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소셜커머스로 알게 된 집이긴 하지만
할인쿠폰이 아니라 해도 기꺼이 찾고 싶은
논현동 맛집, 이자까야 아키노유키.




9호선 신논현역 3번 출구
혹은 7호선 논현역 2번 출구
그 사이 어드메에 논현동 맛집 골목.

여기는 신논현역에서 가는 게 훨씬 가깝다.
3번 출구로 나와서 정관장 스토어까지 직진.
끼고 우회전하면 이렇게 식당 술집 골목인데
그 안으로 쭈욱 직진하다 보면 금방 찾을 듯.




굽고찌고 해물나라 바로 옆에
아주 자그마하게 보이는 -




아키노유키.
가을에 내리는 눈.

강남구 논현동 166-7
(02) 544-2616

가게가 워낙 자그마한지라 따로 예약도 안 받고
그저 일찌감치 가는 게 상책이다. 되도록 주중에.

여기는 작년 후반 즈음에 생긴 논현 분점이고
본점은 건대 쪽에 있다는 것 같았다.




대신에 이렇게 아늑하고 포근해.
딱 2-4명이서 도란도란 얘기하기 좋은 곳.
난 이런 집들이 그토록이나 술맛 나더라.




젊은 사장님? 매니저님? 이 요리하면서
서빙까지 하느라 뭐든지 좀 느릿느릿한 집. 





사실 - 배고팠지만 이 집 분위기 따라서
우리도 한 템포 느릿느릿 여유있게.

 


하지만 어쨌든 배는 고팠기에
기본 안주인 가쓰오부시 두부 조림은
나오는 족족 싹싹 긁어먹었지.

나 두부 좋아하는 거 티 나요?
뭔 기본 안주가 이렇게 맛나대? 




메-뉴.

 


숯불구이 꼬치도 다양했다.
그런데 개별 가격이 2-3천원대여서
용량대비 저렴하지 않은 데다가 -
아키노유키의 간판 메뉴는 따로 있지. 




구이류는 대개 1만원 안팎.
꼬치를 보아하니 이 역시 작을 걸로 추정된다.
 



덴뿌라 등등 기본적인 일식 안주는 다 있는 편.
오늘의 목표인 계란말이 단품 가격은 9천원. 




그리고 술도 :)




기본 안주 두 그릇 비워낸 후에
메인을 기다리는 여자의 자세.

그나저나 한겨울에 다녀온 집 포스팅을
초여름에 올리려니까 사진만 봐도 덥네.




얼굴가게 립케어 크림들.
비타민은 별로, 시어버터는 완소.
하지만 둘 다 쓰다 보면 튜브 옆구리 터진다.

음. 




일단 - 따라보시오.
 



이렇게 나무 국자와 숟가락들이 나왔다는 것은 -




오뎅탕이 나왔다는 것.
 



겨울밤에 따끈한 오뎅탕 생각나는 건
설령 진부하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게다가 - 제법 맛있다.




유부 복주머니는 늘 먹다 보면 터져서
안에 국물과 당면이 새어나오더라.
생각해보면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이 귀엽고 푸짐한 외형 때문인지
종종 망각하고 젓가락을 대곤 한다.

오늘은 너에게 양보(?)할게. 





그러니까 삶은 달걀 흰자 많은 쪽은 나한테 양보해.
참을 수 없는 저 탱글탱글함의 유혹이란.

하지만 여기서 계란 많이 먹으면 안 될텐데?
진짜 메인 메뉴는 이제야 슬슬 등장한다.
자그마치 오뎅탕 냄비를 다 비워갈 때 즈음에. 




아키노유키의 트레이드 마크,
일명 카스테라 계란말이.

우리가 오뎅탕을 광속으로 먹은 탓도 있지만
이 계란말이 하나 만드는 데에 30-40분 걸린단다.
그러니까 자리 잡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계란말이부터 주문하고 보는 게 상책일 듯.

이러니까 식당 규모를 크게 할래야 할 수가 없지.
 





이건 사실, 계란말이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계란말이"라고 부르는
밥반찬과는 차원부터가 다른 것이어서
"계란말이"라고 부르는 게 황송할 정도.

익혀서 한번에 돌돌 말아서 자른 게 아니라
정말 한 켜, 한 켜, 한 겹, 한 겹 공들인 것.
마치 제과제빵 장인의 명품 크레프 케잌처럼.

젓가락으로 누르면 탱글탱글 봉긋봉긋
출렁일 정도로 탄력 있고 폭신폭신해.
포슬포슬한 계란말이, 본 적 있니?

그리고 그런 만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서 녹아버린다.

하아.




주먹밥과 나란히 세팅.




주먹밥, 미안해.
너도 진짜 리오더할 만큼 맛있었는데
계란말이의 위엄에 밀려서 관심 못 줬네.




믿을 수 없을 만치 부드럽고도 탄력 있는.




사실 우리가 이 날 먹을 구성은 딱 저 위 사진까지였는데
포스팅 욕심에 또 꼬치를 두어 개 시켜봤다.
정말 개당 딱 꼬치 1개씩인 걸 보고 양에 다소 실망;

맛은 뭐, 무난한 정도였다.
다시 찾을 때면 꼬치보단는 다른 걸 먹을 듯. 



그래서 - 주먹밥이 맛나길래 "알밥"을 추가해봤다.
날치알이 톡톡 터지는 알밥 사진을 상상하며.
 


이런 반전.
"알"이 들어있는 주먹"밥"이었어.
맞네... 알밥...

어쨌거나 이 또한 잘 먹었다.
사실 주먹밥은 아까 먹어봐서 다른 거 원했는데.
포스팅에 다양한 음식 다 담고 싶어하는 이런 욕심. 




어쨌거나 - 아, 좋다.
정말 기분까지 폭신폭신해지는 듯. 




넌 오늘 좀 후순위다, 베이컨 꼬치.




감동의 계란말이.

내가 사진을 딱히 못 찍은 것도 아니건만
사진에 그 질감이 미처 다 표현되지 못했네.
 



굳이 단점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달달한 일식 가쓰오부시 소스라서
2개는 연달아 못 먹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조차 금방 부인당했다.
2개인들 못 먹긴 왜 못 먹냐며.


 


아까운 last bites.




Game Over.


 


하아, 정말 만족스러운, 아니, 황홀한 저녁식사.
다른 것들도 다 좋았지만 정말 저 계란말이는
또다른 차원,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달까.
그 어떤 찬사를 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 나 평소에 음식이든 화장품이든 간에
이런 식으로 리뷰하는 편 아닌데 말이야...




또 올게요.
그냥 하는 말 아닙니다.

맛과 멋을 즐길 줄 아는 지인들 한두 명 데리고
꼭 다시 찾아가서 계란말이 맛뵈어주고
사케 한 잔 기울이고 싶은 내 마음 속 맛집 -

논현동
아키노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