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e like it hot... or do I?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7. 6. 23. 20:40

 

 

 

 

솔직히,

내가 인생 살면서

 

복합적인 멀티태스킹 능력이

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이것저것 한꺼번에 몰아칠 때에는

역시나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고,

그 스트레스라는 것을 발산하고 싶다.

 

 

 

 

꼬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가하는데

'아주 매운 음식'이 절로 떠오르더라.

 

아, 이건 배가 막 고픈 것도 아니고,

귀찮으니 대강 먹자는 기분도 아니고,

정말 혀 끝에 닿는 그 매운 맛의 미각.

 

바로 그게 땡기는 거다.

그러면 마치 스트레스가 풀릴 것처럼.

 

 

 

 

그래서 평소에는 도통 관심도 없는

'불닭볶음면'을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비록 매운 맛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건 '적당히 매운 맛'을

'매우 좋아하는' 것일 뿐

 

불닭볶음면처럼

캡사이신이 부각되는 맛은

미각보다 통각에 가깝다고 보는 편.

 

그럼에도 오늘은 왠지, 딱 이거였다.

 

 

 

 

 

 

 

... 하지만 안전장치는 필요하니까...

 

인스턴트 주제에 웬 호화 웰빙인가 싶지만

저 샐러드, 샐러리, 반숙란 그리고 치즈는

사실 매운맛 중화 기능 요원들 되시겠다.

 

매운 걸 먹고는 싶은데

매운 것 그대로는 못 먹겠고

 

시원 담백한 식재료 다 때려넣기;

 

 

 

 

 

 

하, 치즈 엉겨붙는 거 봐라.

 

그저 배고파서

그냥 귀찮아서

별 생각 없이 먹는 라면이 아니라

 

스트레스 가득했던 하루의 끝에

구체적으로 욕망했던 맛이라 그런지

 

왠지 한입 한입 느끼며 먹게 되더라.

 

이만큼 파닥거리며 맵게 먹었으니

의도한 만큼 스트레스도 날아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던 것 같고.

 

친구들에게 '매운 거 땡겨!' 해뒀으니

그 인증샷을 보내고 수다를 떨면서

뇌근육을 이완하는 기분도 느껴보고.

 

 

 

 

 

 

... 먹다가 매워서 시원한 샐러드 더 추가...

 

 

 

 

 

 

이렇게 깨끗이 다 먹고 나니

더워서인지, 매워서인지,

눈 밑에 땀이 송글송글 했다.

 

그릇 치우러 일어나면서

흘러내릴 듯한 땀을 닦는데

 

하, 아닌 게 아니라 쾌감이 있어.

 

그래봤자 캡사이신 애호가들에게는

우스울 정도의 매운 맛이겠지만...

 

나에게는

내 속에 풀리지 않는 그 무언가를

슬그머니 발산해낼 수 있는 맛이었다.

 

 

 

 

스트레스의 감정은 이걸로 조금 풀었고

이제 그 분류와 해결에 나서야 할 때로고.

 

 

 

 

어쨌든,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겠네.

2017년 6월 23일의 불닭볶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