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H I L O S O P H Y

 

거창하게도 "철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브랜드는

수분크림, 각질제거제, 세안제, 시그너처 향수 등등

여러 스테디셀러를 업고 수년 전 국내 입점이 되었다.

 

국내 입점이 되기 전에 충동적인 해외 구매 대행으로

포밍 세안제를 써봤는데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았었지.

 

그래서 필로소피가 국내 입점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막상 제품을 사서 써보지도 않았지만 호감이 있었다.

 

수분크림은 소모품이니까 언젠가는 한번 써봐야지,

이런 생각이긴 했는데 늘 재고가 있다 보니까-_-

자꾸 구매에서 우선 순위가 밀리고 잊고 살던 차에,

작년 홀리데이 키트가 무척 실하게 나와서 전격 입문!

 

그런데,

수 차례 써보고 나니까,

마냥 호평만은 해줄 수 없게 됐다.

 

구매 직후에는 뿌듯한 마음에 지름샷이라도 올리려다가

당시에 결혼 준비로 바빠서;;; 그냥 그대로 지나갔는데

이제 와서 "제품들 좀 사용해본 후의 소감" 을 쓰게 됐다.

 

일단은, 내가 구매한 제품들을 한번 주욱 소개해보는 걸로.

 

 

 

 

 

 

The care package

 

더 케어 패키지

12만원대

 

필로소피에서 종종 내놓는 듯한 "더 케어 패키지"

구성품은 그때그때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긴 한데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의 구성은 대략 이러했다.

 

세안제 (정품)

각질제거 세안젤 (정품)

수분 크림 (미니)

2-스텝 각질제거제 (미니)

핸드크림 (미니)

 

필로소피의 베스트셀러 제품들을 써보고는 싶은데

막상 이것저것 다 사자니 재고 부담이 너무 크던 차에

이렇게 알차고 알찬 구성이라니... 어머 이건 사야 돼.

 

게다가, 사진만 찍고 금방 분해해서 버릴 거긴 하지만

편지봉투 무늬의 저 포장마저 괜스레 마음에 들고 ㅋ

 

 

 

 

 

 

그 외에도 꽤 실한 기프트 세트들이 많이 출시되어서

"올해 연말 한정의 승자는 필로소피로구나"를 외쳤지.

(작년 크리스마스 메이크업 라인은 정말... 빈약했듬;)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봐도 세트 구성들은 정말 좋다.

다만... 개별 제품들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이 문제임.

 

 

 

 

 

 

Hope in a jar

호프인어자 수분크림

 

이건 어차피 언젠가는 구매하리라고 벼르던 제품.

수분 크림이야 자극의 위험성이 큰 제품도 아니고

워낙 소진 속도가 빨라서 무던히 쓰겠거니 싶었다.

 

...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

가장 신나게 잘 쓸 줄 알았던 수분크림에 한방 먹음.

자세한 건 세트 소개를 마치고 아래에서 다시 서술하자;

 

 

 

 

 

 

Microdelivery Peel

마이크로 딜리버리 필

 

1제와 2제로 나뉜, 단계별 화학적 각질 제거 코스.

아무래도 제품의 크리스탈 입자가 제법 큰 데다가

"본격적인 각질 제거"를 주기능으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극이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됐었다.

 

...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

가장 우려했던 이 마이크로 딜리버리 필은 되려

수분크림에 비해서 성분도 안정적이고 사용감도 순함.

 

뭐지, 필로소피?

이런 반전이 너의 철학인가?

 

하여간, 이것도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우야든동, 12만원대에 이렇게 배부른 구성이라니.

게다가 필로소피 특유의 깔끔 모던한 패키지 하며,

각 제품마다 써있는 시적인 문구들은 매우 내 취향!

 

수분 크림은 Hope in a jar

수분 세럼은 When hope is not enough

핸드크림은 Hands of hope

세안제는 Purity made simple

 

난 또 이런 시적인 말장난들 완전 사랑하지 ㅋㅋㅋ

 

 

 

 

 

 

그래서 제품 개시 전에도 한동안 뿌듯한 심경이었다!

 

 

 

 

 

 

아울러, 더 케어 패키지와 함께 구매한 Amazing Grace.

 

필로소피의 시그너처 향인 어메이징 그레이스 향수를

대용량으로 구매하면 같은 라인의 샤워젤 정품을 증정!

이건 사실 계획에 없던 건데 향이 마음에 들어서 그냥;

 

그런데 막상 스킨 케어 라인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왜 이렇게 예상 밖의 반전이 많은 거야, 이 브랜드 ㅋ

 

 

 

 

 

 

어메이징 그레이스 향수

★★★★ + 1/2

 

하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향이라서 희소성은 없지만

그래도 "과하지 않은 사랑스러움"이 충분히 매력있다.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프루티하지는 않고,

가볍지만, 밀착력이나 지속력도 괜찮으며,

여성스럽지만, 과도하게 꾸민 느낌은 아닌,

 

편안하되 지루하지는 않은 오묘한 밸런스.

