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카페를 만났다.







카페 샌드박.

Cafe Sandpark.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들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홍대 인근 동네에서 나름 터줏대감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는, 카페 샌드박. 비록 인근 지역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서 중간에 가게 위치는 한 번 옮겼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곳.


2010년 7월에 시사인 기사에도 등장헀네 :

홍대 ‘옆’에서 문화반정을 이룬 망명객들 (클릭)


2010년 당시에 이미 홍대 장사 9년차였으니까, 2018년 현재는 자그마치 17년차... 소위 '핫'해지면서 호흡이 가빠진 이 동네에서 한 업종, 한 상호로 거의 20년이 목전이라니, 이 정도면 터줏대감 자격 충분한 거 아닐까.








뭐, 그렇다고 쳐도 홍대의 많은 골목들에 깃든 작은 카페들만 해도 수도 없이 많을텐데 굳이 여기를 인지하게 된 계기는 역시 - 애프터눈티 세트 때문이었다. 이따금씩 예쁘게 차려낸 오후의 여유로운 티세트 한 상이 생각나면서도 케익이나 머핀 등의 달고 버터리한 디저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늘 망설이게 되는 나는 '아삭아삭한 미니 샌드위치'가 꼭 포함되어 있고, 케익류는 최소한으로 한입거리만 구성되어 있으며, 티의 선택권이 넓은... 그런 애프터눈티 세트를 종종 찾아보곤 한다.


그런 내 레이더에 종종 걸려들길래 갈무리해두었던 카페인데, 알고 보니 단지 '애프터눈티 세트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니라, 파티셰이자 티 소믈리에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전문점 카페라고 한다. 사장님 이름인 '박혜정'의 '박'을 따서, 샌드박. 샌드위치, 그리고 박혜정. 샌드박.







손때 제법 묻은 메뉴판에는 커피, 베이글, 샌드위치에 샐러드에 수프까지, 먹거리 마실거리가 제법 다양하다. 요즘에는 쉬는 날에 어디 멀리 찾아가고 북적이는 데에 발 들이기보다는 어디 아늑한 카페에서 책 읽고 과제하고 공부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아서 이렇게 식사거리도 파는 카페가 참 반갑다. 하루 종일 앉아서 자리 차지하고 전기 쓰고 와이파이 쓰고 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나는 카페에 한번 자리 잡으면 매상 충분히 올려주는 데에도 신경을 쓰는 편! 이런 집들이 잘 돼야지 암만 :)








직접 구워내는 케익과 마들렌, 베이커리류들도 아기자기하게 구비되어 있다. 메뉴판에 따로 기재를 안 하는 걸로 봐서 이런 간식들은 그날그날 재료나 날씨, 혹은 사장님 기분(!)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홀케익 예약도 될까?







벽쪽, 내 마음에 쏙 드는 자리에 앉아서 바라본 카페 내부 전경은 이렇다. 2인석 기준으로 10 테이블이 채 안 되는, 작다면 자그마한 카페. 점심 시간 전후로 몇 시간 동안 있었는데, 사람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그렇게 많이 시끄럽지는 않았고, 음악은 주로 올드팝, 데시벨 너무 높지 않게 은은하게 틀어놓았다. 소음 스트레스에 유독 약해서 시끄러운 곳에 오래 못 있고 카페에서도 이어폰 없이 잘 못 버티는 편인데, 여기에서는 어쩐지 이어폰 생각이 단 한번도 나지 않았네. 중간중간에 직원분이 커피콩 가는 소리, 안쪽 공간에서 사장님이 베이킹하느라 오븐 타이머가 땡! 울리는 소리, 빗자루로 바닥 쓰는 소리 등이 들려오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신기하게도 없었다. 중간에 목소리가 다소 큰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았다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귀가 참 편안한' 그런 곳.


이 장면에서 흘러나온 곡은 :

I Just Fall In Love Again, by Anne Murray.







옹기종기 걸려있는 심플한 머그컵들 모습이 깔끔하면서도 정겹다. 어딜 둘러봐도 색감이 과하지 않고 편안한 풍경이어서, 책을 보다가도, 레포트를 쓰다가도,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서 둘러보게 된다.







파티션 안쪽은 티리프들과 애프터눈티 다구들이 가득가득! 이 공간에서 식재료를 손질하기도 하고 베이킹을 하기도 하고, 저 테이블에 사장님이 앉아서 베이킹 관련 책을 읽고 있거나 하더라. 6D에 85mm 렌즈 물려와서 슬쩍 스냅 사진 몇 장 찍어드리고 싶어지는 그런 모습 :)







구비되어 있는 티 컬렉션이 그야말로 어마어마! 커피와 단품 샌드위치가 워낙 맛있는 집이라고 하지만, 이 모습을 목격했으니 다음에는 애프터눈티를 예약해서 와봐야 하는 거 아닐까!







빵이나 케익류를 굽는 중이었는지, 이른 점심 시간 즈음에는 온 가게에 따뜻한 버터향이 퍼진다. 평소에 빵을 찾아먹는 편도 아니고 버터향에 혹하는 편도 아니건만, 순간 '행복한 냄새'라고 생각해버렸네. 오늘도 할 건 많고, 6월 중순까지는 일에 기말고사 공부에 레포트에... 머리 속이 꽉 차있는데도 잠시 '여유롭고 행복하다'고 느끼고 말았네.







알찬 메뉴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지만, 이 날 내가 선택했던 점심 메뉴는 - 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립도 잘 내릴 것 같고 더치 커피도 메뉴에 있는데, 아쉽게도 이 날은 더치가 준비 안 되었다고.







