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기록'에 해당되는 글 66건

  1. 2018.04.22 [독서일기]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 21세기 새로운 국가 대전략 by 최종경
  2. 2018.04.17 [독서일기] 독재자의 핸드북 (Why bad behavior is almost always good politics)
  3. 2018.04.03 [독서일기] 마인드 체인지 by 수전 그린필드
  4. 2018.04.03 [독서일기] 인간은 필요 없다 by 제리 카플란
  5. 2018.03.30 [독서일기] 글로벌 트렌드 2035 : 진보의 역설 by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6. 2017.11.12 [독서일기] 요리를 욕망하다 (Cooked : A natural history of transformation) by 마이클 폴란
  7. 2017.11.09 [독서일기] 진심의 공간 by 김현진 (1)
  8. 2017.11.09 [독서일기]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 (4)
  9. 2017.11.08 [독서일기] 82년생 김지영 by 조남주 (2)
  10. 2017.10.01 [독서일기]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11. 2017.09.05 [독서일기]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12. 2017.08.14 [독서일기] 그래요 문재인 (2)
  13. 2017.08.01 [독서일기] 칼의 노래 by 김훈
  14. 2017.07.31 [독서일기] 로버트 A. 하인라인 SF 걸작선 (e북)
  15. 2017.07.28 [독서일기] 종의 기원 by 정유정 (e북)
  16. 2017.07.27 [독서일기] 판을 바꾸는 질문들 (Ask More) by 프랭크 세스노
  17. 2017.07.25 [독서일기] Eat, Pray, Love - by Elizabeth Gilbert (2)
  18. 2017.04.07 [독서일기]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by 무라카미 하루키 (2)
  19. 2017.04.03 (번외편) 기억을 머금은 낡은 페이퍼백들... (6)
  20. 2017.03.30 [독서일기]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by 김태형 (2)
  21. 2017.03.30 [독서일기] 뭐라도 되겠지 by 김중혁 (2)
  22. 2017.03.23 [독서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테드 창
  23. 2017.03.15 [독서일기] 스키다마링크 by 기욤 뮈소 (2)
  24. 2017.03.08 [독서일기] 피프티피플 by 정세랑
  25. 2017.02.26 [독서일기]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by 하지현 (8)
  26. 2017.02.26 [독서일기] 7년의 밤 by 정유정 (4)
  27. 2017.02.26 [독서일기] 들개 by 이외수
  28. 2017.02.24 [독서일기] 인에비터블 by 케빈 켈리 (e북)
  29. 2017.02.21 [독서일기] 볼드 by 피터 디아만디스 (e북)
  30. 2017.02.21 [독서일기] 대통령의 글쓰기 by 강원국 (2)







저자 : 최중경

출판사 : 한경


책 소개 :

전 세계 각국이 치열한 외교 로비전을 벌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대한민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세력 균형 속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치열한 로비전을 펼쳐야 할 우리지만, 대사관을 제외한 그 어떤 로비 활동도 없어 오히려 미국 주류사회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그 결과가 눈앞에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인식 문제에서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일본에 기울어지고 있는 미국의 태도 역시 일본의 상상을 초월한 외교 로비 때문이다. 
저자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를 통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대한민국의 외교 난맥상을 낱낱이 해부한다. 그리고 차갑고 냉철한 외교 전략의 재수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20세기 구한말의 치욕스런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21세기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꾼다면 무엇보다 ‘외교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저자 최중경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필리핀 대사,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지식경제부 (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고 퇴임 뒤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 글은 저자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방문연구위원 신분으로 3년간 워싱턴에 머무르며 파악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한 세세한 기록들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만족해 스스로 초강대국이라도 된 듯 자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낱낱이 파헤치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1장 2% 부족한 대한민국 외교 
국내 정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외교의 한계 
실제보다 과장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까?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감성 외교도 중요한 외교 수단이다 

2장 흔들리는 한미 관계 
한국은 플레이어인가, 칩인가? 
워싱턴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QUAD에서 제외된 한국: 군사와 안보는 다르다 
미국의 작심 발언에 주목하라 
미국 의회 연설에 더 이상 목매지 말자 
미국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수여하자 
한미 산업협력을 보다 강화하자 

3장 오버슈팅 한중 관계 
너무 빨리 일어선 중국 
중국에 필요 이상 밀착하지 말라 
기축통화를 넘보는 중국: 신(新) 브레튼우즈 전쟁 

4장 반목하는 한일 관계 
아베노믹스의 실체 
일본의 치밀한 한국 따돌리기 
일본은 같이 지낼 만한 나라인가? 

5장 통일은 긴 호흡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세계 7위의 군사 대국이라는 허구 
통일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남북 산업협력은 왜 중요한가? 
북한을 보는 관점 다양화해야 
최선의 시나리오: 점진적 평화 통일 

6장 수박 겉핥기식 미국 공부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 
월가의 탐욕인가? 주택정책의 실패인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점령(Takeover): 제도 안의 운동권 
이념 어젠다를 편식하는 한국 
미국을 잘못 베끼는 한국 
녹색에너지 투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미국을 벤치마킹하라 

7장 변화를 위한 제언 
싱크탱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국내 정치의 국제화가 시급하다 
언론의 외교 안보 취재 역량을 높여라 
디테일 중시 문화를 정착시키자 
역사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 
알파고와 IT 코리아: 실속 없는 독창성 

8장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 
전략적 모호성의 한계 
동북아 안보 전략이 없는 한국 
과대 선전은 국제 부메랑이 된다 
환율은 국가 대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국가 간 산업협력의 구심점을 만들자 
국가 대전략 사례 1: 전략의 부재가 가져온 카르타고의 멸망 
국가 대전략 사례 2: 전쟁의 신(神) 나폴레옹의 몰락 
국가 대전략 사례 3: 고구려와 조선은 패망을 자초했다 

9장 Reset 
Reset 1: 한미 관계의 이상 징후 
Reset 2: 20세기 조선과 21세기의 대한민국 
Reset 3: 미일 관계의 부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Reset 4: 한미 관계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맺음말: 국가 지배구조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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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2016년에 발간된 책이기 때문에, 2016년 후반에 국정농단 사태를 겪고 2017년에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에 들어서 한반도 긴장 완화 기미가 보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미 유효하지 않은 분석도 상당수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야, 대한민국, 정신 차려. 너네 뭐 대단히 강대국이라도 된 것 같지? 개뿔도 없어. 겸손하게 행동하고 한미관계나 단다히 챙겨, 아니면 큰 코 다친다' 라는 논조인데 이는 한편으로 현실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치우친 면도 있다. 게다가 감정과 직관에 근거한 대한민국의 전략 (혹은 전략의 부재) 를 비판하면서도 저자 본인 또한 감성 과다 상태가 중간중간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분명 귀기울여 들을 조언들은 꽤 있는 편. 미래의 큰 그림을 새로이 그린다기보다는, 과거의 과오에서 배운다, 는 면에서는 도움이 될 법한 안보 서적. 개인적으로는 - 대강 속독할 부분들은 빠르게 넘기되,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하는 편이 잘 어울렸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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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


1장


의미 없는 행사에 목을 매는 것은 왜일까. 대통령을 빛나게 해서 국민들이 흡족해 하는 것을 외교 활동의 우선 순위로 두기 때문이다. <상서대전尙書大傳>을 보면 '의승보필'이라 하여 왕의 전후좌우에 보살피는 신하가 있었다고 한다. 앞에는 경호와 의전을 담당하는 의疑가 있고, 뒤에는 임금의 명령을 따르는 승丞, 왼쪽에는 정책을 논하는 보輔, 오른쪽에는 왕의 잘못을 간언하는 필弼이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쩐지 의승만 남고 보필은 사라진 듯 한데, 진정한 참모라면 보필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대한민국이 '강대국으로부터 대접받는 나라'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외교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화려한 쇼보다는 실질적인 국익과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가고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치열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중견국가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역 내 국가들이 모여 뭔가 논의하고 있다면 일단 참여해 논의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기본적인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일본이 TPP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는 더욱 긴장하고 발을 들여놓았어야 했다. 일본 재무장 이슈와 TPP를 연계하는 정책적 상상력도 발휘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뒤늦게 TPP 문을 두드렸을 때 미국 USTR의 반응이 지극히 사무적이고 냉랭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 현재는 미국도 트럼프 집권 하에 TPP에서 발을 뺀 상황이라 TPP 이슈는 outdated 하지만, 그래도 point taken.)


한국은 아직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다. 우선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므로 세계 모든 국가가 고객이다. 그럼에도 주요국과의 협상이 끝나면 꼭 상대방보다 우월한 전략을 구사해서 유리한 협상 결과가 나왔다는 무용담이 협상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함께 언론에 등장한다. (중략) 앞으로는 국제회의 협상 결과를 보도할 때 자화자찬식 무용담을 배제하도록 공론화해야 한다.


외교 방식에 대해 심사숙고할 때가 되었다. 틀에 박힌 방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뭔가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를 발굴해 감성 외교에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 필자는 박근혜의 과거 강점과 약점을 예로 드는데, 박정부의 상상력 부족은 2018년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많이 보완된 부분이라고 본다. 문통의 2017년 첫 방미 컨텐츠를 참고할 것.)


2장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player인가 chip인가?"


그 힘이 과거와 같지는 않아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이끌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축통화국으로서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질 경우 즉시 불을 끌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워싱턴을 너무 홀대한다. 돈도 시간도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다. 강대국의 친구도 아니다. 강대국의 정책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강대국의 정책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우리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민간단체, 특히 경제단체의 역할이 요구된다. (중략) 무엇보다도 워싱턴의 정책 시장엣 일자리를 유지하고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워싱턴에 투자할 때는 긴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정권의 성격이나 싱크탱크의 성향에 관계 없이 긴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한국이 한중 관계를 의식해 미국과의 군사협력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 2016년 기준 상황) 북한과 조중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 중국은 군사적으로 우리와 반대쪽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우리의 전작권은 미군에게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군사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국제법 질서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국은 같은 편이 될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중략) 사드 배치에 관해 전략적 모호성 운운하며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 측이 기대감을 갖도록 한 것이 결국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 측의 실망감과 분노를 부른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인 미국의 정책을 정밀하게 분석해 미국과 손 잡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분야갸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고도 정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nutcracker 신세에서 탈출하는 비결이다. 미국은 돈이 되는 기술을 많이 갖고 있지만, 그동안 보수 수준이 높은 금융업을 선두로 한 다양한 서비스 산업으로 인재들이 집중되었다. 때문에 제조업 분야는 인재 확보 측면에서, 또 현장 기술 유지 발전 측면에서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으로 신속히 진출하는 것이 한미 양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나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나 꼭 필요한 것이니만큼 국가 정책 차워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에게는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 구조상 한국이 언제까지나 중국의 우호적인 협력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조선 등 거의 우리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과 진검 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3장


너무 빨리 일어선 중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한국, 재무장의 길로 나선 일본... 동북아 삼국지가 복잡 미묘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략) 우리는 지난 50년의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한국이 강국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 착각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4장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경계해 일본에 국방력을 강화하길 종용했다. 그러나 일본의 지난 정권들은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 왔는데, 아베 수상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베 수상은 일본 재무장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의 골간인 엔화 무한정 공급정책이다.