 

주말 캐주얼, 평소 출근 복장 등등에 두루 어울리고,

딱히 무슨 향수를 쓸지 모를 때 가장 쉽게 손이 간다.

아마도 언젠가 다 쓰면 고민 없이 재구매할 것 같음!

 

 

 

 

 

 

어메이징 그레이스

샴푸, 배쓰 & 샤워젤

★★★★ + 1/2

 

같은 라인의 샤워젤, 겸 입욕제 겸 샴푸... 라는데

난 거의 거품 목욕제로만 한 통 다 비워냈네 ㅋ

 

EDT의 향이 시트러스와 꽃의 부케 같다면,

이 샤워젤의 향은 보다 은은한 포푸리의 향 같다.

 

혹은 전자가 맑게 우려낸 과일차의 향이라면,

후자는 우유와 약간의 설탕을 넣은 밀크티의 향.

 

하여간, 오리지널의 향도 제법 취향에 맞았지만

나에게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가장 좋았던 순간은

역시 추운 날, 귀가해서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고,

이 제품으로 몽글몽글 거품을 내고 즐길 때였다.

 

샤워 혹은 목욕할 때마다 흥얼흥얼 읽어서 그런지

제품 바틀에 쓰인 저 문구는 이제 거의 외올 지경 :)

 

 

 

 

 

 

Purity made simple

퓨리티 메이드 심플 세안제

 

Microdelivery

Exfoliating facial wash

익스폴리에이팅 페이셜 워시

 

★★★

 

하나는 크리미한 질감의 데일리 세안제,

다른 하나는 미세한 알갱이가 있는 각질제거제.

 

둘 다, 뭐, 사용감도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뭐, 대체 불가는 또 아니고.

 

세안제는 일단 부드럽고 순한 질감은 호감.

하지만... 정말 그게 다였다. 아무 특징 없음.

 

세정력은 약한 편인데 이게 큰 불만은 아니었다.

난 원래 초특급 세정력을 기대하는 편도 아니고

마무리감이 뽀득거리지 않는 걸 더 선호하는지라.

그런데 이 제품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밋밋해.

 

(비록 내가 화학적인 지식은 그닥 없지만서도)

성분을 살펴보면 그냥 천연 오일 성분들만 가득하다.

그러니까, 순하고, 촉촉하긴 한데, 그건 알겠는데,

그리고 나도 평소에 순한 거 꽤나 장점으로 쳐주는데,

그렇다고 해서 "순하기만" 한 게 장점은 아니잖아???

 

만약에 내가 필로소피라는 브랜드에 충성심이 있다면

다른 거 사러 매장 간 김에 재구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뭐 굳이 이 제품을 다시 사랴, 싶은 심경?

 

그리고 각질 제거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알갱이가 작고 둥글게 커팅되어 있어서 자극은 없고

거의 데일리 세안제처럼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 자주 써도 되는 데일리 스크럽인 건 좋은데,

효과 역시 딱히 가시적이지는 않고 고만고만하다는 거.

 

내 생각엔, 차라리 각질 제거를 제대로 할 요량이라면

2-step 짜리 마이크로 딜리버리 코스가 더 나을 듯.

 

그리고 덧붙이자면, 저 용기들도 사용하기 불편했돠;

 

 

 

 

 

 

Microdelivery Peel

마이크로 딜리버리 필

 

피부과의 크리스탈 필링 컨셉을 따온 홈케어 제품이다.

비타민C 크리스탈이 함유된 1제를 마른 얼굴에 바르고

시간차를 두고 젤 타입의 2제를 덧발라준 후에 씻어내면

물리적 필링과 화학적 필링이 함께 된다는, 그런 효과.

 

필로소피를 유명하게 한 일등 공신 제품인 데다가

주변에서도 써본 선구자들의 호평이 연이었지만

아무래도 "자극"이 우려돼서 섣불리 발을 못 들였지.

특히 1제의 크리스탈 입자가 제법 굵은 편이라서 더욱.

 

하지만,

사용 방법을 잘 알면 사실 "자극적인 제품은 아니다"

 

1제도, 그리고 그 위에 덧바르는 2제 역시,

절대로 얼굴 위에서 "문지르면 안 되는" 것.

 

그냥 순서대로 얼굴에 발랐다가 씻어내기만 하면

지들끼리 알아서 작용을 일으켜서 얼굴 피부에서

불필요한 각질과 노폐물을 함께 데리고 가주는걸.

 

그렇게 시키는 대로, 문지르지 않고 사용해주면,

되려 도포 도중에는 별 따가움 등의 자극이 없었다.

