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식당에 대한 리뷰를 잘 쓰지 않는 요즘,

꼭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던 곳이 하나 있었다.

 

홍대입구

서교초등학교 근처

프랑스 가정식 '루블랑'

 

저녁에 와인과 함께 단품 식사도 좋지만,

점심 때 나오는 정갈한 밥상도 매력적인 곳.

 

 

 

 

 

 

매일 바뀌는 요일별 스튜와 한식 밥상,

보들보들한 수비드 토시살 스테이크와

담백하고 고소한 엔초비 오일 파스타.

 

프렌치인 듯,

한정식인 듯,

미묘한 퓨전이지만

이게 그렇게 마음이 포근해.

 

아, 물론 음식들도 하나 같이 맛있다.

특별하고 유니크한 맛이라기보다는

하나하나 기본이 잘 되어 있는 그런 맛.

 

복직 전, 애들 둘 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인생의 꿀시기를 보내는 중인 ㅋㅋㅋ

행신동 주민 밍기가 홍대까지 와주어서

'내가 아끼는 맛집'이랍시고 데려갔지!

 

 

 

 

 

 

어쩌다 보니 디저트마저 프렌치...

길 건너 연남동의 카페 '모파상'

 

홍대권에서 까눌레를 직접 만들어 파는

몇 안 되는 카페라서 열심히 찾아 갔다.

 

사실 카페의 인테리어 등은 내 취향 아니고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넋이 나가지만

이렇게 여유 있는 평일 점심에라면 가야지!

 

까눌레는 만들기도 어렵고 식감도 섬세해서

찾아가는 정성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법 :D

 

 

 

 

 

 

심지어 음료 메뉴에 '사실주의 자몽'...!

이 날은 따끈한 커피가 땡겨서 패스했지만

이것 때문에라도 필시 재방문해봐얄 듯?!

 

 

 

 

 

 

좌 루블랑, 우 모파상...

여기에 내 니트도 혹시 프렌치 앙고라?

이 날은 정말 프렌치 3단 콤보였었나!

 

일본 여행용으로 주문했던 아이템인데

배송 지연으로 막상 여행 때는 못 입음;

절묘하게도 출국일에 택배가 도착했다;

아침 비행기라 이미 공항으로 출발했는데;

 

내가 여행 직전에 급주문한 것도 아니고

한 열흘은 미리 구매했는데 이러기 있냐...

여행이 아니라면 굳이 사지 않았을텐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진은 잘 나오는군;;;

그러나 앙고라답게 하루종일 털을 뿜뿜;

어우야, 너 일단 드라이 한번 다녀와라-_-

 

 

 

 

이렇게 기분 좋게 다녀온 루블랑에는

사실 나만의 기분 좋은 기억들이 있다.

 

 

 

 

 

 

첫 방문은 별 목적이 없던 어느 저녁.

방문 예정이 없어서 카메라도 없던 날.

 

언젠가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던 곳이라

그냥 그렇게 편안하게 털레털레 찾아갔다.

 

사람 많고, 소음 많은 홍대 동네이지만

서교초등학교 뒷켠에 있는 이 지하 식당은

휑하지는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갑갑하지는 않을 만큼 아늑했다.

 

 

 

 

 

 

만세-

 

 

 

 

 

 

첫 방문이니까 고민 없이 2인 세트로-

 

 

 

 

 

 

편한 날이니까 식전주로 브뤼 샴페인 한잔씩-

 

 

 

 

 

 

도란도란하게 바 테이블 구석을 차지하고-

 

 

 

 

 

 

 

 

 

 

사실 -

첫 방문 때는 음식에 감흥이 크지는 않았다.

 

시그니처라는 수비드 삼겹살은

수비드인데도 불구하고, 삼겹이어서 그런지,

내 입에는 좀 느끼하고 무거워서 그냥그냥.

삼겹살과 파스타의 간도 약간 센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남편이 기대했던 크렘 브륄레는

푸아그라가 들어가서... 미묘한 단짠의 맛...

 

그래서 우리는

편안하고 아늑한데, 음식은 딱 취향은 아닌,

그런 집으로 루블랑을 분류해두기로 했다.

 

 

 

 

그러다가 다시금 방문하게 된 계기는 -

점심 때만 나오는 정식... 때문이었다.

 

갑자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월요일,

'아, 이대로 몸살 걸리겠는데' 생각이 들던 날.

 

홍대 근처에서 외근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문득, 여기에서 점심을 먹어봐야겠다 싶었지.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다가 몸상태도 별론데

점심마저 아무데나 들어가서 때우기는 싫었고

나 자신을 잠시라도 좀 위로해주고 싶은 기분.

