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금주를 다짐하며...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7. 2. 22. 13:00

 

 

바로 어제, 내 음주 인생 역대급의 숙취에 후려 맞았다. 4명이 시작한 술자리였는데, 1명은 배탈로 술을 못 마시고, 1명은 원래 술이 잘 안 받는 체질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2명이서 마시다 보니... 나 혼자서 대작(?)해드린다고 신나게 내달린 듯.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시는 격이 되어서... (후략)

 

원래 난 과음한 다음 날에는 밥이나 면, 국물이 땡기는 쪽인데 이게 속이 너무 뒤집어지다 보니까 국물은 커녕 그 무엇도 넘기기가 싫은 거다. 물만 마셔도, 호흡만 해도 속에서 올라올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이 와중에 점심 약속마저 잡혀 있었서 ㅠㅠ

 

주변 프로 음주인들의 조언을 받잡아, 일단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서 들이키면서 약국에 들러서 숙취해소약을 사들고 점심자리로 터덜터덜 가긴 갔다.

 

 

 

 

 

 

끊임 없이 목이 타고 온 몸이 바짝바짝 물기 없이 마른 기분인데, 왜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이온음료를 마실 생각을 못 했지? 평소에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숙취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구나, 니가. 수분과 무기질이 혈관까지 흡수된다는 기분이 뭔지 알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점심 메뉴가 쌀국수였다는 것. 그러나 아쉬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잘 넘길 수가 없었다는 것. 한 입 먹을 때마다 속이 메슥거리는데 '뭐라도 뜨끈한 음식, 되도록이면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남편의 조언에 따라... 국물과 고기 몇 점을 먹기는 했다. 하, 내 진짜 따끈 담백한 쌀국수 국물도 안 통하는 숙취라니, 당황스럽구료...

 

그런데, 그렇게 깨작깨작 잘 먹지 못하는 와중에도 '이거 굉장히 잘 만든, 맛있는 쌀국수' 라는 건 알겠더라. 내가 이렇게 파워 숙취 상태가 아니라면 즐거이 잘 먹었을 터인데, 크흑. (장소는 여의도 켄싱턴 호텔 앞의 Pho, 음식은 맛나지만 자리가 비좁고 예약이 잘 안 되며 실내가 매우 시끄럽고 서빙은 늦어... 장점은 음식의 맛, 오로지 그 뿐...)

 

 

 

 

 

 

그래서, 숙취도 해소되고 점심 약속도 없어서 보다 여유로운 오늘, 쭐레쭐레 나가서 쌀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물론 맛으로 따지면 어제의 쌀국수보다는 한참 못하지만 그래도 '어제 내가 제대로 즐기지 못한 맛을 오늘에라도' 이런 기분으로 감사히 먹었슈. 새우 완탕 쌀국수에 새우 만두 3점 추가해서 새우 대잔치...

 

내 이따금씩 간헐적 금주를 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시기가 왔구나 싶다. 진짜 인간은 대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지??? 여튼 어제의 대숙취 시대를 지나고, 이제는 당분간 금주의 시대에 돌입하는 바...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