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레 드 뽀 보떼.
아름다운 피부로의 열쇠.
아름다운 피부로 가는 열쇠는... 참으로 비싸더라.
시세이도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중에서도
참말로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끌레드뽀.
그 끌레드뽀가 또 한번 사고를 치셨네.
고가를 넘어서서 초 수퍼 고가의 스킨케어 라인인
시나끄티프 라인을 런칭한 것.
사실 너무 고가의 라인이라서 VVIP 마케팅만 할 법도 한데
이번에 끌레드뽀에서도 고객층을 넓히기로 결심했는지
웬일로 온라인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하더라.
뭐, 나도 그 덕에 이 제품 한번 써보는 거고. (♡)
두둥.
비주얼 좀 간지 나는가.
Synactif (시나끄티프)
프랑스어 단어 Synergie & Actif 의 합성어로
제품의 시너지를 통해 최고의 효능을 가져다 준다는 뜻.
... 이란다.
시세이도의 뷰티 사이언스 팀과 하버드 피부과학 연구소가
같이 연구 개발한 MACC이라는 독자 특허 성분이 들어갔다네.
몸의 순환을 담당하는 림프 채널 시스템 기능을 최대화해준다고.
MACC : Methyl Aminomethylcyclohexane Carboxamide HCI.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화학에는 손도 대본 적 없는
나에게는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일 뿐.
(아, 뭔가 엄청 좋은 건가부다.)
그리고 전 제품에 남프랑스 그라스 지방의 장미 성분을 넣어서
화려하고도 깊은 향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 이건 이해가 가네.)
프랑스의 유명 식물 품종 개량 회사인 Meiland가 11년만에 개발한
장미를 사용했는데, 라벤더와 아이리스 색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그만 하고 이제 개별 제품들을 보자.
Savon (Soap)
사본 (비누)
138,000원 / 100g
한 마디로 클렌징 비누.
Savon 은 프랑스어 발음으로 "싸봉"인데
"사본"이라고 하니까 마치 서류 원본/사본 같잖아.
어쨌든 이게 비누는 비누인데 그냥 일반 비누의 수준이 아닌지라
끌레드뽀 측에서는 비누/솝 등의 단어와는 차별화할 수 있게끔
"사본"이라는 단어 사용을 선호하는 것 같긴 하더라.
Lotion Adoucissante (Softening Lotion)
로씨옹 아두씨쌍뜨 (화장수)
270,000원 / 125mL
이건 보습 및 각질 진정 등의 기능을 해주는 스킨.
... 나, 근 30만원짜리 스킨 처음 봐. ㄷㄷㄷ
그런데 아래로 내려갈 수록 가격대는 더욱 더 어메이징.
Hydratant Jour (Daytime Moisturizer)
이드라땅 쥬르 (데이타임 모이스처라이저)
270,000원 / 20mL
20mL짜리 데이크림, 2달이면 다 쓰겠다.
... 너도 근 30만원 돈이구나.
Hydratant Nuit (Nighttime Moisturizer)
이드라땅 뉘 (나이트타임 모이스처라이저)
400.000원 / 40mL
나이트 크림은 그나마 40mL인가 했는데
가격도 이에 상응하여 40만원. 아하하하하하하.
Creme Intensive (Intensive Cream)
끄렘므 엥땅시브 (럭셔리 안티에이징 크림)
1,600,000원 / 40mL
그리고 이것이 바로 화제의 (논란의) 바로 그 제품.
160만원짜리 크림.
두두둥.
사실 원래는 200만원짜리였는데 그나마 좀 낮춰서 출시하는 거라나.
난 스킨케어 전 라인 총 가격이 40만원 넘어본 적도 없는데
크림 하나에 160만원이라고 하니까 일단 손발 좀 오그라들고.
이 중에서 내가 써보게 된 건 바로 시나끄티프 사본 (클렌징 비누).
짜잔.
바로 이것이 13만 8천원짜리 비누님 되시겠다.
이거 하나 만드는 데에 총 4개월이 걸린다고 하네.
