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집이 방배역 쪽이긴 하지만서도

되려 집 근처다 보니까 외식할 일은 적다.
설령 먹더라도 간단한 식사류 정도?
(혹은 아예 동호회 뒤풀이 술집 -_-)

특히 방배역은 술집 골목이 있긴 해도
어쨌든 별로 번화가가 아닌지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고는
차마 생각 안 했는데 - 있더라.


 


방배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남부순환로 쪽으로 직진하지 말고
서울고 방향, 왼쪽으로 직진해서
영양센타 건물인가 그 다음 건물을 끼고
우회전하면 곧바로 왼쪽에 보인다.

 


2층에는 강남세란의원 ㅋ




Aglio
알리오

이탈리아어로 "마늘"이라는 뜻. 

서초구 방배동 985-1번지
(02) 585-9558






식당 같기도 하고.
가정집 같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 집은 결코 이렇게 생기지 않았...)
 
 


알리오.




식당 전체 인테리어는 포근한 전원풍인데
그 와중에 확 튀는 베니스풍 가면.

멋지다.
나 이런 거 하나 갖고 싶긴 한데
만고에 아무 짝에도 쓸 데 없겠지.
심지어 난 가구는 모던한 거 좋아하니
벽장식으로 쓰기에도 쌩뚱맞겠지.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가벼운 식사에 와인 한 잔 땡긴다면
여길 찾아도 편안하고 괜찮을 듯 :)





식당 내부 구조는 단일 홀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니까 더더욱 가정집 분위기 나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집은 안 이렇...) 





난 이 날 (이제는 없어진!) 데일리픽 쿠폰으로
찾은 거라서 이렇게 지정 메뉴가 있었음.

피자 구성의 A 메뉴와
스테이크 구성의 B 메뉴 중에서
난 B로 선택 구매했었는데
메뉴 신나게 구경하다가 그만 실수로
피자 A 세트로 주문을 해버렸...

그 결과는 조금 후에 나온다 -_-)/

이런 기획 메뉴 아니라 일반 메뉴 기준으로
샐러드 / 파스타는 1만원대
피자는 1-2만원대
스테이크는 2-3만원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
사실 목 말랐을 뿐이지만. 




식전빵.

난 보다 거칠고 곡물 섞인 브라운 브레드가 좋지만
이건 무화과가 박혀 있어서 은근 마음에 드네. 




무화과♡
예전에 이란에서 먹던 천상의 견과류들,
특히 무화과가 다시 생각나는구나 ㅠ

무화과...
호두...
피스타치오...

하아.
 



그 옆에 겻들여 있는 담백한 포카치오.




카프레제 샐러드.




워낙에 치즈와 토마토를 좋아하는 데다가
카프레제는 애피타이저로 언제나 옳단 말이야.

자체로도 맛있지만
메인을 더 맛나게 해주는
애피타이저의 기능에 충실한
카프레제 샐러드. 




이거슨 날치알 크림 파스타.
약간 매콤한 상하이 파스타와 더불어서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라고 하더라. 




고소한 크림 소스에 날치알 톡톡.




쿠폰 유효기간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서
손님들, 특히 쿠폰 손님들이 많았는데도
음식 서빙 속도나 서비스가 괜찮았다.
면발도 별 문제 없이 무난했고. 

후르륵.




찰떡궁합, 새우와 브로콜리와 크림소스. 




난 사실 크림 파스타에는 피클보다
김치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서 대학로 방켓을 사랑하지.)

외국생활 길게 해봐야 암 소용 없다.
내 몸뚱이는 혓바닥부터 내장까지
그저 죄다 메이드 인 코리아.
(근데 그럼 크림 파스타는 왜 먹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고이 남겨둔 포카치아 브레드로
또 소스까지 이렇게 훑어먹는다.

미안.
교양 있는 자리에 가면 안 이럴게.

여담이지만 -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 식당에서 이렇게 소스 훑어먹으면
에티켓 담당 선생님한테 혼났더랬지.
근데 하지 말라니까 더 맛나고 그러더라.