 

 

 

 

 

 

루블랑의 점심 메뉴는 이렇게 나온다.

 

한국식 밥상 차림 형식에

프랑스식 스튜와 가니쉬를 더한

프랑스 정식 시리즈가 대표적이고

 

수비드 토시살 스테이크 정식이

파스타, 혹은 스튜와 스테이크 세트.

그 외 시그니처 매뉴 단품도 가능하다.

 

저녁에 비해서

양도, 가격도,

한결 부담 없는 구성.

 

프랑스 정식은 자그마치

8,800원이라는 착한 가격!

 

 

 

 

 

 

이 날은 월요일이었기에

소고기 블랑케트 정식으로.

 

크리미 화이트 소스 소고기 스튜에

밥과 반찬, 샐러드와 빵이 나온다네.

 

너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양과

봉긋봉긋 정갈하게 담은 모양이 정겨워.

 

 

 

 

 

 

무엇보다도

대학원 수업에 과제, 회사 업무 등에 치이고

몸살의 예감에 몸도 으슬으슬 춥던 이 날,

 

따근하고 부드럽고 담백한

이 스튜 한 입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혼자 와도 전혀 낯설지 않은 분위기에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바 테이블.

 

정말이지 이 춥고 피곤한 날,

나에게 딱 필요한 것들이었다.

 

 

 

 

 

 

고마워요.

짧은 식사 시간에 불과했지만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쉬어 갑니다.

 

... 그러나 결국 몸살은 걸렸다는 후문...

(사실주의 자몽의 스토리 전개 ㅋㅋㅋ)

 

 

 

 

 

 

루블랑

Loup Blanc

 

하얀 늑대

 

고독한 흰 늑대... 뭐 그런 건가.

뜻은 약간 거창한 것 같기도 하지만;

따스하게 기억되는, 나만의 단골집.

 

개인적으로 첫 방문은 가능하다면

저녁보다는 점심을 추천해보고 싶다.

 

한국식 밥상의 정갈함,

프랑스식 스튜의 포근함,

나즈막한 조명의 아늑함,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맛의 기억.

 

 

 

 

 

 

 

 

 

 

 

  

 

 

 

 

금토 휴무에 일요 출근의 일정이었는데

금요일은 회사 행사에 다녀오는 바람에

뭔가 숨만 쉬었더니 지나가버린 주말...

 

 

 

 

 

 

그래도 쉬는 날에 나서는 발걸음은

평소 일하는 날과는 좀 다른 기분이다.

 

행사 다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빗방울이 들기 시작하더니 후두두둑.

 

이런 날씨에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 바로 이럴 때 집에 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인데 -

바로 그런 순간에 집에 있는 거잖아.

 

따끈하게 차 한 잔 내려 마시면서

서재에서 내려다보는 서늘한 한강뷰.

 

 

 

 

 

 

같은 동네, 심지어 약 5분 거리에 살지만,

둘 다 선약형 인간이 되어놔서 그런지

은근히 벙개로는 잘 못 만나는 그녀와

간만에 티타임 반상회(?)를 개최하였다.

 

노리다케 하나사라사 홍차잔과

로얄알버트 미라다커 티포트에

우드윅 캔들까지 아기자기 풀세팅.

 

예전에는 수다 진도 따라잡는 자리에

술이 빠진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

 

이제는 집에서 홈웨어 입고

차 마시면서 도란도란 논다.

 

 

 

 

 

 

이 날 회동의 주요한 계기 -

건네줄 책과 티백, 그리고 파우치.

어쩌다 보니 온통 핑크가 가득하네.

 

아이띵소 파우치는

내가 예전부터 사고 싶던 건데

마침 저 한정판 핑크가 세일 중이었고

다만 나는 핑크보다는 레드가 더 땡겨서

마침 딱 이런 핑크를 좋아하는 민느에게

소소한 선물 겸 해서 핑크도 하나 사봤다.

 

파우치는 늘상 사은품 등으로 받게 되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이렇게 잇템이 보인다니까.

 

 

 

 

 

 

그에 비해 - 뭔가 음울한 ㅋㅋㅋ 나의 인증.

핑크 테이블보 대신에 우드 테이블 배경에

죽음의 식탁과, 어떤 소송과, 페스트...

 

도서 교환하다 보니 타이밍상 그리 됐수다.

그나마 로네펠트 티백들이 컬러 포인트 ㅋ

 

 

 

 

 

 

유일하게 온전히 쉬는 토요일,

날씨가 이렇게나 (춥고) 맑았다.

 

강 건너 합정과 상암을 넘어서

저 멀리 서북부까지 보이는 날.

 

뭘할까.

