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내가 인생 살면서
복합적인 멀티태스킹 능력이
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이것저것 한꺼번에 몰아칠 때에는
역시나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고,
그 스트레스라는 것을 발산하고 싶다.
꼬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가하는데
'아주 매운 음식'이 절로 떠오르더라.
아, 이건 배가 막 고픈 것도 아니고,
귀찮으니 대강 먹자는 기분도 아니고,
정말 혀 끝에 닿는 그 매운 맛의 미각.
바로 그게 땡기는 거다.
그러면 마치 스트레스가 풀릴 것처럼.
그래서 평소에는 도통 관심도 없는
'불닭볶음면'을 하나 사들고 들어왔다.
비록 매운 맛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건 '적당히 매운 맛'을
'매우 좋아하는' 것일 뿐
불닭볶음면처럼
캡사이신이 부각되는 맛은
미각보다 통각에 가깝다고 보는 편.
그럼에도 오늘은 왠지, 딱 이거였다.
... 하지만 안전장치는 필요하니까...
인스턴트 주제에 웬 호화 웰빙인가 싶지만
저 샐러드, 샐러리, 반숙란 그리고 치즈는
사실 매운맛 중화 기능 요원들 되시겠다.
매운 걸 먹고는 싶은데
매운 것 그대로는 못 먹겠고
시원 담백한 식재료 다 때려넣기;
하, 치즈 엉겨붙는 거 봐라.
그저 배고파서
그냥 귀찮아서
별 생각 없이 먹는 라면이 아니라
스트레스 가득했던 하루의 끝에
구체적으로 욕망했던 맛이라 그런지
왠지 한입 한입 느끼며 먹게 되더라.
이만큼 파닥거리며 맵게 먹었으니
의도한 만큼 스트레스도 날아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던 것 같고.
친구들에게 '매운 거 땡겨!' 해뒀으니
그 인증샷을 보내고 수다를 떨면서
뇌근육을 이완하는 기분도 느껴보고.
... 먹다가 매워서 시원한 샐러드 더 추가...
이렇게 깨끗이 다 먹고 나니
더워서인지, 매워서인지,
눈 밑에 땀이 송글송글 했다.
그릇 치우러 일어나면서
흘러내릴 듯한 땀을 닦는데
하, 아닌 게 아니라 쾌감이 있어.
그래봤자 캡사이신 애호가들에게는
우스울 정도의 매운 맛이겠지만...
나에게는
내 속에 풀리지 않는 그 무언가를
슬그머니 발산해낼 수 있는 맛이었다.
스트레스의 감정은 이걸로 조금 풀었고
이제 그 분류와 해결에 나서야 할 때로고.
어쨌든,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겠네.
2017년 6월 23일의 불닭볶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