날치알 크림 파스타는 내 입맛에 중중상 정도.
원래 크림 파스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리오 가서 한번쯤 먹어볼 만 한 메뉴다.




그리고 이건 파인애플 햄 피자?
그냥 고르곤졸라나 다른 기본 피자 시키려다가
그냥 파인애플 들어간 게 땡겨서 골라봤지. 




그런데 정말 이런 "햄"이 들어간다.
아, 추억의 도시락 반찬 햄 -_-

내 물론 도시락 반찬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솔직히 담백한 화덕 피자 도우나 파인애플과는
어울리지 않는 오묘한 맛이었다는 말씀.

이탈리안 피자의 나름 로컬화라고 봐야 할까.
(그냥 유럽식 살라미 넣어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한 입 들어보세.




정말 도시락 햄이야-
게다가 다소 짜기까지 해서 밥 생각이 절로...




어쨌든 피자는 그럭저럭 잘 먹었는데 -
문제는 피자가 서빙되기 바로 직전에야
번개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

다음에 나올 메뉴가 뭐지? 아, 피자...
응? 잠깐... 스테이크는 어떻게 된 거지?
어라, 스테이크를 선택한 기억이 없어!

... 내가 구매한 스테이크 B 세트 대신에
피자 A 세트를 주문하고 희희낙락했던 거다...

그래도 마침 데일리픽 손님들이 가득했으니까
우리 테이블 피자도 금방 다른 테이블에
서빙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매니저에게
나의 삽질을 고백하니까 그 분 왈 :

"피자가 어차피 나왔으니까, 그냥 드세요.
스테이크는 따로 해드릴게요."

... 당신, 천사세요???

안 그래도 기분 좋고 포근한 날이었고
식사도 여태까지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때는 피자의 도시락 햄 먹기 전임 ㅋ)
진심 매니저님 등에 날개 보이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사히 수령한 등심 스테이크.
둘이 먹기에는 메뉴가 좀 많아졌다는
쓸데 없는 생각 따위 들지 않는다.




난 굳이 양분하자면 등심보다는 안심이지만
어차피 난 웬만큼 좋은 거 아니고서야
고기맛 잘 모르는 여자인 데다가
어차피 내 앞의 남자생물이 먹을 거니까.
그리고 그는 안심보다 등심 좋아하니까.





난 사실 스테이크보다도 사이드가 더 좋아.
아웃백을 가도 백립 사이드로 데친 채소 시킴.
근데 97%의 여자들은 다 고구마 좋아하더라.




고기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M 사이즈로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스테이크는 - 그야말로 무난했다.
난 그냥 내가 워낙 고기맛에 둔감해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그냥 이 집이 "무난"했던 듯.

사실 압구정동 암브로시아 등에서는
똑같이 스테이크를 먹어도 "우와-" 했거든.
그러고 보니 난 특정급 이상으로만 반응하나;

어쨌거나 나쁘지 않았다, 알리오의 스테이크도.
하지만 다음번에 다시 찾으면 스테이크보다는
샐러드 1개에 파스타 2, 그리고 와인을 주문할 듯.





원래 2인용 스테이크 세트에
실수로-_- 피자가 추가된 셈인데
개의치 않고 다 먹어치운 일행.

되려 피자 안 나왔으면 살짝 아쉬울 뻔 했다며
매니저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응?





"어, 이거 마늘 샤벳이야!"

... 아놔, 순간 진짜 믿었네.
생긴 것도 다진 마늘 같거니와
이 식당 이름도 "마늘"이잖습니까.

걱정 말길.
그냥 복숭아 샤벳이다;






귀여운 디테일의 화장실 -_-*




그렇게 기분 좋게 다녀온 방배동 알리오.

집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는 데다가
분위기도, 서비스도, 맛도 마음에 들어서
다시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못 가봤네.

다음에 가면 파스타와 와인 위주로 :)



이쪽 동네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레스토랑 찾는 이들은 한번 가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