아베노믹스는 경제 논리로 탄생한 게 아니라 동북아 안보체제 변경을 구축하는 미국 안보 전략의 부산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보아야 비로소 한국의 갈 길이 보인다. 일본을 비난하기 전에 미국의 정책 방향이 한국에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안부 문제 등 역시 인식 문제는 계속 추궁하되, 역사 인식 문제만으로 일본을 등져봤자 미국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따라서 일본과 반목하는 모습에서 탈피해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틀 안에서 한국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전하려 노력애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혈맹일 뿐 아니라 일본의 맹방이기도 하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가 한미 혈맹의 정서적 가칭 매달려 한미 관계의 소중함을 확고한 현실 체제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동안, 그 틈을 타고 일본이 미국에 물심양면으로 성의를 보인 결과이다. 일본은 재무장 논의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한국을 따돌릴 궁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로 한국의 감정을 격하게 만든 것도 일본의 치밀한 계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 한미일이 모이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있어 미국도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침 중국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느 한국의 정책 역시 일본이 한국을 따돌리기 쉽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5장


북한의 고위층이 숙청되고 처형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큰 문제이지만, 3대째 세습이 이루어진 북한은 과거의 봉건 왕조와 비슷한 성격의 국가라고 보아야 한다. 일반 민중들이 볼 때는 오히려 지도자의 권위가 크게 느껴지고 고위층의 불행이 카타르시스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의 가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서 북한이 곧 붕괴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우리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북한이 시장 경제를 조심스럽게 도입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북한을 무조건 배척하고 몰아붙이는 정책이 해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6장


이념은 결국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관한 기본 원칙이다. 정치인들은 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시대에 맞는 최선의 이념을 도출하고 실천함으로써 국민 생활을 편안케 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이 이념을 가르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정치의 존재 의미를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보수주의자는 파쇼 독재 집단이자 산업화 세력으로, 진보주의자는 자유주의자 집단이자 민주화 세력으로 정의되는 진영 논리 내지는 상대방 격하 논리에서 탈피하는 게 첫걸음일 것이다.


천국을 만들려는 시도가 반대로 지옥을 탄생시킨다 (by Karl Raimund Popper) 정책 수립자의 의도는 분명 약자를 보호한다는 선한 의도였는데 정책의 결과는 왜 참담할까 인간의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복지제도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기관차와도 같다.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고 설사 힘들게 멈춰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 충격이 크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치밀한 고민 없이 도입된 복지제도들이 계층간 세대간 반목과 갈등을 가져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7장


싱크탱크의 순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각종 현안에 대하여 다양하고 싶도 깊은 토론을 통해 입장을 미리 정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어설픈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된다. 집권당은 집권당대로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게 되고, 야당이 공백 기간을 거쳐 재집권하는 경우에는 정책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순기능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문계 대학 졸업생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싱크탱크는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인문학의 명맥을 유지케 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유능한 퇴직 공무원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공무원 재직시 부당한 압력이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연구기관들은 경제 이슈에 많이 치우쳐 있으며, 이름이 있는 경우 국책 연구기관이거나 특정 분야에 국한한 민간 단체 소속이어서 국가 전략이나 정치 이념까지 아우르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국가대전략 (Grand Strategy) 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안보는 목표이고 외교, 군사는 안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외교부 산하에 외교안보연구원이 있는 것은 수단인 외교가 목표인 안보를 거느리는 이상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외교와 군사 전문가는 있어도 안보 전문가는 없다는 방증이다. 그렇기에 사드 배치와 같은 이슈가 있을 때 매끄러운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협상 불가능한 군사 보안 이슈 (non-negotiable confidential military issue)'인데 '협상 가능한 공개적 외교 이슈 (negotiable open diplomatic issue)'로 잘못 정의한 데에서 모든 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의 차이는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디테일과 실리를 중시하는 유럽 문화와 개관과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동양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화풍, 화약 무기, 미적분 등)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을 지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세한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찾는 연구 개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안보전략 역시 이웃나라의 역사와 외교전략, 국방전략, 무기체계와 기술 수준에 관한 세세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상식과 직관에 바탕을 둔 전략이 디테일과 집중 분석에 입극해 수립된 전략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백제가 망한 이유와 똑같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단편적 사실과 시간적 순서만 외우는 역사 공부가 무슨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학생의 암기력이 우수한지 테스트하는 것 외에는 단돈 1원의 가치도 없는 교육이 역사교육이라는 엄청난 이름 하에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아이러브스쿨을 고안한 저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국의 IT 산업은 '서비스는 공짜'라고 인지하는 한국 사회의 후진성과 기술금융제도의 부족으로 아직 대박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박이 터진 포켓몬스터 게임의 증강현실 기술의 원조가 한국 IT 산업임에도 사업화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아도 IT 산업을 둘러싼 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미래가 있을 것이다.


9장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힘의 이동 상황을 정확히 읽고 최종 선택을 유보하면서 실리를 추구한 외교정책이었다. 반면, 현재 외교 당국이 주장하는 '미중 양국의 러브콜'이라는 발상은 대한민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사실 광해군이 추진한 외교정책은 중립이라기보단느 이중외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세력 판도가 결졍되지 않은 과도기에 시력 판도가 결정되기를 기다린 것이지, 명과 후금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실상 주한 미군의 전투력에 의존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17세기 광해군이 중립외교를 추진할 수 있었던 동북아시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 1면에 미 육군 헬기가 해군 함정에 착륙하는 사진이 게재됐는데, 이는 태평양사령부의 작전 개념이 해군 위주의 원거리 정밀 타격전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 그렇다면 한반도의 군사 전략적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지으면 자여스러운 전개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곧바로 자동 개입하게 되는 소위 인계철선 (tripwire) 효과를 피하고자 하는 미국의 속내라고 볼 수 있다. (=> Offshore balancing by John Mearshe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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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라스테어 스미스

역자 : 이미숙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책 소개 :


통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상 최악의 독재자들이 감춰둔 통치의 원칙『독재자의 핸드북』.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세계적인 정치 예측·분석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100대 글로벌 사상가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알라스테어 스미스가 동서고금의 지도자, 조직, 권력을 몇 가지 원칙으로 꿰어 통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하였다.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승계한 북한 김정은 부위원장부터 루이 14세, 히틀러, 부시와 오바마를 비롯한 당대 정치인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권력의 속성을 파헤치고, 권좌를 지키기 위한 다섯 가지 생존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또한 유권자의 세금을 털어 측근과 핵심 지지자들의 지갑을 채우는 클렙토크라시, 온갖 선심성 정책으로 표를 사는 것과 같은 포크배럴 프로젝트와 블록 투표 등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보아왔던 다양한 사건들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통치의 본질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법칙, 권력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보상의 논리를 살펴본다.


저자 소개 :

뉴욕대학교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의 고등연구원, 미국 정부의 안보자문위원이다. 정치경제, 국제안보정책, 그리고 정치예측 전문가인 그는 외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학자로 손꼽힌다. 미국 학술원 회원이자 외교협의회 회원이며 국제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로도 유명하다. 지난 30년 동안 발전시켜온 게임이론 모델을 통해 수 많은 예측을 내놓았으며, CIA는 이 예측들이 "90퍼센트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메스키타앤드런델이라는 예측 컨설팅 회사의 공동회장으로도 있는데, 록펠러센터에 자리 잡은 이 회사는 1회 최소자문료만 5만 달러에 이른다.세계 500대 기업이 주 고객이며 소송과 기업 합병, 국제적 변화 등에 대한 예측을 해주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콘돌리자 라이스와 함께 쓴 『선거의 전략』, 미국정치학회 최고도서상을 받은 『정치적 생존의 논리』 외에 『국제정치학 원론』 전쟁과 이상 『전쟁의 덫』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통치의 원칙 
클렙토크라시 
정치의 원동력은 통치자의 사적인 이해관계 

1장 정치에서 살아남는 다섯가지 원칙
 
정치의 세 가지 차원 
3차원 정치의 장점 
차원의규모를 바꾸어라, 그리고 세상을 바꾸어라 
통치자를 통치하는 규칙 
얼마나 챙기고 얼마나 풀어야 하는가 
정치에서 살아남는 다섯 가지 원칙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2장 어떻게 권력을 얻을 것인가
 
권력으로 향하는 길 
속도가 중요하다 
지지자에게 보상하라 
죽음: 권력을 위한 최고의 기회 
권력 세습의 이점 
전임자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 
무슨 수를 서서라도 측근에게 보상하라 
지지자의 확신을 유지하라 
집권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바꾸라 
민주 국가에서 집권하기 
민주 국가의 세습 
민주주의에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연합의 역할 
집권에 관한 마지막 조언 

3장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
 
목표는 훌륭한 통치가 아니라 통치다 
유능한 경쟁자보다 무능한 충성스러운 사람을 기용하라 
핵심 집단의 균형을 깨뜨리라 
민주주의는 천사가 아니다 
블록 투표 
지도자의 생존 

4장 어떻게 필요한 자원을 거둘 것인가
 
세금은 훌륭한 재원이다 
너무 많은 세금은 권력을 해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징세 
자원의 독점 
많이 빌리고 적게 갚으라 
채무 구제가 독재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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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발췌가 너무 많아서 ㅋㅋㅋ 독서평은 발췌로 대신하련다. 학교 수업 때문에 접한 책이지만, 근래에 읽은 그 어떤 논픽션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네. '독재자의 핸드북'이라고 하니까 '김정은 사용 설명서'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사실 이 책의 본질은 부제가 가장 잘 설명해준다. Why bad behavior is almost always good politics. 의역하자면 '나쁜 놈이 정치판에서는 먹히는 이유' 정도가 되려나.




나의 발췌 :


서문 - 통치의 원칙


우리는 앞으로 정치 세계에서 이데올로기와 국민, 문화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미국은 마땅히 -해야 한다" "미국 국민은 -을 원한다' "중국 정부는 -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사고를 빨리 버릴수록 좋다. 정부나 기업, 다른 모든 형태의 조직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 문제를 다룰 때면 국가의 이익, 공익, 공공복지보다는 특정한 유명 지도자의 행동과 이익에 대해 생각하고 언급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고 유지하도록 돕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순간 정치를 바로잡을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인다. 정치의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일을 하는 데에 급급한 개인들이다.


'국가 간 관계 (international)'라는 용어에도 지도자 개인의 바람보다는 국가가 더 중요하다는 가정이 포함된다. 그 결과 '미국의 거대 전략'이나 '중국의 인권 정책' 또는 '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이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런 표현이 이치에 전혀 맞지 않다. 이해관계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이 가지는 것이다. (중략) 어떤 국가에서든 이해관계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요인은 정상에 있는 사람, 즉 지도자다.


