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of Boracay, December 2014.

Posted by 배자몽 여행기록장 : 2015. 2. 18. 23:00

 

 

 

 

두어 달 묵혀둔 보라카이 사진들을 주섬주섬 꺼내는 중. 그런데 생각해보니 난 재작년 신혼여행 후기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즉 안 썼던 거시다! 뭐 그렇다고 다 시간 순서대로 쓰자니 이거고 저거고 통으로 밀려버릴 것 같으니... 일단 보라카이부터 끄작끄작 써봅시다. 딱히 누구 보라고 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나중에 돌이켜보기 위한 기록들인데 왜 이렇게 압박을 받고 있는 거지;

 

여튼, 작년 12월, 결혼 1주년 겸해서 떠났던 7박 8일의 보라카이 여행. 아마도 여러 편에 나눠서 기록하게 될 듯 한데 이건 이를테면 에피소드 #0. 나에게 베스트였던 순간들의 모듬이다.

 

 

 

 

most photos by Canon 6D,

with Tamron 18-75mm f2.8

or Canon 40mm f2.8

 

some by Samsung EX2F

 

 

 

 

 

 

필리핀 항공 좁디좁은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개뼈다귀 섬, 보라카이. 사실 결혼 전에 보라카이를 가네 마네 할 때까지만 해도 난 보라카이가 필리핀에 있는 섬이라는 것도 몰랐었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동남아 휴양지를 좋아하는지라 언제 한번 가야지, 라고 마음 먹고 있다가 이렇게 결혼 1주년에 이르러서야 가보게 되었네. 자그마치 7박이나 있다가 올 거니까 그동안 잘 지내보자, 보라카이.

 

 

 

 

 

 

 

@ 보라카이 리젠시

 

보라카이는 워낙 많이들 가는 대중적인 휴양지이긴 하지만, 오가는 길이 간단하지는 않다. 인천에서 칼리보 공항까지 직항이라는 게 있기는 한데, 이게 말이 직항이지...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공항에 내려서 기나긴 수속 시간을 거치고 버스로 1시간 가량 이동해서 또 배를 타야만 비로소 보라카이 섬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첫 3박을 예약해둔 스테이션2 헤난 가든 리조트에 도착하니까 우리 방은 가든 리조트가 아니라, 그 자매 지점인 보라카이 리젠시로 변경됐다는 거돠; 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유아쏘 스페셜 해서 업그레이드 해준 거라고 드립을 치는데 의심 많은 우리는 한바탕 진상 규명을 할 기세로 따져보다가 결국 "우리는 손해 볼 게 없다"는 결론을 내고 주어진 상황에 수긍함 ㅋㅋㅋ 가장 중요한 "풀억세스룸" 조건은 지켜낸 데다가 심지어 우리가 원래 예약한 방보다 가격도 더 높고 해변 엑세스도 좋은 곳에서 묵게 되었지롱-_-* 아마도 원래 예약한 헤난 가든 리조트의 방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탓인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득을 본 셈이니 너그럽게, 그리고 즐겁게 넘어가는 걸로! 직원이 나가고 난 뒤에 진솔하게 기뻐하는 순간의 셀ㅋㅋㅋ카.

 

 

 

 

 

 

@ 디몰, 아리아

 

그대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저녁식사와 맥주 한 잔에 대한 욕망이 더 컸기에 휘적휘적 디몰로 향했다. 심지어 옷도 안 갈아입어서 저렇게 "아직 현지 적응 못한, 오늘 막 도착한 관광객" 같은 차림새로. 눈길 닿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그렇게 들어간 아리아. 간만에 맛보는 동남아의 온난습윤한 밤공기도 좋고, 아리아의 바삭바삭 이탈리안 피자도 맛났지만, 진짜 감동은 바로 산미구엘 슈퍼 드라이가 내 혀에 닿는 바로 그 순간! 와, 저거 설정도 아니고 진짜 몇 입 만에 한 병 다 비우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넣는 거 맞다. 힘든 여정 끝에 마시는 첫 맥주,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슈퍼 드라이,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 현지 리미티드의 그 맛!!! 실로 보라카이 머무는 내내 나는 산미구엘 드라이와 라이트만 주구장창 들이팠다. 라이트는 이제 국내에서도 판매되긴 하지만 그래도 필리핀 현지에서 마시는 그 기분은 또 다르대. (사실 한국에서는 굳이 산미구엘 잘 안 마시지-_-)

