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all, life is made of moments...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4. 10. 27. 23:30

 

 

 

 

 

 

 

 

 

 

 

그냥, 별 거 아니었던 날.

 

간만에 별 일정 없는 평일 휴무여서 미용실에 갔고,

가는 김에 엄마도 같이 가서 모발 크리닉을 받았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발길 닿는 대로 초밥집에 갔고,

대낮에는 역시 생맥주 아니겠냐면서 키득거렸던 날.

 

 

 

 

세상의 많은 딸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엄마와 매우 친밀하게 지내는 편이다.

시간이 흘러수록, 특히 결혼 후에는 더더욱.

 

예전에는 밖으로 나다니느라 바빠서 엄마에게

시간도 마음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더 집중하고 더 다가서는데

그만큼 엄마는 더 여리고 아스라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두 가지는, 인과관계는 아닐 거다.

 

그동안도 엄마는 계속 나이 들고 약해지고 있었는데

내가 "나"에 집중하느라 이를 제대로 못 보다가

이제야 온전하게 느끼게 됐다... 는 게 맞을 듯.

 

 

 

 

물론, 우리 문여사님은 여전히 씩씩하고 밝고,

웃음도 제스처도 많고, 센스와 에너지도 넘치시지.

 

"나야 당연히 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지" 라면서

언제든지 저렇게 웃으며 장난칠 것 같은 모습이지.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어딘가가 좀 아리다.

 

이제는 내가 먼저 배려하고 보듬어줘야할 듯한,

언젠가부터 딸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느끼게 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고,

설령 눈치 채더라도 외면하고 싶었던 것,

그러니까 엄마와도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 속 어딘가 떠올라서 서늘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 뒤엉킨 대로 다 담아둡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4.10.28 11:02 리몬턴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공감되면서도 눈물이 핑 도는 포스팅이네요..엄마 보고싶다.

    • 배자몽 2014.10.28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싸한 심경 때문인지 왠지 글도 쉽사리 안 써지더라구요.
      이 시간마저 다 지나기 전에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어요.

  2. 2014.10.29 22:44 마곡김여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엄만 너무 바빠서 나랑 못놀아줌... 친정에 자주 들르고 싶어하는 편인데 갈 때마다 부담스러울정도로 장봐서 음식 준비하는 걸 보면 괜히 나때문에 일벌려서 피곤해하시는것 같고 해서 죄송스러워져요 ㅠㅠ
    그냥 슥 들러서 치킨 시켜먹는 사이이고 싶은데 엄마마음은 그게 아닝가봉가 ㅠㅠ

    • 배자몽 2014.10.30 1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게지.
      "슥 들러서 치킨 시켜먹는 엄마 딸 사이"의 로망은
      다음 세대에서 시현이와 이루도록 하시지요 ㅋㅋㅋ

      이랬는데 시현느님은 나중에 켜서 배달 치킨보다는
      "엄마가 장 봐서 정성스레 차려준 밥상"을 원할지도?

  3. 2014.10.31 09:54 서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공감가네요. 나이 들면서 엄마가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아닌, 내가 보호해드려야 할 사람으로 느껴질 때. 나는 어른이 되고 엄마는 늙어가는게 느껴지고, 결국 언젠가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는 시간이 오겠구나...하면 정말 슬퍼요

    • 배자몽 2014.11.02 15: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너무 앞서가나... 싶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살면서 순간순간의 흐름을 의식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막상 이별을 생각해야 할 때에 "지나간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갔나" 이럴 것 같아요. 조금 먹먹하고 버거워도 이런 순간들도 기억하고 기록해두기로 했네요.

  4. 2014.10.31 20:51 레이디쥬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도 이제 니가 엄마 보살펴줘야지.. 하는데 ㅠㅠ 공감되는 포스팅이네요 멀리있는 엄마가 무척 보고 싶네요. 하아 ㅠㅠ 옆에 동료 부모님도 아프셔서 괜히 마음 찡해지는 나날이여요..

    • 배자몽 2014.11.02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최근에 친구의 어머니가 아프셔서 더더욱 "나의 엄마"를 돌아보게 됩니다.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엄마와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데, 또 그 어느 때보다도 아련하고 조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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