1장 - 정치에서 살아남는 다섯 가지 원칙


단일한 지도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어떤 황제도, 어떤 국왕도, 어떤 족장도, 어떤 전제군주도, 어떤 최고경영자도, 어떤 가장도 오로지 혼자서 통치할 수 있는 지도자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주 (monarchy) 의 어원은 '1인 통치'일 것이다. 그러나 1인 통치는 현재나 과거를 막론하고 불가능한 일이다.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선언은 절대군주나 전제군주의 정치를 묘사할 때 흔히 인용된다. 그러나 절대 권력이란 있을 수 없다. 존엄하거나 숭배를 받거나 잔인하거나 무자비할 수는 있어도 유아독존인 지도자란 없다.


사람들은 한 국가의 파산을 재정적인 위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적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상 파산은 정치적인 위기다. 부채가 지불 능력을 넘어설 경우 지도자는 유익한 공공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핵심적인 후원자로부터 정치적인 충성을 사들일 자원이 바닥났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포크배럴 프로젝트에 쓸 돈이 없다는 뜻이다. 도둑 정치를 하던 사람이라면 추종자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밀계좌의 예금을 빼서라도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루이 14세는 '절대' 왕정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군대와 신흥 귀족의 충성심을 얻고 기성 귀족의 손발을 묶어 그들의 안녕과 자신의 안녕을 직격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중략) 루이 14세는 물려받은 핵심 지지 세력 대신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들로 '승리 연합'을 구성하는 전략을 이용했다. 보수 세력 대신 일부 평민을 키워 법복 귀족, 관료, 특히 군대의 핵심 권력층으로 영입한 것이다. 핵심 권력층에 영입할 사람들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기존 특권층은 승리 연합에 가세할 후보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자신이 국왕에게 충성하는 믿을 만한 인물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쉽게 밀려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nominal selectorate = interchangeables = 특정 지도자를 잠재적으로 지지할 사람의 집합

real selectorate = influentials = 지지를 통해서 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의 집합

winning coalition = = essentials = 이들의 지지 없이는 지도자가 존재할 수 없는 필수적인 사람의 집합


지도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어떤 일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없는가? 누구에게 답변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모든 사람들이 삶의 어떤 상대적인 특성을 누릴 수 있는가?


'독재'란 대규모의 대체 가능 집단에서 선발한 극소수의 핵심 집단과 비교적 적은 수의 유력 집단에 의존하는 정부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유력 집단과 대체 가능 집단을 토대로 삼은 통치를 의미하며, 민주주의에서 이 두 집단의 규모는 거의 비슷하다.


정치 원리를 이해하려면 첫 단계로 지도자가 어떤 정책에 돈을 지출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중략) 민주국가나 지도자의 핵심 연합의 규모가 과도하게 큰 체제에서는 개인적인 보상으로 충성심을 매수하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다.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얄팍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민주적인 형태의 정부는 제임스 매디슨이 제안했듯이 공공복지를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공공정책에 대한 지출을 강조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재자, 군주, 군사 정부, 대부분의 CEO는 소규모 핵심 집단에 의존하낟. 이 경우에는 마키아벨리가 암시했듯이 개인적인 이득을 제공해 연합의 충성심을 매수하는 데에 총수입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는 방식이 좀 더 효율적이다. 이 이득은 더 많은 수의 납세자들이나 수백만 명에 이르는 소액 주주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소규모 연합은 안정적이고 부패하고 사리를 좇는 체제를 부추긴다.


원칙1 : 승리 연합을 최소 규모로 유지하라 => 북한의 김정일 (현재는 김정은), 정당들의 개리맨더링

원칙2 : 명목 선출인단은 최대 규모로 유지하라 => 러시아의 레닌, 일부 정당의 이민 선호 정책

원칙3 : 수입의 흐름을 통제하라 => 파키스탄의 자르다리 대통령, 세법에 대한 논란.

원칙4 : 지지자들에게 충성심을 유지할 정도만 보상하라 => 짐바브웨의 무가베, 진보 정당이 복지와 사회 프로그램에 지출.

원칙5 : 국민을 잘 살게 해주겠다고 지지자의 주머니를 털지 마라 => 미얀마의 탄 슈웨, 보수 정당이 세율 인하를 원하고 의료보험을 반대.


2장 - 어떻게 권력을 얻을 것인가


1970년대 후반 호메이니가 성공을 거두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불만을 터뜨리며 거리를 점령한 수배만 명의 국민을 군부가 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부가 시위를 허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샤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샤는 보상을 약속하지 못한다. 그의 후계자도 마찬가지다. 현직 효과는 느슨해졌다.


러시아 혁명은 흔히 마르크스 이데올로기와 계급 투쟁의 관점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차르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군부는 혁명군을 진압하지 않았다. 차르가 군부에 보상하지 못한 까닭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동시에 (보드카를 금지함으로써) 어리석게도 국고의 주요 원천이었던 보드카세에서 나오는 수입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많은 지지자를 확보해야 하므로 정권이 취약하다. 집권자의 지지자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할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금새 도전자에게 집권할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분할 후 정복 (divide and conquer) 은 민주국가의 훌륭한 집권 원칙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v. 스티븐 더글러스, on the issue of slavery)


3장 -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


HP, 그리고 사담 후세인의 사례.


권력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연합을 소규모로 유지하고, 연합의 모든 구성원에게 그들을 대신할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이다. 독재국가에서 정기적으로 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부정 선거의 목표는 지도자 선출이 아니다. 합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거도 아니다. 독재자들은 유력한 정치인에게 지도자가 바라는 길에서 어긋나면 버림받을 것이라고 경고할 수단으로 부정 선거를 이용한다. (레닌의 사례)


대표가 적은 소수 집단을 위해 의석을 마련하는 일도 지도자에게는 지지 집단의 규모를 줄이는 또다른 수단이 된다. 이런 정책을 여성, 특정한 계급이나 종교의 구성원 등 소수 집단에게 권한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홍보하지만 실상 이는 지도자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처음 반년 동안 독재자가 축출될 확률은 민주주의자에 비해 2배 높다. 그러나 일단 처음 몇 개월 동안의 격동기에서 살아남으면 권력을 유지할 확률이 민주주의자에 비해 높아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주주의자들은 취임 초기의 몇 달 동안 살아남기는 더 쉽지만 (허니문 기간) 만족스러운 정책을 향한 탐구 과정에서 낙오자가 되어 10년 이상 공직에서 살아남는 민주주의자는 단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4장 - 어떻게 필요한 자원을 거둘 것인가


이 두 극단 (낮은 세율과 높은 세율) 사이의 어느 지점에 국가가 조세로부터 가장 많은 재원을 얻을 이상적인 세율이 존재한다. 이상적인 세율은 승리 연합의 정확한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이 때문에 '독재'나 '민주주의' 같은 명확하지 않은 개념보다는 조직이 의존하는 핵심 집단의 규모에 대해 논하는 편이 더 유익한 것이다. 일반 원칙에 따르면 핵심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세율이 낮다.


케인스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정부들이 침체기 동안 수요를 자극하기보다는 지출을 삭감하는 잘못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투자가들이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의 부채 위기를 지켜보면서 해당 국가의 상환 능력을 의심했고, 그 결과 부채 비용이 증가하고 새로운 대출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줄어든 것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독재국가의 지도자들은 채무가 면제되면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독재자들이 어쩔 수 없이 민주화를 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재정 위기다. 따라서 부채를 삭감해주면 재정 압박에서 벗어난 독재자들이 개혁을 실시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삶을 계속 도탄에 빠뜨릴 것이다.


5장 - 어떻게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가


대규모 연합의 지도자에게 구제 금융은 저주이며 적어도 필요악이다. 경제적인 성과가 형편 없으면 유권자들은 지도자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간주하고 당장 지도자를 몰아낼 것이다. (중략) 민주국가의 지도자를 구메할 만한 해외 원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민주주의자들에게 재정 위기와 구제 금융의 필요성은 거의 예외 없이 악재로 작용한다. (또한) 이러한 구제 금융에는 규제 변화가 수반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규모 연합 체제에서 구제 금융은 대개 현상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독재국가의 구제 금융은 경제나 산업 정책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는 무관하다. 규제 개혁을 동반하는 구제 금융은 드물다.


독재국가에서의 공공교육, 유아 사망률, 깨끗한 물의 부족, 직선 도로의 비율 등.


민주국가는 우연히 수립되지 않는다. 우연히 공공의식이 투철한 지도자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도자가 대규모 핵심 집단 환경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면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적절한 공공재를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뿐이다. 


6장 -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소유한 지도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긴 말이 필요 없다. 부패해야 한다. 충성스러운 연합의 핵심은 돈이다. (중략) 민주주의자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독재자만큼 많이 보상할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지지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민주적인 환경에서는 소규모 연합에 비해 세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향산시키는 공공재에 더 많이 지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대규모 핵심 집단에 의존하는 체제와 성공적인 경제 사이에는 대개 상호 연관성이 있다. 대규모 연합은 소규모 연합보다 총수입의 파이를 키우려고 노력한다. 총수입의 파이에서 대규모 연합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 낮다. 하지만 더 큰 파이의 작은 부분이므로 총수입은 결국 더 많을 것이다. 사익과 공익의 비율 면에서 소규모 연합 체제는 개인적인 혜택을 선호하지만, 개인적인 보상의 총량은 대규모 연합 환경에서 오히려 더 많을 수 있다. (이란과 터키의 예)


독재자라고 해도 투철한 공공의식과 선의를 품고 국민에게 가장 이로운 정책을 펼치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대규모 연합의 책임성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후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통해 국민의 바람을 명확히 전달받지 못하는 지도자라면 국민의 진정한 소망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유로운 공정 선거,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라는 책임이 없다면 아무리 선의의 통치자라도 자신과 연합의 자문들이 생각하는 최선책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부패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인센티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연합의 규모가 커지면 부패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IOC와 FIFA에서 대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위원의 수를 늘리면 된다. 금융가에 제공되난 대대적인 보너스를 없애고 싶다면 CEO와 이사들이 소수의 유력 집단이 아니라 수백만 주주들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기업 구조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7장 - 외부 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자격은 무작위 실험과 비슷하다. 선출되기 전의 해당 국가의 성과는 다른 국가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일단 선출되면 비상임이사국의 성과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지도자는 중대한 정치적 지지를 판매할 기회를 얻는다. 이는 독재국가의 국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성이 제한되고 재산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원조는 이집트가 개혁을 피할 수 있는 편리한 비상구를 제공한다" by 1990s 주 이집트 미국 대사 에드워드 워커)


수혜자들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제3자에게 원조 자금을 기탁하고 목표를 성취한 경우에만 지급하는 에스크로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민주주의자들은 민주 체제보다는 순종적인 체제를 선호한다. 민주적인 간섭자들은 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 군사력을 이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쉽게 매수할 수 있고 정책적으로 순종하는 독재자를 강화하는 반면, 대상 국가의 민주주의는 약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원조는 영향력과 정책을 매수하는 도구다.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의미 있는 희생을 치르지 않는다면 원조는 앞으로도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자들은 무자비한 폭력배가 아니라 다만 일자리를 지키고 싶을 뿐이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북부 아프리카나 중동의 변화보다는 저렴한 석유를 좋아한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에게 과도한 불평은 삼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원리다.


