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다녀온 엄마와의 큐슈 온천 여행 일기를 꽤나 자세하게 써서, 딱히 추가 후기는 필요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교통편과 숙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자세하게 썰을 풀고 싶었다. 왜냐하면, 어디로 갈까, 어떻게 이동할까, 가격들이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의사결정 과정들을 공유해야만 그게 진짜 와닿는 여행 정보라고 생각하기에. 뭐, 게다가 나중에 지인이 물어보더라도 길게 설명 안 하고 그냥 블로그 url만 던져주면 되겠지-_-*

 

 

 

처음부터 정해졌던 것은 :

- 큐슈 지방으로 온천 테마 여행

- 일정은 2박 3일, 료칸 연박으로.

- 예산 상한선은 없지만 실속 가격으로.

 

지역은 :

- 벳부, 유후인, 쿠로가와 등이 있었지만

- 예전에 가본 기억으로 우레시노를 선택.

 

이제 남은 건 료칸 선택이었다.

2박 3일 동안 머무를 숙소이기도 하거니와, 목욕을 하는 온천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조석식을 다 먹게 되는 식당이기도 한지라, 료칸의 선택이 여행의 색깔을 통으로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지만 난 일본어를 못하기도 하고-_-* 몇 년 전에 출장으로 가서 묵었던 와라쿠엔 빼고는 어디가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그렇다고 적당히 괜찮은 데를 하나 골라서 과감하게 선택하는 스타일도 아니라는 거. 지역별로, 그리고 지역 내에서 옵션들을 한 눈에 다 보고 비교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임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번에는 <호텔온센닷컴> 예약 사이트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http://www.hotelonsen.com/) 일본의 다양한 료칸들을 지역별 테마별 가격별로 정렬해서 보기도 쉽고, 예약 프로세스도 간단해서, 나처럼 "일본어는 못 하지만, 숙소 선택의 기준이 뚜렷하며, 자유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호텔온센닷컴 협찬 받은 거 아니고, 그냥 내 돈 주고 예약한 거임!)

 

이 호텔온센닷컴에서 내가 검색한 기준은 :

- 2박 총 숙박 가격이 60만원 미만인 곳 선호.

- 방에 개별 노천탕은 선택사항. 있으면 좋고.

- 개별탕보다 대중탕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

- 화려한 곳보다는 소박하고 가정집 느낌 선호.

 

그렇게 뽑아낸 후보는 :

- 와라쿠엔

- 온야도 타카사고

이 2군데였다.

 

와라쿠엔은 몇 년 전에 묵어봐서 느낌을 잘 아는 데다가, 워낙 규모도 명성도 있어서 어느 부분에서도 과락이 없는 게 장점. 게다가 일본식 정원 안에 위치한 노천탕의 느낌이 매우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것에 마음에 갔다. 이 모든 것에 비해서 가격도 합리적인 편에 속하고. 덤으로, 사장님 얼굴 다시 보고 "예전에 묵어보고 느낌이 좋아서 잊지 못하고 다시 왔다"는 어필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온야도 타카사고는 와라쿠엔에서 바로 다리 하나 건너 위치. 큰 본채 건물과 널찍하게 펼쳐진 별채들을 거느린 와라쿠엔과는 정반대로 소박하고 자그마한 건물 한채짜리 료칸이다. 역시 가격도 저렴한 편. 내가 알기로는 우레시노의 료칸들 중에서는 가장 가격이 착한 듯. 그렇기 때문에 타카사고는 개별탕이 딸린 방을 예약해도 와라쿠엔의 일반 객실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데에 착안했다. 그러나 메인 노천탕이 규모도 좀 작고 인테리어 느낌도 다소 심심한 게 단점.

 

고민 끝에 노천탕이 예쁜 와라쿠엔으로 결정했... 는데, 그 고민하는 이틀 사이에 예약 만실이 떠버림 ㅋㅋㅋㅋ 뭐지 이건 ㅋㅋ 그래서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타카사고로 예약했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엄마가 개별탕 별로 필요 없다고 해서 일반 객실로 했더니 예상보다 숙박비가 많이 아껴져버렸어. (4월 말, 목금 2박 예약 기준으로 43만원 가량) 그런데 지난번 여행 일기에서도 썼지만, 단지 가격 낮은 료칸은 절대 아니었다. 가격대비 대만족한 것은 물론이고, 그냥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답고 따스한 료칸이었어. 다시 돌아가도 엄마와 나는 온야도 타카사고를 선택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이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

