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화장대의 첫 인상은 이러하다.

 

아니, 화장대 표면에 아무 것도 꺼내놓지 않아도 한 눈에 보이는 게 샤르망 화장대의 장점이거늘, 뭐 굳이 먼지 내려앉게스리 또 수납 케이스를 따로 뒀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나에게는 여러 시뮬레이션 끝에 찾아낸 나름 최적의 조화다.

 

아닌 게 아니라 샤르망은 모든 제품을 진열대 안에 수납하고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이게 또 바쁜 아침에는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한 군데에 모여있어서 한 손에 잡히는 것 또한 중요하지. 그래서 '샤르망의 수납력'과 '한 눈에 보이는 시스템'을 균형 있게 병행하기로 했음. 그동안 이 자리에 박스, 큰 파우치 등등 여러 가지 형태의 수납을 시도했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던 차에...

 

이 아크릴 정리함은 이마트 JAJU에서 1만원대에 구입한 건데, 보자마자 소재도 사이즈도 용도도 이게 딱이다 싶었다. 기초 적당히, 길쭉한 베이스류나 펜슬, 그리고 색조 서너 가지와 간단한 도구까지 풀코스로 정리하기에 너무 적절한 거 아닌가!

 

그리고 여기에 늘상 같은 제품만 두고 먼지 쌓이게 두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계절과 컨디션 그리고 기분에 따라서 자주 쓰는 제품 또한 조금씩 바뀌니까 계속 제품 교체를 해주면서 쓸 생각이다. 모든 제품들이 화장대 위에 준비는 되어 있되, 한 정리함에 수납이 되어 있으니 앞의 거울을 열거나 먼지 닦을 때에도 번잡스럽게 물건을 옮길 필요 없이 이 정리함 하나만 통으로 들어서 잠시 비키면 되니까 매우 편하고.

 

 

 

 

 

 

좌측의 가장 넓은 칸에는 바비브라운 기초 풀세트가 대기... 사실, 작년 가을 환절기 때 고보습 케어를 외치면서 매장에서 간만에 풀라인업 구매를 한 건데, 이게 제품은 좋지만 저 무겁고 번거로운 유리 케이스가 역시나 에러다. 샤르망 서랍에 넣어두면 매끈한 원형 뚜껑이 미끄러워서 잘 잡히지도 않고, 아이크림도 스패출러 사용해서 떠야 하는 타입이라서 귀찮음... 후우. 게다가 울트라 고보습이라 나 같은 복합성 피부는 당장 여름이 다가오면 봉인해둬야 할 제형. 그래서 그때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부지런히 쓰기 위해서 아크릴 정리대로 전격 진출시켰다. 이렇게 꺼내놓으니까 손에서 미끄러질 없이 보다 손쉽게 뚜껑 열어서 쓸 수도 있고, 스패출러도 옆에 꽂아두기 편하네 그려.

 

슈에무라 구형 글로우온 P Amber 83은, 이제 정말, 부디 제발 간절히 저 구멍 좀 넓히고 다 써서 버리고 싶은 마음에! 매일매일매일매일매일 쓰자는 각오에! 일부러 꺼내놨다 ㅋㅋㅋ 다행히 색상이 뉴트럴해서 웬만한 메이크업에 다 어울리기도 하고. 아, 근데 첫 힛팬 나온 순간부터는 왜 바닥 구멍이 더 넓어지지 않는 기분이 드는 거지???

 

비세 크림 치크는 이번 일본 여행에서 사온 건데, 슈앰버의 뒤를 이어서 '붉지 않고, 비교적 쿨-뉴트럴하며, 웬만한 메이크업에 다 매치되는' 데일리 블러셔로 등극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슈앰버야, 빨리 그 자리를 내어주고 너는 공병이 되렴...

 

 

 

 

 

 

뒷켠 좌측에는 '재고 소진 우선 순위' 베이스들인 루나 프로라이팅 베이스와 이니스프리 미네랄 피팅 베이스 포진. 그 옆에는 펜슬형 컨실러, 라이너, 핵심 브러쉬 두어 가지. 그 우측에 보이는 시컴시컴한 제품들은 (1) 싱글 섀도우들 케이스 분리해서 붙여놓은 틴캔 케이스 (2) 정샘물 아티스트 섀도우 8색 팔레트 되시겠다. 제품마다 열어서 속살까지 찍기에는 너무 귀찮았음. 발색샷은 차치하고.