8장 - 어떻게 저항을 잠재울 것인가


어찌해서 오랫동안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던 국민이 느닷없이 집단으로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는 것일까? 그것은 중대한 순간, 즉 티핑 포인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본 정부 밑에서는 앞으로의 삶이 못내 고통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한 반란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위험을 무릅써야 할 시점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연재해는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한편 힘을 부여하기도 한다. 지진이나 허리케인, 가뭄이 일어나면 흔히 엄청난 이재민이 발생한다. 난민촌에 집단으로 거주하게 될 경우 이재민들은 이를 기회 삼아 정부에 맞서 단결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난민촌이 집회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수많은 절망적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는 반면, 국가의 통제권은 크게 약하된다.


전임자를 전복시켰으나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개 민주화 혁명을 택한다. (e.g. 미국의 조지 워싱턴,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등) '선한' 혁명 지도자들은 국민이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를 확대해야 했다. 그런데 지도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은 이런 자유에서 단결할 기회를 얻는다. (e.g. 1980년대 후반, 고르바초프의 소련 경제 자유화) 


9장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외국의 민주주의는 추상적으로는 훌륭한 명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중략) 외국의 민주하에서 발생하는 큰 문제는 여전히 우리 국민들에게 있다. 우리는 해외의 여러 국가가 자국 국민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민주화가 우리에게 유리하면 성공적으로 민주화가 이룩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외세가 개입된 민주화 역시 그러하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올바로 이해했다. 진실로 전쟁은 국내 정책의 일부다. '정당한 전쟁'에 대한 모든 철학적 견해 그리고 힘의 균형과 국익에 관한 모든 전략에서 전쟁의 핵심은 결국 모든 정치 원리와 마찬가지로 정권을 유지하고 최대한 많은 재원을 통제하는 일이다.


10장 - 저항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팁 :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항상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그럴 듯한 이유이고, 두번째는 진짜 이유다. (by J.P. Morgan)


(미국) 헌법 창시자의 본래 의도롤 현대 정치의 지침으로 삼아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인단도 그런 제도 중 하나다. 헌법 창시자들은 당시 노예주가 미국에 합류하기를 원했기에 노예제도를 보호하는 헌법 규정을 마련했다. 노예제도는 약 150년 전에 폐지되었으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는 지금도 건재하다. 이는 정치인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서 직접선거에 비해 상당히 적은 핵심 지지자 연합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의 수와 권리가 증가하면 승리 연합의 규모가 확대되고 공공정책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이민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민 관련 규칙을 바꾸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의 장기적인 복지를 향상시킬 간단한 해결책 하나는 이주민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법 이주민 사면은 일정 기간 동안 일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국가에 기여할 아이를 양육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골라내는 메커니즘이다. (중략) 세대가 거듭될수록 미국을 향한 이주민의 물결은 승리 연합의 질과 규모를 향상시켰다. 그들은 가난하고 고단하고 웅크린 집단에서 오늘날 미국의 성공한 집단으로 변모했다. 이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쉽게 국민이 될 권리를 부여하고 그로 말미암아 통치를 개선할 수 있는 승리 연합이 확대된 직접적인 결과라 할 것이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집권하면서 전 세계에 중요한 교훈을 전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이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부가 몰락한 이후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를 조직해서 전 정권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진해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제공했다. (평화적 정권 이양, 영구 전면 사면권, 증언의 대가로 소추 면제권 등) 그런 거래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정치계가 선출인단, 유력 집단, 승리 연합의 규모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 집단을 확대하라. 그러면 대체 가능 집단이 연합에 못지 않게 급속도로 확대되고, 모든 것이 대다수 국민에게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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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수전 그린필드

역자 : 이한음

출판사 : 북라이프


책 소개 :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뇌에, 나아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마인드 체인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다양하고 심도 깊은 연구 내용을 수록한 책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들을 ‘뇌’의 변화로부터 시작해 다방면으로 살펴본 최초의 작품이다. 관습적 견해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적인 의견을 내기로 잘 알려진 수전 그린필드는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는 ‘사이버 라이프 스타일’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 결과 인간의 창조성과 사고력, 나아가 공감 능력 같은 인간의 정신 즉, ‘마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탐구한다. 


저자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검색엔진, 게임의 환경 속에 노출된 우리의 뇌 회로가 어떻게 재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화면 경험’들이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파헤친다. 나아가 이 새로운 기술과 기술이 빚어낸 생태계가 과연 인간의 가장 주관적인 영역인 정신, 마음에 어떤 흔적을 혹은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 소개 :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일인자이자 최고 권위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1977년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 생리학, 해부학, 유전학과, 파리의 콜레주 드 프랑스, 뉴욕의 NYU 랭곤 의학 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왕립 연구소 소장과 옥스퍼드 교수직을 겸임했다. 현재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선임 연구원이자, 신경퇴행 질환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 기업 ‘뉴로-바이오’의 CEO/CSO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과 해외의 여러 대학교에서 31개의 명예 학위를 받았으며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선임 연구원, 옥스퍼드 세인트힐다 칼리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2000년에는 왕립의사협회 명예 교수로 선출되었다. 국제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서 워싱턴 공로 아카데미의 골든 플레이트 메달(2003),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2003), 호주 의학 연구 협회 메달(2010)을 받았다. 2001년 밀레니엄 영국 훈장과 비정치인에게 주는 작위도 받았다. 2004년과 2005년에 애들레이드 체류 사상가(Thinker in Residence)로 뽑혀서 남호주 총리에게 과학을 부의 창출에 응용하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제시했다. 또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헤리엇와트 대학교 명예 총장으로 재직했고, 2007년에 에든버러 왕립협회 회원이 되었다. 최근에는 호주 멜버른 대학교 의대 초빙 교수로 재직했다. 10년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회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2002년 영국 무역산업부 장관의 요청으로 《자격 요건: 과학, 공학, 기술 분야의 여성에 관한 보고서》(Set Fair: A Report on 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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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문장 수정)


제1장 마음 변화


인간은 물질적으로 현재 우리 앞에 있지 않은 사건, 사람, 사물을 생각의 흐름으로 엮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우리는 추상적인 단어를 포함하여 어느 하나를 두고서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른 모든 동물과 달리, 심지어 인간 아기와도 달리, 우리는 말과 글을 지닌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기호, 단어를 써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현재라는 압박에서 풀려난다. 우리는 기억하고 계획하고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걸리며,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필요한 마음의 걸음을 걷는 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환경에 적응하라는 진화적 명령을 위임 받았다. 그런데 뚜렷한 선형 순서가 전혀 없고, 사실들이 무작위로 널려있고, 모든 것이 가역적이며, 자극과 반응의 시간 간격이 최소로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 환경에 놓인다면, 생각의 흐름은 어긋날 수 있다. 여기에 주의 집중 시간이 더 줄어들도록 자극하는, 극도로 몰입시키는 생생한 시청각 세계라는 감각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추가되면, 당신은 이를테면 컴퓨터 자체가 될 수도 있다. 효율적으로 반응하고 정보를 매우 잘 처리하지만, 더 깊은 생각은 제외된 시스템.


제4장 다면적인 현상


여태껏 사생활 보호는 우리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바깥 세계와 접하고 있지만 그 세계와 구별되는 개별적인 실체로 보았다. 바깥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지만 그 방식과 시간은 자신이 선택해왔다. 다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비밀, 기억, 희망을 간직했고 이 은밀한 삶이야말로 내밀한 정체성이었다. 과거의 기억과 장래 희망을 하루하루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과 섞어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주관적이고 내적인 해설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 비밀 이야기가 바깥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별 생각 없이 변덕스럽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외부 청중들에게 말이다. 따라서 정체성은 더이상 내면의 주관적인 경험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구축되는 것, 그러므로 덜 확고하고 더 덧없는 것이 되었다.


제5장 뇌가 작동하는 방식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미래도 바꾼다. 당신의 뇌는 유전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쌓이는 경험들을 통해 조각되는 것이기도 하다.경험은 뇌 활성을 바꾸며, 그 변화는 유전자 발현 양상을 바꾼다. 눈에 보이는 행동 변화는 모두 뇌에 일어난 변화의 반영이다. 그 역방향도 마찬가지다. 행동은 뇌를 바꿀 수 있다. (by Bryan Kolb)


제7장 뇌는 어떻게 마음이 되는가


아로새겨진 장기적 신경망이 바로 당신의 '마음'이며,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반짝 형성되는 뉴런들의 거시적인 연합(뉴런 집합)을 결합하는 시공간적 현상, 이것이 바로 당신의 '정체성'이다.


제16장 구글은 우리 뇌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검색엔진을 써서 무언가를 쉽게 찾는 방식은 이미 기억 전략만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과정 자체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중 상당수가 학생 시절에는 질문은 많고 답은 적었던 환경이었임을 지금은 떠올리기조차 어렵다. 그 어떤 것도 빨리 또는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늘 힘겹게 애써야 했고, 정말로 핵심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어떤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할 때에는 아주 명확한 목표를 갖고서 탐험, 즉 여행에 나서야 했다. 여행의 각 단계는 선형 경로를 따라서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 경로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특정한 목적지로 이어진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바로 이 점에서 사고 과정은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느낌과 다르다. 사고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바로 시간을 통해서 얻는 이 목표 지향적인 경험이 우리 각자에게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고, 그 안의 사건과 사람에게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들을 알기 위해 외부 원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동떨어진 단편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마음 상태가 예전의 '정상적인 사고 과정' 즉, 내면화한 개념 틀 속에서 점들을 연결시켜 사실을 활용하는 사고 과정을 대체했다는 것이다.


제18장 다르게 생각하기


인터넷을 이용하여 결말이 열린 어려운 질문들을 구성하고 생각하게 해줄 개인화한 개념 틀이 없다면, 우리는 경이로운 화면 경험에 취해 고립된 정보 사이를 넘나들면서 수동적으로 이끌릴 위험에 처한다. 우리는 주변의 세계를 생각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문화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주변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충분한 개념 틀을 구축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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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제리 카플란

역자 : 신동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책 소개 :


역사적으로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어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 수요를 창출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로 촉발되는 기술 혁명은 인간의 삶과 생계수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노동자에게는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인간은 필요 없다』는 인공지능 기술 시대의 빅뱅을 앞둔 지금,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측하는 책이다. 


스탠포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이자 인공지능학자인 저자 제리 카플란은 책에서 최신 로봇 공학, 머신러닝 그리고 인간의 능력에 견줄만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인지 시스템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생겨날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 불평등에 대해 고찰한다. 책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직업들을 대체할지 잘 설명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소멸되는가가 아닌 그런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가이다. 이 책은 AI의 공존을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지침서다.