이런 날 뭘하고 보낼까.

 

사실 수업 과제니 발표 준비니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많지만

왠지 그냥 늘어지는 주말 아침.

 

그나마 하고 싶은 건 있지만

그것조차 꼭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집 밖으로 과연 꼭 나서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에 오전 내내 뭉그적 뭉그적.

 

 

 

 

 

 

점심 때 넘어서야 겨우 집을 나서서

평소 주말에 잘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주말에도 북적이는 9호선을 타고

삼성역 현대백화점까지 발걸음하기.

 

주말에 번화한 곳 가는 걸 즐기지 않고

요즘은 쇼핑이라는 행위도 세상 귀찮아서

일부러 백화점 나들이하는 일은 도통 없는데

 

찜해두었던 바로 이 와인색 로퍼를 위해서!

(내 입장에서는) 멀고 피곤한 길을 나섰지.

 

옷의, 옷에 의한, 옷을 위한 삶을 사는

쇼핑 선구자님의 인도하심으로 알게 된

수제화 브랜드 '스텔라 앤 로라' 제품이다.

 

합정에도 쇼룸이 있지만 매번 안 열어서

헛탕만 치다가 이번에는 제대로 노렸지.

 

뚜벅이 인생이라 편한 신발만 신는데

그러다 보니 격식 갖춘 편한 구두가 없고,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은 만나기 당최 어렵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어렵사리 만난

'바로 저거야!' 싶은 제품인 셈이니까

주말에 백화점 가는 수고 정도는 해줘야지.

 

사이즈 맞춤으로 주문했기 때문에

2주 동안 얌전히 기다려야겠지만.

 

 

 

 

 

 

코엑스몰... 이 아니라 이제 스타필드지.

여튼 이 동네 오면 왠지 가봐얄 것 같은

버버리 뷰티박스.

 

하지만 그냥 쇼윈도우만 구경하고 끝.

어차피 살 건 없고, 눈독 들여 뭐할 거며,

그냥 이 홀리데이 기분만 느끼면 되니까.

 

버버리 싱글 섀도우는 이따금씩 땡기는데

그 크고 무겁고 각진 거 모으기 시작하면

진짜 수납주의자의 삶은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또 하염없이 발길 닿는 대로

스타필드 몰 여기저기를 방랑해봤다.

평소에 잘 안 오는 곳이니까 온 김에.

 

그런데 뭐 또 별 거 없고 그렇더라?

 

 

 

 

 

 

책도 많고

채광도 많고

사람들도 많고

 

막상 차분히 책 읽기는 글렀다 싶지만

여튼 포토스팟의 기능은 단단히 하는

 

별마당 도서관.

 

 

 

 

 

 

그렇지.

이런 데는 역시 아이폰 파노라마샷.

 

 

 

 

 

 

라이언 배나왔졍 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 이름도 라이언 (시무룩) ㅋ

 

 

 

 

 

 

크리스마스 홈데코를 하는 편도 아니고

집에 물건 늘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연말 기분은 이렇게 디스플레이로 느껴본다.

 

 

 

 

 

 

벼르던 구두도 주문하고,

똑 떨어진 네스프레소 캡슐도 사고,

간만에 스타필드 몰도 다 둘러봤고,

 

이만하면 오늘 할 거 다 했다 싶지만

이대로 귀가하기에는 역시 아쉬워서.

 

갤러리아 이스트 옆, 기아차 매장에 있는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 매장 Beat 360.

 

동선 내에 있지도 않은 카페를

굳이 찾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스미스티는 정말 좋아하니까 예외!

 

티백 치고는 나름 좀 고가에 속하는데

너무나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인정한다;

 

내 사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허브 계열 No. 45 페퍼민트.

 

 

 

 

 

 

매장에 온 김에 티백도 두어 가지 사서

아까 산 네스프레소 캡슐과 나란히 두고

 

나는 페퍼민트로,

남편은 우롱으로,

따끈하게 한 잔 하고 갑시다.

 

 

 

 

 

 

여전히 차문화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향의 차를 한 잔 내려서

천천히 향을 즐기고 홀짝거리다 보면

생각도, 움직임도, 한 템포 느려진다.

 

복잡한 비교나 평가는 못하겠지만

그냥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좋아.

 

 

 

 

 

 

그나저나

셀피시티의 포토 필터는

여전히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네.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

그 어떤 주말의 기록으로는 충분한데.

