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방문을 예견했던 것 마냥,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도쿄 스누피 뮤지엄


볼거리를 찾아서 멀리 갈 생각도 없었고,

오전에 츠키지 시장에 이미 다녀왔으니까

오후에는 그냥 카페에서 노닥거려도 좋다,

는 마음가짐이었는데 마침 딱 걸린 이 곳.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산책 가는 기분으로

시시덕거리면서 구경해도 좋을 것 같았다.


위치는 아자부주반과 롯폰기 사이 어드메.

다이몬역 근처의 프린스 호텔에서 가자니

언덕길을 넘어서 30분 가량 걸어야 했는데

그 여유로운 산책 덕분에 더욱 좋았던 방문.







걷다가 걷다가 걷다 보면

가족 단위 구경꾼들이 수렴하는데

그 즈음 어딘가에 보인다 ㅋㅋㅋ







3D 피규어도 많고 애니메이션도 있지만

그래도 스누피를 비롯한 피너츠 주인공들은

툭툭 슥슥 그린 펜터치 버전이 가장 매력적!


그 덕분에 다행히 굿즈 욕심이 안 생김... ㅋ







주말 오후여서 대기줄이 제법 있었는데

기다리는 공간 여기저기에도 볼거리가 많다.


세상 모든 덕질이 그러하듯이 -

아는 게 많을수록 쏙쏙 보이는 디테일들.


이건 언제언제의 버전의 삽화이며,

당시 화풍이 이랬고, 어쩌고 저쩌고.







근데, 뭐, 히스토리 전혀 모르고 봐도

세상 귀여움에 온통 즐거울 수 있다 :)







크, 이건 솔직히 집에 하나 두고 싶을 정도였...







무작정 캐릭터들 나열하는 게 아니라

나름 기간 한정 테마가 있는 전시인데,


이번 테마는 Love is all around ( '-')


정해진 테마 내에서 전시를 보다 보니까

이 단순한 듯, 별 내용 없는 듯한 만화에

얼마나 많은 디테일이 숨어있는지 보여!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남편의 피너츠 덕질을 이해하게 되고...







티켓조차 각각 다른 카툰 스트립이다.

Ah... 덕후 공화국 닛뽄 존경함미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모든 구석구석, 모든 순간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고 충족시켜주는 이런 섬세함.


+

입장료는 성인 2,000엔으로 좀 비싼 편.

관심 없는데 그냥 들르기에는 부담스러울지도.

나는 개인적으로 저 돈 아깝지 않을 정도였지만!







한쪽 벽면에 가득한

찰리 브라운과 그의 개.







편하냐? ㅋㅋㅋ







찰리 & 스누피 전면 일러스트도 이렇게

흑백 카툰 스트립으로 구성한 거 ㅠㅠㅠ







멀리서 봐도 멋지고

가까이서 봐도 재밌고


으아 으아아아







요렇게 줄 서서 돌아 돌아 오면 -







본격 전시 공간이 시작!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됨미다 ㅋ







만화나 캐릭터 전시, 스토리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어릴 때부터 피너츠를 애호해오신

남편군의 해설을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중간중간 Vince Guaraldi Trio 의

Peanuts Jazz OST 얘기도 해가면서.







피너츠 월드의 이 조곤조곤한,

어찌 보면 다소 썰렁 허무한 유머가

예전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매력을 느끼고 나니까

도란도란 스며들듯이 다가오더라고.


밀어붙이지도 휘몰아치지도 않는,

소위 '빵터짐'을 의도하는 게 아닌

네모칸 안의 이 편안한 세상이란.








집에 액자를 걸어둔다면,

난 이거 연작으로 할래 :)







빠뜨릴 수 없는 테마 -

시니컬 피아니스트 슈뢰더와

지치지 않는 스토커(?) 루시...







OST 앨범에서 늘 비중이 제법 있는 -

담요쟁이 라이너스와 찰리 동생 샐리.