저자 소개 :


스탠퍼드대학교 법정보학센터 교수, 인공지능학자. 학생들에게 컴퓨터 공학과 인공지능의 영향, 윤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벤처 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기술 혁신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네 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 곳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초기 온라인 경매 기업 중 하나였던 온세일(Onsale)이 대표적이며, 그가 구상한 몇몇 특허 기술은 이베이(eBay)에서 구매해 사용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논픽션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의 모험Startup: A Silicon Valley Adventure』의 저자로, 이 책은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가 선정한 올해의 도서로 뽑히기도 했다. 카플란은 실리콘밸리 및 인공지능과 관련한 주요한 취재원으로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포브스Forbes〉, 〈비즈니스 위크〉, 〈레드 헤링Red Herring〉 등의 매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인공지능과 컴퓨터언어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인간은 필요 없다Humans Need Not Apply』(2016)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오가며 활발한 강연과 토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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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의외로 빠르게 잘 읽힌 책. 그러면서도 통찰력 있는 문구들이 여기저기 등장해서 나같은 인문학적 뇌의 소유자에게도 와닿곤 했다. 인공지능의 발달 역사와 사례 파트는 각자 니즈에 따라서 선별적으로 읽어도 되고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에만 집중하더라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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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요약 및 발췌 :


인공지능 연구 분야

(1) 경험에서 배우는 시스템 - 인조지능 (synthetic intellect)

(2) 센서와 작동장치의 결합 - 인조노동자 (forged laborer)


The Flash Crash of the US stock market in 2010


칼 마르크스가 옳았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본(그리고 그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인 경영진)과 노동 간의 피치 못할 투쟁은 노동자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관리자든, 의사든, 대학 교수든 모든 사람이 결국 노동자라는 사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자로서 산업 자동화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리라고 예견했지만, 인조노동자들에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필자의 정책 제안

(1) 직업대출 (job mortgage) : 미래의 노동(근로 소득)을 담보로 내놓는 새로운 금융제도

(2) 공익 지수 (PBI, Public Benefit Index) : 정부에서 인증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기업의 소유 구조를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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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열심히 기록하던 독서일기도 오랜만!

주로 대학원 수업 교재나 기사 위주로 읽느라-_-

왠지 개인적인 독서기록은 안 남기게 되더이다...)





 




저자 :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NIC)

역자 : 박동철 외

출판사 : 한울


책 소개 :


CIA, FBI 등 미국 정보공동체를 통괄하는 미국 국가정보장의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위원회에서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마다 향후 20년간의 세계를 전망하는 보고서인 ‘글로벌 트렌드’를 내놓는다. 이 책 『글로벌 트렌드 2035』는 1997년 ‘글로벌 트렌드 2010’을 시작으로 이어진 ‘글로벌 트렌드’ 시리즈의 여섯 번째 결과물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신임 미국 행정부의 중장기 전략과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신뢰도에서 여타 예측 보고서와 차원을 달리하는 이 보고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 등장과 더불어 미국과 세계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발표된 만큼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세계의 정치, 경제, 기술, 이념, 테러와 분쟁, 기후변화, 인구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요소들의 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그것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구성될 미래 세계의 모습을 예측해본다. 이번 보고서에서 그리는 미래는 지금보다 더 큰 위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듯 그러한 위기에는 또한 그만큼의 기회와 가능성도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진보의 역설’이라는 부제에 담긴 핵심 메시지다.



목차 :


미래 지도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추세 
가까운 미래: 갈등이 고조된다 
먼 미래의 3대 시나리오: 섬, 궤도, 공동체 
시나리오의 시사점: 회복력을 통한 기회 창출 

연구 방법 / 용어 해설 

부록: 지역별로 본 향후 5년 
부록: 핵심 글로벌 트렌드 (사람들 / 생활방식 / 창조와 혁신 / 번영 / 사고방식 / 통치 / 분쟁 / 테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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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미래보고서'나 '글로벌 트렌드' 등의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들은 많지만 한두 권 읽어보고 나서는 도통 눈길을 주지 않았다. '왠지 읽어는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읽어봤자 대개는 두루뭉수리한 내용들 투성이에 결국 내 뇌리에 남거나 인생에 도움 되는 알맹이는 없었기에.


아마 이 책 또한 정보관리론 교수님의 도서 추천 리스트가 아니라면 당연히 one of them 으로 알고 제껴놨을 제목이다. 그런데 킥포인트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편찬한 도서라는 점. 이 공신력에 꽂혀서! 추천 도서 목록 중에서도 1순위로 대출해서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절반의 성공?


다름 아닌 미국의 NIC에서 국가 정책을 염두에 두고 엮어냈기 때문에 시야가 넓다. 어차피 미래 전망 도서들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예측을 담을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예언'을 하기보다는 '지금 세계가 이러이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고로 가까운 미래에 이러저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주시해서 볼 것' 이런 맥이나 제대로 짚어주는 게 백배 천배 낫다고 보는데, 이런 면에는 제법 충실한 편. 그리고 다소 뻔하거나 물 탄 이야기라고 해도 'NIC' 후광으로 공신력 필터를 좀 쓰고 가는 면도 있고...


하지만 엄청나게 정독할 필요까지는 없다 싶은 것이, 결국 거시적인 (a.k.a. 추상적인) 트렌드 요약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는지라, 그냥 '아, 그러네, 이런 게 있었지' 정도로 훑어보면 충분할 듯 싶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 절반 정도는 지역별/키워드별 별첨 보고서이기 때문에 관심 있는 내용만 발췌해서 봐도 충분. 그마저도 귀찮으면 서문만 읽어보시라 ㅋㅋㅋ (라는 게 내 솔직한 평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 비록 정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 한번 속독하는 것이 꽤나 의미있는 도서... 라는 생각은 든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상식 차원에서 쫘라락 읽어보면 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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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

(부분부분 필요에 따라 리워딩함)


우리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화 정보화 시대의 성취에 힘입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면서도 기회가 더 풍부한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능성이 이길지, 아니면 위험성이 이길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향후 5년 동안 국가 내에서, 그리고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될 것이다.

점차 복잡다단해지는 도전이 임박함에 따라 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확대일로에 있는 국가와 단체, 유력 개인의 영역이 지정학을 형성할 것이다. 좋든 나쁘든 새로운 세계 판도는 냉전에 이은 미국 지배 시대의 종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중략) 국가 간에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벌어짐으로써 국제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다. 이런 명백한 혼란에 대해서는 질서를 강제하는 것이 솔깃한 유혹으로 다가오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너무 크며 장기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유형적 힘이 여전히 지정학적 국력에 필수적이겠지만, 미래의 가장 강력한 행위자는 경쟁과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와 관계, 정보력에 의지할 것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 - 섬, 궤도, 공동체

섬 : 다변적 협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채택. 경제 성장과 생산성의 새로운 원천을 발굴할 가능성도.

궤도 : 주요 강대국들이 국내 안정 유지를 위해 자국의 세력권을 추구하는 경쟁을 벌임으로써 갈등이 조성. 핵무기 이슈 포함.

공동체 : 중앙정부의 역량이 줄어들면서 지방정부와 민간 행위자들의 영역이 확대. 정보기술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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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유명 요리사와 음식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끌고,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맛집 소개가 빠지지 않고,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인터넷 ‘먹는 방송’도 끊임없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요리가 어떻게 이와 같이 퍼포먼스로까지 진화했는지, 이런 행위의 연원과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유쾌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가령, 요리가 인류 문명의 근원이 되었다는 리처드 랭엄 박사의 이론에서부터, 성서의 《레위기》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정도로 고기를 불에 굽는 행위가 ‘의식’으로 기능해왔다는 설명, 값싼 요리에서 시작된 국물요리가 오늘날 지위가 격상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인류 고유의 활동인 요리가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가족의 삶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주 즐거운 일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 소개 :

저자 마이클 폴란 Michael Pollan은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환경운동가, 뛰어난 정원사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푸드 룰》 《잡식동물 분투기》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이 있다.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특히 《세컨 네이처》는 미국 원예학회로부터 역사상 매우 뛰어난 정원 관련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캘리포니아 북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많은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역사적이고 철학적이며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폴란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목차 :
1부 불: 불꽃의 창조물
2부 물: 7단계 요리법
3부 공기: 아마추어 제빵사 되기
4부 흙: 발효라는 차가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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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

 

근대 과학이 고대 요소들을 한층 기본적인 물질과 힘 -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분자로, 불은 급격한 산화 과정으로 설명해왔다 - 으로 축소하고 묵살했다 해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생 경험이나 상상력이 진짜로 변화하진 않았다. 과학은 불과 물과 공기와 흙, 이 네 원소를 118개 원소 주기율표로 치환하고 개별 원소들을 더 작은 미립자로 환원했으나, 우리의 감각과 꿈은 아직 이에 다다르지 못했다.

 

(불)

 

요리란 심리적이고도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 우리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기꺼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행위이다. 요리를 통해 우리는 어떤 냉혹한 사실(죽은 동물을 저녁으로 먹는다는 사실)과, 빳빳한 린넨과 반짝거리는 은식기로 세팅된 저녁 식사 테이블 사이에 거리를 두게 된다.

 

(물)

 

나는 동물성 음식과 식물성 음식을 액체 매질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단순히 한 종류의 식재료만을 불로 익히는 요리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를 깨닫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중략) 뚜껑을 덮은 냄비 - 오랫동안 수분과 열을 보존하기 위해 덮는다 - 는 이런 종류의 요리가 소박하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에 비해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커다란 고깃덩이를 굽는 행동은 사치스러워 보인다. 영국인들은 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예로부터 프랑스의 '소박한 냄비 요리'를 경멸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소스와 국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음식을 근사하다거나 일류 요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살코기를 그릴에 던져놓은 것은 단순한 대중요리라 여기는데 이는 역사적 상황이 역전되었음을 보여준다.

 

냄비 요리는 또한 아이들이 일찍 젖을 떼도록 하고 (그로 인해 다산을 촉진하고)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되었다. 어린아이와 노년층 모두 이가 없이도 냄비 속의 부드러운 음식과 영양가가 풍부한 수프를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물이라는 요소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냄비는 사냥을 그만두고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불로 요리하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외부' 요리였다. 요리가 밖에서, 고기가 불길에 노출되는 야외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더 큰 사회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내부요리는 뚜껑이 닫힌 냄비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흔히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났다.

 

(공기)

 

식물과 동물을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더 간단한 방법들과 비교하면 - 고깃덩어리를 굽거나 스튜 한 그릇을 끓이는 방법은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개발할 수 있다 - 빵 한 덩어리는 문명 전체를 내포한다. 빵은 인간, 식물, 심지어 미생물의 활동을 조절하고 복잡하게 분화시키는 길고 까다로운 과정 막바지에 탄생한다. 한 덩어리의 빵은 농업과 제분, 제빵 문화 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요소에도 의존한다.

