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여름에 헤더렛 대란을 일으켰던 MAC.

저기, 난...
사실 이거 살 생각 없었고...
남들이 매장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난리칠 때
느긋하게 늦잠 자고 내 할 일 하다가
오후 즈음 해서 머리 하러 미용실 가다가
가는 길에 맥 매장에 한번 들러나봤을 뿐.
다들 갖고 싶어서 숨 넘어가는 그 멜로즈무드,
실물이나 한번 구경해봐야지~ 이러면서.

매장 가서도 직원분이랑 술렁술렁 수다 떨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테스트해보고 놀다가
한참 후에야 그냥 지나치듯이 한번 물어봤다.



나 : (멜로즈무드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품절이죠? ^^"

직원 : (미안해하면서) "네 ^-^; 너무 인기라 아까 다 나갔어요."

나 :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

직원 : "어떡하죠~"

나 : "아뇨, 뭐 괜찮아요. 알고 왔어요 ㅋㅋ"



이러면서 은근슬쩍 립글라스 중에서
무난한 스탈렛키스랑 보너스비트 집어들고
이거나 살까~ 이러고 있는데 문득 그 직원분 왈...



직원 : (속닥) "저기요..."

나 : "네? ^^"

직원 : (속닥) "사실은 제가 멜로즈무드 2개 쟁여놨거든요.
원하시면 하나 빼드릴테니까 가져가세요~"

나 : (헉) "아, 네? 전 괜찮은데..."

직원 : "아니에요. 괜찮아요.
너무 이쁘고 흔치 않은 컬러라서 몰래 2개 쟁였는데
2개까지는 못 쓸 것 같으니까 가져가셔도 돼요."

나 : "정말 괜찮으시다면... +.+"



... 이래서 사게 된 거다.
그 희귀한 제품이 제 발로 걸어들어왔는데,
그 직원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데,
안 사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지 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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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야 어찌 됐든 간에 -
다시 봐도 이쁘구나.
반짝반짝 헤더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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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립글라스
- 스탈렛 키스 (Starlett Kiss)
- 보너스 비트 (Bonus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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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 문제의 립스틱
- 플래시팟 (Flashpot)
- 멜로즈무드 (Melrose Mood)

멜로즈무드... 멜로즈무드...
그 문제의 멜로즈무드...
정가 2만2천원이면서 그 희소성 때문에
일부 중고 사이트들에서 몸값이 20만원까지
솟구친 적이 있다는 전설의 멜로즈무드;;;
(미친 거 아냐?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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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팟은 어찌 보면 무난한 누드 색상이다.
매트하고, 펄없고, 선명한 누드.
이런 컬러 하나 필요한 김에 케이스 예쁜 이걸로 사지 뭐!
라는 생각으로 샀는데 막상 나중에 구매하게 된
크림쉰 라인의 크림드누드 색상에 밀려서
나한테서 생각보다 큰 사랑 못 받은 아이지;

(나중에 다 쓰면 크림드누드 내용물을
이 케이스에 끼워서 쓸까... 이러고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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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멜로즈무드.

형광 크레파스처럼 선명하고 또 현란한 핑크색이다.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색이어서
화장을 평소에 곧잘 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 활용도는 낮을 수도 있는데
이 아름다움 때문에, 그리고 희소성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몸값을 구가하지.
박스째 새 제품이면 더더욱 말도 못 한다.

고백한다.
나도 이 제품 오랫동안 개봉 안 하고 보유하면서
몇번쯤은 몸값 올려서 팔고 싶은 유혹을 느꼈어.

화장품 벼룩 재테크를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
이 제품은 나에겐 없어도 되는 제품인데
이윤은 그만큼 남으니... 어찌 마음이 안 흔들렸으랴.

하지만 결국 자꾸 마음 흔들리는 게 싫어서
최근에 확! 개봉해서 사용해버렸다.
심지어 립팔레트 만드는 걸들에게 덜어주기까지 했지.

뭐, 큰 이득의 기회를 차버린 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쪽이 더 마음은 편한 것 같아.

하여튼 2만원대 립스틱 하나 때문에 별꼴이야.
멜로즈무드, 너 그렇게 대단하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