 

 

 

 

 

 

  

 

 

 

 

 

 

책 소개 :

유명 요리사와 음식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끌고,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맛집 소개가 빠지지 않고,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인터넷 ‘먹는 방송’도 끊임없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요리가 어떻게 이와 같이 퍼포먼스로까지 진화했는지, 이런 행위의 연원과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유쾌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가령, 요리가 인류 문명의 근원이 되었다는 리처드 랭엄 박사의 이론에서부터, 성서의 《레위기》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정도로 고기를 불에 굽는 행위가 ‘의식’으로 기능해왔다는 설명, 값싼 요리에서 시작된 국물요리가 오늘날 지위가 격상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인류 고유의 활동인 요리가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가족의 삶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주 즐거운 일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 소개 :

저자 마이클 폴란 Michael Pollan은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환경운동가, 뛰어난 정원사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푸드 룰》 《잡식동물 분투기》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이 있다.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특히 《세컨 네이처》는 미국 원예학회로부터 역사상 매우 뛰어난 정원 관련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캘리포니아 북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많은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역사적이고 철학적이며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폴란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목차 :
1부 불: 불꽃의 창조물
2부 물: 7단계 요리법
3부 공기: 아마추어 제빵사 되기
4부 흙: 발효라는 차가운 불

 

 

**************

 

 

나의 발췌 :

 

근대 과학이 고대 요소들을 한층 기본적인 물질과 힘 -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분자로, 불은 급격한 산화 과정으로 설명해왔다 - 으로 축소하고 묵살했다 해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생 경험이나 상상력이 진짜로 변화하진 않았다. 과학은 불과 물과 공기와 흙, 이 네 원소를 118개 원소 주기율표로 치환하고 개별 원소들을 더 작은 미립자로 환원했으나, 우리의 감각과 꿈은 아직 이에 다다르지 못했다.

 

(불)

 

요리란 심리적이고도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 우리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기꺼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행위이다. 요리를 통해 우리는 어떤 냉혹한 사실(죽은 동물을 저녁으로 먹는다는 사실)과, 빳빳한 린넨과 반짝거리는 은식기로 세팅된 저녁 식사 테이블 사이에 거리를 두게 된다.

 

(물)

 

나는 동물성 음식과 식물성 음식을 액체 매질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단순히 한 종류의 식재료만을 불로 익히는 요리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를 깨닫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중략) 뚜껑을 덮은 냄비 - 오랫동안 수분과 열을 보존하기 위해 덮는다 - 는 이런 종류의 요리가 소박하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에 비해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커다란 고깃덩이를 굽는 행동은 사치스러워 보인다. 영국인들은 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예로부터 프랑스의 '소박한 냄비 요리'를 경멸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소스와 국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음식을 근사하다거나 일류 요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살코기를 그릴에 던져놓은 것은 단순한 대중요리라 여기는데 이는 역사적 상황이 역전되었음을 보여준다.

 

냄비 요리는 또한 아이들이 일찍 젖을 떼도록 하고 (그로 인해 다산을 촉진하고)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되었다. 어린아이와 노년층 모두 이가 없이도 냄비 속의 부드러운 음식과 영양가가 풍부한 수프를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물이라는 요소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냄비는 사냥을 그만두고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불로 요리하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외부' 요리였다. 요리가 밖에서, 고기가 불길에 노출되는 야외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더 큰 사회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내부요리는 뚜껑이 닫힌 냄비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흔히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났다.

 

(공기)

 

식물과 동물을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더 간단한 방법들과 비교하면 - 고깃덩어리를 굽거나 스튜 한 그릇을 끓이는 방법은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개발할 수 있다 - 빵 한 덩어리는 문명 전체를 내포한다. 빵은 인간, 식물, 심지어 미생물의 활동을 조절하고 복잡하게 분화시키는 길고 까다로운 과정 막바지에 탄생한다. 한 덩어리의 빵은 농업과 제분, 제빵 문화 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요소에도 의존한다.

 

(흙)

 

대부분의 다른 요리는 외부의 에너지 - 주로 열 - 에 의존해 식품을 변형시킨다. 물리학 화학 법칙이 과정을 지배하고, 이전에는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대상에 작용한다. 발효는 다르다. 주로 생물학 법칙이 발효를 지배하며, 이 법칙들은 효모가 내부로부터 어떻게 에너지를 생성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

 

 

나의 휘갈김 :

 

꽤 오래 전에 사둔 책인데, 두께가 제법 되다 보니까 (559p) 바쁜 와중에 쉽사리 손이 안 가서 그간 좀 묵혀뒀다가 최근에야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 두꺼운 분량과, 자칫 잘못 풀어내면 고루하기 쉬운 인문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내려간 책!