일일히 수작업으로 장미를 다뤄가면서 만드는 거라서.
컬러는 옅은 골드 컬러에 자잘한 골드펄이 들어 있다.
그렇다고 세안 후에 피부에 펄 붙는 건 아니고 ㅋ
향은 과연 장미향이 깊고도 은은하게 나는데
원래 장미향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점은 급호감.
그리고 장미향이라 해도 브래드마다 그 특징이 좀 다른데
이 끌레드뽀 시나끄티프의 장미향은 뭐랄까 -
너무 농염하게 달콤한 장미향이라기보다는
약간 시원하고 신선한, 새벽에 갓 핀 장미 같은 느낌.
이제... 제품을 써보자.
과감하게.
14만원이고 나발이고 간에, 비누를 모시고 살 수는 없으니까.
특히 내가 이때 한 손에는 디카를 들고 있어서
손 움직임이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리고 이렇게 핸들링을 할 때면 은은한 장미향이
더 화사하게 피어올라서 세안할 때 기분이 좋아.
그러면서도 향이 깊기는 하되 강한 건 아니어서
짙은 플로럴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큰 거부감은 없을 듯.
사실 나는 이거 사용 개시하기 전에는 -
"14만원짜리 비누 어떻게 막 써 ㅠ
스패츌러로 1회분씩 긁어내서 써야 하는 거 아냐?"
라고까지 생각했더랬지.
....... 이렇게 ㅋ
하지만 질감이 꽤나 단단한 데다가
표면이 매끌매끌해서 긁어내기도 어렵고,
또 한번 개시하면 난 과감하니까 - 그냥 쓰기로.
그냥 손으로 핸들링했을 때에도 거품이 이렇게 곱게 나는 편이다.
그러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도구의 힘을 빌려보기로.
현재 거품망은 따로 쓰는 게 없고 미샤 천연 곤약 해면을 사용했지.
(곤약 해면, 자극도 없고 생긴 것도 동글동글 귀여워서 너무 좋아♡)
사실 곤약 해면을 사용하면 웬만한 클렌징 제품들도
다 거품이 잘 나게 되는 편이긴 하지마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로 촘촘하고 풍성한 거품이 나는 것은 역시
이 끌레드뽀 시나끄티프 사본 본연의 힘이거든.
사실 이 사진은 클렌징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찍은 건데
이 곱고 아름다운 거품을 도저히 그냥 씻어낼 수는 없어서
사진 찍은 후에 그냥 클렌징 한번 더 했다 -_-*
그냥 손으로 쓰거나, 혹은 이런 해면류의 도움을 받아서
거품을 충분히 낸 후에 클렌징을 하면 일단 -
세안 후에도 정말 피부 당김이 없다.
지복합성 피부이긴 하지만 수분은 많이 부족한 데다가
요즘은 계절도 계절이어서 세안 후에 바로 보습하러 달려가는데
이 비누는 세안 후에 한동안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건조하지 않아!
사용해보기 전에는 헛말인 줄 알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더라.
그리고 특별히 각질 관리를 하지 않아도 마치 한 듯이
화장이 매끈하게 잘 먹고 잘 유지되는 효과까지 있더라.
또 한 가지 -
브랜드 측 설명에 의하면 이 비누 하나만으로
메이크업까지 샤악- 다 지울 수 있다고 하네.
... 이러면 또 실험해봐야지.
[맥] 펄글라이드 '블랙러시안'
[더바디샵] 립틴트
... 나 사실 끌레드뽀에 심통이 좀 생겨서 가혹한 실험을 했지.
펄글은 펄감도 있는 데다가 무시무시한 지속력을 자랑하며
립틴트는 원래 한번 착색되면 비누 따위로는 지워지지 않는데.
"흥, 니가 진정 14만원짜리 비누라면 어디 한번 잘 해보시지"
라는 심경으로 클렌징이 가장 어려운 제품들로 고른 거지.
게다가 깊이 잘 착색되라고 저거 손등에 그려놓고
10분쯤 경과한 후에야 클렌징을 시작했다. 클클클.
