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의 집밥 몇 가지... 사실 장르의 범주는 맨날 거기서 거기인데, 한식과 양식을 나름 교차하면서 하기 때문에 괜히 다채로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남편이 연달아 밥을 먹으면 거북해하는 편이라서 일부러 텀을 주는 편. 난 원래 '아니 대체 왜... 채식 위주의 밥반찬과 잡곡밥이야말로 속이 편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남자랑 같이 살다 보니까 그 패턴에 조금 물드는 것 같기도 하고-_-;;;

 

 

 

 

 

 

 

엄마가 끓여서 안겨준 삼계탕을 그대로 데워 내기만 한 거라서 요리를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튼 엄마의 주장대로 매우 특출나게 맛있었던 닭. 사이즈는 큰 편이 아닌데 살이 꽉 차고 비린내가 전혀 없는 것이, 닭고기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거 좋은 닭이구나' 싶었다. 한 마리 나눠 먹고, 불려놓은 율무쌀 한 줌으로 마무리 죽까지 해먹으니까 딱 좋더라.

 

 

 

 

 

 

한식 함 먹었으니까 양식 함 먹어야죠잉. 그런데 파스타 면에 피클이랑 와인 곁들여내긴 했지만, 소스는 고추장으로 만든 거라서 ㅋㅋㅋ 장르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코탈리안 (Ko-talian) 퓨전이라고 합시다. 고추장을 살짝 과하게 넣어서 자극적인 듯 했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는 썩 나쁘지 않았던 듯. 사실 뭐 파스타 별 거 있나요. 면 삶고, 원하는 사이드 재료 데치거나 볶아서 삶아서 건진 면이랑 합치고, 소스는 마음대로 뿌려대면, 그게 얼추 파스타 되는 거지. 후후후. 그나저나 저 파란 문양의 카레볼/파스타볼은 정말 즐겁게 잘 쓰네. 적당한 면적에 오목한 깊이, 그리고 진한 색의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색감까지, 여러 모로 취향일세.

 

 

 

 

 

 

이건 조금 더 본격 이탈리안에 가까운, 알리오 올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파스타 뭐 별 거 있나요. 대강 삶고, 휘리릭 볶다가, 합치고, 원하면 치즈 좀 갈아올리고 뭐 그러면 다 된 거지. 기본 원리는 짜파게티와 크게 다를 것 없는데, 노력대비 비주얼이 가장 잘 나와주는 게 바로 파스타라는 장르인 거슬... 게다가 집에서 만들 때에는 마늘이든 치즈든, 취향 재료를 원하는 만큼 듬뿍 넣을 수 있는 게 좋다. 난 가끔 파스타 면보다도 마늘을 더 많이 넣는 것 같음 ㅋㅋㅋ

 

 

 

 

 

 

떡... 은 가득한 국물 속에 빠져 있어서 아니 보이지만, 여튼 나름 새해맞이 사골 떡국이다. 새해라고 꼭 떡국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만약 먹을 거면 사골 국물 있으니까 사골 떡국 해줄 수는 있고' 라고 했더니 남편이 반색을 하길래 ㅋㅋㅋ 그래서 휘리릭 끓였다. 떡 조금에 새우만두 넉넉히, 그리고 송송 파는 있는 대로 다 집어넣고 간은 약하게 해서 싱겁고 담백하게! 집밥이 좋은 건 바로 이런 이유다! 내 입맛대로 내 멋대로 만들 수 있으니카! 사실 떡국의 떡을 돋보이게 하려면 국물을 조금 적게 넣고 떡을 중앙으로 몰아서 플레이팅해야겠지만, 굳이 그렇게 할 만큼의 열정은 없어서, 대강 담아서 사진도 한 손으로 막 찍었네;

 

 

 

 

 

 

 

 

이건 또 마음 먹고 '밥'을 한 날. 여유롭게 옹기솥도 꺼내서 연근 썰어넣고 솥밥도 짓고, 콩나물도 데치고, 매콤한 된장찌개에다가 다 먹고 나서는 국물에 칼국수 사리도 한 웅큼 넣어서 구수하게 마무리해줬다. 여러 가지 솥밥에 도전 중인데 아직은 실력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그래도 아삭아삭 씹히는 연근밥의 매력에 눈을 떴다! 특히 고슬고슬한 솥밥으로 지을 때 그 매력이 가장 잘 살아나는 듯? 하지만 통연근은 손질하기 영 귀찮으니까 집 앞 슈퍼에서 손질 연근 팩으로 팔 때만 사와야지. (꼼수도 살림 실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바...)

