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의 포천

Posted by 배자몽 여행기록장 : 2017. 1. 1. 17:30

 

 

 

2015년 11월 말에 엄마와 다녀온 포천 온천 여행.

그 당시에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바빠지는 바람에

사진 정리나 블로그 포스팅을 따로 안 했었는데...

조만간 포천 한화 리조트로 놀러갈 일정이 잡혀서

이참에 어언 1년이 넘은 이 기록을 새삼 꺼내본다.

 

 

 

 

 

 

그때 우리가 묵었던 곳은 바로 포천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점. 산정호수를 둘러싼 주요 숙소들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각종 시설도 과락 없이 구비되어 있어서 가족여행 숙소로도 제법 인기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한화리조트 중에서는 비교적 근래에 전면 리뉴얼을 단행해서 꽤 단정하다는 것 또한 장점. 마침 여기를 지인 통해서 할인 받을 수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그리고 엄마랑 가는 여행은 펜션보다는 리조트가 더 적절한 것 같단 말이지.

 

'방 깨끗하고, 목욕 실컷 하면 돼' 정도의 마음으로 예약했는데, 사실 만족도가 매우 컸기에 '포천 여행 다시 가면 꼭 한화리조트'라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 올해 초에 파주 체육 부부와 함께 다시 찾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포천은 더운 계절보다 추운 계절에 더 매력이 있기에, 그리고 한화리조트의 꽤 훌륭한 온천 대욕장을 양껏 즐기려면 역시 겨울이 제격이기에, 이번 여행도 기대됩니다 >_<

 

 

 

 

 

 

우리 방에서 보이는 뷰는 이렇게 마운틴뷰..라기보다는 주차장뷰 ㅋㅋㅋ 그런데 방향이 다르다 해도 주변 지형 구조상 딱히 호수가 보이는 뷰는 없다. 산정호수 자체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구조가 아니기에. 그래서 별 불만도 없거니와, 어차피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온천에서 보냈지.

 

 

 

 

 

 

거실 외에 침실이 하나 별도로 있다. 방이 너무 따숩어서 더위 많이 타는 엄마는 중간에 깼던 것 같긴 하지만; 여튼 침대가 무지하게 편해서 파워 숙면 취했네. 산정호수 새벽 물안개 보겠다고 엄청 일찍 일어났는데 잠이 너무 달아서 못 일어날 뻔 ㅋㅋㅋ

 

 

 

 

 

 

'이번 여행에는 음식 좀 챙겨오지 말라니까'

'내가 많이 안 챙겨왔으니까 이 정도지 (당당)'

 

네 ㅋㅋㅋ 평소보다 자제한 건 인정요 ㅋㅋㅋ

 

 

 

 

 

 

정말 시리게 추운 포천의 늦가을 날이었는데, 그 공기 속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일단, 체크인을 했으니까, 어디 슬슬 점심을 먹으러 나서 볼까!

 

 

 

 

 

 

원래는 걸어갈 수 있는 주변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당시 생일자였던) 엄마가 꼭 손두부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결국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끌고 나섰다. 하지만 오가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두부였음!

 

 

 

 

 

 

그려... 엄마가 좋다니까 된거지 뭐 ㅋㅋㅋ

참 맛있는 거 사드리는 보람 있는 분일세 ㅋ

 

 

 

 

 

 

두부 한상차림 비포 & 애프터...

찌개까지 하니 양이 꽤 많아서 손두부는 결국

포장해와서 밤에 숙소 방에서 안주로 먹었다-_-v

 

 

 

 

 

 

이 추운 계절에 (추울 때 나다니지 않음...)

손수 운전해서 (평소에 가급적 운전 안 함...)

엄마랑 단둘이 여행 온 나녀석... 기특하구나!

 

 

 

 

 

 

점심을 잘 먹었으니 이제 움직여줘야지!

산정호수로 내려가는 길의 풍경은 이렇듯

고즈넉하고 쓸쓸하고 어딘가 다소 아련하다.

 

여름 휴가철의 생기보다도,

가을 억새축제 때의 활기보다도,

이런 서늘한 외로움이 되려 더 매력적인 포천.

 

 

 

 

 

 

그 풍경의 고즈넉함에 대비해서 너무 신난 모녀 ㅋ

 

 

 

 

 

 

주변이 황량해도, 사람이 없고, 날씨마저 추워도,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이 풍경만으로도 행복하다.

 

 

 

 

 

 

점심으로 먹은 두부 정식으로 속은 따숩고,

공기는 시리게 맑고, 여행 기분도 양껏 나고,

신나서 힘차게 걸어가시는 그녀의 뒷모습 ㅋ

 

 

 

 

 

 

주변이 별로 개발이 되지 않은 덕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산정호수.

 

인근 주민이나 상인 입장에서는 아쉬울지 몰라도

오랜만에 이 조용한 풍경을 마주한 방문자로서는

이런 한결같음이, 고즈넉함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10월 억새축제 때는 미어터집니다요...)

 

 

 

 

 

 

아니, 뭐, 왁자지껄 억새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이렇게 억새 풍경은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걸.