 

(흙)

 

대부분의 다른 요리는 외부의 에너지 - 주로 열 - 에 의존해 식품을 변형시킨다. 물리학 화학 법칙이 과정을 지배하고, 이전에는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대상에 작용한다. 발효는 다르다. 주로 생물학 법칙이 발효를 지배하며, 이 법칙들은 효모가 내부로부터 어떻게 에너지를 생성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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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꽤 오래 전에 사둔 책인데, 두께가 제법 되다 보니까 (559p) 바쁜 와중에 쉽사리 손이 안 가서 그간 좀 묵혀뒀다가 최근에야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 두꺼운 분량과, 자칫 잘못 풀어내면 고루하기 쉬운 인문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내려간 책!

 

책을 고르다 보면 테마나 제목, 혹은 표지 디자인 등에 끌려서 들여다봤다가 용두사미 식의 전개에 실망해서 중간에 읽다가 말아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러려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 '요리'라는 소재도, '욕망하다'라는 서술적 접근도, 그리고 깔끔한 흰색 바탕의 표지에 달걀 프라이가 등장하는 디자인도, 다 얼핏 봤을 때 호감 요소인데...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면 기대치 대비 매우 지루한 인문학 강의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영리하게 쓴 책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의 '덕질' 발자취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함도 있달까!

 

이미 푸드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요리를 불/물/공기/흙(발효)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탐구하기 위해서 각 분야의 장인들을 찾아가서 직접 요리를 (때로는 해당 사업의 역사까지) 배운다. 불의 요리를 고찰하기 위해서 미국 남부의 바베큐 장인을 찾아가고, 물의 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란 출신의 친구에게서 매 주말마다 소스 조림 요리를 배우고, 공기를 이용한 식품화 과정을 알기 위해서 타르틴 빵을 만드는 것을 연마하고, 발효를 터득하기 위해서 사우어크라프트와 맥주 만들기에도 도전... 이만하면 책도 책이지만, 허허,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요리 체험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게 진짜 킥포인트.

 

실컷 전통 미국식 바베큐에 대한 체험담을 늘어놓다가, 문득 역사인문학적 접근이 스리슬쩍 자리잡는다. 이를테면, 바베큐의 진한 훈연 향에서 고대 신에게 바친 번제를 떠올린다거나, 인류와 불의 역사에 대한 비유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직접 체험담과 인문학적 분석, 이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쳤더라면 별 의미가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기 십상이었을텐데 강-약-중간-약 패턴이 변주를 이루며 중간중간 감탄을 자아낸다.

 

무울론, 공기를 빵에 접목하고 발효를 흙 요소에 연관 지은 것은 - 고대의 4원소를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기 위해서 약간 무리수를 두는 느낌도 들지만 ㅋㅋㅋ 그래도 각 분야의 체험과 서술, 그리고 통찰이 꽤나 충실하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첨언 : 원제는 'Cooked : A natural history of transformation' 이어서 자연의 식재료를 인간 문명의 요리라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방점을 뒀는데 이를 의역하다 보니까 한국어판 제목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긴 하다. 뭐, 그렇다고 저걸 '요리 : 변화의 자연사' 이런 식으로 직역했더라면 도통 흥미가 안 생겼을테니까 어쩔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런 아쉬운 마음을 반영해서 내 독서일기 포스팅 제목에는 원 제목을 포함시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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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진심의 공간 by 김현진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1. 9. 18:00

 

 

 

 

 

 

 

저자 : 김현진

출판사 : 자음과모음

 

책 소개 :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너무나 낯설어진 일상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 
건축가 김현진이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안동, 고령, 속초, 해남, 제주 등 전국을 직접 발로 누비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너무나 낯설어진 일상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수한 선과 숫자로 설계 도면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살아갈 이의 삶을 그려왔던 건축가 김현진은 이번에 텍스트를 통해 ‘진심의 공간’이라는 집을 짓는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역할은 공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물리적 환경에 대한 개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공유하고 알리며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것. 이러한 건축가적 관점이 이 책 전반에 여실히 드러난다.
서산고택, 납읍리 창고, 주택의 부엌과 지붕, 명인당 도장집, 제실 할머니 집, 오경아의 정원학교 등 그가 직접 자귀 짚은 공간을 따뜻한 애정으로 담아낸 사진은 마치 글 속 공간에 있는 듯 한 현장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글과 어우러지며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오는 이들의 일상과 그 일상 속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그의 사진은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진심의 공간일 것이다

 

목차 :

문은 비대칭이다
느린 계단
창의 모순
지붕의 사색
물러난 대문
책장과 독립심
탁자의 초대
부엌의 고독
방과 죽음
우리에게 공간이 필요한 이유

 

 

**************

 

 

나의 휘갈김 :

 

책의 제목과 목차를 보고 막연히 끌렸지만, 막상 책장을 펼지고 나서는 다소 관심이 식은... 나에게는 용두사미가 되었던 책의 짧은 기록;;;

 

일상의 공간들, 집의 구석구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에세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깔끔한 표지 디자인도 호감을 더했고, 목차의 흐름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여기에서 그쳤다.

 

아마도 이 책이 풀어나가는 느리고 사색적인 이야기들이 나의 관심사나 삶의 속도, 취향에는 잘 맞지 않았던 모양. 그리고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에 비해서는 저자의 필력이 그리 능수능란하지 못하다고 느꼈던 탓인지, 금방 책장을 덮어버린 기억이다. 미안해요, 작가님. 주제는 멋진데 글로서는 크게 매력을 못 느꼈어요.

 

업계상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인테리어 드좌이너 동동양에게 넘겼는데, 잘 읽었을런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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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제리안

출판사 : 앵글북스

 

내공 충만한 로맨스 탐닉자들이여, 이젠 펜을 들어라! 연 350억을 넘게 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작가도 펜픽을 쓰던 평범한 아줌마였다는 사실! 드라마를 보며 “저건 나도 쓰겠네!”를 외치는 당신, 놀면 뭐하나, 짬짬이 쓰고, 즐기고, 돈도 벌자!

 

목차 :

* 1부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심리학 혹은 연애학
1장 그래서! 우리에겐 로맨스가 필요해

2장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남자의 모든 것
* 2부 돈 버는 ‘로맨스 글쓰기’, 실전 가이드라인은 이러하다

3장 돈버는 로맨스는 따로 있다: 20가지 머니코드(Money Code)

4장 망하는 로맨스도 따로 있다: 5가지 실패 코드(Failure Code)

5장 남녀주인공의 자격: 캐릭터

etc

 

 

**************

 

 

나의 휘갈김 :

 

친애하는 앵글북스 강대표님이 신작이라면서 하사하신 선물 ㅎㅎㅎ 덕분에 평소에 내가 찾아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를 들여다봤네. 로맨스 소설, 그것도 글쓰기로 대박나기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알겠지만, 난 평소에 로맨스와는 거리가 꽤나 멀다. 향유자로서도, 창작자로서도. TV 드라마도 안 보고, 웹소설도 안 읽고, 배우도 잘 모르고, 로맨스물에 등장하는 대사들은 영 취향에 안 맞는다며 손사래 치는 타입.

 

그럼에도 이 책을 어느 정도 흥미를 갖고 봤던 것은 - 요즘 같이 웹소설 등 다채로운 형태의 읽을거리가 발달하고 수익 형태로 연결되는 시대에, 내가 글을 통해서 창출할 수 있는 부수입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은 역시, 나는 로맨스는 아닌 것 같다는 것 ㅋㅋㅋ

 

일단, 작가가 예로 드는 수많은 히트작들 자체가 낯설어. OO 드라마의 주인공 XX의 대사나 행동이 나와도, 그걸 본 적이 없으니 감흥이 생길 수가 없는 것 ㅋㅋㅋ 그냥 처음 접하는 사례로 마음을 비우고 봐도 상황에 감정이 잘 몰입되지는 않고 뭐 그렇다. 다만, 나 자신을 끼워넣을 수는 없을지언정 '아, 소비자가, 시장이 이렇게도 움직이는구나'를 한번 고찰해보는 의미는 있었다. 아무리 내가 관심 1톨도 없다고 해도 로맨스 소설 그리고 드라마들은 여전히 현실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고 그에 부합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까!

 

평소에 로맨스류를 즐겨 소비하고, 글쓰기에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 '어쩌면 나도?' 라는 생각을 품어볼 법 하지 싶다. 장르 작가라는 건 누가 정해줘서 하는 건 아니고, 본인이 글로 풀어내고 싶은 로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거니까... why not me?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책 :)

 

 

 

그나저나 로맨스 장르는 아니라고 쳐도, 나도 뭔가 글로 연금(?) 벌 방법 없을까... 오늘도 궁리궁리 해본다. (82년생 김지영도 그런 시각에서 읽은 1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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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82년생 김지영 by 조남주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1. 8. 16:00

 

 

 

 

 

 

 

저자 : 조남주

출판사 : 민음사

 

책 소개 :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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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이미 대한민국에 이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보다 읽어본 사람들이 체감상 더 많을 것 같은데... 한번은 읽어보고 싶지만 묘하게 손이 안 가던 이 책을 우연히 빌려서 하루만에 읽어내렸다.

 

대한민국 또래 여성 중에서 가장 흔한 김지영이라는 이름, 81년생인 나와 사회적 동년배인 82년생,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존재... 어찌 보면 내가 자아를 이입할 만한 요소가 꽤나 많은데도 나는 의외로 푹 빠져들지도, 아주 분노하지도 않으면서 읽었다. 음, 그렇지, 있을 법한 일이야... 라는 생각 정도만 내내 하면서.

 

나에게 이 소설은 엄청 감명 깊다거나 인생 작품, 이런 건 아니고 - 작가가 소재 접근과 구상을 잘 한, 똑똑한 작품이라는 인상으로 남았다. 오늘날의 사회를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할 법한 생각들을, 아 그렇지, 이렇게 풀어내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겠구나. 이거 참 괜찮은 방법인데?

 

첨언이지만, 로맨스는 역시나 내 장르는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고서 ㅋㅋㅋ 그렇다면 나는 이런 논픽션적인 소재를 픽션적으로 쓰는 게 더 잘 맞지 않을까? 라면서...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책쓰기에 대한 상상을 더해준 계기이기도.

 

여튼, 잘 만든 소설이다. 그렇다.

민음사의 '오늘날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쉽게 읽히지만 작품성도 의미있는, 괜찮은 책들이 꽤 많고만. 하드커버에 표지 디자인도 개성 있고, 그러면서도 가볍고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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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0. 1. 16:40

 

 

 

 

 

 

 

책 소개 :

 

미국 현대사를 다시 쓴 백발의 노인, 버니 샌더스의 정치적 도전!

작은 시골 주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 낮은 인지도에 돈도 정치 조직도 전무해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는 ‘비주류’ 후보로 취급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16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미국 현대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특별한 선거운동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저소득층과 청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한평생 일관된 소신과 철학으로 걸어온 백발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

경선을 끝내고 집필에 착수한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에서 그는 미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킨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어떻게 치러졌으며 그 성과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검토하고 회고하고, 우리 자녀와 손주 세대를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도출한다.