 

 

 

 

 

 

최근 놀금에 엄마를 집으로 초대해서 차려드린 밥상! 내가 원체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편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따뜻한 집밥 차려 먹이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장 특별한 기분이 드는 대상은 역시나 '엄마'다. 엄마가 가족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밥상'이었는데, 이제 내가 그걸 엄마에게 해주게 되다니, 그 느낌이 참 각별하고 따스하다. 게다가 요리를 유독 잘 하는 엄마는 나의 요리 멘토이기도 해서 (물론 딱히 배운 적은 없다. 그런 엄마를 보고 컸다는 것 뿐, 사실 내 레시피는 죄다 요리책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오는 듯 ㅋㅋㅋ) 그런 엄마에게 밥상을 내놓으면서 평가(?)를 받는 기분이 은근히 뿌듯하기도 하고. (오, 자신 있다는 건가 자네 ㅋㅋㅋ)

 

 

 

 

 

 

오늘의 메인 아이템은, 취나물 솥밥. 건취나물을 미리 삶아서 식히고 물기를 꼭 짜낸 후에 소량의 들기름과 간장에 조물조물 무치고, 잡곡 위에 얹어서 솥밥을 지으면 된다. 나물을 넉넉히 넣어서 취나물 향기가 확 나는 것이 아마도 입맛의 호불호는 타겠지만 엄마와 내 입에는 매우 잘 맞는 걸로. 여기에 양념장을 넣어서 비벼 먹어도 되지만, 취나물에 기본 양념이 되어 있기도 하고, 짜게 먹는 것보다는 약간 싱거운 듯 하게 먹어서 나물의 향을 즐기는 게 더 좋아서 양념장은 생략했음.

 

얼갈이는 수퍼에서 소량 데쳐놓은 걸 팔길래 냉큼 사서 물기 짜고 송송 썰어서 청량초 된장에 무쳐놨다가 다시마 육수에 끓여내기만 하면 완성. 얼갈이를 넉넉하게 넣어서 두부 등 다른 부재료가 없어도 충분하다. 맛도 다시마 육수의 감칠맛, 그리고 청량초 된장의 칼칼함 덕분에 짜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맛이 나고. 내 사랑 풀무원 청량초 된장 ㅋㅋㅋ

 

불고기는 냉동시키고 남은 불고기감이 있어서, 그리고 빨리 다 써야 하는 굴소스가 있어서 휘리릭 볶았는데... 난 역시 고기 입맛은 아니야. 내가 만든 고기 요리는 죄다 별로임. 이래서 요리하는 자의 사심이 중요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전 날 만들어놓은 매운 무생채는 맛있어. 왜냐면, 내가 무생채를 좋아하니카. 뭐 이렇게 일관성 있다냐.

 

 

 

 

 

 

주인공인 취나물 솥밥은 클로즈업샷. 잡곡밥도 고슬고슬, 취나물도 향긋향긋, 화려하지는 않은데 특별한 밥상을 책임져준 기특한 메뉴.

 

 

 

 

 

 

비주얼을 위해서 일부러 밥그릇 말고 보다 큰 사이즈 면기에 담아냈다. 차분한 색감의 취나물밥 주변으로 파란 색이 펼쳐지는 게 보기 좋네. 한식이나 일식 밥상 차릴 때는 주구장창 잘 쓰는 미노야 그릇 시리즈.

 

 

 

 

 

 

이건 굳이 갖다 붙이자면... 인도식? 사실 아이허브에서 종종 구매해두는 테이스트 오브 인디아 치킨 커리 페이스트가 다 한 거지만. 인도 커리에는 진밥이 안 어울려서 안남미 혹은 난을 곁들이는 게 좋은데, 안남미가 없고 난을 굽는 건 귀찮으니까, 또띠야를 오븐에 구워내서 난 대용으로 먹자! 그리고 '치킨' 커리이긴 하지만 내 마음대로 양파와 당근만 잔뜩 넣고 채식으로 만들어버리자! (아, 치킨스톡 육수를 소량 넣었으니까 어차피 채식은 아닌가?)

 

 

 

 

 

 

오븐에서 배가 부풀어오른 또띠야를 반 갈라서 커리 파우치처럼 사용하는 남편군 ㅋㅋㅋ 커리를 좋아하고 한국식 진밥보다는 빵/국수 등을 선호하는 남편, 그리고 향신료는 꽤 좋아하며 고기보다는 채식 재료를 선호하는 나, 두 사람 다 만족했던 어느 휴일의 저녁 식사 :D

 

 

 

 

여튼, 뜨문뜨문할지언정 집밥 생활은 계속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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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1 14:55 nam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요리도 이렇게 뚝딱뚝딱 잘 한대. 언니 집밥 한 번 얻어먹어보고 싶다아.

  2. 2016.01.11 20:08 hww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 읽기만해도 배따뜻하고 행복해지는기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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