 

책을 고르다 보면 테마나 제목, 혹은 표지 디자인 등에 끌려서 들여다봤다가 용두사미 식의 전개에 실망해서 중간에 읽다가 말아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러려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 '요리'라는 소재도, '욕망하다'라는 서술적 접근도, 그리고 깔끔한 흰색 바탕의 표지에 달걀 프라이가 등장하는 디자인도, 다 얼핏 봤을 때 호감 요소인데...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면 기대치 대비 매우 지루한 인문학 강의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영리하게 쓴 책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의 '덕질' 발자취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함도 있달까!

 

이미 푸드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요리를 불/물/공기/흙(발효)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탐구하기 위해서 각 분야의 장인들을 찾아가서 직접 요리를 (때로는 해당 사업의 역사까지) 배운다. 불의 요리를 고찰하기 위해서 미국 남부의 바베큐 장인을 찾아가고, 물의 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란 출신의 친구에게서 매 주말마다 소스 조림 요리를 배우고, 공기를 이용한 식품화 과정을 알기 위해서 타르틴 빵을 만드는 것을 연마하고, 발효를 터득하기 위해서 사우어크라프트와 맥주 만들기에도 도전... 이만하면 책도 책이지만, 허허,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요리 체험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게 진짜 킥포인트.

 

실컷 전통 미국식 바베큐에 대한 체험담을 늘어놓다가, 문득 역사인문학적 접근이 스리슬쩍 자리잡는다. 이를테면, 바베큐의 진한 훈연 향에서 고대 신에게 바친 번제를 떠올린다거나, 인류와 불의 역사에 대한 비유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직접 체험담과 인문학적 분석, 이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쳤더라면 별 의미가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기 십상이었을텐데 강-약-중간-약 패턴이 변주를 이루며 중간중간 감탄을 자아낸다.

 

무울론, 공기를 빵에 접목하고 발효를 흙 요소에 연관 지은 것은 - 고대의 4원소를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기 위해서 약간 무리수를 두는 느낌도 들지만 ㅋㅋㅋ 그래도 각 분야의 체험과 서술, 그리고 통찰이 꽤나 충실하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첨언 : 원제는 'Cooked : A natural history of transformation' 이어서 자연의 식재료를 인간 문명의 요리라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방점을 뒀는데 이를 의역하다 보니까 한국어판 제목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긴 하다. 뭐, 그렇다고 저걸 '요리 : 변화의 자연사' 이런 식으로 직역했더라면 도통 흥미가 안 생겼을테니까 어쩔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런 아쉬운 마음을 반영해서 내 독서일기 포스팅 제목에는 원 제목을 포함시켰음!)

 

 

 

 

 

 

 

 

 

  

[독서일기] 진심의 공간 by 김현진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1. 9. 18:00

 

 

 

 

 

 

 

저자 : 김현진

출판사 : 자음과모음

 

책 소개 :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너무나 낯설어진 일상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 
건축가 김현진이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안동, 고령, 속초, 해남, 제주 등 전국을 직접 발로 누비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너무나 낯설어진 일상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수한 선과 숫자로 설계 도면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살아갈 이의 삶을 그려왔던 건축가 김현진은 이번에 텍스트를 통해 ‘진심의 공간’이라는 집을 짓는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역할은 공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개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공유하고 알리며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것. 이러한 건축가적 관점이 이 책 전반에 여실히 드러난다.
서산고택, 납읍리 창고, 주택의 부엌과 지붕, 명인당 도장집, 제실 할머니 집, 오경아의 정원학교 등 그가 직접 자귀 짚은 공간을 따뜻한 애정으로 담아낸 사진은 마치 글 속 공간에 있는 듯 한 현장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글과 어우러지며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오는 이들의 일상과 그 일상 속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그의 사진은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진심의 공간일 것이다

 

목차 :

문은 비대칭이다
느린 계단
창의 모순
지붕의 사색
물러난 대문
책장과 독립심
탁자의 초대
부엌의 고독
방과 죽음
우리에게 공간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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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책의 제목과 목차를 보고 막연히 끌렸지만, 막상 책장을 펼지고 나서는 다소 관심이 식은... 나에게는 용두사미가 되었던 책의 짧은 기록;;;

 

일상의 공간들, 집의 구석구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에세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깔끔한 표지 디자인도 호감을 더했고, 목차의 흐름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여기에서 그쳤다.

 

아마도 이 책이 풀어나가는 느리고 사색적인 이야기들이 나의 관심사나 삶의 속도, 취향에는 잘 맞지 않았던 모양. 그리고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에 비해서는 저자의 필력이 그리 능수능란하지 못하다고 느꼈던 탓인지, 금방 책장을 덮어버린 기억이다. 미안해요, 작가님. 주제는 멋진데 글로서는 크게 매력을 못 느꼈어요.