"이 정도면 비누 치고는 잘 지워지지만
그래도 색조 클렌징은 무리라네.
끌레드뽀 측의 주장은 아무래도 약간 오버였음."
이 정도의 결론을 내 마음 속에서 이미 내려놓은 채.
훗훗. 이건 좀 어려울걸?
틴트가 벌써 연해지네.
나, 가혹한 마인드로 실험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핸들링도 별로 안 하고 그냥 거품만 스윽 문질렀을 뿐인데.
서너번 슬쩍 문지르니까 벌써 다 지워진다.
내가 실험해놓고도 스스로 패닉에 빠졌음.
... 물로 씻어내고 나니까 펄감이나 착색 따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끌레드뽀, 이 클렌징 비누 정말 기똥차게 뽑아냈구나.
시나끄티프 라인의 다른 제품들은 써보지도 못했지만
정말 라인 품질 하나는 자부심 가질 법도 하게 만들었구나.
아, 물론 손등 테스트와 실제 얼굴 메이크업 클렌징은 약간 다르긴 해.
아무래도 손등에는 모공 각질 등이 덜하니까. (...)
특히 펄 스모키를 한 날에는 좀 더 변수가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펄 스모키를 지우기 어려운 건 이 비누가 아니라
그 어떤 다른 클렌징도 다 마찬가지니까 이 정도면 최상급 수준.
그리고 어찌 됐든 간에 아이 메이크업은 전용 리무버로
별도로 지워주는 게 좋다고 꼭 사족을 넣고 싶다.
제품의 세정력 자체와는 별도로 눈은 섬세한 부위라서
거품을 눈가에 직접 갖다대서 문지르는 것보다는
화장솜이나 면봉 등으로 섬세하게 닦아주는 게 좋으니까.
이 사본, 써보기 전에는 "아, 좋은 건 알겠는데 솔직히 돈지랄"
이라고만 구시렁거렸는데 써보니까 확실히 빠져들게 되더라.
신선한 장미향도, 부드러운 질감도, 풍성한 거품도,
사용 후의 촉촉 보들함도, 뛰어난 세정력도... 모두 다.
내가 비누 제형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긴 하지만서도
이 정도로 훌륭한 비누라면 솔직히 돈을 좀 지불하고
재구매할 의사도 충분히 있을 정도.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13만 8천원은 너무해 ㅠ
내 마음 속의 상한선은 7만원 가량.
솔직히 7만원도 꽤나 고가지만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하니까.
후우.
감상 요약해보자.
외형 ★★★★★
비누의 외형이 뭐 중요하랴마는
가격이 이 정도 되면 외형도 좀 따져줘도 된다.
일단 외형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물론,
제형이 너무 무르지 않아서 사용하기 편함.
향 ★★★★★
개인적으로 장미향을 좋아하는 데다가
그 장미향이 너무 진하지 않고 신선해서 더욱 더 좋음.
세정력 ★★★★★
이건 실험 전에는 좀 회의적이었는데 이제는 믿습니다.
난 그래도 리무버 꼭 따로 사용할 거긴 하지만.
사용감 ★★★★★
정말... 좋다.
세안 후에 계속 아무 것도 안 발라도
이렇게 부드럽고 당기지 않는 느낌은 정말 처음!
아기 피부처럼 보들보들해진다.
난 클렌징 제품 하나만으로 피부가 달라진다는 거,
별로 믿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 그만 굴복해버렸어.
아,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라고.
가격 ★☆☆☆☆
그러나 가격 요소에서 다 깎아먹는구나.......
10만원 미만만 했어도 난 솔직히 재구매의사가 있는데.
그런데도 써보고 좀 반해버려서 30대에 접어든 후
피부가 거칠다고 느끼는 어느 우울한 날이면
그냥 몇만원 더 보태서 확 사버릴지도 모르겠다.
... 좋기는... 진짜 좋다.
정말 제품력은 끝내주고 가격도 끝내주는
왕족 끌레드뽀 같으니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