 

 

 

 

 

 

무던한 RMK 핑크 베이지 뭐시기 립스틱과, 매트한 틴트 위에 마무리로 쓰는 데코르테 글로스, 버버리 아이인핸서 페일발리 & 카키, 그리고 로라메르시에의 구아바 & 아프리칸 바이올렛 듀오. 앞칸에는 토니모리 겟잇틴트 코튼로즈, 그리고 맥 페이트팟 레잉로우.

 

여기 나와있는 제품들의 대체적인 특징은 : 무던하니 어떻게든 매치가 편하고, 출근용 메이크업에 적절하며, 제품은 좋은데 부피가 은근 크거나 둥글어서 수납이 효율적이지는 않은... 게 공통점이다.

 

맥 레잉로우는 섀도우 밀착력이 매우 뛰어나서 베이스로 잘 쓰는데, 색상이 무펄 음영인 것까지는 좋지만 내 피부에는 약간 누런기가 강해서 아쉽기는 해. 그래도 브러쉬 칸에 있는 베네피트 크림 섀도우 브러쉬로 이걸 톡톡 올리고 그 위에 섀도우를 올리면 발색력 지속력이 매우 높아져서 무던한 데일리 메이크업에 공로가 크다.

 

토니모리는 평소에 잘 구매하는 브랜드가 아닌데, 겟잇틴트 시리즈의 이 색상에는 어쩐지 반해서 (아울러 그 당시에 입생로랑 연말 한정 스파클 라인이 재입고 소식도 없이 품절 상태인데, 블로거들한테는 제품들 다 돌리는 데에 빡쳐서...)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 여튼 따스한 로즈빛이어서 데일리용으로 꽤나 유용하다. 주로 립브러쉬를 이용해서 얇게 한 겹 깔아주고 그 위에 다른 제품들을 레이어링 하는 편!

 

최우측 칸에는 샘플 몇 가지 그리고 다이소 물방울 스펀지를 배치했다. 이렇게 여러번 다시 쓰는 스펀지류는 매번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고정해서 수납할 곳이 생기니까 안심이야.

 

 

 

 

그리고 이렇게 화장대에 카메라를 들이민(?) 김에, 오랜만에 화장대 공개도 살짝? 사실 지난번에 올렸을 때랑 비교해서 큰 틀에서는 달라진 게 (내 눈에는) 그닥 없어 보이지만... 그저 미시적으로 사용 제품들이 부분부분 바뀌고 배치에 변경이 있는 정도인 것 같음.

 

 

 

 

 

 

좌측 최상단 : 향수 & 미스트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아틀리에 코롱의 자몽향! 포멜로 파라디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뒤에는 다소 계절 타는 필로소피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에르메스 르 쟈댕 수르닐, 그 외 작은 사이즈 온천수 미스트들. 여기에 프레시의 시트롱 드 뱅 (시트론 드 빈... 이라는 발음은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정도만 더해주면 얼추 내 향수 라인업은 완성될 것 같다. 요즘 향기 복잡하게 안 씀.

 

 

 

 

 

 

좌측 중간칸 : 남편의 스킨케어 & 자차

 

이 남자는 저 랩시리즈 스킨이랑 이니스프리 리페어 로션을 대체 얼마나 더 오랫동안 쓸 셈인가. 나와는 달리 최소한의 양만 바르는지라 진짜 새 제품을 사줄래야 사줄 수가 없단 말이지. 그가 요즘 사용하는 향수는 타미 힐피거의 볼드. 선블록은 이것저것 줘봤는데 결국 다른 고가의 제품들 다 제끼고 니베아 썬 로션이 제일 좋다고 저기에 정착해버리심.

 

 

 

 

 

 

좌측 하단 : 펜슬류, 아이 브러쉬, 슬림 립컬러

 

길쭉이들을 그룹별로 나눠서 컵에 수납해둔 칸. 여기에 있는 브러쉬들은 세척 후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이고, 이미 사용한 브러쉬는 (나중에 등장할) 구별을 위해서 서랍칸 안의 공간에 따로 둔다. 여기에 있는 제품들은 다 엇비슷하게 생기고 길쭉길쭉해서 급할 때에는 한 눈에 잘 안 보이는 경향이 있는 듯. 그래서 아크릴 정리함에 데일리용 한두 개를 빼놓는 편이 더더욱 유용해.

