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다른 음식이라면 몰라도,

매콤한 낙지볶음에 대해서라면,

이제 제법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기준도 뚜렷하고,

여러 군데 비교도 나름 가능하고.

 

역시 인간은 지가 땡기는 걸 해야 된다니까;

 

예컨대,

도통 즐겨 먹지도 않고 체질에 맞지도 않는 곱창은

아무리 모든 사람이 맛집으로 칭송하는 곳에 가도

당최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건지를 잘 모르겠더라.

 

여튼, 그런 나의 낙지 애호 지평에 혜성 같이 등장한!

(그러나 나 빼고는 왠지 다들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종로3가

종로 眞낙지

 

내가 근래 3년간 가본 서울 낙지 맛집 중 단연코 1위!

 

 

 

 

 

 

사실 이 날도 딱히 작정하고 찾아간 것도 아니었고...

마침 낙원상가에서 야외 영화를 보기로 예약해둬서

그 부근에서 적당히 저녁을 먹고 가자는 차원이었지.

그냥 뭐, 낙지 상태만 적당히 신선하면 된다는 식으로.

 

 

 

 

 

 

수족관만 보고 해산물 상태를 가늠할만한 내공은 없다.

맛있게 다 먹고 나오는 길에 감명받은 마음을 찍은 거 ㅋ

 

우리는 가장 기본 메뉴인 산낙지 철판 2인분을 시켰는데

같은 철판이라도 중국산 냉동 낙지는 가격이 몇천원 낮고

국산 산낙지로 볶는 건 가격이 조금 더 높다. 그럴싸한데?

 

 

 

 

 

 

얘들아, 미안해.

낙지로서 좋은 삶을 살았길 바래.

 

워낙에 인기도 많고 회전율이 빠른 집이다 보니

낙지들의 보관이나 신선도는 매우 괜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낙지 전문 프랜차이즈인 김명자 낙지마당과

엇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정도라고 느꼈을 정도.

 

 

 

 

 

 

그렇게, 빨판 사이사이로 매콤한 양념이 배어가고...

 

 

 

 

 

 

허허, 이것 참 곧 젓가락을 들 때가 다가오는구나.

아주머니가 잘 볶아주시니까 얌전히 기다리면 된다.

 

 

 

 

 

 

철판 2인분에 탱글한 산낙지가 2마리, 그리고 각종 채소.

게다가 다 먹고 나서 볶음밥이나 우동 사리 등을 먹으니까

전체적인 양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더라.

 

 

 

 

 

 

배가 부르지만 볶음밥까지 해줘야 코스의 완성이지.

배가 부르니까 공기밥은 하나만 해서 같이 먹읍시다.

 

 

 

 

 

 

늘 그렇지만,

이런 철판 볶음밥류는 사진발 참 안 받아 ㅋㅋㅋ

실제의 향과 맛이 당최 비주얼로 표현이 안 됨 ㅋ

 

 

 

 

 

 

챱챱.

 

 

 

 

자, 이제 본격 얘기를 해봅시다.

사실 낙지 철판 볶음이라는 요리 자체는 흔한 장르고,

매콤한 양념에 볶고 비비고 했으니 맛 없기도 어렵지.

 

그렇다면 이 집을 그리 극찬하는 이유가 당최 무어냐?

 

바로, 균형이다. (비장)

 

가격 - 서비스 - 낙지의 상태 - 양념의 적절함 - 사리

이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과락이 없는 점!

 

 

 

 

예를 들자면 (물론 모든 평가는 내 입맛 기준으로...)

김명자 낙지마당은 낙지의 상태는 매우 훌륭했지만

양념이 너무 자극적인 캡사이신 st. 매운 맛이어서-_-

먹는 동안 꽤나 번거롭고, 거의 괴롭기까지 할 정도다.

물론 그럼에도 맛있으니까 계속 파닥거리며 먹지만 ㅋ

그리고 다 먹고 나면 5분 안에 사그러드는 매움이지만;

 

그리고 우리가 종종 가는 화곡역/신월동 착한낙지는

양념의 매운 맛은 비교적 깔끔하게 잘 빠진 편인데

낙지가 중국산이고, 식감이 김명자 등에 비해 떨어짐.

 

무교동 원조 할머니 낙지 센터는 매콤 달콤한 맛인데

간이 세고, 마늘을 너무 많이 써서 뒷맛이 무겁더이다.

 

청계천 유림 낙지는 ㅋㅋㅋ 아오 그냥 지옥의 불맛 ㅋ

 

 

 

 

그런데 종로 진낙지는 :

매장 분위기, 가격, 서비스 등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고,

낙지의 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신선 탱글 매끈 촉촉했으며,

무엇보다도 양념의 감칠맛 그 균형이 단정하고 개운했다.

 

맛이 밋밋하지 않고 매콤하기는 꽤나 매콤한데

혀의 통각을 공략하는 캡사이신 대마왕 타입은 아니고,

불쾌하지 않게, 개운하게 지나가는 그런 매운 맛이랄까.

 

그리고 마늘이나 파 등의 향신료를 과도하게 넣지 않아서

먹고 나서 뒷맛이 껄쩍지근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남는다.

 

이 집,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고,

양념에서 절제의 미학을 아는구나!

 

 

 

 

둘이서 가면 요리 하나 밖에 못 먹어보는 게 아쉬울 정도!

다음에는 4인조를 꾸려서 철판+연포탕+산낙지에 도전을!

 

 

 

 

여튼, 뭔가 먹으러 굳이 종로까지 나가지는 않는 편인데

이 집은 '이걸 먹기 위해서 찾아갈 만한 맛집' 이지 싶다.

 

이를테면, 자몽슐랭 별점? ㅋㅋㅋ

흥하여라 종로 진낙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