 

 

 

 

 

숙소 돌아오는 길에 버짓마트에서 캔맥주를 아주 그냥, 종류별로 그냥, 막막 이렇게 그냥. 저 뒤에 빨간색 캔들이 내가 홀딱 반해버린 산미구엘 슈퍼 드라이 되시겠다. 호텔 냉장고에 들어있는 유료 음료들은 죄다 끄집어내놓고 이렇게 우리 스탁을 늘 꽉꽉 채워놓고 지냈지. 저녁에 숙소 들어와서 한 캔, 수영하다가 한 캔, 완전 물처럼 공기처럼 맥주를 마셔댔음 ㅋ

 

 

 

 

 

@ 화이트 비치, 스테이션 2

 

무슨 말이 필요할까. 화이트비치. 이 날과 다음 날이 우리가 머문 기간 통틀어 가장 맑은 날이었다. 아울러 온전히 석양을 볼 수 있었던 날이기도. 건기라고 해도 보라카이 섬은 인근 해상의 구름들이 늘상 스치고 지나는 곳이라서 날씨가 변덕스럽다. 우기처럼 내내 비가 오는 건 아니지만 뜬금 없이 비구름이 끼기도 하고 폭우가 오기도 하는지라 단기 체류객이라면 진한 석양을 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셈. 우리도 장장 7박을 머물렀는데 석양을 본 건 얼추 반타작. 여튼 이 날은 눈부시게, 거의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맑고 뜨거운 날이었다.

 

 

 

 

 

@ 스테이션 2, 마냐나

 

산미구엘 맥주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빅드링크, 망고 셰이크.

 

아직 온전히 적응되지 않은 뜨거운 햇살 속에서 허덕이다가 처음 마신 거여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이 달달함과 청량감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 후 1주일 동안 다양한 망고 셰이크를 마셔보니까 마냐나의 셰이크는 다소 설탕이 많이 들어간 묵직한 맛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혀의 첫 기억이라서 그런지 기분 좋게 남네. 개인적으로 최고의 셰이크는 에스타시오 우노 리조트 풀바에서 마신 거였다. 물론 호텔에서 파는 거라서 가장 오지게 비싸기도 했지만;

 

 

 

 

 

 

@ 보라카이 리젠시

 

우리 방에서 바로 연결되는 풀 외에도, 보라카이 리젠시에는 풀장이 2개 더 있다. 그 중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건 프리미엄 급의 풀억세스룸들이 붙어있는 노던 윙의 풀. 우리 방도 좋지만 저기 붙어있는 방들은 어찌나 부럽던지! 다음에 또 오면 여기에서만 연박해야지, 이딴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겁나 비싼 방들이었어. Aㅏ...

 

 

 

 

 

 

여튼, 여기에서 수영도 하고, 선탠도 하고, 풀바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세상의 모든 한량짓은 다 하고 잘 놀았다. 태닝은 현지에서 구입한 비치헛 울트라 초강력 선크림 및 태닝 오일과 함께-_-*

 

 

 

 

 

 

선베드에서 데굴데굴 누워서 바라본 프레임의 하늘.

 

 

 

 

 

 

이 날은 어디 나갈 필요도 없이 숙소에서 노는 게 컨셉이었기에, 점심식사도 우리 방 테라스에서 이렇게. 아침 먹고 나서 산책하면서 미리 사온 서브웨이 베지테리언 샌드위치와 망고 셰이크, 그리고 산미구엘... 과장이 아니라 진짜 물보다 더 많이, 자주 마신 산미구엘.