 

참, 화장대 뒷면을 따라 배치된 저 전선은 화장대에 설치된 LED 조명용... 내 샤르망이 버전1 초기 모델이라 조명이 없는 바람에, 결혼 직후에 공돌이 남편군이 LED 조명이랑 전선 사와서 설치해주셨지. 역시, 인생은 아웃쏘싱이 답이여. 감사합니다, 남편군.

 

 

 

 

 

 

우측 최상단 : 내 스킨케어, 크림 & 에센스류

 

비교적 높이가 낮은 칸이라서 그리 크지 않은 에센스와 크림류가 주로 포진해있다. 현재 다 써가는 제품은 클레어스 리치 모이스트 수딩 크림, 다음 대기조는 CNP 그린 프로폴리스, 그리고 늘상 애용하지만 잠시 여행용 파우치에 들어가있느라 사진에서 빠진 건 빌리프 모이스처라이징 밤 대용량 튜브형 한정판. 그나저나 아이오페 신상품 탄력 세럼이랑 크림도 사고 싶근영... 현재 재고 상황 봐서는 올 가을이나 되어야 구매할 수 있을 듯;

 

 

 

 

 

 

우측 중간칸 : 베이스 메이크업 및 토너류

 

파운데이션과 비비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그리고 키가 커서 윗칸에 채 수납되지 못한 토너류. 그 중에서도 두께가 얄쌍하거나 끝이 뾰족해서 세워서 수납이 곤란한 제품들은 저 빨간 통 안에 몰아 넣어버렸다. 이 칸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은 - 클레어스 토너, 클레어스 비비크림, 그리고 CNP 그린 프로폴리스 아이크림. 파운데이션은 요즘 쿠션류를 더 주력해서 쓰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지 않음. 현재 계절에 맞지 않는 파데들은 밀봉해서 화장대 의자에 넣어둔 상태고, 현재 화장대에 입고(?)된 제품은 부르조아 헬시믹스, 그리고 에스티로더 더블웨어와 아르마니 실크 파운데이션의 퍼스널 믹스.

 

 

 

 

 

 

우측 최하단 : 페이셜 브러쉬들

 

어찌 하다 보니 파운데이션 브러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데... 그렇다고 버릴 만큼 노후된 건 없는지라 꾸역꾸역 돌려가면서 쓰고 있다.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역시 사은품으로 받거나 저렴하게 데려온 아이템이 아니라 고심 끝에 구매한 메이크업포에버의 파데 브러쉬.

 

 

 

 

 

 

좌측 유리칸 아래의 수납 공간.

 

아이섀도우 - 블러셔/하이라이터/셰이딩

립컬러 위주 - 사용 중인 브러쉬 및 마스카라

 

이 정도로 구분되는 4칸 체제.

 

이만하면 공간 너무 빡빡하지도 않고, 제품 분류도 한 눈에 보이고, 여러 모로 흡족해. 게다가 나는 '공간에 물건을 맞추는' 타입이라서 샤르망 화장대를 사용하는 한, 이 공간에 넘쳐나게 뭔가를 사댈 생각도 없다. 이따금씩 뭔가를 새로 사서 공간이 빠듯해진다 싶을 때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제품들을 판매하거나 주변에 줘서 총량 상한선은 늘 유지하는 편!

 

 

 

 

 

 

우측 유리칸 아래의 수납 공간

 

사쉐 타입 샘플 - 부피 큰 파우더 및 헤어롤

브러쉬 및 도구 몇 가지 - 쿠션 파데 및 팩트

바틀 타입 샘플과 오일 - 면봉 및 기타 소도구

 

좌측의 4칸과 달리 여기는 보다 작은 6칸 구조.

 

 

 

 

이 샤르망 화장대를 쓴지도 어언... 몇 년이더라. 체감상 한 7-8년은 된 것 같은데? 여튼 여전히 내 수납 최우선 욕구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과 2차례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화장대를 교체할 생각은 당최 들지 않았다. 오늘도 이 포스팅을 올리면서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 정말 이 화장대 하나가 내 생활에 주는 만족도는 크고도 깊고도 길고도 대단하구나... 라는 것.

 

JAJU 아크릴함으로 시작해서,

결국 또 샤르망 화장대로 끝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