 

 

 

 

# 곰방와, 온야도 타카사고 (御宿 高砂)

 

 

 

 

우레시노 강 바로 옆에 위치한 온야도 타카사고 (御宿 高砂)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단일 건물이기 때문에 입구도 이렇게 단촐하다. 로비를 가로질러 가고, 건물을 이동하고, 이런 거 일절 없음 ㅋㅋㅋ 주말에는 사장님이 저 자리에 앉아 계시기도 한데 우리가 도착한 건 한갓진 주중 오후였기 때문에 아무도 없었다. 안주인인 오카미상과 그녀의 딸은 부엌에서 일하는 중이서 스시마셍~ 을 중얼거리면서 우리가 왔음을 알림.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서로 말을 못 알아들어 ㅋㅋㅋㅋㅋㅋㅋ 일본은 수도인 도쿄에서조차 영어가 잘 안 통하는데 이런 큐슈 시골 온천 마을에서야 말해 뭐하랴. 그래도 영어에, 일본 회화책 뒤져서 찾은 문장들에, 손짓 발짓을 더해서 대화하니 그리 큰 불편은 없었다. 워낙 관광객들도 자주 오는 곳이니까 우리가 일본어 못 알아들어도 그러려니 하시는 듯.

 

 

 

 

 

 

요래요래 잔망스러운 장식들을 보면 역시 일본 온 기분이 난다.

 

 

 

 

 

 

료칸 안에서 와이파이도 꽤 원활하게 잘 되는 편. 우리는 어차피 이동하면서도 쓰려고 한국에서 와이파이 공유기를 대여해서 갔기에 별 필요는 없었지만. (스마트 카메라 EX2F를 쓰기 때문에 여행 도중에 틈틈이 사진을 다 전송하곤 한다. 그래야 엄마가 실시간으로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지 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묵은 객실은 305호, 3층에서도 가장 건물 외쪽이었다. 아마도 개별탕이 있는 객실을 골랐더라면 1층이나 2층으로 배정되었을 듯 한데, 우리는 어차피 1층 대중 노천탕을 이용했으니까. 개별탕을 버리고, 3층의 뷰를 얻은 셈이었네.

 

 

 

 

 

 

이랏샤이마세 -

인천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도, 후쿠오카에서 우레시노까지 가는 버스 탑승도, 그리 길거나 피곤하지는 않았건만... 문을 열고 이 소담한 다다미 객실을 보는 순간, 그 얼마 안 되는 피로마저 풀리는 기분이 든다. 아, 정말 잘 왔구나. "바로 이런 걸 바랬다"면서 엄마랑 신나서 조잘조잘.

 

 

 

 

 

 

이게 우리 방 창문에서 보인 우레시노 마을의 전경.

 

눈 앞에 걸기적거리는 것 하나 없이 넓고 나즈막히 펼쳐진 화각.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본 시골 온천 마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담백한 색감. 그리고 타카사고 료칸 바로 앞을 흘러가는 우레시노 강의 물소리와 그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백로들의 날개짓까지.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광경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좋았다. 꽃이나 과일향이 나거나, 색깔이 화려한 화차가 아니라, 은은하고 싱그러운 녹차 같은 느낌. (실로 우레시노는 특산물 녹차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방에도 이렇게 늘 녹차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방문한 4월은 마침 그 해의 새로운 녹차 잎이 수확되는 계절이라서, 여리고 신선한 신차를 양껏 즐길 수 있었다. 섬세한 다도 같은 건 몰라도 그냥 이렇게 청아한 풍경을 보면서 오래된 찻잔에 녹차를 따라 홀짝이기만 해도 좋다. 녹차 잎이 워낙 좋기 때문에 차를 우리고 따를 때에도 일부러 주전자를 흔들어서 찻잔에 찻잎이 좀 담기게끔 따르더라.

 

 

 

 

# 싱그러운 녹차의 마을, 우레시노 (嬉野)

 

 

 

 

여장도 풀었고, 녹차도 마셨으니, 이제 마을을 둘러봅시다. 우레시노 마을은 자그마해서 걸어서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지도 없이 그냥 돌아다니다가 발길 닿는 대로 기웃거리면서 구경해도 좋다. 그런 여유로움이 더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고.

