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올케 (라기보다는 예비 올케지만) 생일도 겹쳐서

겸사겸사, 그동안 잠재워뒀던 나의 베이킹 욕망도 발현시킬 겸,

친정에 갈 때 쉬폰 케익을 구워가기로 (내맘대로) 결정했다-_-v

 

게다가 마침 최근에 선물 받은 단호박이 한 박스 가득 있어서

번거롭더라도 단호박 가루를 쓰는 대신에 직접 단호박을 쪄서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담백한 풍미를 최대한 살려보기로. (과연?)

 

 

 

 

 

 

사실 껍질을 위로 가게, 내용물이 증기를 바로 쬐게 해야 하는데,

단호박의 노오란 속살이 보이게 사진 찍느라고; 찍고 다시 뒤집음;

 

 

 

 

 

 

말캉하게 쪄진 단호박 속살을 잘 긁어내서 으깨면, 퓨레 완성.

 

 

 

 

 

 

그런데 여기에서 난데없이 타임리프-_-해서 케익 완성샷;

 

처음에는 '간만에 레시피 포스팅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에

단호박이니 퓨레니 사진을 찍었는데 하다 보니 바빠져서-_-

게다가 생크림은 휘핑 과정에서 유수분 분리돼서 버터화되고;

급 임기응변으로 냉장고에 있던 크림치즈를 꺼내서 휘핑해서

원래 하려던 단호박 생크림 대신에 치즈 크림으로 대체했다;;;

 

그래도 아주 망할 줄 알았는데 제법 케익 꼴(?)이 나와주었지!

노오란 단호박 색깔을 낸 크림으로 데코레이션 해보려고 했는데

그나마 농도가 안 맞아서 케익 중앙 부분에 그냥 채워넣는 걸로;

 

 

 

 

 

 

그 삽질에도 불구하고, 맛은 내가 만든 케익 중 역대급 최고!!!

쉬폰 케익 바디는 오버쿡 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딱 적당했고

단호박의 달콤하되 담백한 맛이 풍부하게 살아나서 훌륭했다.

그리고 여기에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저 밀도 높은 아이싱도

단호박의 담백한 맛과도 잘 어울리고 질감도 촉촉 보드라웠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고 간 나도, 옆에서 응원해준 남편도,

'언제 이런 걸 다 만들 줄 알게 되었냐'며 놀라던 엄마 아빠도,

그리고 생일 및 기타 축하의 대상이었던 동생군과 올케양도 -

 

모두모두 맛있게 즐겁게 먹었던, 나의 단호박 쉬폰 케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