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분(粉)

Posted by 배자몽 지름의증거 : 2011. 5. 29. 10:41



피부 타입이 지성인 우리 엄마는
동년배 여성들에 비해서 유분이 많아
파우더를 적잖이 팡팡 치시는 편이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메이크업 스타일을 딱히 바꾸는 일도 없이
묵묵히, 계속해서, 열심히 사용하신다.

그런 우리 엄마가 지난 수년간 사용해온 건
언제 단종됐는지도 모를 이자녹스 케이스에
정체불명의 루즈 파우더 리필 제품이었지.

언젠가부터 그 낡고 불편한 케이스가 거슬렸는데
엄마가 "아직 쓸 만 한데 왜-"라고 항변하셔서
그간 손을 못 대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다가
지난번에 날 잡아서 엄마 화장대를 확 엎었다.

뭐, 그 관련 포스팅은 조만간 따로 올리겠지만 -
루즈 파우더의 매우 비위생적인 보관 상태에
적잖이 충격을 받고서 확 통째로 갖다 버렸지.
그것도 엄마가 도로 주워오지 못하게 영구적으로.

그리고 새출발하시라는 의미에서 -_-
내 눈에 차는 제품으로 다시 구매해드렸다.



화장품을 고를 때에는 늘 주관이 뚜렷한 편이지만
엄마 것을 고를 때에는 더더욱 기준이 확고하다.

이번에 내가 찾은 조건은 :

- 크기가 큼직하고 뚜껑 열기 쉬운 케이스.
서랍에만 두고 사용할 거니까 휴대성은 필요없고
귀찮다며 자꾸 파우더 뚜껑을 열어두는 엄마 땜시
뚜껑은 돌려 여는 게 아니라 그냥 열리는 타입으로;
(이 이유 때문에 잠시 안나수이 제품도 고려했다.
50대의 엄마에게 드리기에는 좀 간지러운 안나수이;)

- 입자는 물론 곱고, 질감이 건조하지 않을 것.
아무리 지성 피부라 해도 엄니들은 땡기는 건 안 되니께.

- 컬러는 딱 펄 없고 스탠다드한 베이지톤.
핑크, 블루, 그린, 화이트 등등 다 필요 없음.

- 겉멋 든 화려한 브랜드보다 내실 있는 브랜드.
파우치나 가방에 휴대하고 다니면서 수시로 꺼내는
파우더 팩트류와는 다르게 이건 "뽀대 불요"니까.
(엄마 팩트와 립스틱은 디자인도 중시하는 편.)

- 내장 퍼프가 큼직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엄마 세대는 파우더를 브러쉬로 바른다는 건
낯선 일이기에 무조건 고품질 퍼프를 고집함.

- 내용물과 퍼프 사이에 네트가 있어야 한다.
늘 이런 타입만 써오셨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구멍 뚫린 플라스틱 속뚜껑은
용량 조절 및 사용이 불편해서 패스.



이렇게 해서 최종 낙찰된 아이는 바로 :


[미쯔요시]
소프트 베일 루즈 파우더
베이지 색상

일본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이자
분장 브랜드로 출발한 미쯔요시 제품이다.
고체 파운데이션, 컨실러, 파우더 등등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들이 유명해서
나름 탄탄한 마니아 층이 있는 편.

파우더의 품질은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케이스나 퍼프 등의 조건도 딱 들어맞는다.





리필 형식이어서 처음에 제품을 열어보면 이렇게
촘촘한 그물망 아래에 리필팩이 들어 있다.

비닐팩을 뜯을 때 가루 날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




그리하여 조립 완제품(?)

이번에는 중간중간에 보관 상태를 꼭 점검해서
비위생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리라...
울 엄마, 다른 건 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편인데
화장품 보관 및 사용에는 어찌 그리 무심한지.




그리고 팩트를 따로 사드려도 늘 루즈 파우더를
덜어서 휴대하고 싶어하는 욕망에 부응하여 -

[하나모리]
루즈 파우더 케이스

하나모리는 뭐냐? 라고 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케사랑파사랑" 이라면 들어봤으리라.
휴대용 루즈 파우더 케이스의 전설, 케파.


하나모리는 케사랑파사랑이 리뉴얼된 브랜드라네.
그러니까 이 제품의 전신이 바로 그 케파 케이스인 거지.

정말 심심할 정도로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과연 명성대로 견고하고 제 기능에 충실하다.



이렇게 몇년 만에 버전업된 엄마의 粉.
이 아이들로 곱게 화장하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