 

업계상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인테리어 드좌이너 동동양에게 넘겼는데, 잘 읽었을런지 모르겠네...

 

 

 

 

 

 

 

 

  

 

 

 

 

 

 

 

저자 : 제리안

출판사 : 앵글북스

 

내공 충만한 로맨스 탐닉자들이여, 이젠 펜을 들어라! 연 350억을 넘게 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작가도 펜픽을 쓰던 평범한 아줌마였다는 사실! 드라마를 보며 “저건 나도 쓰겠네!”를 외치는 당신, 놀면 뭐하나, 짬짬이 쓰고, 즐기고, 돈도 벌자!

 

목차 :

* 1부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심리학 혹은 연애학
1장 그래서! 우리에겐 로맨스가 필요해

2장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남자의 모든 것
* 2부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 실전 가이드라인은 이러하다

3장 돈버는 로맨스는 따로 있다: 20가지 머니코드(Money Code)

4장 망하는 로맨스도 따로 있다: 5가지 실패 코드(Failure Code)

5장 남녀주인공의 자격: 캐릭터

etc

 

 

**************

 

 

나의 휘갈김 :

 

친애하는 앵글북스 강대표님이 신작이라면서 하사하신 선물 ㅎㅎㅎ 덕분에 평소에 내가 찾아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를 들여다봤네. 로맨스 소설, 그것도 글쓰기로 대박나기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알겠지만, 난 평소에 로맨스와는 거리가 꽤나 멀다. 향유자로서도, 창작자로서도. TV 드라마도 안 보고, 웹소설도 안 읽고, 배우도 잘 모르고, 로맨스물에 등장하는 대사들은 영 취향에 안 맞는다며 손사래 치는 타입.

 

그럼에도 이 책을 어느 정도 흥미를 갖고 봤던 것은 - 요즘 같이 웹소설 등 다채로운 형태의 읽을거리가 발달하고 수익 형태로 연결되는 시대에, 내가 글을 통해서 창출할 수 있는 부수입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은 역시, 나는 로맨스는 아닌 것 같다는 것 ㅋㅋㅋ

 

일단, 작가가 예로 드는 수많은 히트작들 자체가 낯설어. OO 드라마의 주인공 XX의 대사나 행동이 나와도, 그걸 본 적이 없으니 감흥이 생길 수가 없는 것 ㅋㅋㅋ 그냥 처음 접하는 사례로 마음을 비우고 봐도 상황에 감정이 잘 몰입되지는 않고 뭐 그렇다. 다만, 나 자신을 끼워넣을 수는 없을지언정 '아, 소비자가, 시장이 이렇게도 움직이는구나'를 한번 고찰해보는 의미는 있었다. 아무리 내가 관심 1톨도 없다고 해도 로맨스 소설 그리고 드라마들은 여전히 현실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고 그에 부합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까!

 

평소에 로맨스류를 즐겨 소비하고, 글쓰기에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 '어쩌면 나도?' 라는 생각을 품어볼 법 하지 싶다. 장르 작가라는 건 누가 정해줘서 하는 건 아니고, 본인이 글로 풀어내고 싶은 로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거니까... why not me?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책 :)

 

 

 

그나저나 로맨스 장르는 아니라고 쳐도, 나도 뭔가 글로 연금(?) 벌 방법 없을까... 오늘도 궁리궁리 해본다. (82년생 김지영도 그런 시각에서 읽은 1인 ㅋㅋㅋ)

 

 

 

 

 

 

  

망원시장의 가을 풍경 -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7. 11. 9. 00:00

 

 

 

어느덧 한 달도 더 된,

추석 전에 잠시 들러봤던

망원시장의 풍경 몇 가지.

 

 

 

 

 

 

말이 전통 장일 뿐

막상 살 건 별로 없는 곳들과는 달리,

 

이 곳, 망원시장은 늘 올 때마다 근사하다.

품질 좋고 저렴한 식품들과 생필품들이 가득.

꽤나 알차고 푸짐한 간식거리들도 구경거리.

그리고 현대화된 시장 시설들도 제법 깨끗해.

 

집 근처에 이런 시장 하나 있으면

오며 가며 소량으로 채소 사고, 그럴텐데!

 

물론 그렇다고 지금 거주하기에 너무나 좋은

당산을 굳이 버리고 망원으로 갈 건 아니지만;

 

 

 

 

 

 

왠지 빛깔이 고와서 찍어본, 김장 준비철의 배추.

 

 

 

 

 

 

손 많이 가고, 양 조절이 어려운 나물류는

2인 가구에게는 당최 쉽지 않은 아이템인데

 

시장에 이렇게 종류별로 파는 걸 보니까 -

왠지 2-3가지쯤 사고 싶어졌... 지만 참았다.