 

 

 

 

 

 

마을 곳곳에 보이는 야외 족욕탕들. 그 중에서도 나름 지표가 되는 게 시볼트의 족욕탕이다. 마침 비행기에서의 아점 이후로 점심은 따로 안 먹었던 차여서 바로 옆의 가게에서 홍차 아이스크림과 구운 달걀을 사서 먹으면서 노곤하게 족욕을 즐겨주었지. 우레시노 마을을 돌아다닐 때에는 잘 마르는 손수건을 하나쯤 들고 다니는 게 좋다. 언제든 족욕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실로, 마을 사람들도 족욕탕에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떨곤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고요하고 청아하던 절과 신사의 풍경들.

 

 

 

 

 

 

우레시노 강가에는 이렇게 풀밭과 나무들이 가득하다. 여기가 규슈 올레길로 이어지는 초입구. 우리는 이번에는 올레길을 걷는 일정은 없어서 강가 벤치에 앉아서 풍경 감상하고 수다 떨고 사진 찍고 그러고 놀았지만. 마을에 대단한 관광거리는 없을지라도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강가에서 보이는 풍경의 일부. 물 위에 잔영을 남기는 왼쪽 건물은 이 지역의 대표 양조장. 그리고 우측에 저 멀리 보이는 게 와라쿠엔 료칸. 4월 말이어서 4월 초의 벚꽃 성수기는 진작에 지나갔지만 이렇게 싱그러운 녹색을 즐길 수 있다면 이 계절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마을을 흠뻑 느끼고서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아, 그렇지. 이게 료칸 숙박하는 가장 큰 즐거움 아니겠어. 집요정이 다녀간 것 마냥 정갈하고 포근하게 깔아놓은 이부자리. 료칸의 이불은 정말 다른 어떤 침구로도 대체가 되지 않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목욕하고 가이세키 요리 먹고 와서 여기에서 숙면할 걸 생각하니 세상 다 가진 기분이네.

 

 

 

 

# 료칸의 존재 이유, 온센 (溫泉)

 

 

 

 

그러니 이제 목욕하러 가봅시다. 유카타 둘러입고 총총. 온천은 1층에 있어서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지만 료칸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이동 거리는 그닥 번거롭지는 않다. 그리고 어차피 입고 벗기 편하게 유카타 입고 다니니까,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목욕하러 오기에는 딱이더만. 일부 규모 있는 노천탕들의 경우에는 매일 남녀탕을 서로 바꾸기도 하는데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 타카사고는 그냥 변동 없이 운영하더라.

 

 

 

 

 

 

들어가면 세면대 2개와 옷바구니 등이 있는 자그마한 탈의실이 나온다. 사람이 넷 이상이 되면 다소 복작복작할 정도의 규모. 그러나 이 날은 평일 저녁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와 나만 단독으로 사용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되면서 사람이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많이 몰린 적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워낙 목욕을 자주, 그리고 오래 해서 ㅋㅋㅋ 우리가 목욕하는 동안 한두 명이 와서 씻고 먼저 나가는, 뭐 그런 정도? 더 널찍하고 화려한 온천들도 많겠지만 여튼 우리는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썼음. 사실 우리 만큼 온천을 200% 즐기는 숙박객도 드물지 싶어... 안 그래도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를 누렸네. 후후후.

 

 

 

 

 

 

샤워기도 딱 4개. 어차피 엄마랑 나, 둘이서만 쓴 거나 다름 없어서 공간은 넉넉했지만. 저렇게 각 자리에 나무 의자와 대야가 준비되어 있다. 나도 목욕 마치고 나름대로 정리정돈 하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일본 여자들 보니까 대야의 물기가 빠지도록 엎어놓기까지 하고 나오더라.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모습 그대로 다시 세팅하는 게 당연한 문화였다. 그걸 보고 감명(?) 받은 우리도 따라서 섬세하게 뒷정리를 하게 되었음!

 

 

 

 

 

 

이렇게 실내에도 온탕이 하나 있기는 한데 기왕이면 노천탕, 싶어서 여기는 한번도 이용 안 해봤네. 매번 머리 감고 몸 씻는 게 완료되자마자 노천탕으로 튀어 나가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놀았음 ㅋㅋㅋ

 

 

 

 

 

 

그리고 이게 노천탕.

