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소피에서 날아온 홀리데이 에디션 소식이다.

보다시피 바디/프래그런스 위주의 제품 구성이고

(늘 그렇듯이)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주역이다.

 

오드퍼퓸, 오너먼트, 레이어링 세트...

다 데려와야 하나 뭐 이런 고민을 하게 되네;

 

 

 

 

여담이지만, (그리고 꽤 무거운 내용이지만)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달콤하고 파우더리한 향기,

특히 샤워젤 겸 버블배스에 나름의 기억이 있다.

 

재작년 말, 즉 결혼을 준비하던 2013년 12월.

결혼을 앞두고 이미 강서구로 이사를 와있어서

아직은 출퇴근길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때였다.

일상생활이 아니라 마치 어디 놀러온 것 마냥,

겨울철에 묵고 있는 숙소로 들어가는 그런 기분.

 

게다가 날씨가 급격하게 혹한으로 들어섬에 따라

다른 공간, 새로운 시기가 절감이 되던 때이기도.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들었다.

 

(비록 나는 일정이 겹쳐서 못 나갔지만)

마침 간만의 전체 모임이 잡힌 날이었다.

 

며칠 전의 출장 때문에 피곤해서 낮잠을 잤는데

그냥 갑자기 그렇게 이유없이 깨어나지 못했다.

모임 후배인 아내와, 100일도 안 된 아기를 두고.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다른 친구의 침통한 목소리를 통해서 확인받았다.

 

그러고 멍하게 집에 들어와서 남편이 맞아주는데

그제서야 심장이 마구 뛰면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한참 얘기를 들어주던 남편이 일단 진정을 하라면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서 나를 들여보냈다.

 

그때 욕실에 가득했던 게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향.

 

여전히 '세상에 이럴 수는 없어' 라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그 향이랑 따뜻한 욕실 공기가 도움이 되었다.

 

이사 오면서 욕실은 다소 낡았지만 그냥 써도 됐는데

내가 목욕을 좋아해서 욕조도 들이고 공사를 한 거였다.

 

그 욕조 안에 따끈하게 앉아서 포근한 향기를 맡으니

슬픔을 위로받으면서 온전히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홀리데이 에디션 수다 떨다가 갑자기 훅 무거워졌네.

하여간, 나에게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기억은 그렇다.

 

 

 

 

후각은 온전히 기록하고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부질 없으면서도, 그 기억은 깊고 간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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