아삭한 채소 가득하고, 빵은 적당하게 구워졌으며, 닭가슴살은 담백하고,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은... 샌드위치의 정석! 그리고 그 옆에 살포시 자리잡은 수제 요거트. 미리 만들어두는 게 아니라 주문 받으면 그때 만드시는데 이런 작은 디테일들 덕분에 참 '정성스레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한참 일하고 공부하다가 오후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 마치 칵테일처럼 서빙되는 허니커피, 상큼한 옐로우 오렌지 색감의 코스터, 그리고 여기에 잘 어울리는 라이언 마우스패드 :)







마치 지층 아래에 지하수가 흐르듯이(?!) 층층이 곱게 연출된 허니 커피의 자태를 감상해봅시다. 마침 몇 안 되던 사람들마저 다 빠져나가서 카페 안에 손님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이 시간, 정말 최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껏 한다는 게 공부랑 과제였지만... (하, 기말고사 준비 언제 본격 시작하지) 그래도 - 눈이 즐거워서, 귀가 편안해서, 향기가 가득해서... 자꾸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 것.








안녕하세요, 카페 샌드박 사장님.

여기 신입 단골 하나 생겼어요 ( 'o')/








CAFE SANDPARK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1-49

tel : 02-338-5460


영업시간

Monday to Friday - 8:00-22:00

Saturday - 10:00-22:00

Sundays - on reservations only


instagram (클릭)







  





예전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연남동 무스케익 인기 카페, 아르데슈아.


사실 난 디저트를 썩 즐기는 편도 아니고

대기까지 해서 갈 만큼의 인내심도 없고;

가게가 널찍하거나 아늑한 것도 아니어서

굳이 재방문까지는 안 하지 싶은 곳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비주얼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번은 가보고 싶었고 한번은 다녀온' 기록.







꽃샘 추위... 도 아니라 그냥 겨울 추위가

아직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초 어느 날,

어쩌다 보니 흘러흘러 아르데슈아에 안착.

왠일인지 자리가 났길래 이때다 싶었네.


문이 열릴 때마다 찬 바람이 슝슝 들어온다;

워낙 날씨가 추운 탓, 그리고 가게가 작은 탓.


게다가 인테리어의 소재나 색감 자체가

모던 화사 깔끔한데 (= 인스타용 사진발)

널찍하거나 아늑한 맛은 사실... 전혀 없다.


사진의, 사진에 의한, 사진을 위한 카페?


그렇다고 무스 케익이 맛 없는 건 아닌데

카페를 '노닥거리며 쉬는 공간'으로 본다면

이런 면에서는 편안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







전면창에 온통 투명 화이트 커텐을 달아서

화사~ 채광~ 사진~ 을 외치는 듯한 공간 :)


심지어 진열대마저 반짝반짝 예쁘시다. 호.







이렇게 이렇게, 무스 케익과 티를 주문하세요.







무스 케익 외에 피낭시에도 있습니다?







티는 TWG, 마리아쥬 프레르 등

유명한 브랜드 위주로 꽤 다양하게!







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무스케익이지 :)









... 정말 비주얼이 다 해주는 거 아닌가요...

특히 복숭복숭한 바닐라 피치가 시그니처!







얌전히 먹거리를 기다리는 손의 표현 ( '-')







그러니까, 테이블과 의자도 이런 식이다.

예쁜데... 불편해. 오래 앉아 있기는 글렀지.


하기사, 늘 대기 고객이 많은 집이니까

순환 촉진을 위한 의도적 연출이었으려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주문 나왔다-♪







복숭복숭 바닐라 피치와

하트하트 스트로베리 치즈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가 없어서-_-*


티포트 모양 접시에 살포시 담긴

크랜베리 피낭시에는 남편군의 선택.







자, 누가 봐도 촬영용 한상차림이니까

사양 말고 양껏 항공샷을 찍어보도록 하자.


매끈 탱글 화려한 무스케익도 무스케익이지만

저 섬세한 플레이팅하며 커틀러리 매칭이며...


와, 진짜 인스타 최적화라는 생각이 ㅋㅋㅋ

그래서인지 일본 여성 관광객 비중이 높더라.

'꼭 들러봐야 할 욘남 카페'로 매체라도 탔나.





그럼,

대뜸 무스케익들의 단면샷을 감상해보자...










크으, 이 맛에 무스케익 시키는 거죠...?!







물론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좋다.

섬세한 향을 살리는 실력이 아주 그냥.


그냥 먹어치우면 안 될 것 같고,

한 입 한 입 음미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결과는 왜 이 모냥이죠 ㅋㅋㅋ


다음 날, 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

무스 조각 케익을 2개 테이크아웃했는데

상자 속에서 쏠려서 뭉개짐... 연약한 놈들;





위에서 다 썰을 풀어놨듯이 -

무스케익 가격은 꽤 비싼 편이고

(하지만 들어간 품을 생각하면 인정)

가게는 이쁘지만 아늑하지는 않으며

단골보다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카페.


딱히 자주 찾게 될 곳은 아닌 것 같다.

무스 홀케익 주문도 받는다고 하니까

어쩌면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을 맞아

홀케익 주문 & 테이크아웃은 하려나.


'아늑한 카페'

'편안한 단골집'

이런 식으로 마음 붙이기는 무리야.





덧붙임.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까 나 또한

어느 낯선 도시, 어느 모르는 카페에서

관광객이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


평소에는 잘 안 마시는 아이스라떼,

즐기지도 않는 디저트 한 조각을 두고

여행 친구와 함께 기분을 만끽한 적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도심 공간에서

우리만 구경꾼인 느낌을 즐겼던 적이.







February, 2017

at Qu'il Fait Bon, Fukuoka, Japan.


with my pinky, angora-furred travel m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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