2013년 10월부터 샌더스는 선거운동에 뛰어들지 판단하기 위한 전국 투어에 나섰다. 그의 전국 투어는 대선 출마를 위한 가능성 점검 작업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일깨우고 조직화하는 과정이었다. 1년 6개월 이상 전국 투어를 마친 뒤 마침내 버니 샌더스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벌링턴 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비록 힐러리 클린턴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경선 과정에서 그는 진보적 의제들을 미국 정치 한복판으로 옮겨놨고, 민주당은 그의 공약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했다.

책에서 샌더스는 버니크래츠와 샌더스 키즈들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풀뿌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모두 10개의 장을 통해 샌더스는 타운 미팅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말하듯이 침착하고 알기 쉬우면서도 열정을 가득 담아 정치 혁명 과제를 설명한다. 정치와 사회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일독하고 참조할 만한 사회적 어젠다의 총집합이자, 진보의 지향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구할 때 표본으로 삼을 만한 꼼꼼한 분석과 설득력 높은 화법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의 휘갈김 :

 

요즘에 대학원을 병행하느라 (그리 방대하지 않은) 독서 생활의 대부분을 수업 교재나 예습용 기사 읽기에 할애하고 있다. 학기 시작 전에 읽었던 일련의 책들은 일일히 독서일기를 남기지 못해서 잔뜩 밀렸지만, 이제 와서 다 기록하려니 너무 번거로워서 일단 좀 건너뛰고;;; 근래에 읽은 '수업 관련 서적이 아니며, 간단히나마 읽은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책을 언급해본다.

 

작년 나의 외서/논픽션 분야 1위였던 Outsider in the White House. 그 책은 버니 샌더스가 지자체와 미 의회에서 겪은 정치 신념의 변화를 백악관, 즉 그가 대선 예비후보로 나온 이후의 버전으로 제목을 각색한 것이었다. 반면 '우리의 혁명'은 어릴 때부터 2016 대선 경선까지 이르는 그의 여정, 그리고 진보 정치인으로서 그가 가진 문제의식을 집대성한 책 되겠다.

 

사실 작품성으로 보자면 난 Outsider 가 여전히 더 명작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우리의 혁명은 '대선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끝나지 않은 길을 계속 걸어가는' 그의 현재 모습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네.)

 

다만, 1부에 등장하는 그의 어린/젊은 시절 이야기와 민주당 경선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은 이미 작년의 기사와 서적들로 익히 접한 바 있으므로 내용을 아는 이라면 스킵해도 괜찮을 것. 그보다는 2부에 등장하는 그의 정치 미션이 훨씬 더 흥미롭다.

 

정치에서, 미국 정치에서, 게다가 보수주의자(라고 보기에도 너무 독자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의 미국 정치에서, 진보 진영의 오피니언 리더는 어떤 어젠다를 내세우는가? 그가 보는 미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소위 '클린턴 머신'이 간과한 진보의 문제의식이란 무엇인가? 정치에서 진영 논리의 재정립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면에서 다소 원론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15-2016 미국을, 그리고 전 세계를 휩쓸었던 샌더스 열풍의 의미가 덜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록 그는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그가 일궈놓은 정치 공론화는 분명히 어딘가에 뿌리를 내렸고, 이를 일궈나가는 것은 독자 또는 미래 세대의 몫이다.

 

참고로 올려보는 2부의 목차 :

 

******************************

 

2부 -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과두정치 타파하기

미국 중산층 되살리기

부정한 경제에 마침표 찍기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

누구에게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기후 변화에 맞서자

형사사법제도 개혁하기

이민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미디어

 

******************************

 

이 중에서 유독 흥미로웠던 것은 '중산층 되살리기' 그리고 '이민제도' 파트였다. 왜냐하면, 이것은 바로 파격적이고도 논란투성이의 대안, 즉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에 단단히 한 몫 했던 공약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붕괴한 국가 경제, 공감대가 부족한 이민제도로 인해서 미국은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메인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사회적 진보주의자인 샌더스도, 가장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라고 해도 될지 좀 저어되긴 하지만...) 트럼프도, 이 문제들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권자 대다수는 연민이나 정의감보다는 분노와 쾌감에 더 치중되었고, 이것이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에 유의미하게 일조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튼, 버니 샌더스라는, 미국 민주주의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의 정치적 레거시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유용했던 책.

 

마무리는 발췌 한 구절로 대신하겠다.

Outsider 를 영문판으로 읽었을 때 역시 이 문구에 크게 감명받았던 기억이 나기에. 역시나 다소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있지만 샌더스의 명문 덕분에 비판을 할 생각조차 수그러들었던, 멋진 기억. (명문가의 저서는 역시 원문으로 읽어야... 크으.)

 

******************************

 

위대한 국가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얼마나 많은가, 혹은 국방 예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로 평가되지 않는다. 또 대기업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로 평가되지도 않는다. 위대한 국가는 가장 어렵고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로 평가된다. 진정으로 위대한 국가는 연민과 결속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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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버지니아 울프

역자 : 유진

출판사 : 하늘연못

 

책 소개 :

영국 BBC가 선정한 ‘20세기의 10대 작가’로도 꼽힌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을 모았다. 이 책의 수록 작품은 모두 마흔다섯 편. 1906년 스물네 살 때 처음 쓴 단편 ‘필리스와 로저먼드’에서부터 죽기 직전 쓴 마지막 단편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남긴 모든 작품을 담았다. 고뇌하는 인간 군상, 사물과 세계를 향한 치열한 사유, 이들 모두를 간결한 형식 안에 담아낸 단편미학의 정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전기작가·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특히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는데,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으며,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

 

 

나의 휘갈김 :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을 뿐, 별다른 지식도 관심도 없었건만,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됐다. 그리고 그만큼 낯설었다.

 

왜냐면, 대부분의 작품들에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아니,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을 바란 것도 아니고 잔잔한 전개, 담담한 묘사 다 좋다 이거야. 하지만 몇 편을 읽어나가도 이건 어느 줄기를 따라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등장인물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은 소재로만 삼을 뿐 그저 내면의 의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 연출된 듯한 뚜렷한 줄거리 전개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 대한 개연성도 자세히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툭- 하고 던져놓는 느낌이랄까.

 

처음 읽어보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게 뭐야' 싶을 이도 제법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에 어느 정도 그랬고. 그런데 그 와중에 은은히 묻어나는 위트라는 게 매력 있긴 하더라고. (요즘 말로 하자면, 작가가 '드립질'에 꽤나 재미를 느끼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울러, 당시의 시대 인식에 휩쓸리지 않고 여성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느껴지는 점. 그러는 와중에도 동시대의 사람들을 과장이나 기대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점.

 

그러니까, 반가웠어요.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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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그래요 문재인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8. 14. 18:00

 

 

 

 

 

 

 

22명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문재인, 그리고 문재인.

정치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그래요 문재인』. 문재인과 가까이, 혹은 멀리 자리한 다양한 분야에 몸을 담은 이들이 역사·사회·철학·문화적인 관점에서 왜 그가 리더가 되어야 하고, 그는 무엇을 해낼 것이며, 우리 사회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고 자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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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2017년 4월 20일, 그러니까 올해 봄에 돌풍처럼 탄핵이 선고되고 대선 정국으로 전국이 달궈진 시점에 출간된 책이다. 그러니까 문재인이 제19대 대통령이 되기 이전 시점의 책이다. 선거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지지자들의 성명 모듬집 같은 것.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도 어언 100일 가량. 지금 와서 이 책에 뭐 새삼 눈길이 가랴 싶을 수도 있는데, 되려 지나고 나서 되돌아 보는 시점이라서 난 이 책을 읽어보게 됐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글로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명단을 쭉 훑어보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름들이 보인다.

 

표창원, 박주민... 민주진영 내에서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며 매체를 통해서 색깔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원들. 그래, 이 사람들은 당연히 기고했을 것 같다.

 

고민정, 유정아...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캠프에서 활약했고, 이 중 고민정은 현재 청와대 부대변인이라는 직함까지 맡았는지. 그렇지, 이 사람들도 캠프 때부터 활약하다가 문정부 (나름) 요직으로 넘어가는 수순이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음, 문 지지자였군.

 

그런데 여기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들 :

도종환, 안경환, 김기정...

 

임명 시점부터 청문회를 거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종환 문체부 장관. 문정부 이전 탄핵/대선 시점에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논란에 소리 높여 규탄하던 문인이었지.

 

도덕성, 젠더 의식, 허위 혼인 신고 등등 화려한 논란 속에서 사퇴하고 사라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 정말이지 지금 와서 문재인 지지 서적에서 그의 이름을 보니 격세지감이구랴. (그나저나, 인권위원장 재직 시절의 활약은 다년간 높이 평가해왔는데 이렇게 오명으로 스러지는 기억인가요, 그대...)

 

역시나 인선 과정에서 자질 논란 및 낙마로 종결되어 버린, 청와대 안보2실장 김기정. 그 또한 이 책에 이름을 올렸었구랴. 요즘처럼 국가 안보 상황이 한발 한발 위태롭게 디딛는 시기에 금방 잊혀버리고 만 그였지만, 여튼 한때는 문정부 인선판에서 이슈였더랬지.

 

 

 

 

아마도, 문재인의 당선에 이 책 한 권이 기여한 바는 극히 적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미 기운 운동장이었고, 설령 아니었다고 해도 그 눈 돌아가게 바쁜 조기 대선 캠페인 도중에 시간 내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런 자료들은 훗날에 더욱 와닿을 내용들이다. 아직은 여물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올해 말, 내년, 그리고 정권 후반기에 이르렀을 때 - 되돌아볼 수 있게끔 하는 사료(史料)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요, 문재인.

그래요, 문재인?

그래요, 문재인!

 

그래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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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칼의 노래 by 김훈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8. 1. 00:05

 

 

 

 

 

 

 

 

작가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작품 소개 :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어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 저자는 당대의 사건들 속에서 '이순신'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해 내며,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을 미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

 

 

나의 발췌 :

 

갑자기 왼쪽 가슴이 무거웠다. 나는 장대 바닥에 쓰러졌다. 군관 송희립이 방패로 내 앞을 가렸다. 송희립은 나를 선실 안으로 옮겼다. 고통은 오래 전부터 내 몸 속에서 살아왔던 것처럼 전신에 퍼져나갔다. 나는 졸음처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죽음을 느꼈다.

 

 

**************

 

 

나의 휘갈김 :

 

이 작품을 안 읽어본 이는 있어도, 모르는 이야 있을까. 하지만 나도 지난 수년간 '알긴 하되, 읽어보지는 않은' 이였다. 무거운 소재, 엄숙한 어투, 어둑한 표지... 여러 모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기에.

 

하지만 작가로서 김훈의 명성이야 익히 아는 바였다. 간결하지만 묵직한 문장, 단 한 단어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는. 칼럼이나 다른 형태의 글을 통해서 얼핏얼핏 만나본 그는 분명 그러했고, 또 여러 모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존경할 만 했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을 읽어보지 않았음에 모종의 부채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친정에서 가져온 책박스에 이게 있길래 드디어, 몇년을 돌고 돌아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나의 감상평은 :

 

과연 명문이더이다.

