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999년 12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선배들과의 첫 OT,
그때 저녁을 아마도 여기에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주구장창 드나드는 집이 될 줄이야.

사실 녹두거리 좀 들락거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가봤을 법한 곳이 아닐까.




녹두 메인거리 초입 우측에 있는
행운분식.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한두번 리뉴얼이 되어서
외형과 인테리어가 다소 깔끔해진 신형 행운분식.
그런데 가게가 변하면서 맛도 변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메뉴는 많기는 한데 별 거 없다.
늘 가면 똑같은 것만 먹기 때문;
이 집은 라볶이와 제육덮밥을 뺄 수가 없어!




늘 의미 없는 밑반찬샷.




개중에서 좀 의미있는 달걀프라이샷.
하도 오랜만에 갔더니만 이걸 라볶이에 따로
얹어서 먹어야 하는 건지 헷갈리더라.
얹지 마세요. 그냥 드세요.
... 라볶이에는 달걀프라이 따로 들이있뜸.




제육덮밥.




여느 집 제육덮밥과 별 다를 바는 없다.
잘 비벼서 한 입 먹어보아요.




아-




그리고 라볶이.
행운라볶이.




와 함께 나오는 밥.
예전에는 "여기 밥 비벼주세요-" 부탁하면
주인아줌마가 참기름이랑 김이랑 들고 와서
맛깔스럽게 슥슥 비벼주셨는데 이제 이렇게
밥 자체에 양념이 다 얹혀 나오는지라
손님들이 각자 알아서 비벼야 하더라.
... 왠즤 좀 서운함.




어쨌거나 맛을 보아요.




라면 밑에 수줍게 숨어있는 달걀프라이.




너는 라볶이의 엑기스이자 심장이자 영혼.




우리가 알아서 손수 비빈 밥.
"공기"에 담겨 나오지도 않아서 "공기밥"이라고도 못하겠네.




이때를 위해서 고이 아껴둔 달걀프라이님.



워낙 수년 만에 처음 찾은 추억의 집인 데다가
라볶이도, 제육덮밥도 다 적당히 맛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니어서 실망하게 된 건
행운분식이 변한 탓일까, 내가 나이 든 탓일까.

다행히도(?) 일대 주민들의 평을 종합해보자면 -
단순히 내가 나이 들어서 그런 건 아니고,
행운분식 주인이 바뀌고 리뉴얼 거치면서
예전과는 맛이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기는 하더라.

라볶이도 뭔가 더 달달하게 입에 착 붙는 맛이 있었고
제육덮밥도 마냥 맵지만은 않고 매콤 고소했는데...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 맛의 개성이 아쉽구먼.

녹두 행운분식의 맛은 이렇게 내 기억 속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