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여기 다녀온 것도 올해 1월...
뜬금 없이 사진 정리하다가 발견해버려서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 기록차 한번 올려본다.
결혼 직후, 아직 같이 사는 게 좀 신기하던 때,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남편과 같이 찾았다.
사실, 내가 평소에 딱히 뷔페식을 즐기지도 않고,
게다가 밀레니엄 힐튼은 인지도나 위치도 애매한데,
어찌 하다 보니 식사권이 2장 생겨서-_-* 다녀왔네.
남산의 밀레니엄 힐튼도,
홍제동의 그랜드 힐튼도,
나에겐 사실 좀 노후되고 고루한 이미지다.
종종 컨퍼런스나 행사들이 잡혀서 가긴 하지만
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굳이 찾지는 않는?
(물론 힐튼 계열에서도 콘래드는 예외인 걸로 ㅋ)
그리고,
오랑제리 뷔페의 총평 역시,
힐튼에 대한 나의 평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일단, 좀 자세히 봅시다요.
아직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기운이 가시기 전.
연말을 결혼식과 신혼여행으로 보냈던 우리는
새해가 시작하고서도 뭔가 좀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결혼 준비 과정의 들뜸과는 또 달랐다.
"결혼식"이라는 큰 산을 얼추 무사히 잘 넘고 나서
같이 사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각자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볼 수 있음이 좋고,
그런 생활이 편안한데, 또 한편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함께 맞은 새해의
첫 외식이었구나.
힐튼 중에서도 밀레니엄 힐튼은 남산에 있고,
오랑제리 뷔페는 그 밀레니엄 힐튼 2층에 있다.
식당의 이름은 오랑제리, 즉 오렌지 밭인데,
희한하게 음식 DP 컨셉은 돛단배 비수무리하다.
그래도 저렇게 오렌지 기둥으로 장식은 해놨음.
사실 난 오늘 음식에 별로 관심 없어 ㅋㅋㅋ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랑 데이트라니,
뭔가 세상이 참 신기하고 새롭고 뭐 그르타?
딱히 블로그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던지라
음식 사진도 대강 두어 장만 찍고 끝냈네.
금요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했고,
음식 종류는 고만고만, 상태는 과락 없이 무던.
사실, 뷔페에서 종류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특히 난 육류 요리에는 손을 많이 안 대기에
고기와 소스 난무하는 차림에는 심드렁한 편.
하지만, 호텔 뷔페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뭔가 뚜렷한 특징은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봐.
오랑제리는 그런 면에서는, 다소 밋밋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이 돈 주고 과연 다시 올까?
물론 평가는 시종 냉철하게 하고 있으면서
현장에서는 희희낙락 재미있게 잘 놀았지만!
언젠가부터 뷔페ing은 분업 체계로 ㅋ
첫 판에서는 내가 샐러드류를 책임지고
남편은 회, 초밥, 혹은 따뜻한 요리를 가져온다.
둘 다 액체류를 좋아해서 스프도 최소 2종으로,
묽은 채소 스프 하나, 걸쭉한 크리미 스프 하나.
허허, 둘 다 웨딩 다이어트 효과가 남아있었네.
그리고 늘 대강만 둘러보는 디저트 테이블.
미니 케익 한 두 개를 먹어본 남편의 평은,
나쁘진 않은데 엄청 뛰어나지도 않다, 정도.
케익 및 단것을 안 좋아하는 내가 유일하게
유혹을 느끼는 디저트, 그 이름은 푸딩...
어릴 때 외국 살 때 먹었던 기억 때문인지,
이 보들보들 탱탱한 질감 때문인지 몰라도,
여튼 웨딩 다이어트 기간에 가장 생각나더라.
오랑제리의 푸딩은 내 입에는 너무 달았지만
그래도 그간 갈구했던 품목이라서 반가웠음!
... 심지어 1번 리필해서 먹었음... 크엉.
오랑제리 뷔페의 가격은 이렇다 :
점심
성인 67,000원 / 어린이 39,900원
저녁
성인 72,000원 / 어린이 42,900원
저렴하진 않지만 호텔 뷔페가 저 정도는 하지 뭐.
다만, 만족도에 비해서는 가격이 높다고 느낀다.
난 차라리 가격 더 얹어서 플라자 호텔로 가겠어!
하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루즈한 저 분위기가
아이들 데리고 가는 부모들에게는 되려 장점인지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갔어요" 리뷰가 많이 보이네.
물론 이 날 우리는 느긋하게 잘 먹고 놀다 왔지만
"내 돈 주고 재방문하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no일세.
밀레니엄 힐튼 미안? ㅋㅋㅋ
그래도 나 여의도 콘래드는 애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