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별 쓰잘데기 없는 포스팅을 다...
사실 화장품을 좋아하고 돈도 꽤 쓰는 편이면서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 내세우면서 가격 높게 매기는 제품들을
"돈지랄" 제품들이라며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

가끔 샘플로 써보고 나서 무릎에 힘이 풀리기도 한다.

... 제길. 너 좋긴 좋구나.
돈값 하는구나.

이럴 때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서글픔과 짜증을 느끼곤 한다.
반대로 진흙에서 진주 캐내듯이 -
인지도 낮지만, 가격대비 효율이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그럴 때에는 선구자의 희열을 느끼면서 마구 전도를 하지.

우야근동 작년 & 올해,
돈지랄이라고 매도하고 싶었으나
막상 샘플로 써보니 오지게 좋았던
기초 제품 Best 7.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순위일 뿐.



<7위>


[샤넬] 프레씨지옹 이드라막스+ 세럼
12만원대 / 30mL


샤넬과 별로 안 친하다.
샤넬 기초는 더더욱 가격대비 안 끌린다.
사실 내 나이에 정말 필요하고 내 피부에 잘 맞는다면
12만원짜리 세럼, 못 살 이유야 없을 것이지만...
난 그래도 보다 실속 가격대의 제품을 쓰는 편이라서 말이야.
게다가 샤넬은 어쩐지 독할 것 같다는 선입견마저 있어서
샤넬 기초는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서 늘 "흥! 돈지랄-"
이라고 매도해오다가 작년 여름엔가 무너진 적이 있지.

그저 잡지 광고 페이지에 붙어있는 이드라막스+ 세럼
필름지 샘플을 아무 생각없이 꺼내서 스윽스윽 발라봤다가 -
BGM으로 CCM이 홀리하게 깔리는 듯한 기분을 맛봤다.

유분감 없는 산뜻한 수분 세럼인데 보습감은 왜 이렇게 깊고 충만한 거임?
왜 이렇게 부스팅 효과도 좋아서 그 위에 수분젤 흡수력까지 높여주는 거임?
왜 이렇게 순하고 지속력마저 좋아서 피부가 아침까지 보들 촉촉한 거임?

... 이거 뭔가 알 수 없는 짜증이.

신 포도가 알고 보니 킹왕짱 맛난 거봉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한 마리 여우처럼 난 혼자 구시렁구시렁.

그래도 샤넬 기초 전 라인을 구입하는 만행 따위는 지르지 않았다.
한번씩 그 질감을 생각하면서 혼자 웅얼거릴 뿐.
"샤넬 욕하면서도 늘 샤넬 수분 라인을 재구매한다는"
김모양의 언니 심경에는 좀 공감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6위>


[헤라] 카타노 크림
25만원 / 50mL


너무 고가 제품이어서 헤라 방판에서도 샘플을 잘 풀지 않는,
안티에이징 제품, 카타노 크림.
헤라 방판 VIP인 탁여사 덕분에 샘플로 배부르게 써봤지.
카타노 세럼도 있지만 이 시리즈는 크림이 더 감동적이더라.

기초 제품에 과도한 기대는 않는 편인데 이건 정말
바르고 자기만 해도 주름이 개선될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원.
평소엔 못 사도 결혼할 때 (대체 언제???) 신부 세트로 지를까.



<5위>


[아이오페] 슈퍼 바이탈 크림
15만원 / 70g


보다 강한 엑스트라 모이스트 크림과
약간 가벼운 아쿠아 크림... 이 있는 걸로 안다.
엄마는 엑스트라 모이스트, 나는 아쿠아... 로 쓰고 싶네.

"아이오페답지 않게" 고가 라인으로 나왔지만
과연 메인으로 전면 내세울 만큼 잘 빠진 기초 라인.
뭐, 그래도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 때문에 그런지
"아이오페가 왜 이리 비싸!" 라는 혼란만 극복하면
이건 어쩐지 지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러네?



<4위>


[코스메데코르테]
퓨쳐 사이언스 화이트 크림 뉴트리션

9만원대 / 40g

역시 내 나이에 정말 필요하고 피부에 잘 맞는다면
8-9만원짜리 크림, 굳이 구매 못 할 이유야 없겠지만서도
그래도 코스메 풀 라인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있었다.
제품 사용 순서도 특이해서 꼭 깔맞춤을 유도하는 괘씸한 것들...
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단품이 좀 좋아도 섣불리 발 안 들이게 되네.