 

넓은 정원과 큰 탕이 있는 온천들에 비하면 "그냥 야외에 있는 탕" 수준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참 잘 놀았다. 몸은 따끈하고 공기는 적당히 선선한 노천탕이라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좋은 데다가, 거의 머문 기간 내내 우리끼리만 쓴 거나 다름 없어서 여유로웠고, 무엇보다도... 물이! 물이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타케오의 진한 온천수도 감동적이었지만 우레시노 온천수는 뭐랄까, 보다 보드랍고 몽글몽글하다. 목욕 후에 몸에 아무 것도 안 바르더라도, 평소에 보습제 담뿍 발랐을 때보다 훨씬 더 피부가 촉촉해. 하기사, 우레시노라는 지명의 탄생 자체가 우레시이! 기쁘다! 라는 탄성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니까. 이 노천탕에서 몸을 푹 담궜다가, 몸은 내놓고 발만 담그고도 있었다가, 아예 나와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그렇게 원없이 목욕을 즐겨주었다.

 

 

 

 

 

 

그래서, 신났음 ㅋㅋㅋ 평소에도 목욕 친구인 엄마 딸 ㅋ

 

 

 

 

 

 

밤 목욕, 그리고 푹 자고 일어나서 바로 즐기는 아침 목욕.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상쾌하기도 하여라.

 

 

 

 

# 료칸의 또다른 즐거움, 가이세키 요리 (會席料理)

 

 

료칸에 묵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가이세키 요리다. 일본의 목조 건물에서,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즐긴 후에, 정갈하게 내오는 일본식 코스 요리. 이것만 해도 여행의 취지는 이미 다 달성되는 게 아닐까. 식도락 욕망이 꽤나 있는 우리 문여사님은 "일본 음식은 양이 적지 않나" 이러다가 첫 날, 요리를 먹어보고 그런 걱정이 쏙 들어갔다고 한다 ㅋㅋㅋ 누가 일본 음식 양이 적대;;;

 

 

 

 

 

첫 날 저녁은 이렇게 1층 룸에서 즐겼다.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2박 연박하는 동안, 첫 날 저녁은 1층 룸에서 강가 풍경을 즐기면서, 그리고 둘째 날 저녁은 우리 방에서 프라비잇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신 거였음. 메뉴도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에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바로 바깥 테라스에 자그마한 족욕탕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기다리면서 잠시 바깥 바람 쐬면서 참방거렸다. 첫 날, 첫 식사여서 그런지 최고로 들떠 있음! 이때 유카타 방향도 잘못 입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ㅋㅋㅋ 좋다, 좋다, 정말 좋다, 를 연발하면서 싱글벙글 :)

 

 

 

 

 

 

도톰한 사시미를 전채 삼아서, 식사를 시작해봅시다.

 

 

 

 

 

 

안 그래도 코스로 나오는 데다가 각 요리에 식재료며 소스며 종지 그릇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모른다. 료칸 안주인들은 이 그릇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신기할 정도. 그리고 그릇들은 굳이 깔맞춤이 아니라 제각각의 크기와 무늬로 나오는데 이것 또한 소박한 타카사고와 잘 어울렸다. 첫 날 저녁의 메인 요리는 생선과 유부, 오뎅, 그리고 두부가 들어간 전골.

 

 

 

 

 

 

그리하여 이 즐거움을 나마비루로 표현해보았음-_-*

 

아름다운 풍경, 정갈하고도 풍성한 음식, 료칸의 친절한 서비스, 여기에 시원한 아사히 생맥주를 한 입 얹는 순간... 탄성이 나옵디다. 심장이 찡할 정도로 행복했다.

 

 

 

 

 

 

덴뿌라를 찍어먹는 소금조차 녹차 소금!

 

 

 

 

 

 

전골과 덴뿌라까지 다 먹고 나니 오카미상이 밥을 퍼담아준다. (그렇다. 아직 식사는 끝나지 않았다.) 이미 차곡차곡 나온 음식들로 배가 부른 상태인데 그렇다고 밥을 안 먹어볼 수는 없지. 그나마 나는 가이세키 요리의 양이 상당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앞서 나온 음식들을 조절해서 먹었는데, 가이세키를 처음 겪어본 엄마는 맛있다며 다 먹다가 소화 능력의 한계치를 경험한 듯. 그런데도 밥마저 너무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고슬고슬 섬세하게 살아있는 밥알의 식감. 좋다.

