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에,
가벼운 기분으로 다녀왔던 제주도.
짧은 2박 3일 동안 가장 좋았던 순간들.
좋아.
금요일 근무를 휘몰아쳐서 끝내고
밤비행기로 바로 제주 내려가는 기분.
생각보다 체크인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한 타임 빠른 비행기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여튼 무사히 출발했으니!
좋아.
전날 회사 워크샵 종료한 남편과 조우해서
'단 이틀이지만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이라며
입맛에 딱 맞는 아침식사와 커피를 즐기면서
들뜨지만 여유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맞는 것.
좋아.
이렇게 비바람 몰아치는 서늘한 날조차 좋아.
일정에 강박관념 없이 날씨 따라, 기분 따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도 괜찮다는 걸 아니까.
좋아.
별 욕심 없이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이렇게
1회용 우비 하나씩 뒤집어쓰고 시시덕대는 것도.
좋아.
봄비 내리는 비자림 숲길을 같이 걸을 수 있어서.
좋아.
어제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가득한 시내에서 일하다가
오늘은 이렇게 제주에서 봄비 내리는 숲풍경을 보다니.
좋아.
이번 제주 여행을 부추긴 결정적 계기였던,
친구가 신규 개업한 식당에 와볼 수 있어서.
좋아.
'맛집'이라며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고요하게 포근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아.
미니키친의 오리스튜 맛이,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아.
제주도의 오름를 사랑한 사진가 김영갑, 그의 세계가.
좋아.
비록 해가 쨍하게 나지 않아서 바다 풍경은 흐려도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운치 있다면서 노는 우리가.
좋아.
종달리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꽃나무 풍경이.
좋아.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익은 책방의 풍경이.
좋아.
회보다는 따끈히 구운 고기가 땡기는 날이었는데
고기와 해산물 모듬으로 딱 2인분 먹을 수 있다니.
좋아.
늦은 밤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개운하게 씻고,
거실에서 맥주 한 캔에 과자를 펼쳐놓고 수다 떨기.
좋아.
어느덧 맑게 갠 날씨와 함께 아침을 맞는 것도.
좋아.
어제의 흐린 하늘 아래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이렇게 맑고 푸르른 평대리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아.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풍경이 나오는 듯 하면
기꺼이 속도를 늦추거나 차를 세워주는 당신이.
좋아.
'평대리 바다 풍경만 해도 만족해' 라고 했지만
그래도 월정리의 햇살 바다 또한 보게 되어서.
좋아.
아무 것도 안 하고 그저 노닥거려도 충분한 이 기분이.
좋아.
이렇게 공유하는 풍경, 공유하는 기억이 늘어가서.
정말이지, 좋아.
2016년 4월 말, 봄철의 제주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본 첫 제주도가
이렇게 푸르르고 싱그럽고 포근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