기분 쬬아? :)







앍 ㅋㅋㅋㅋㅋㅋㅋㅋ

스누피 배나왔졍 ㅋㅋㅋ


이 버전 일러스트 미치게 귀엽 ㅋㅋㅋ







스누피 장면에서 나름 씬스틸러, 우드스탁.

카카오프렌즈로 치자면 콘 같은 존재인가.







크, 이렇게 완전 초기 버전의 신문 연재본까지!







서늘한 가을날 도쿄에서

여유롭게 행복하게 즐긴

따스한 스누피 월드 :)







저 하트 머그들은 판매하면 사고팠는데!

아쉽게도 전시만 하고 샵에는 없더라...


남편이 어린 시절 애용하던 머그인데

언젠가 깨졌었나 잃어버렸나 했다기에

꼭 사려 하였건만... 일단 사진으로라도...







피너츠 ㅋㅋㅋ 버터 ㅋㅋㅋ

네이밍이 귀여워서 살 뻔 했네 ㅋ







쓰지도 않는 손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손맛 나는 심플 흑백 일러스트 엽서들.


역시 스누피 & 타이프라이터 테마가 최고야.







라이너스의 담요를 테마로 블랭킷 카페도 있는데

자리도 없고 심지어 대기줄마저 있어서 단박에 포기.







너네 왜 이렇게 인기 많고 그르냐아.







밖에는 이렇게 푸드트럭이 있기는 한데

여기는 커피보다는 푸드 중심이어서 패스.


Snoopy's Hot Dog 메뉴명 좀 보소. 크.

그런데 난 사실 핫도그 안 좋아함 ㅋㅋㅋ





찰스 슐츠의 피너츠 월드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


전시 테마 바뀌면 또 가보리라 :)


이렇게

일본 놀러갈 이유가 또 적립되었네!








  





더 늦기 전에 호다닥 올려보는 도쿄 후기!


2017년 11월, 남편의 출장에 연이어서,

주말 끼고 딱 2박 3일 다녀온 거라,

여행이라기보다는 나들이 같았던 도쿄.







일상은 무겁지만

떠남은 가볍게 :)


엄마가 팸세에서 건졌다며 안겨준

알록달록 키플링 소프트 캐리어에

옷가지 몇 점만 넣고 도르륵도르륵.


세안 및 샤워용품도 남편 출장편에

미리미리 보내두었지. 후후후-_-v


공항에서 혼자 비행기를 기다리면

출장 같은 기분인데, 주말 여행이라니!


가뿐하게 나 혼자 여행하는 기분과

여행지에서 조우하여 데이트하는 기분,

일타쌍피(?)하는 이런 즐거운 가을 주말.


심지어 대학원 수업 발표도 딱 마치고

기말고사 기간 닥치기 전에 잠시의 여유!







뭐, 인천-나리타 구간이야 졸다 보면 금방이지.

그러고 보니 2010년 여름 이후 7년 만의 도쿄다.


급행 타고 남편과 만나기로 한 다이몬역으로~

잠시 혼자이지만 그리 혼자가 아닌 기분이다.







아무런 차질 없이 제시간에 현장 조우 :)


이 안온한 여행에 굳이 약간의 스릴이라면,

남편과 만나기 전까지 와이파이의 부재...?


만나면 어차피 같은 에그 공유할 거라서

공항에서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굳이 추가로 돈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급행 열차 시간 정도만 알아보고 말았다.

혹여 꼬이면 호텔 로비에서 만나는 걸로...


그런데 공항에서 급행 지하철 타기 전에

짧게나마 와이파이가 연결이 돼서 ㅋㅋㅋ

정확한 픽업 시간을 예측할 수 있었음 ㅋ







이제부터 여행 기분이다아아-


서울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로 인해서

이미 패딩권(?)으로 진입했을 때였는데

도쿄는 이렇게 자켓 내지는 니트권(?)이네.







호텔이 짐 풀고 재정비를 한 후에 나서서

난데 없이 편의점에서 에그 샌드위치부터...