 

 

 

 

 

 

조식은 정원이 내다보이는 1층 연회장에서 먹는다. 원하는 시간을 전 날 미리 예약해두면 그 시간에 맞춰서 세팅을 해놓고 객실 전화로 호출하더라. (물론 말은 못 알아듣지만, 아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린가봐, 이러면서 알아서 잘 감 ㅋㅋㅋ) 아침은 저녁보다는 단촐하지만 그래도 역시 양은 많다. 그리고 밥상의 주인공은 역시 두부! 온천물로 끓여서 흐물흐물해진 온센 도후! 나도 지난 몇 년 간 이 두부 생각이 그리 났는데 간만에 먹어도 고소 담백 향그러운 것이 아주 일품이더라. 엄마도 이거 먹어보겠다고 벼르더니 소원 성취하셨음. 후후후. 우측에 녹차 따르는 사진은 "식사를 다 마치고 배가 불러서야 비로소 우아하게 차 따를 여유가 생긴" 우리 문여사님 ㅋㅋㅋ

 

 

 

 

 

 

둘째 날 저녁은 이렇게 우리 방에서, 소고기 샤브샤브와 함께.

 

 

 

 

 

 

경건하고 비장하게 육수에 채소와 고기를 투척 ㅋ

 

이 날은 아리타 도자기 마을에 다녀와서 걷기도 많이 걷고 다녀와서 목욕도 해서 나른한 상태였는데 굳이 1층으로 안 가고 우리 방에서 상을 받으니 세상 편하고 좋더라. 또 마지막 밤이기도 했는데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떠나는 날, 아침식사까지... 끝까지 아름다웠네.

 

사실 료칸 숙박하는 사람 치고 가이세키 맛없다는 사람 못 봤지만, 온야도 타카사고의 가이세키는 유독 평이 좋더라. 우레시노 마을에서도 오래 된 축에 속하는 료칸이고, 그 오카미상의 경험과 연륜도 상당해서, 요리를 잘 하는 걸로 유명하다는 듯. 가이세키 장인 같은 느낌? 뭐 비교 분석을 할 정도로 다른 가이세키를 다양하게 많이 먹어본 건 아니지만, 엄마와 나는 정말 이 식사의 경험만으로도 여행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만족했다.

 

아울러, 숙박에 온천욕에 조식 석식까지 다 제공되는 걸 생각하면 료칸이 마냥 비싼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하룻밤에 백만원 호가하는 곳들도 많지만 이 온야도 타카사고는 2박에 40만원대였으니... 와, 정말이지 그 돈 중 단 1원도 아깝지 않다. 되려 내가 낸 돈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이 누린 것 같아서 겸연쩍기까지 할 지경.

 

 

 

 

# 사요나라, 온야도 타카사고 (御宿 高砂)

 

 

 

 

타카사고 료칸의 마스코트, 19살된 할머니 네코상!

 

도착한 날에는 이 고양이가 안 보이길래 "노령이어서 혹시..." 했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이렇게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라. 무사 생존해서 다행입니다; 고양이 치고 초고령이라서 저렇게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돌아다니곤 한다. "에고에고, 삭신이야..." 라는 표정으로.

 

 

 

 

 

 

우리 다음에 또 올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오냐.

 

 

 

 

 

 

아침 식사 후에 유카타 입고 마지막 산책!

 

 

 

 

 

 

오카미상에게 부탁해서 우레시노 IC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IC까지 가는 송영 차량을 대기시킨 후에, 모두 함께 기념샷을! 저들 둘도, 우리 둘도, 누가 봐도 모녀인 걸 알아볼 수 있겠구나 ㅋㅋㅋ 수줍은 미소가 깃든 친절한 서비스도, 맛있는 음식도, 모두모두 감사해요. 다음에 다시 갈 때에는 일본어 공부 좀 해갈게요-_-*

 

 

 

 

큐슈에는 우레시노 말고 다른 온천 마을도 많지만, 난 엄마와 온전히 함께 하는 여행으로는 이 조신한 녹차 마을, 우레시노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우레시노에도 다양한 료칸들과 온천 호텔들이 있지만 개중에서 이렇게 소박하고 담백하고 포근한 기억을 남겨준 타카사고를 선택한 것 또한 만족스럽다. 덕분에 엄마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을 선물해줄 수 있었어. 큐슈 지방의 사가현의 우레시노 마을의 온야도 타카사고 료칸, 잊지 않을게. 꼭 다시 가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