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하지현

출판사 : 문학동네

 

책 소개 :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마음의 체력, 마음의 밀실, 마음의 패션, 마음의 진자 운동, 마음의 싱크홀, 이 여섯 가지 테마를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심리학적인 답변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결국 이는 ‘1인분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에 적응한 결과이자, 보통이라도 되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만족감을 얻을 수 없고 마음은 가난해지기만 하는 현실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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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회사 서고에 꽂혀있길래 우연히,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어내려간 책. 역시나 나는 자기계발서 및 심리학 서적을 그닥 즐겨 읽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모든 답은 내 자아에 있는 거슬 ㅋㅋㅋ) 그냥 있는 김에 보자, 는 정도의 생각. 그럼에도 한번 볼까, 라는 생각이나마 들었던 것은 아마도 서두에 등장한 저자의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멀쩡하게 잘 사아가던 사람들도 이제는 겨우 겨우 생존을 해내고 있을 뿐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끌려가며 종종 '한 방에 훅 가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변화는 나약한 개인이 증가해서 생겨난 것일까?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개체다. 개인과 환경은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개인이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환경에 맞춰나가기도 하면서 최적의 균형 상태를 만들어나간다. 만일 환경의 변화가 개인의 보편적인 적응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속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면, 개인의 적응이라는 것도 아예 실패하고 말 것이다. (중략)

 

현재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처함 하나하나의 문제가 사실은 '나만의 독특한 처지와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해 있으면서도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각자 나름의 적응양식'이라는 것을 밝혀보려고 한다. 정신승리, 혼밥, 묻지마 폭력, 먹방과 쿡방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사회적 현상들은 사실 하나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개개인이 다르게 반응한 양식이다.

 

그러니까 '당신 탓이 아니야,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에 이렇게 접근한 점이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랄까. 게다가 이런 사회적 흐름에 트렌디한 키워드들(정신승리, 혼밥, 먹방 쿡방 등)을 연관짓고,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등)을 엮음으로써 눈길을 끌기 위한 노력도 한 것 같고.

 

다만, 책 자체는 '현대인은 아프다, 그러므로 이렇게 극복해나가야 한다'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건 없었다. 그래서 초반에 저자의 말과 실 사례 중심으로 읽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스르륵 대강 속독한 경향이 있기도... 음.

 

여튼 몇 가지 발췌를 남겨보자면 다음과 같음.

 

권력의 맛은 마약과 같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저항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이번에는 대중의 직관이 발동했다는 점이다. '이건 아니다' 혹은 '선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정치적 성향이 강한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광범위한 일반 대중 각자의 목소리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정치적 행동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유독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더 많이 태어나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공감능력을 키울 기회를 주지 않고, 차라리 타인에게 공감하지 않고 귀오 눈과 가슴을 막고 살아가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완벽을 지향하며 정상의 범위를 좁게 정의하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고,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영향을 받는다. (중략) 이들이 바라는 정상은 심하게 건강한 '수퍼노멀'이다. 완벽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략) 건강함이란 자신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덧붙임.

정말 소소한데 간간히 저자의 문장 서술 방식이 미묘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꽤나 보였다. 명백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아 이런 문장은 좀 교정하고 싶다, 는 충동이 드는... 직업병인가.

 

자녀가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 대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선택해줬다.

=> '아이 대신 최선' 이라는 순서로 서술하니까 '아이'와 '최선'이 대등하게 읽히기 쉽잖아. 게다가 주어와 술어 사이에 문장이 기묘하게 그러나 쓸데없이 길다. 상담을 많이 하고 책도 여러 권 저술한 사람이지만 문장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아니 드는도다.

 

자녀가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지 않고 본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대신 선택해주곤 한다.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지...? 라는 생각과 함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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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27 10:36 신고 Richar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리뷰 잘봤습니다~
    요즘 시국에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네요^^
    약간은 우울해지지만~ 필요한 책인듯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 2017.02.27 14:50 nam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 문장에서 '아이 대신' 보다 '아이를 대신해서' 라고 고쳐도 좋을듯? ㅎㅎ 나도 직업병인가 책 리뷰를 냅두고 문장에 집착하고 있어 ㅎㅎㅎ

    • 배자몽 2017.03.01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도 그 마음 이해하구요 ㅋㅋㅋ 특히 원문이 아무리 좋아도 번역이 말아먹으면 책 읽기가 느므 고역인 거다...

    • nama 2017.03.03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말이... 나 그래서 촘스키를 읽어보려다가 접었잖아. 촘스키는 거의 다 번역자가 강주헌인데 너무 수준낮은 번역이라 뭔소린지 이해가 안됨. 번역실력은 안좋으면서 왜 보는 눈은 높아서 촘스키 씩이나 골랐냐 하고 광광 울었음.

  3. 2017.03.05 12:59 신고 조아하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오히려 번역에는 관대한 편이에요... 컴퓨터 기술 전문서적들은 번역 안좋은게 많은데, 내용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하거든요... ㅠㅠ

    • 컴퓨터쪽은 2017.03.06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계번역이여도 이해가 가는 문장이 많죠.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두는데 문장에 둔하면 솔직히 번역자의 지적수준에 의심이 가는 경우도 많아요. 알고 옮겼나 싶을 정도로..

    • 배자몽 2017.03.08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번역자들의 고뇌도 짐작은 가는 바이나... 역시 독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기술 전문 서적들은 아예 오역이 많아서 더 힘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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