당분간 집밥을 먹을 일이 요원하던 시기라서;

 

뭐, 구경만으로도 왠지 시장 유저가 된 기분!

 

 

 

 

 

 

아욱

아욱아욱아욱아욱

 

실팟파파파파파파파

 

 

 

 

 

 

추석 분위기 양껏 내주는, 가을 홍로 한 무더기.

 

 

 

 

 

 

초점이 나가서... 얼결에 몽환적인 보케샷 ( '-')

 

 

 

 

 

 

그러나 초점을 바로잡고, 다시 한번 셔터를 찰칵!

 

 

 

 

 

 

 

망원시장에서 우리가 아는 최고의 맛집,

현정이네 국물있는 철판두루치기.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갔던지라

국물 엑기스에 밥을 볶아 먹지 못했네. 이런.

 

하지만,

개운하게 칼칼한 것이 언제 먹어도 뫄이쪙.

 

출퇴근 거리 때문에 양평에서 망원으로 이전했는데

그 이후로 망원동 붐이 일어났지. 사장님 축하드림돠.

 

 

 

 

결론 : 망원시장 좋아.

 

 

 

 

 

 

  

 

 

 

 

태국을 좋아하고,

태국 음식도 좋아한다.

 

어느덧 한국에도 태국 음식점이 늘어나서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르가 되었지만

그 중에서 '바로 이거다' 싶은 곳은 드물더라.

 

그럴싸하지만 가격이 높은 곳은 만족도가 낮고

아늑하고 입소문 난 곳들은 늘상 대기해야 하고.

 

그래도 여기는 제법 괜찮지 않을까! 라는 기대에

뜨문뜨문 2번이나 찾아간 곳이 한 군데 있었으니

 

바로 논현동 영동시장 안에 있는 '반피차이'

 

그러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음, 뭐, 난 잘 모르겠다...

재방문은 하지 않을 듯.

 

서두부터 김빠지는 결론 투척 ㅋㅋㅋ

그 이유를 설명하는 포스팅이랄까 ㅋ

 

 

 

 

 

 

전통시장인 듯, 아닌 듯,

어찌 보면 시장 코스프레의 맛집 골목.

 

사실 나도 여기를 시장으로 찾아간 적은 없다.

반피차이 가는 길목이어서 지나간 것 뿐 ㅋ

 

 

 

 

 

 

시장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반피차이.

'오빠네'라는 뜻이라는데 사장님 얘긴가...

 

큰 길가도 아니고,

논현동 맛집 메인 골목도 아니고,

시장 구석까지 걸어들어와야 하기에,

 

우연히 지나가기보다는

알고 찾아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나름 입소문이 나있고,

식사 때에 가면 자리가 없기도 하고,

강남권에서 잘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부지런히 찾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와 소박한 간판.

그 덕분인지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던

엄마도 가게를 못 보고 그냥 지나가심;

 

 

 

 

 

 

저 분이 '오빠네'의 '오빠'이신 건가!

20인도 채 안 되는 내부 규모에다가

오픈 주방, 그리고 손맛 나는 장식들.

 

그런데 음악은 애매한 아이돌 케이팝 ㅋ

 

 

 

 

 

 

태국어인지

휘갈겨 쓴 한국어인지

얼핏 보면 헷갈리는 글씨들.

 

여튼 자세히 보면,

가게 소개, 와이파이 안내, 주차 정보,

나름 다양한 정보가 혼재해 있다 ㅎㅎ

 

의외로 매장 앞 주차가 2대 가능하다는 점!

시장 안이라서 애당초 불가한 줄 알았는데?

 

 

 

 

 

 

불을 다루는 남자 ㅋㅋㅋ

이렇게 규모가 자그마한 식당일수록

주방장의 움직임이 보이는 게 재미있지!

 

 

 

 

 

 

 

시장 식당,

태국 음식,

오빠 컨셉,

 

등에도 불구하고 사실 음식값은 낮지 않다.

뭐, 사실 한국의 식자재 물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원인 다 차치하고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식당의 컨셉대비 비싸다는 것.

 

메뉴에서 추천하는 2인 세트가 7만원,

단품으로 시켜도 4-5만원은 거뜬히 나옴.

 

물론 가끔 가다가 먹는 태국 음식이니

맛있는 식사 한 끼에 쓸 수도 있다 싶은데

뭐랄까, 편하게 가서 큰 돈 쓰고 오는 기분.

 

 

 

 

 

 

아늑하고 손맛 나는 인테리어는 마음에 든다.

