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게, 시원하게.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7. 9. 20. 18:40

 

 

 

 

간혹,

타인이 나에 대해서 한 말 중에서

유독 머리 속에 오래도록 맴돌면서

나름의 지표가 되는 표현들이 있다.

 

그런데,

그 말들을 모아보니까

상당수가 한 사람의 표현들이더라.

 

- 너는, 소중한 것에 확실히 집중할 줄 알아.

- 너는, 발이 부지런해. 언제나 먼저 움직여.

- 너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망설임이 없어.

 

그녀가 묘사하는 저런 면모들은

들었을 때 수긍이 가기도 했거니와,

사실 내가 되고 싶은 인간상과도 부합해서

 

'와, 그렇구나. 그거 정말 맞나봐.'

라고 기분 좋게 마음 속에 새겨두게 된다.

 

이제는 함께 알아온 시간도 제법 길고,

심지어 사는 곳도 지척으로 가까운데(!)

막상 진득하니 얼굴 볼 일이 없다 싶어서

어느 날,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만나러 갔다.

 

 

 

 

 

 

섬세함, 감성적, 고기를 좋아함, 그리고 고기는 양념갈비, 콩요리 중에서는 청국장만 좋아해, 불편할지라도 예쁜 옷이 좋아. 인간관계는 쫀득할 정도로 정감 있게, 많이 내어주고 많이 기대하고, 그렇게 서로 얽혀가며.

 

평온함, 확고함, 오징어 낙지 등 해산물을 좋아함, 콩요리는 안 가리고 다 좋아, 짐도 무겁고 늘 많이 걸어다녀야 해서 옷과 신발은 무조건 편하게. 인간관계는 서로의 취향과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며, 물 흐르듯이 그렇게.

 

비슷한 구석보다 다른 점들이 훨씬 더 많지만,

이 얼큰 오징어/목살 철판볶음은 일단 교집합!

 

(적당히 얼큰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짜지 않은 양념, 그리고 관리가 잘 된 식재료들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 상암 오시오 건강밥상)

 

 

 

 

 

 

나도, 너도,

그리고 세상 누구라도,

 

가깝게 생각하는 이에게

'내가 받고 싶은 애정'을 준다.

 

그로 인한 간극은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때로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 온도차를 돌아보고 잠시 한숨 돌리는 순간도 필요하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나면 삶의 더 좋은 것들에 집중할 여유가 생겨난다.

 

 

 

 

 

 

역시, 손을 내밀고 발을 움직이길 잘 했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얼큰하고 시원했네.

 

에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