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어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은 것도 아니지만,
오며 가며 남편과 함께 한 식사의 기억들,
그런 순간들을 모아모아 갈무리해둡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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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엘디아' @ 선유도
간만에, 한강 야외 러닝을 나간 토요일 아침.
4-5km 뛴 후 땀과 열기로 뜨끈해진 상태로,
뭔가 시원한 브런치가 땡겨서 흘러흘러 갔다.
생긴 게 뭔가 딱 봐도 '선유도 브런치 맛집'
이런 태그가 따라붙을 것 같은 비주얼이라서
되려 피해갈까 싶기도 했는데 (마이너 심리;)
이 근방에서 샐러드 먹을 데가 은근 없어서,
메이저고 마이너고 나발이고 ㅋㅋㅋ 들어옴.
사실, 이런 거 반항해봤자 뭐해.
막상 들어오면 이렇게 예쁘고 쾌적한 것을.
날씨 좋은 주말 아침에 좀 더 자주 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과연 실행을 할지는?
그러고 보니,
타파스 형식으로 나오는 올리브 하며...
이건 커피가 아니라 생맥주 푸드였는데?
원래 씌원한 생맥주는
일정 없는 주말 오전 11시에,
열심히 뛰어서 열과 땀 배출 후에,
약간의 일탈감을 곁들여 마시는 거 아닌가!
... 다음번 방문 때에는 기필코 생맥주로... 흡.
애당초 '시원 아삭한 풀'을 찾아온 나는 샐러드,
남편은 감튀... 아? 뭐지? 이것도 맥주 안주인데?
먹어본 바로는 음식의 맛은 뭐 중박인데,
탁 트이고 천장 높은 인테리어가 참 좋아서
필시 맥주 & 타파스 하러 조만간 가줘야긋다.
메모 -
뜨거운 햇살 후에 시원한 커피와 샐러드.
바쁜 주중과 주중 사이의 주말 오전 시간.
즉흥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
본죽 & 비빔밥 카페 @ 당산
본죽 카페는 늘 깔끔한 재료, 무던한 메뉴로
'별 대안 없을 때' 별 생각없이 갈만한 곳인데
막상 구체적으로 땡겨서 간 적은 없는 듯 하다.
그런데 이 날 (그러고 보니까 저녁 러닝 후 ㅋ)
배가 많이 고프진 않은데 뭔가 가볍게 먹고 싶고
그런데 적당량의 채소 위주 식단이 좀처럼 없고
그렇다고 김밥이나 밀가루류 이런 건 안 땡기고
아, 정말이지 집 밖에서 건강식 먹기 힘들다...
이러던 참에 한 줄기 깨달음처럼 다가와준 본죽.
그렇지.
여기 메뉴가 무던한 듯, 은근 비싼 듯 할지언정,
이렇게 산뜻하게 먹고 싶을 때는 이게 답인 거지.
연두부 비빔밥을 시켜서 밥을 반 넘게 남기니
뛰고 난 후에 속에도 무겁지 않고 맛까지 좋은 것!
앞으로 집 근처 본죽 카페를 보다 소중히 여기리라.
메모 -
신선, 담백, 보드랍고 편안하고, 나 자신을 위하는.
청수정 @ 삼청동
예정에도 없이 평일 저녁에 남편과 만난 날.
기왕 밖에서 보는 거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
사실 이 날은 메뉴나 위치보다는
주차 가능한 곳을 찾아서 간 거였는데
발렛 파킹이 뭔가 산만해서 마음도 산만했음;
그냥 삼청동은 차 가져갈 일 만들지 않는 걸로;
그래도 뭐, 음식은 그럭저럭 괜찮습디다마는.
홍합밥도 풍미 있고, 반찬도 간이 강하지 않고.
정식으로 시키니 괜히 반찬만 많은가 싶긴 해도
인당 1만원대에 한상 나오는 셈이니 나쁘지 않지.
... 그렇지만 딱히 재방문의사까지는 잘 모르겠고...
메모 -
상대방이 마음이 불편하고 다급할 때일수록
그 기색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자하손만두 @ 부암동
그래서 그 다음 날에 또 예정 없이 만나서는
(주차가 여의치 않은) 삼청동을 아예 벗어나서
(평소에 차 없이는 가기 어려운) 부암동으로~!
여기가 그 유명한 자하손만두인가.
담백하고 포슬한 만두소와, 얇은 피,
맛이 깊지만 간이 세지는 않은 육수.
진정 만두의 고수인가, 싶은 곳이었도다.
내 입에도 물론 특출나게 맛있었지만
다 먹고 나서 시식평을 물어보자 대뜸
'여기 만두, 사가자' 라는 말을 한 걸 보니
만두 애호가 남편 입에도 예사롭지 않았나봐.
메모 -
발이 아파서 몸이 힘들고 화가 난다아.
구두 소재가 좋아서 더더욱 불만이다아.
그러게 내가 한 사이즈 크게 한다는데도
굳이 만류한 파주 탠디 직원 아오팍씨...
자하,
자주빛 노을.
여튼, 한 주의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위 사진들에 등장한 순간들,
그 사이사이의 생각과 기억들을
나중에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