게다가 화이트닝 크림을 단독으로 살 이유야 더더욱 없... 었지만 -
이것도 얼마 전에 샘플로 써보고 욕하면서 금새 바닥내버렸다.
오, 젠장.

헤비하거나 느끼하지 않고 마치 만년설처럼 산뜻하면서도
촉촉하고 적당히 쫀쫀하게 피부에 감기는 이 느낌 어쩔거니.
듬뿍 발라도 번들거리지 않는 이 쾌적한 마무리감은 어쩐다니.
화장마저 잘 받게 해주는 이런 기특함은 당최 어쩔래.

게다가 화이트 크림인데 뉴트리션... 이래.
미백에다가 영양이라는 컨셉을 완전 제대로 충족시켜주더라.
이뻐도 이렇게 이쁠 수가.

... 우연히 써본 이 크림 샘플 덕분에 같은 미백 라인의
17만원짜리 화이트로지스트 에센스까지 땡기게 됐...
하지만 여전히 아직 구입한 건 아니다.
집에 있는 기초 재고량을 생각하여 자제력 발휘했지.
하지만 솔직히 심하게 끌리는 제품.
비오템 스킨 비보 크림 다 쓰고 나면 확 지를지도...



<3위>


[후] 공진향 기앤진 크림
15만원 / 50mL


후... 는 완전 인연이 없는 브랜드였다.
써보면 제품 좋은 게 많다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이 쓰잘데기 없이 위화감 조성하는 패키지는 뭐라니.

역시 악의 근원은 샘플.

말이 필요없다.
나이트 크림으로 듬뿍 바르고 나면 피부가 근원적으로 개선되더라.
케이스가 좀 더 심플하고 겸손(?)했더라면 이건 진작에 샀을지도.
... 그런데 크림 하나만 사면 그럭저럭 괜찮지만...
나 이러다가 또 깔맞춤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2위>


[조르지오아르마니]
옵시디언 미네랄 리스토링 세럼
32만원 / 75mL


아르마니에서 기초 라인을 출시했을 당시부터 난 욕을 해댔다.
뭔 기초 단품이 30만원대냐면서, 이거야말로 진정 돈지랄이라고.
그러면서 애시당초 샘플링이나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지.

작년에 드디어 샘플을 써보고... 심장이 벌렁댔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쫀쫀하게 피부에 챠악- 들러붙는 이 질감.
그야말로
쫀쫀한 기초를 좋아하는
20대 후반의
수분 부족 지복합성!
a.k.a. 나를 위해서 커스텀 메이드한 제품이 아닌가!
이 세럼 샘플 첫 개시한 날 아침에 화장하다 말고
싱하형에게 문자로 절규했던 아련한 기억이 나는구나.
(그녀는 이미 아르마니 기초 풀라인 사용자...)

물론 이 시리즈에서 더 유명한 건 흑요석 스패츌러와 함께 나오는
크림이지만 난 이 세럼 쪽이 보다 더 인상적이었더랬지.
... 난 말이지... 니가 10만원 후반대만 해도 샀을 거야.

참고로 이 제품 라인을 카피해서 나온 미샤의 이모탈 유스 -
크림을 써봤는데 당최 오리지널 발끝도 못 따라갔던지라
아르마니 기초 라인에 대한 욕망은 더 커져갔더랬지.

그래도 -
세럼 하나에 30여만원.
난 그 돈 못 쓴다.

참고로 지난 4분기 공병샷에도 크게 등장.
http://jamong.tistory.com/690



<1위>


[끌레드뽀] 사본 시나끄티프
13만 8천원 / 100g


긴 말이 필요없다.
자세한 건 이전 후기 참고 :
http://jamong.tistory.com/647

드럽게 비싸고
드럽게 좋은
왕족 세안 비누.

나 화장품 사용에 있어서는 참말로 대범한 여자인데
이 제품은 손 부들부들 떨면서 아껴 쓴다네.

무서운 것은 -
다 쓰고 나면 재구매할 것 같다는 사실.



언제나 가격대비 만족도가 큰 제품을 찾아 헤매이면서도
가끔 이렇게 "이유있는 돈지랄"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이 냉정한 코스메 자본주의의 현실이라니...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