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서 만화창고 대개방한다. 올 사람?'
암만, 가야지, 이런 건 휴가를 내서라도 가야지.
임미는 휴가 내고 가고, 나는 놀금이어서 가고.
전날 저녁, 마트에서 싸제 간식을 구매한다.
빈둥대는 만화 데이에 최적화된 꼬마 꾸이맨.
그리고 이를 상쇄하는 건강형 무염 볶음 캐슈넛.
이 집의 방대한 만화 재고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일단, 첫 판은 가볍게(?) 추억의 호텔 아프리카로!
임미는 펫샵 오브 호러스, 만화방 사장님은 마니!
와, 이 손맛 나는 그림체, 책장 넘기는 맛,
이 한가로운 공기마저 얼마나 오랜만인지.
그리고, 세월이 지났어도, 내가 변했어도,
이 작품이 가지는 보드라운 매력은 여전해.
게다가 다시 보니까 등장인물이나 내용이
꽤나 진보적, 파격적이기까지 하단 말이야.
역시 이 날 휴가였던 형부가 내려준 아이스 모닝 커피.
와, 이 만화방 사장님 친절하시네요. 커피도 맛나고.
한갓지게 보낼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이 몽글몽글.
하지만, 커피는 스타터일 뿐 ㅋㅋㅋ
첫 와인은 역시나 스파클링이 좋다네~
물론, 메인은 레드로 이어져야 마땅하지!
집에서 와인 마실 때는 와인잔 잘 안 꺼내고
다리가 짧고 튼튼한 빌보를 애용하는 편인데
이따금씩 이렇게
'제대로 된 와인잔'의 매력을 느끼곤 한다.
저 큼직한 잔 안에서 향이 피어오르다가
좁아지는 입구에서 농밀하게 모여들 때.
물론, 잔 자체는 비싼 건 아니라고 합디다.
코스트코 커크랜드 기본 6개들이였던가.
나도 간만에 집에 있는 와인잔들 꺼내볼까...
이따금씩 수다 떨다가,
그러나 주로 각자 만화책 페이지를 넘기다가,
'점심은 어떻게 할래?'
'나, 요즘 다이어트하는데 오늘 치팅데이야.
피자, 꼭 수퍼 수프림 타입으로 먹을래!!!'
애즈 유 위시 ㅋㅋㅋ 수프 수프림 머겅 ㅋ
디쥬인조이? :D
이러고서 또, 끝없이 만화책에 빠져들었다.
몸과 마음이 녹진해질 때까지 그렇게 실컷.
좋은, 시간이었네.
은평구 풍류 한량 하우스에서의 만화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