나 다를까 별반 실용성은 없어서 저렇게 보존됨.

 

립밤은 보습 기능도 없고, 펄만 자글자글해서 별로였고,

저 목걸이만 가끔 악세사리 용도로 걸어보는 게 다였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화장대 옆에 걸어놓고 망각함;

암튼 그조차도 이제는 때를 다한 듯 하여, 그만 보내노라.

 

안녕, 보레알.

넌 참 화려하고 아름답고 딱히 쓸데는 없는 한정이었단다.

그래도 시무룩했던 내 2009년 연말을 밝혀주어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