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me some cherry truffle chocolate :)

Posted by 배자몽 지름의증거 : 2015. 2. 27. 21:00

 

 

 

얼마 전, 출근하는 줄로 알고 있다가 휴무임을 급 알게 된 구정 연휴 마지막 날 ㅋㅋㅋ 이렇게 공짜로(?) 받은 휴무일을 그냥 흘려버릴 수 없어! 라면서 서해로 드라이브 갔었더랬지. 바다 구경도 하고, 차 안에서 음악 들으면서 보온병에 담아간 차도 홀짝홀짝 마시고, 그러다가 춥지 않은 곳에서 산책하고 싶어서 난데없이 인천공항행. 그 난데없는 목적지에서 또 쌩뚱맞게 에뛰드하우스에 흘러들어 갔다가, 이러다가 여기에서 쇼핑하는 거 아니야? 킥킥대다가 진짜 어이 없게도 몇 가지 소소하게 사왔다. 굳이 인천공항 가서 (원래는 구매할 생각도 딱히 없었던) 봄 한정 섀도우 사온 여자임-_-*

 

 

 

 

 

 

퍼프 & 브러쉬 클리닝 미스트

봄 신상 기브미 초콜렛 시리즈의 네일 컬러 하나와

초코바 모양의 섀도우 중에서 1호 체리 트러플로 겟.

 

 

브러쉬 클렌저는 늘상 쓰는 부류의 제품이어서 가벼운 기분으로 하나 사봤다. 써본 결과 브러쉬에 오일리한 잔여감이 남아서 별로임; 다행히 용량이 적어서 적당히 대강 쓰고 비워낼 수 있을 듯; 이렇게 브러쉬에 바로 뿌려서 닦아낼 수 있는 인스턴트 브러쉬 클렌저는 여러 개 써봤는데 내 개인적인 순위는 : 크리니크 > 메포 > 머스테브 > 삐아 > 에뛰드하우스... 순이라네.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역시 기브미 초콜렛 시리즈의 제품들. 사실 난 에뛰드 취향도 아니고, 요즘에는 꼭 필요한 것 or 정말 구체적으로 강렬하게 욕망하는 것 외에는 사고 싶은 마음 자체가 잘 안 드는 기조라서 이번 신상도 영 시들했었는데, 이 날은 계획에도 없이 남편이랑 산책 갔다가, 역시 계획에도 없이 소소한 것들을 사고 키득거리는 이 나른한 기분이 참 좋았다.

 

브러쉬 클렌저 같은 생필품 말고, 딱히 필요하지는 않지만 재밌는 뭔가를 사고 싶어서, 남편한테 네일 컬러랑 섀도우 중 가장 좋아 보이는 색을 하나씩 골라보라고 했다. 사실 내 화장품을 사는 데에 있어서 딱히 남편의 의견을 묻는 편은 아닌데 이 날은 갖고 싶은 게 구체적으로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지, 가벼운 기분으로 그냥 아무거나 골라보라고 하고 싶더라. 그나저나 섀도우를 고를 때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핑크 계열의 체리 트러플을 가리키는 걸 보니까... 역시 XY 염색체 생물들 눈에 예뻐 보이는 건 분홍 아니면 핑크가 맞나보다;;; 전에도 깔끔한 피부톤에 (a.k.a. 홍조나 잡티를 맑게 정리하고) 그 위에 쿨핑크 블러셔 바르면 예뻐 보인다는 소리를 하더니만. 그래, 그렇다면 내 핑크색으로 하나 사주지, 라는 기분으로 1호 체리 트러플 고고. 마침 다행히도 나도 2호 솔티드 캬라멜이나 3호 카카오 퍼지보다는 이 체리 트러플이 좀 더 잘 쓰이겠다 싶던 차였으니까. 게다가 메이크업을 해보니까 발색도 괜찮고 블렌딩도 잘 되는 게 나름 잘 쓰이겠더라고. 물론, 대체 불가능한 제품은 아니지만 ㅎㅎㅎ

 

남편도, 나도, 본인의 사리사욕이 뚜렷해서 의사결정을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편은 아닌데 가끔 이렇게 대세에 영향 없는 소소한 결정을 앞두고서 상대방의 취향을 반영하고 그의 스타일에 온전히 다 맡겨보는 것도 꽤 재밌다.

 

원래의 나라면 이런 날에도 행선지와 시간별 동선을 어느 정도 정해두고 움직였겠지. 그리고 나 혼자였더라면 뜬금없이 인천공항에 산책하러 가는 일은 없겠지. (사실 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기에 더더욱-_-)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어딘가에 갔다면, 그만큼의 목적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깔았겠지. 그런데 일정 없이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거나 기웃기웃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이 남자와 살다 보니까 이렇게 한적하고 나른한 날을 보내기도 하는구나. 이 에뛰드 초콜렛 섀도우를 볼 때마다 그 소소한 기분이 떠올라서, 왠지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