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쁜 금요일,

상암에서 오후 일정이 잡혀준 덕에

잠시 쉬어가는 점심 시간을 가졌던 날.


밀가루 음식을 피하려다 보니까

점심 메뉴는 스시로 수렴이 되었고

가성비 좋다는 '스시 키노이'에 들렀다.


습관적으로 지도 첨부를 할까 하다가

이 집, 그렇게까지 추천은 아니어서...

지도나 상세 정보는 생략하는 걸로.







DMC역에 가까운 먹자 거리의 한가운데,

그러나 자그마한 골목 어귀에 숨어있다.


빌라 건물 사이에 조용히 들어앉아서

알고 찾아가는 이의 눈에만 보이는 곳.


간판조차 없는 이 고즈넉한 분위기는

실로 취향이어서 기분 좋게 들어갔지.







예약 전화를 받았던 일본인 여자 직원분이

상냥하게 들어오는 손님들을 안내해준다.


'아, 다른 택시들은 이렇게 빨리 못 와요'

를 자랑해대던 총알 택시 탑승 후유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광속 택시 안에서

랩탑을 열고 글자를 읽고 쓴 후유증으로

어지러운 속을 달래면서 일행을 기다린다.


20분 가량 일찍 도착해버리는 바람에

영업 준비 중인 식당의 모습도 느껴보고.







차례차례 다들 도착해서 런치 정식 A를 주문.

한적했던 자그마한 식당 안은 금방 찬다.

점심 가성비가 좋다보니 인근 직장인들이

고민 없이 발걸음을 하게 되는 단골집인 듯.


정통 스시야보다는 포근하고 캐주얼하며

주방장들도 대체로 나이가 어려 보이는 편.


마니아를 위한 프리미엄급이라기보다는

점심 시간 직장인, 20-30대가 타켓인가봐.


런치 정식 가격은 부담 없는 인당 25,000원.







시작은, 전복죽.


약간 짠가? 싶기도 하지만 뭐 얼추 무던.

어찌 됐든 간에 스시집에 오면 이렇게

소량씩 한그릇씩 내어주는 게 참 좋다.







광어로, 본격 시작.







달큰한 새우가 그 뒤를 잇는다.







흰살 생선과 새우를 비롯한 기본형 초밥들은

대체로 별 과락 없이 맛이나 식감이 좋았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실패작 등장...

모두의 혹평을 받았던 바지락 초밥 되겠다.


셋 다 바지락을 포함한 조개류 좋아하는데

- 초밥 모양이 안 잡히고 막 해체됐고

- 와사비로도 커버가 안 되게 비렸으며

- 2명은 먹다가 모래인지 껍질인지가 씹힘.


바지락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왜 때문에 ㅠㅠ







낫또 군함말이는, 뭐 그냥그냥.







장어는, 달짝지근한 맛에 먹는 거죠.







... 난해했던 부추 초밥...

나 싱겁게 담백한 것도 좋고, 부추도 좋은데,

이건 뭘 느껴야 할지 잘 알 수 없는 맛이었음;


중간에 사진을 생략해서 빠진 피스도 있지만

여튼 3명의 평가를 종합 요약해보자면 -


점심 가성비는 훌륭하다. 부담 없음.

광어 새우 등 기본 초밥은 재료 관리 굿.

바지락을 비롯한 응용형(?)은 반성 요망.

식당 분위기는 조용하고 깔끔하니 좋다.







미묘한 감상을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덮으며...







문득 -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이맘 때,

함께 간 후쿠오카 여행에서 먹은

이런저런 스시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러니까, 이런 기억들 :)


상암동 스시 키노이 어땠냐고 누가 물으면,

초밥 종류마다 재료나 실력차가 많이 나서

애매하다고, 선뜻 추천은 못하겠다고 하겠지만,


여행의 기억을 함께 곱씹어보는 건 맛나더라.


스시는 전체 평점으로 그냥 그랬지만

그 수다와 여행의 기억이 참 맛있었네.





결론은 :

일본 여행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