정해두고 맛집 탐방할 생각이 없기도 했고,

편의점 투어야말로 일본 여행의 재미 아닌가!


게다가 며칠 전부터 타마고산도에 꽂혀서 ㅋ

종류별로 먹어보리라는 소소한 다짐을 했지.


하, 진짜 별 거 없이 재료 진짜 단순한데

뭐 이렇게 몰캉하고 보드랍고 맛있다냐?!


장인정신 돋는 맛도 맛이지만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떠듬떠듬 보며

랜덤 뽑기 하는 기분으로 음료수 골라서


맛있으면 맛있는 대로 즐기고

맛이 없으면 없는대로 킥킥거리는

그 여행자의 기분이 참 좋았다 :)


저지방 두유인 줄 알고 집은 음료수는

알고 보니 흑초였다는 일화와 함께...







일정이 짧은 만큼 구경 욕심도 많지 않아

숙소에서 동선 좋은 곳만 스리슬쩍 다녔다.


거리 구경과 약간의 쇼핑을 겸할 수 있는

시부야 거리에서 도쿄에서의 첫 날 저녁을.


크리스마스 느낌이 영 줄어든 서울과 달리

도쿄는 여기저기 반짝반짝 축제 분위기.


뭐 살 게 있나, 눈에 불을 켜는 게 아니라

어슬렁거리면서 이런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찌 보면 서울 명동 데이트 같기도 한데

마음가짐이 다른 건 역시 '떠나옴' 때문인가.







... 혹은 선출시된 아이폰X 때문인가 ㅋㅋㅋ


물량이 있는 걸로 잠시 오인하는 바람에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두고

지인 대리구매라도 해다줄까 해봤지만

결국 알고 보니 대기만 3주 해야 한다고.


사전 체험으로 만족하렴, 우리 집 공돌이.







IT에 별 조예도 관심도 없는 이 분은 ㅋㅋㅋ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 소품샵에서 이렇게!


사실 여행에서 기념품 사는 타입도 아니고

집에 장식을 하는 취향도 아니기 때문에

딱히 구매할 건 없지만, 그래도 신나쟈나...







개중에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찾아서

바리바리 산 것은, 난데 없는 잉크 대리구매.


'세상 모든 것, 특히 겔랑과 블러셔를 모으는'

우리 짝곰이 급기야 잉크 덕질에 빠지셔서...

도쿄에서 파일롯 잉크 한정판 수급해달래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사옴 ㅋ


우리가 요래요래 서로 덕질에 협조적임미다...

당최 잉크를 왜 색상별로 모아야 하는지는

나로서는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ㅋㅋㅋ

각자 하고 싶은 거 하고 재미지게 살아여~


워낙 쇼핑을 안 하고 돌아온 도쿄였기에

결국 병잉크 5종이 가장 무거운 짐이자

민감한 액체 짐이 되었다는 후문 ㅋㅋㅋ







남의 쇼핑만 실컷 하고 우린 뭐 슬렁슬렁.







돈키호테 가서도 엄마가 부탁한 카베진만 사고

왠즤 물욕이 안 생겨서 셀카 드립질만 치고 옴.







명동 같은 시부야 번화가로만 다니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를 지경이라

이 풍경에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저 선술집 간판 비주얼이 왠즤 맘에 들어서!


사실 여기는 사진만 찍고 지나갔었는데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이 분위기가 못내 마음에 남아서 결국

'오늘 저녁은 저기에서!' 급결정해버렸지.







에헤헤헤.

남들이 추천하는 맛집 찾아다닐 거 뭐 있나.

우리가 가는 곳이 곧 맛집이고 곧 여행이지.







간만에 금주를 깨고 입에 댄 나마비루는

청량한 천국의 맛이자 행복의 강림이었...


아늑한 분위기,

따끈한 숯불구이 꼬치,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약간의 고립감.


완벽했다.

크으.







시부야 횡단보도가 잘 보이는 카페를 찾다가

흘러흘러 록시땅 카페 2층에 안착하게 됐다.