 

그리고 사용 후에는 놀라울 만큼의 피부결이 따라옴!

과도하게 각질을 빡빡 밀어서 느껴지는 그런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떨쳐낸 듯한" 그런 매끄러움!

 

다만, 시간차를 두고 도포하고 씻어내는 과정이 가끔은

(별 거 아닌데도) 귀찮아서 자주 손이 가지는 않는 게 흠;

 

 

 

 

 

 

Hope in a jar

호프인어자 수분크림

 

 빅엿은, 가장 나중에 등장한다 ㅡ,.ㅡ

 

어떻게 써도 잘 쓰겠지, 라면서 방심하였건만

구매 제품 중 최하위 점수를 받고 퇴출된 이 녀석.

 

바르는 순간, 녹을 듯한 생크림 질감이 특징이며

젖산 성분이 약간의 각질 제거 기능을 해주기 때문에

냄새는 그닥 좋지 않고, 눈가에 바르지 않아야 한다.

 

그려, 뭐,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냄새 안 좋은 건 알고 산 거니까 감수하고,

눈가에 바르지 않아야 하는 것도 수용 가능.

 

물론, 수분 크림이 굳이 각질 제거를 해줘야 하나,

그냥 그런 거 안 하고 눈가에도 바르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런.데.

 

눈가에 바르지 말라는 말,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눈 근처는 늘 조심조심 피해서 발랐는데도 불구하고,

광대뼈 부근까지만 발라도 폭풍 눈물이 나더이다.

도대체 눈가는 고사하고 얼굴에도 맘껏 못 바르면,

이건 대체 어디에 바르라고 있는 크림이란 말이냐;

 

그리고 생크림 질감은 인정, 독특하고 재미있다.

샤르르 녹는 듯한 질감에 무겁지 않은 마무리감.

그런데 크림이 피부에서 흡수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

미끄덩거리는 피막감을 남기고, 심지어 밀린다는 거!

그런데 또 피부 안쪽에서는 속당김이 느껴진다는 거!

 

여기에 또 결정적인 사유가 하나 더 있었다.

불만족스럽긴 해도 일단 있는 건 다 쓰자는 생각에

호프인어자를 꾸역꾸역 바르고 살던 그 어느 날,

 

화공 전공에 화학물 안전 규제 관련업에 종사하며

심지어 코와 호흡기가 민감하기까지 한 남편이-_-

"자기 방금 얼굴에 뭐 발랐어?" 라고 물어옵디다.

 

뜨악해서 필로소피 호프인어자를 들이미니까

한참동안 성분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음... 이 제품은 앞으로 안 쓰는 게 좋겠다" 라고;

 

난 화학 문외한이라 성분명을 기억 못하는지라;

이 포스팅에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요는,

이 제품이

상당수의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고, 사용감도 자극적일 거다.

외국 사례도 찾아보니 그런 컴플레인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제품 사용 시기와 일치하게스리

턱과 뺨에 트러블이 올라왔는데 원인이 이거였나;

안 그래도 구린 향과 자극, 피막감이 짜증났는데

성분 면에서도 비토 당하다니... 하, 진절머리 난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엄청 민감한 피부를 가져서

아무 제품이나 못 쓰고 그런 사람이면 말을 안 해.

크림을 쓰다가 문제를 느낀 건 수년 만에 처음이다;

 

아무런 미련도 없어서 곧바로 퇴출을 감행했지.

굳이 아까워서 팔다리에 바르고 그런 것도 없이.

 

하지만 나에게는 근래 최악의 기억을 안겨 준

워스트 스킨케어 아이템이었지만 역시 케바케.

여전히 이 호프인어자 수분크림은 절찬리에 팔리고

많은 호평까지 들어가며 스테디셀러에 군림 중이다.

 

하지만! 별 문제 없이 쓰고 있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필로소피 브랜드 측의 주장과 홍보가 무색하게스리

결코 순하지도, 무던하지도 않더라. 이 수분 크림.

 

어딘가 막연히 깔끔하고 정직하고 강단 있어보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넘어가서 무작정 쓸 제품은 못 된다.

 

그리고, 내게는 2013 크림 부문 워스트 아이템이기도.

 

 

Hope was NOT in the jar

 

 

 

 

P H I L O S O P H Y

 

실제로 제품들을 사용하기 전에는 환상을 좀 가졌다.

그냥 막연하게 순할 것 같고, 못해도 중간은 갈 것 같고.

 

아닌 게 아니라 개중에는 건질 만한 제품도 있긴 했지만,

막상 기본 중의 기본인 수분 크림의 성분이 마뜩치 않아서

앞으로는 필로소피라는 브랜드를 약간은 흘겨볼 것 같아.

 

정 좋은 제품들은 재구매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맹목적으로 애정을 줄 일은 아마 앞으로 없을 거다.

 

That's MY philos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