 

 

 

 

 

 

사진 촬영에는 언제나 적극 협조적인 문여사님 :D

 

 

 

 

 

 

그리고, 이때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첫 눈은 이미 내린 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5년 내가 기억하는 첫 눈은 이 순간이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고즈넉한 산정호수 둘레길,

그 시리게 찬 공기를 뚫고 물과 억새 위로 내린 첫 눈.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경계의, 포천.

 

 

 

 

 

 

헤헤 :D

 

 

 

 

 

 

이 춥고 손 시린 와중에도 내가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들을 실시간 와이파이 공유해드린 고로 ㅋㅋㅋ

틈날 때마다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 바쁘십니다 ㅋ

 

 

 

 

 

 

아, 보람찬 식후 산책이었어!

그런 의미에서 찐 옥수수 먹을래?

 

네? 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우리 점심 배터지게 먹었어...

 

 

 

 

 

 

그리고,

온천, 온천, 또 온천이었다.

 

뜨끈한 노천탕에서 노곤하게 앉아있다가

살짝 내리는 서늘한 빗방울도 맞이해보고

더워지면 잠시 나와서 돌 위에 걸터 앉았다가,

그렇게 몇 시간이고 질리지 않고 노닥노닥노닥.

 

역시 온천욕은 엄마랑 같이 하는 게 제맛이여-_-b

 

 

 

 

 

 

그렇게 말랑말랑 따끈따끈해진 상태로 방에 와서

각종 안주들을 꺼내서 우리 나름의 와인 디너를 :D

 

'거봐, 내가 이렇게 챙겨오길 잘 했지?

근데 이제 보니 뭐 더 가져올걸 싶고 그렇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합니다...

 

 

 

 

 

 

엄마가 여행 갈 때면 어디든지 챙겨가곤 하는

스테인리스 계량컵에 와인을 듬뿍 따라서 건배!

우리 이번 포천 온천 여행 완전 성공적이야 >_<

 

 

 

 

 

 

와인 다 마시고 술이 더 땡긴다고 하는 엄마의 요청에

밤 12시가 다 되어서 리조트 편의점에까지 다녀왔다...

 

사실 이미 배도 부르고 새벽 기상을 하려면 자야 해서

맥주 사와봤자 별로 못 마시고 남길 건 알고 있었지만

뭐 생일자가 땡긴다는데 맥주 사러 가는 게 대수랴 ㅎ

그것도 다 여행의 추억이고 함께 남기는 기억인 것을...

 

 

 

 

 

 

그 다음날, 알람까지 맞춰가면서 새벽 기상에 성공!

왜냐하면, 산정호수의 새벽 물안개를 꼭 보고 싶어서!

심지어 비장하게 일어났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아침에 드립커피까지 한잔씩 내려마시고 나왔다. 훗.

 

그리고,

눈부비고 일어나서 추위를 뚫고 나온 보람은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침 전 날 흩날린 눈발 덕분에 소복한 눈길에다가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듯 고요한 겨울 호수의 자태.

 

 

 

 

 

 

차갑게,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겨울철 호수의 물안개.

새벽의 풍경들이 사진에는 미처 다 잡히지 않았지만

이 장면이, 이 기억이,  내 삶에 남아서 참... 행복하다.

 

 

 

 

 

 

짜릿하고 벅찼던, 겨울맞이의 장면들.

 

 

 

 

 

 

좋다, 좋다, 정말 좋다.

 

 

 

 

 

 

아, 근데 엄마, 우리 둘 다 세수도 안 하지 않았음...?

 

 

 

 

 

 

호수를 한 바퀴 돌 때 즈음에 해가 완연히 떠오르면서

산과 호수에, 그리고 주변 공기에 새로운 빛이 감돈다.

아까의 새벽 어스름 어느덧 빛 속에 녹아 사라져있다.

 

그 스러지는 순간을 엿봤다니, 참 멋진 아침이 아닌가.

 

 

 

 

 

 

마치 언제 어두웠었냐는 듯이 말끔히 밝아오는 하늘.

 

 

 

 

 

 

사실, 한화리조트는 산정호수에 바로 붙어있어서

주차장을 가로질러서 바로 계단만 올라오면 되는데

지리를 잘 몰라서 '산정호수 주차장'을 네비에 치고

굳이 차를 몰고 갔는데 알고 보니 이렇게 코 앞이었...

 

뭐지 ㅋㅋㅋ 삽질한 건가 ㅋㅋㅋ 뭐 그래도 괜찮아!

걸어왔더라면 길지 않았던 매직아워를 놓쳤을지도!

 

 

 

 

 

 

... 그래도 다음에 다시 올 때를 위해 지리를 익힙시다;

 

 

 

 

 

 

벅찼던 새벽 호수 산책을 마치고, 다시 한번 온천욕을 실컷 한 다음에, 엄마가 먹고 싶다던 김미자 갈비집에서 알찬 포천 온천 여행을 마무리하였도다. 사실 이쪽 동네의 양념갈비는 내 입에는 좀 달고 짜고 자극적이어서 딱히 취향은 아닌데, 여행의 마무리 방점으로는 나름 괜찮았네. 엄마는 안 그래도 배불러서 식곤증 온다면서 냉면까지 시킨다길래 냉철하게 저지하였지...

 

 

 

 

2017년에 다시 만나게 될 포천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