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7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The Rocket Man in Seoul.

 

 

11월 말이면 한참 바쁜 일정으로 내달릴 때여서

공연 관람은 커녕 소식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그 와중에 엘튼존느님 공연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공연 당일이었던 11월 27일 리소스의 여왕 이여사님이

단체 카톡창에 투척한 메시지를 다행히 제때 봤더랬지.

 

나, 나, 나, 무조건, 나, 묻따않 나 주세요.

 

공짜 공연 티켓이라 하니 다른 사람들도 두엇 쯤은

구미가 당겼던 것 같은데 이건 꼭 내가 가야만 했어.

어느 누구도, 나만큼 즐기지는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공연을 위해서 내가 택한 동행은 바로 -

우리 엄마님.

 

 

 

 

 

 

불꽃 근무를 마치고 바람과 같이 도착한 체조경기장.

반신반의하면서도 엄마한테 카메라를 부탁했는데

안 가져갔으면 정말이지 크게 후회할 뻔 했다니까.

 

기획사 측 운영이 허술한 탓인지,

공연장이 넓고 사람이 많은 탓인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제지가 없었음!

 

이여사님 덕분에 매우 좋은 좌석에서 관람했네.

이 은혜는 내 필시 남의 살로 갚으오리다. 엉엉엉.

 

 

 

 

 

 

Oh, Rocket Man.

비록 망원렌즈는 아니지만 카메라 있어서 다행.

엘튼존 경을 (원거리지만) 실물로 보게 되다니.

 

 

 

 

 

 

그리고, 명성에 걸맞고 기대를 뛰어넘는 무대였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적 컨텐츠나,

자유분방한 연주만 해도 이미 감동했을 것이나,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휴식 한번, 게스트 한명 없이 혼자 풀플레이를!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음악으로 팬서비스한 셈.

단 1분 1초도 아깝지 않게끔 불태워준 공연이었다.

 

아울러 그의 전설은 단지 음악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가공할 체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

 

 

 

 

 

 

 

 

 

 

사진으로는 도저히 공연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동영상들을 올릴 건 아니니까 -_-

 

십 수 년 전에 들었던 Your Song

이번 월드투어의 테마인 Rocket Man

올드팝의 진수 Goodbye Yellow Brick Road

그리고 엄마 세대의 로망 팝송 Daniel 등등

수많은 명곡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온 것은 물론,

 

거장의 퍼포먼스,

그에 걸맞는 세션과 코러스,

매 순간이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음악을 보는 눈은 제각각이구나 싶었던 게,

우리 바로 앞줄에 있던 20대 사내자식들은 누가 봐도

공연에 별 흥미가 없는 모습으로 좌석에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줄의 어떤 커플은 초반에 공연장을 빠져나가길래

누가 몸이 아픈가? 싶었는데 그들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남친이 여친 가리키며) "졸리다고 해서 먼저 나갈게."

 

..............

 

그려, 뭐, 취향이야 각기 다 다를 수도 있는 게지요.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엘튼존 좋아하라는 법도 없고.

게다가 내 또래는 그의 노래를 잘 모를 수도 있을테고.

(그 옛날 노래를 다 아는 내가 좀 별난 거겠지 ㅋ)

 

하지만, 저 정도 퀄리티의 퍼포먼스에,

저 다채로운 음악 장르와 연출에,

당최 어떻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거지?

 

아마 엘튼존 전혀 모른 채 초대권이 생겨서 왔다가

음악도 잘 모르고 하니 그냥 나가버리는 건 자유지만

당신들은, 음악 팬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주었어.

그보다 훨씬 못한 좌석 티켓이라도 구하고 싶어서

간절하게 마음을 졸였던 수많은 이들에게 사과해.

 

 

 

 

 

 

그리하여, 모녀는 올해 최고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올해 뿐만 아니라, 평생 못 잊을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