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날, 내 직업의 비애상 남들처럼 쉬지 못하고
조기 출근, 그것도 야근 행진까지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날, 하필이면 날씨도 꽤나 덥고 습했더랬지.
그러나 우리 회사는 공휴일에는 에어컨을 좀처럼 틀어주지 않지.
게다가 나는 유분기가 적지않은 지복합성 피부를 소유했지.
그리고 그 날은 하루종일 수정 메이크업조차 하지 않았었지.
(저녁 먹고 들어와서 기름종이 가비압게 1장, 그 정도?)

고로 늦은 저녁에 거울을 집어들면서 속으로 각오했다.
'아, 나 지금 개기름 쩔겠구나...' 라고.



.......... 응???
왜 티존에 유분 살짝 올라온 거 빼고는 멀쩡한 거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냐고???
좋기는 하지만, 이건 - 자연의 섭리에 맞지 않아!!!
뭐지? 뭐지?? 그 이유가, 그 비결이 뭐지???



진정하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

그래. 오늘 아침에 화장을 했지.
베이스 제품을 어떤 걸 사용했더라?
요즘 들어서 데일리로 제일 자주 사용한 건
디올 스킨 누드 파데랑 이금희 피부밥 비비 샘플...
아, 맞다. 아침에 엄마가 뭘 던져주셨는데...
뭐더라 - 고모가 안 쓰신대서 받아왔는데
엄마 피부색에도 안 맞는다면서 맞는 사람 주라고...
크리니크 리페어웨어 파데랑 베르사체 롱라스팅 어쩌고...
케이스가 좀 화려하게 생겨서 재미로 한번 써본... 그거.

.......... 유레카.
범인(?)은 바로 이 베르사체 파운데이션이었다.




바로 이것.
언제 구매했는지, 언제 개봉했는지 개념도 없는 제품.
심지어 국내에서는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 면세에서도.




이렇게 주걱형으로 생겼음.




베르사체 특유의 저 메두사(?) 문양.
사실 이런 앤티크한 디자인은 그닥 내 취향 아니지만
지금 이 글의 요지는 제품 디자인이 아니자녀!



색상명은 V2003.
처음에는 2003년도 제조인 줄 알고 심장 덜컥했더랬지.
(사실 여전히 언제 제조/구매/개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봉착한 문제는 다음과 같음 :

(1)
베르사체는 국내에서 판매 안 함은 물론 국내 면세에도 없다.
기내 면세 등에 컴팩트 파운데이션 등 극히 일부 제품만 판매.

(2)
국내 온라인에서 (GS샵) 판매하기는 하는데 가격이 참 안 착하다.
사고자 한다면 못 살 가격은 아니건만 면세가랑 비교하게 되니...
게다가 질감/색상 테스트도 안 해보고 사기에는 다소 위험해;
더군다나 이 제품은 (제대로 된) 온라인 후기도 전무하다.

(3)
설상가상, 이 제품은 언제인지 모르게 이미 단종된 제품이며
현재는 (추정컨대) 아래의 2가지 제품으로 리뉴얼이 된 듯.


- 플루이드 모이스춰 파운데이션

생긴 건 내가 가진 롱라스팅 모이스춰라이징과 가장 유사하여
아마 그 리뉴얼 버전이 아닐까... 추정되기는 하는데
네이밍에서 롱라스팅이 빠져서 심히 마음에 걸린다.
내가 가장 반해버린 기능은 바로 롱라스팅 파데의
이 매끈한 지속력인데 그게 빠지면 어쩌자는 거니.
그거슨 마치 마스카라 안 한 스모키 메이크업 같은 꼴.




- 스무딩 모이스춰라이징 파운데이션

이건 또 팟 타입의 크림 파데구만.
네이밍에 "스무딩"이 들어간 걸로 봐서는 실키한 질감에다가
지속력이 강조된 컨셉인 것 같기는 헌데... 다 추측일 뿐.
그러면 기존의 "롱라스팅 모이스춰라이징" 컨셉을
플루이드 타입의 "모이스춰라이징"과
크림 타입의 "스무딩" 이 2가지 제품에 나눠놓은 거?

... 나보고 어쩌라고...



사실 이래봤자 롱라스팅 파데 자체가 남은 용량이 꽤 많아서
앞으로 주구장창 부지런히 써도 바닥 보려면 백만년 남았다.
그런데 나 혼자 괜히 궁금해하고 안달나신 거지.

마침 월말에 말레이시아 출장도 잡혔겠다 (올레-)
해외 면세에서 베르사체 메이크업 라인 보게 되면
호기심 해소를 위해서라도 종류별로 대뜸 사올지도.



그나저나 내가 가지고 있는 저 제품은 대체 언제 단종된 거지.
단종된지가 오래 된 거라고 하면 이 제품 생산/구매/개봉
시기는 정말 위험할 정도로 오래 전이었다는 소린데...
나 그래도 눈 꼭 감고 쓸 것 같아. 제품이 넘 잘 맞아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