예쁘긴 한데, 쓰잘데기 없이 비싼 곳 같아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뷰를 찾다 보니 결국-_-


데이트 기분 내면서 도란도란 잘 놀았네.

이 곳이 시부야인들, 명동인들, 뭔 상관이여.







도쿄타워가 숙소인 프린스 호텔 바로 옆이라

오며 가며, 낮풍경 밤풍경 다양하게 많이 봤다.


그저 3일짜리 짧은 일정 동안이라도

우리의 여행 속의 일상 풍경이었던 :)







잠드는 순간까지 함께 해준, 도쿄타워.







다른 건 몰라도 츠키지 시장만큼은 꼭...!

경매 관람 신청은 못 했지만 나름 일찍 가서

수산시장의 아침 모습 이모저모 구경도 하고

본격 점심 인파 몰리기 전에 돌아다니다가 -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

스시쿠니에서의 인생 우니동 영접.


원래 우니동은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지라

지도에 표시는 해뒀지만 대기줄이 길까 싶어

딱히 꼭 갈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었는데!


오전 10시 개점을 앞두고서 9시 반 이전에는

대기 인원이 그리 많지 않길래 감행하였소.


하, 이 집의 감동은,

우니의 강렬한 미각 경험이란,

평생에 기억될 식사의 기록이란,

이 포스팅에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미각 뿐만 아니라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듯.

맛을 넘어서서 격하게 행복했습니다. 녜녜.


그릇당 가격이 원화로 거의 4만원 육박인데

정말 단 한 푼도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소.


진짜 이거 먹으러 도쿄 다시 갈 의향 충만함.

미슐랭 별점식으로 하자면, 몽슐랭 ★★★


... 소감에 비해서 글은 참 얌전하네...

내면의 소리를 그대로 문자화하자면 -

미친! 대존맛!!! 으허어허허어허헣ㅎ







우니동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ㅋㅋㅋ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오후 시간은

인근의 스누피 박물관으로 나들이 갔다.


도쿄까지 가서, 그것도 짧은 일정에,

만화나 캐릭터 들이파지도 않는 사람이,

웬 스누피 박물관... 이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나름 우선순위 높은 볼거리!


브뤼셀의 만화 박물관에서 내가 그랬듯이

스누피 박물관은 남편이 아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문화와 취향, 그리고 기억

모든 것이 녹아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츠키지 스시쿠니의 우니동처럼,

이거 보러 도쿄를 다시 갈 의향이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진한 기억의 교집합 :)







저녁은 롯폰기에서 놀아볼까 어쩔까 했는데

음, 롯폰기라는 동네는 어째 나랑 잘 안 맞나봐.


아늑한 맛은 하나도 없고 죄다 비싸기만 해.

게다가 일본에 온 기분을 만끽한다기보다

그냥 쇼핑이나 고급바에만 최적화된 느낌?


물론 롯폰기에도 찾아보면 구석구석에

아늑한 술집이나 식당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딱히 예습이나 연구하지 않고서

발걸음 가는 대로 다니던 우리 눈에는 영...


그래서!

결국 롯폰기에서는 사진 하나 안 찍고

바로 숙소 근처 다이몬역으로 복귀해서

그냥 느낌 닿는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크으, 그랏췌.

이거시 우리의 여행이여.

도쿄의 아늑한 주말 밤에 치얼쓰.







한참을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나왔는데

뒤돌아봤을 때 이런 장면으로 남은, 이 날 밤.


그나저나 왼쪽의 저 커플 술 짱 잘 먹드롸...

독주를 쉼 없이 먹는데 취하지도 않으심...







마지막 날은, 짐 싸서 공항 가는 거지 뭐.

비록 짧은 시간, 소소한 일정들이었지만

관광지 숙제 해치우듯이 하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을 꼭꼭 눌러 담아서 갑니다 :)







도착한 날은 포근한 가을날이었는데

떠나는 날 아침은 어쩐지 겨울이었던


도쿄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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