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릴 것 같아서'

Posted by 배자몽 모바일로그 : 2017. 10. 20. 00:00


나는,
물건을 늘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자잘한 것들을 잘 구매하지도,
남들에게 선물을 하지도 않는 편.

남에게 주는 게 박한 건 아닌데,
(내가 그렇듯이) 다른 이들 역시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예고 없이 받는 것이
딱히 즐거울 이유는 없을 거라는
뭐 그런 생각?

어차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자기 자신을 상정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녀는 나와 여러 모로 다르다.

'내 거 사는 김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내가 써봤는데 좋길래'
'오랜만이라 선물 하나씩 가져왔어'

이런 말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이쁘장한 것들을 내민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아기자기한 맛이 없고
다정한 말을 잘 할 줄 모르는 내가
때로는 영 마음에 안 찰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또 휴 절레절레, 할테고 ㅎㅎㅎ

사실,
그 섬세함과 다정함의 이면은
'상대방 또한 그러기를 기대함'인데
나는 도통 잘 받아주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해.



내가 애용하는 아이템인 머리띠.

그것도
언니에게는 시크한 무지 블랙으로,
나에게는 캐주얼한 무늬의 블루로.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나를 오래 보고 잘 알기 때문에
선뜻 고를 수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은,
나도 최근에 차(tea)를 우리면서
그 향에서 왠지 그녀가 떠오르길래
한 박스 더 주문해서 선물해줄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

에이,
요즘 차 잘 마시는지도 모르겠는데,
괜히 내 기분에 줘봤자 안 반가울지도.

이러면서 그냥 지나갔었는데 말이야.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굳이 접어두지 않고 표현하는 것.

이건,
성정이 나와 맞든 안 맞든,
그냥 그 자체로 고맙고 예쁜 일 아닌가.

햇살 좋은 가을날,
머리띠 하나를 두고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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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0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배자몽 2017.11.08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 그 도트 머리띠는 오늘도 했슴돠 ㅎㅎㅎ)
      주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있기에, 받는 기쁨을 즐기는 내가 있네.
      덕분에 바쁜 일상 속에서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소 :)

  2. 2017.11.12 12:03 행신김여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기 그녀는 제가 아는 그녀인가요?? ㅎㅎ 두분의 각각 다른 점이 다 매력적입니데이. 머리띠랑 가디건이 세트같네요! 잘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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