동남아에 살았던 기억에 엄마도 좋아할 듯!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서빙되는 밑반찬들.

... 짜다...

 

새콤하거나 매콤하거나 감칠맛 나는 등

다른 미각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염도 컨트롤이 안 된 게 아쉬워.

 

'오빠네'는 미각이 좀 둔한 걸까... 싶기도.

 

 

 

 

 

 

 

 

아마도,

그린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

그리고 프라이드 닭봉인 까이텃.

 

이 2가지 세트도 있던데 그걸로 할걸.

 

쏨땀은, 역시나 짜다.

새콤 알싸한 맛만 해도 충분한데

아니, 대체 왜 짜게 만드는 거죠.

 

닭봉, 그것도 튀긴 닭봉은 내가 원래

즐겨먹지 않는 장르여서 더 심드렁...

왜 시켰지, 이거. 그리고 이 역시 짜다.

짜! 음식들이 죄다 짜다고! 어째서!!!

 

 

 

 

 

 

여튼, 맥주가 땡긴다는 어무이를 위해서

병맥주를 한 병 시켜서 2:1로 나눠 마시고...

 

 

 

 

 

 

끄이띠유 똠양, 즉 똠양 쌀국수.

 

엄마도 나도, 똠양꿍 디게 잘 먹는데

이거 참,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미묘하다.

 

향신료의 매력이 확 살아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한국식으로 개운하지도 않고,

그리고... 역시나 짜다... 염분 왜 와이 어째서.

 

 

 

 

 

 

그러고 보니 공심채 볶음도 시켰네 ㅋㅋㅋ

저게 원 재료의 맛이라서 그나마 괜춘한 편.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보니 그럴싸하고

실로 먹기도 그럭저럭 잘 먹었지만 -

 

이렇게 애매한 만족도로 먹고 나와서

2인 5만원, 게다가 음식 간도 짜다면,

글쎄올시다. 난 영 흡족하지가 않아.

 

어찌 보면 -

완전 태국 현지의 맛도 아니고

딱히 한국 대중적인 맛도 아닌데

'태국 현지 같은 아늑한 분위기'로

과대평가된 집은 아닐까... 싶어졌다.

 

영 입 안이 짜고 텁텁해진 바람에

근처 수퍼에서 생수를 2병이나 사마시면서

향후 재방문의사는 없음을 재확인했다...

 

영동시장의 태국 오빠네, 난 잘 모르겄네요.

심드렁하게 썼지만 굳이 가게 정보 첨부 ㅋ

 

 

 

 

 

반피차이

 

(구) 논현동 145-12 1층

(신) 강남대로124길 23

영동시장 골목 내 위치

 

영업시간

화금 11:30~22:00

토일 12:00~22:00

브레이크 15:00~17:00

월요일 휴무

 

주차

가게 앞 2대 가능

(그러나 공간 제한적)

 

 

 

 

  

[독서일기] 82년생 김지영 by 조남주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1. 8. 16:00

 

 

 

 

 

 

 

저자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

 

책 소개 :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

 

 

나의 휘갈김 :

 

이미 대한민국에 이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보다 읽어본 사람들이 체감상 더 많을 것 같은데... 한번은 읽어보고 싶지만 묘하게 손이 안 가던 이 책을 우연히 빌려서 하루만에 읽어내렸다.

 

대한민국 또래 여성 중에서 가장 흔한 김지영이라는 이름, 81년생인 나와 사회적 동년배인 82년생,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존재... 어찌 보면 내가 자아를 이입할 만한 요소가 꽤나 많은데도 나는 의외로 푹 빠져들지도, 아주 분노하지도 않으면서 읽었다. 음, 그렇지, 있을 법한 일이야... 라는 생각 정도만 내내 하면서.

 

나에게 이 소설은 엄청 감명 깊다거나 인생 작품, 이런 건 아니고 - 작가가 소재 접근과 구상을 잘 한, 똑똑한 작품이라는 인상으로 남았다. 오늘날의 사회를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할 법한 생각들을, 아 그렇지, 이렇게 풀어내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겠구나. 이거 참 괜찮은 방법인데?

 

첨언이지만, 로맨스는 역시나 내 장르는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고서 ㅋㅋㅋ 그렇다면 나는 이런 논픽션적인 소재를 픽션적으로 쓰는 게 더 잘 맞지 않을까? 라면서...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책쓰기에 대한 상상을 더해준 계기이기도.

 

여튼, 잘 만든 소설이다. 그렇다.

민음사의 '오늘날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쉽게 읽히지만 작품성도 의미있는, 괜찮은 책들이 꽤 많고만. 하드커버에 표지 디자인도 개성 있고, 그러면서도 가볍고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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