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문학동네

 

책 소개 :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근 십 년 만에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다.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가 담겨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하루키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여행지의 특성과 문화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친절한 여행가이드의 역할도 겸한다. 각각의 여행 목적에 맞는 레스토랑과 클럽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장맛비에도 꿋꿋하게 구마모토의 관광 명소를 돌며 착실한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특별히 아내 무라카미 요코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포함한 스물다섯 장의 사진들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여행지에 직접 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목차 :

찰스 강변의 오솔길―보스턴1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아이슬란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오리건 주 포틀랜드·메인 주 포틀랜드
그리운 두 섬에서―미코노스 섬·스페체스 섬
타임머신이 있다면―뉴욕의 재즈 클럽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핀란드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루앙프라방(라오스)
야구와 고래와 도넛―보스턴2
하얀 길과 붉은 와인―토스카 (이탈리아)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구마모토(일본)

 

 

**************

 

 

나의 휘갈김 :

 

아마도 이 책의 제목에 우연히 눈길이 가서 닿은 건, 내가 라오스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일 거다. 비록 출장으로 다녀온 데다가 동선이나 체험이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라오스에 뭐가 있는지' 나도 조금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반가워서.

 

매끈한 표지, 가벼운 무게, 그러나 단단한 하드커버의 이 책을 집어들고 그제서야 저자가 누구인가 보니, 흠, 자그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더라는 말씀.

 

난 사실 하루키의 대단한 팬은 못 된다. '순실의.. 아니, 상실의 시대'로 더 오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숲'은 높이 평가하고 수차례 읽어본 바이긴 하지만, 너무나 뻔하게도 '하루키=노르웨이숲'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독자랄까.

 

솔직히 그의 다른 소설들을 막 찾아서 읽고 구매할 정도까지는 관심이 없었던 듯 싶어. (그런 의미에서 주변에 하루키 컬렉션을 보유한 지인이 있다면 좀 빌려 읽어보고는 싶습니다만...?)

 

그런데, 상대적으로 가벼운 에세이, 게다가 여행 에세이라니, 책도 에코백에 쏙 꽂아넣을 수 있을 듯한 산뜻한 부피와 디자인이고... 그냥 왠지 사고 싶었다. 사면서도 알고는 있었지. 이 책은 마음 속에 깊게 남거나 수 차례 다시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기보다는, 별 생각 없이 쉬리릭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과 돌려볼 그런 책이라는 것을. 뭐 어때.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막연하게나마 기대한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여행의 기억을 사진이 아니라 글로 묘사하는데 (아, 물론 중간중간 작가의 부인이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루키쯤 되는 작가라면 이것만으로도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 여행지를 상상하게 만들 만한 힘이 있는 걸까! 시각적 자료에 크게 의존하는 현대인 (그리고 블로거) 이지만, 나 또한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인데... 나도 어떤 기억을, 어느 여행지에 대한 기록을 그렇게 남겨볼 수 있을까? 이렇게 소위 '하루키의 글빨'에 대한 기대가 약간 있었고...

 

또한, 각 에세이에서 대단한 소감이나 표현을 만나게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하루하루 일상 일과에 얽매이지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훌쩍 떠나서 일할 수 있는 작가의 삶이란, 그의 시각에서 보는 여행지란 어떨까? 비록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 수는 없지만 (설령 작가라고 해도 하루키 급으로 여유 있는 작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리만족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었던 마음.

 

책을 완독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흠 글쎄, 반반의 만족이랄까. 각 에피소드마다 편차는 있지만, 상당수가 하루키가 예전에 거주했거나 방문한 나라에 대한 간단한 소회, 기억의 나열, 때로는 맛집 소개... 에 그친다는 점이 난 아쉬웠다. 그래, 뭐, 솔직히 좀 실망하기도 했다. 대작가의 기발한 통찰력이나 마음에 새겨지는 표현, 이런 건 그닥 보이지 않았기에.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적어도 나로서는 그렇게 느껴지는) 정중한 썰렁함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래서 내가 평소에 일본 소설이나 에세이에 손이 잘 안 가는 걸까?)

 

하지만, 편차가 있다는 것은, 그 중에서 좀 더 나은 평가를 해주고 싶은 에피소드 또한 있다는 것. 특히나 이 책의 제목이 나온 라오스-루앙프랑방 편이 그러했다. 라오스에 뭐가 있는데요? 몰라요, 몰라서 가봅니다. 가보니까 뭐 별 거 있던가요? 몰라요, 모르는데, 라오스는 나에게 이러합디다. 라는 서술이야말로 어쩌면 내가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에 기대했던 자세인가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단지 이 한 편 때문에라도 이 책을 구매하고 읽은 게 후회되지 않는다.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거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 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울러 마지막 일본-구마모토 편에서 나를 슬며시 웃게 했던 한 소절 덕분에라도, 이 책은 나에게 '어쨌든 반가운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그 여행에서는 하여튼

비가 줄기차게 내렸고,

가는 곳마다 구마몬이 넘쳐났었지,

 

라고 우리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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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9 18:30 신고 Richar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 에세이는 거의 읽어본적이 없는것 같은데 ㅎㅎ
    흥미롭네요~
    무라카미하루키 작가도 엄청 유명한 분인걸로 아는데..
    노력해야겠네요...ㅎ
    책 좀 읽겠습니다~ㅎㅎ
    좋은 포스팅 잘 봤어요^^

    • 배자몽 2017.04.10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뭐, 하루키는 유명세에 비해서 '노르웨이의 숲' 하나만 읽어봤어요 ㅎㅎㅎ 그 작품의 이미지로만 인지하던 작가를 캐주얼한 여행 에세이로 만나보니 또 새롭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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