 

 

 

 

 

 

풀억세스룸을 사랑한다. 나에게는 추가금의 가치가 있는 사랑.

 

 

 

 

 

 

그렇게 죙일 딩가딩가 놀다가 해질 무렵이 되어서 카메라를 싸들고 리젠시 바로 앞의 전용 비치로 나섰다. 대형 리조트들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전용 비치 공간과 선베드들이 있다는 것. 물론 북적거리는 스테이션2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행상인들은 무지하게 많다. 하지만 그것 또한 보라카이의 재미라고 치고 ㅋㅋㅋ 두근두근 석양을 기다립니다.

 

 

 

 

 

 

그래, 오늘도 좋은 하루였어.

 

 

 

 

 

 

@ 에스타시오 우노 리조트, 스테이션 1

 

공실장 스냅 촬영을 진행하고, 숙소를 스테이션 2 보라카이 리젠시에서 스테이션 1 에스타시오 우노로 옮긴 날. 재미도 있었지만 피곤하기도 했던 하루의 끝에서 이렇게 한적한 해변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노라니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점차 우리만의 여행 스타일도 생겨나는 거겠지. 숙박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긴 하지만 조식 퀄리티가 좋고 석식도 포함되어서 편했던, 에스타시오 우노. (보라카이 숙소들에 대해서는 내래 진짜 자세하게 수다를 한 판 풀어놓갔숴!)

 

 

 

 

 

 

@ 디니위드 비치로 가는 길

 

여행이라는 게 종종 그렇듯이, 계획했던 일정들보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훨씬 더 즐거웠다. 비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던 날, 아무런 욕심 없이 스테이션 1을 넘어서 디니위드 비치로 끝없이 걸어갔는데 돌이켜보니 여행 일정 8일을 통틀어서 이 날이 가장 즐거운 기억으로 남더라. 비바람이 드세니까 아예 수영복 위에 래시가드 걸쳐입고 비닐 가방에 똑딱이 카메라 하나 들고 걷고 걷고 걷다가, 바람이 너무 세면 잠시 나무 밑에서 쉬었다가 또 도란도란 수다 떨면서 그렇게 뚜렷한 목적 없이 계속 걷고, 그러다가 멋진 풍경이 펼쳐지면 잠시 카메라를 꺼내서 셔터를 눌러보고. 이렇게 나미 리조트 발치까지 다녀왔는데, 막상 그 다음 날, 하늘이 맑을 때 "작정하고" 나미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보다 이렇게 예정 없이 목적 없이 욕심 없이 비 맞으면서 했던 산책이 더 즐거웠다는, 그런 고백. 그리고 바로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패키지 여행이 체질에 잘 안 맞는다;

 

 

 

 

 

 

@ 윌리스락, 스테이션 1

 

평소에 출근할 때는 미치도록 잠이 안 깨는 나는, 희한하게 놀러 가면 새벽부터 눈이 번쩍번쩍 잘 떠진다. 그래서 아침마다 아직 숙면 중인 남편을 숙소에 두고서 나 홀로 해변 산책을 다녀오곤 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때로는 DSLR를 챙겨서, 때로는 똑딱이만 들고서, 심지어 때로는 빈 손으로.

 

 

 

 

 

 

@ 에스타시오 우노 리조트, 스테이션 1

 

에스타시오 우노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지만,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바다 풍경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건 확실한 매력이었다. 게다가 앞서 묵은 보라카이 리젠시에는 없었던 망고를 여기에서는 아침마다 듬뿍 먹을 수 있었지. 심지어 맛있다! 그냥 호텔 뷔페에 나오니까 적당히 먹어주지, 이 수준이 아니라 정말 달달하고 과즙 꽉찬, 좋은 망고였다. 후후후. 안 그래도 망고를 시장에서 사와서 깎아 먹는 것도 나름 재밌지만, 귀찮기도 하던 차에 이렇게 조식 뷔페에 나와주니 고맙고나.

