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
옛날 사진들 정리하다가 생각난 그 무엇.

'03년도 가을에 졸업앨범 사진 촬영을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화장품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혼자서 화장을 잘 할 줄은 몰랐더랬지.
(그렇다고 지금은 잘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그래서 가끔 일부 코스메 내공자들이 그러하듯이
"졸사 메이크업은 내가 직접 할까-" 라는 생각 따위는
해본 적도 없고 당연히 메이크업 서비스를 예약.

내가 고른 건 뜬금없이 강남역 최가을 헤어... 였다.
당시에 서초역 거주하던 나로서는 이른 아침에 가기도 좋고
끝나고서 2호선 타고 학교로 이동하기도 좋은지라.
게다가 최가을 정도면 어느 정도 이름도 있어서
내 얼굴, 아주 바보로 만들어놓지도 않을 것만 같아서.



... 그때 그 선택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일단 상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닌 것은 물론,
듣보잡 출장 아티스트였는데 그건 그렇다 치자.
대부분의 미용실 메이크업이 그렇지, 뭐.

졸업사진 메이크업은 달리 주문이 없는 한,
청순하게, 그러나 또렷하게 사진 잘 받게 해주는 거 아닌가.
사진이 잘 나와야 하니까 실제 화장이 좀 진한 건 -
그래, 난 완전 이해해줄 수 있었다고.
화장을 당최 하지 않는 분위기의 우리 과 여학생들 중에서도
난 단연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신녀성-_-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누가 졸사 메이크업에 메탈릭 펄 섀도우 사용하래.
(제품도 기억난다. 에뛰드 스틱 섀도우였음.)
누가 쉐이딩도 제대로 안 넣고 이렇게 밋밋하게 마무리하래.

난... 그런 메이크업 받으려고 그 돈 낸 거 아니다.
직장인 수년차인 지금이라면 말도 안 해, 내가.
학생이 무슨 돈이 남아돈다고 메컵을 일부러 받으러 갔겄어.



아래는 당시 인증샷인데 사실 역광 속에서 좀 무난하게 나왔다.
보다 이상한 사진들도 많지만 그건 단독샷이 아닌지라
지인의 초상권을 생각하여 못 올리고 일단 이거라도.




이렇게 보면 심히 이상하지 않지만 -
실제 모습이 훨 나이 들어 보이고 촌스러웠음을,
난... 난... 맹세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의 손길이 닿은 티' 따위 전혀 나지 않는
저 밍숭맹숭한 밋밋함은 대체 어쩔 건데...

게다가 학교가 계약한 모 스튜디오 역시 실력과 센스가
심하게 부족하여 결국 졸사는 제대로 건진 게 없지.



... 이 날 이후로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부단한 노력과 상당한 지름을 통한 코스메 내공을 쌓아서
오늘의 코스메 덕후가 되기까지 렙업했다는...
그런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 ㅋ

... 역시 사람은 자고로 시련이 있어야 크는 법인가.



p.s.

최가을 체인은 당연히 그 후 여태까지 계속해서 불매 중.
앨범 사진은 한번 찍히면 평생 간다네.
너네가 여자의 恨을 알아? 엉?



p.s.2.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냥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 나는 이야기.
화장 저따위로 받더라도 그 당시, 23살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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