 

 

 

 

 

 

@ 나미 리조트 레스토랑

 

보라카이의 수평선이 넓은 화각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건 참 좋지만, 뭐랄까, 다소 overrated 된 면도 있는 듯한 나미 리조트. 음식이나 음료는 so so, 서비스는 그닥 안 좋은 편, 한국인 관광객들 많음, 뷰는 좋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대치에 비해서는 고만고만했던 나미 리조트. 그래도 기왕 온 거 바다 사진은 열심히 찍어왔다만 ㅋ

 

 

 

 

 

 

@ 디니위드 비치

 

모래사장에서 이어지는 화이트비치와는 달리, 디니위드 비치 쪽은 바닥에 돌도 많고 물의 색깔이나 깊이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계절이 잘못 걸리면 녹조도 제법 있다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에는 그리 심하지 않은 편. 사실 이 날은 날씨도 쨍하게 맑아서 물 색깔이 훨씬 더 반짝반짝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 됐네 그려. 바다를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서 각도를 한껏 내리꽂아서, 가제트 남편 팔로 한 방.

 

 

 

 

 

 

@ 세일링 스팟, 스테이션 1

 

선셋 세일링은 현지에서 알아보고 괜찮은 가격대로 나오면 하고,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했더니 되려 더 마음 가볍고 즐거웠다. 선셋 세일링이라고 하면 로맨틱한 거 상상하고 막 차려입고 풀메 하고 나오는 한국 여자들 있을 것 같은데, 이게 그물 위에 앉아서 물을 가르고 가는 거라서 세미 수영복 차림에 방수되는 카메라만 가져가는 게 좋다. 사실, 본격적인 선셋 사진은 세일링 끝난 후에 해변에서 찍어야 제대로 나온다는 점.

 

 

 

 

 

 

@ 니기 니기 누누스, 스테이션 2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체류 기간 동안 2번이나 방문한, 이름도 복잡한 니기 니기 누누스. Shabby in not-so-bad-a-way 랄까. 복작거리고 어둑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저녁 시간에 오면 술 마시는 바 분위기지만 우리는 주로 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 가서 맥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죽치고 앉아서 놀았지. 여기에서 한적하게 앉아서 바라보는 눈부신 화이트비치는 실로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나의 베스트 메뉴도 이곳에서 만났어. 팬싯 비혼 누들. 엔젤 헤어 누들을 볶은 요리인데 가는 면의 식감과 매콤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져서 아주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먹었다. 심지어 잊어버릴까봐 메뉴 이름도 찍어왔음! 넌, 정말 훌륭한 점식 식사였단다. (니기 니기 첫 방문 때 주문했던 육류나 튀김은 사실 그냥 그랬음. 식사가 딱히 맛이 없었는 데도 재방문하고 싶을 만큼 식당 자체가 마음에 들었던 거지만. 어쨌든 다시 간 덕에 이 훌륭한 누들을 만날 수 있었지.)

 

 

 

 

 

 

 

그렇게 어느덧 보라카이에서의 7번째이자 마지막 밤.

 

 

 

 

 

Thank you, Boracay, for the wonderful year-end.

 

상세한 여행 후기는 곧이어 하나씩 올라올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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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4 23:23 마곡김여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사진으로만 봐도 대리만족! 멋집니다! ㅎㅎ 노닥노닥하는 여행은 진짜 좋지요~

    • 배자몽 2015.02.25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셔니 조금 더 크면 괌이나 푸켓 등으로 가족여행 가는 것도 추천이여~ 보라카이는 가는 교통편이 너무 까다로워서 아기 데리고 가는 건 섣불리 추천 몬하긋다;;;; 하지만 난 대따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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