짧지만 급하지 않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단어와 단어의 이어짐, 문장의 박자가 치밀하게 계산된 듯 (실로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촘촘하다. 날실 씨실을 탄탄하게 엮어서 짜낸 힘 있는 원단 같고, 글 자체로 질감을 가진 것만 같다. 그러니까... 글이 살아있는 것 같다.

 

... 하지만 문장의 훌륭함과 별도로 플롯의 소재, 그리고 (우리가 모두가 아는 난중일기의 그) 전개 또한 내 취향은 역시 아니긴 했다. 심경이 엄숙해지고 공감이 된다기보다는,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계속 입맛이 텁텁한 기분.

 

고로, 김훈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으로 귀결되었다.

그의 명문을, 문장의 힘을, 단어의 생명을, 다른 소재 다른 형태로 다시 한번 조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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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로버트 A. 하인라인

역자 : 제각각...

출판사 : 시공사

형태 : 리디북스 e북

 

책 소개 :

 

SF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대부들 중 가장 대중적이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주요 작품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세트』.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품들을 통해 20세기 문학과 문화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영향을 미친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글쓰기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랄한 정치 풍자극으로 하인라인 명성의 시발점이자 1956년 그에게 첫 휴고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더블 스타》, 하인라인의 다채로운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 명작 단편 선집《하인라인 판타지》,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의 상징이자 SF 소설을 주류 문학에 편입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또 다른 휴고상 수상작 《낯선 땅 이방인》, 시간 여행과 로맨스, 하인라인과 독자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쿨한 고양이 피트가 등장하는 인기작 《여름으로 가는 문》,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후보에 오르며 7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 만년의 걸작 《프라이데이》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소개 :

 

로버트 하인라인은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과학소설의 기틀을 다진 3대 거장(Big Three) 가운데 한 사람으로, 특히 스토리텔링에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클라크가 우주를 향한 원초적 동경에 충실했고 아시모프가 재기 넘치는 플롯의 달인이었다면, 하인라인은 개성적인 캐릭터와 역동적인 이야기를 조합해내는 데 천재였다.1907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태어난 하인라인은 명예나 리더십 같은 군인의 도덕률을 흠모하다가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1929년에 임관한 뒤 항공모함 렉싱턴 호 등에서 근무했지만 1934년에 폐결핵으로 의가사제대를 했고, 그 뒤 UCLA 대학원에서 수학과 물리학 수업을 들었으나 몇 주 만에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가 민주당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전에 나갔을 때 그의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1939년 존 W. 캠벨이 편집장으로 있던 잡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Astounding Science Fiction에 첫 단편 「생명선」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그의 작가 경력은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일찌감치 SF계에서 자리를 굳힌 하인라인은 1947년에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지구의 푸른 언덕」을 실으면서 SF 작가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주류 매체에 자기 작품을 발표하였고, 그 뒤로 20세기 중반을 관통하며 40여 년 이상 최고의 SF 작가로 군림했다.

 

 

**************

 

 

나의 휘갈김 :

 

하인라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SF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사실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10대 때 탐독했던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시리즈 소설들이 내 SF 세계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 올해 상반기 북클럽에서 모 회원님이 했던 말 한 마디가 깊이 남았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논하는 날, 자칭 타칭 SF 마니아 한 분이 심도 있는 독서 체험과 SF 세계관으로 참석자 모두를 매료하였는데, 그가 말하기를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SF는 단지 미래, 로봇, 기계, 소위 공상'과학'을 소재로 다루는 게 아니라 상상력에 기반하여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있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SF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설명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유독 마디가 되는 말, 행동, 사람의 기억들이 있기 마련인데 SF에 관한 그의 조곤조곤한 설명이 나에게는 그러했던 모양.

 

그러면서 대표적인 SF 작가 및 본인이 개인적으로 애호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를 해주었는데, 그 중에서 이 하인라인도 '고전적' SF 작가로 등장을 했던 것 같다. 아마도.

 

당시에는 바로 찾아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지난 달 리디북스에서 하인라인 걸작선 5권을 세트로 할인 판매하길래, 지금이 바로 때로구나 싶어서 바로 구매했음. 사실 출장 가기 전이라서 비행기에서 손쉽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던 참이기도 했고.

 

꽤 페이지 수가 많은 책이 5권이나 묶음으로 구성된 거라서, 일일히 개별평을 쓸 생각은 없다. (저 중에서 딱 한 권만 골라서 읽는다고 하면 역시나 그의 대표작인 - 여름으로 가는 문.)

 

다만, 이미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1939년대에 데뷔, 1940-60년대에 전성기) 저술한 책들이라 그 당시에는 '미래'였던 시점이 이미 현재의 독자들에게는 '과거'가 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는 흥미점들이 많다.

 

아예 마법의 세계나 화성인 등 우주 소재를 중심으로 한 것은 덜하지만 시간여행을 메인 플롯으로 삼는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가장 극명하게 느껴지는 부분. 저자로서는 '머나먼 미래'인 70년대의 '신기술'을 상상해서 쓰는 거지만, 현재의 화자가 보기에는 구 시대의 것과 상상이 뒤섞인 기묘한 결과물로 보인다는 것.

 

그리고 시대를 앞서가는 상상, 또는 그를 위한 노력을 그리 많이 했음에도 당시의 성관념을 벗어나지 못했음이 여실히 보인다. 그의 모든 작품에서 여성들은 보조적이고 수동적이며 선과 악으로 양분되는 2차원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런 점이 아쉽다기보다는 - 저자의 시간, 과거의 그가 상상했던 미래의 시간, 그리고 현재의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이 뒤엉키는 와중에 나름 흥미롭게 느껴지는 정도. (물론 1940년대 즈음에 활약한 그가 당시의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기까지 했더라면, 그에 대한 평가도 한 단계 더 넘어서기는 했겠지만!)

 

SF 소설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기술'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하인라인의 소설 대다수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미래였을지언정 이미 지나간 시대를 그리며, 현재로서는 새롭지 않은 것 혹은 의미가 없는 것을 그려내기도 하니까. (심지어, 단편선 다수에서는 마법과 마녀, 지옥과 악마의 세계를 당연한 듯 묘사하기도 한다!) 공상'과학'소설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가 될지도.

 

하지만 이 작가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매 작품마다 매번 저마다 법칙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제시한다. 게다가 그의 이런 작품의 영향을 받아 훗날 '백투더퓨처' 같은 작품이 탄생했고, 그런 매개체를 통해서 그는 후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상력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그렇다면, 실로 'SF' 걸작선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는가.

 

 

 

 

요약 : SF 클래식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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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종의 기원 by 정유정 (e북)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7. 28. 17:05

 

 

 

 

 

 

 

작가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형태 : e북 (1년 대여)

 

책 소개 :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

 

 

작가의 말, 발췌 :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그의 저서 '이웃집 살인마'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진화과정에 적응해야 했고, 선이나 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선과 악이 공진화했으며, 그들에게 살인은 진화적 성공, 즉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이 무자비한 '적응구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의 조상이다. 그에 따르면,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르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

 

...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특별한 악인'을 종종 떠올리곤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유진'이 수정란의 형태로 내 안에 착상된 셈이다. 그렇기는 하나, 나는 여전히 인간으로서도, 작가로서도 미성숙했다.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키워서 존재로 탄생시킬 능력이 없었다. 이 무지막지한 존재를 책임질 용기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쓰겠다는 '욕망' 뿐이었다. '유진'을 여러 형태로 그려낸 이유다. 등단작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에선 정아의 아버지로, '내 심장을 쏴라'에선 점박이로, '7년의 밤'에서는 오영제로, '28'에서는 박동해로.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켰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목이 마르고 답답했다. 그들이 늘 '그'였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눈으로 그려 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결국 '나'여야 했다. 객체가 아니라 주체여야 했다. 우리의 본성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어두운 숲'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줄 수 있으려면.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가는지 그려 보이려면.

 

 

 

**************

 

 

나의 휘갈김 :

 

'7년의 밤'으로 올해 상반기 내 독서 목록에 파란을 일으켰던 정유정 작가. 드디어 그녀의 다른 소설이자 가장 최신 작품을 읽어보게 됐다. 사실 정유정 작품 라인 중에서도 '7년의 밤'이 단연코 가장 걸작이라고 해서 다른 작품들은 언제 어떤 계기로 읽으려나 싶었는데, 마침 리디북스를 뒤지던 와중에 이 '종의 기원' e북이 저렴한 가격으로 1년 장기 대여 행사 중이길래 당장 획득-!

 

위에 작가의 말을 발췌한 이유는, 줄거리를 스포일링하지 않으면서도 이 책에 대한 기억을 가장 잘 남길 수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년의 밤'에서도 익히 느낀 바 있듯이, 악, 惡, evil, 악한 존재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서 관심이 지대한 작가다.

 

그런 그녀가 가장 오래도록 품고 있다가 내보낸 '유진'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마도 추정컨대 작가 개인의 입장에서 애착이 큰 작품이 아닐까 싶다. 독자 입장에서는 가장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7년의 밤' 조차도 악인의 묘사 측면에서는 아쉬웠다고 하니.

 

사이코패스의 살인 회고 스토리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지라, 정유정 작가가 아니었더라면 난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들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사이코패스 계열 줄거리인 줄 모르고 본 탓도 있지만...) 그만큼 '7년의 밤' 이 단 한 작품으로 정유정이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 서술 능력, 세계 구축의 솜씨에 신뢰가 대단했다는 뜻.

 

서사적인 규모나 앞뒤 빠져나갈 데 없는 탄탄한 구성은 '7년의 밤'보다 다소 약하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실타래 풀어가는' 서술은 역시나 맛깔났으며 읽으면서 손에서 내려놓기 힘들 정도의 흡인력 역시 여전했다.

 

그리고 - 완독하고, 깊은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드는 순간... '종의 기원'이라는 제목 또한 잘 지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음, 임산부 노약자 및 심신미약자에게는 비추...)

 

 

 

 

'7년의 밤' 독서일기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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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프랭크 세스노 (Frank Sesno)

역자 : 김고명

출판사 : 중앙북스

 

책 소개 :

절호의 때에 정확한 사람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전략이 필요하다!
CNN의 앵커이자 인터뷰어로서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콜린 파월 등 저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도맡아 하며 수십 년간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프랭크 세스노의 『판을 바꾸는 질문들』. 저자는 그동안 쌓아온 질문 노하우를 11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엮은 것으로, 누구나 더 나은 학습자, 리더, 혁신가, 시민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진단형 질문’에서부터 불편한 상황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대립형 질문’, 사람의 마음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공감형 질문’까지 예리한 질문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전략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능동적으로 질문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부록으로 ‘질문 가이드’를 제시하며 질문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적절한 질문에 다다르기 위한 생각의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저자 소개 :
프랭크 세스노는 3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며 뉴스를 보도한 언론인이자 인터뷰 전문가로 에미상(Emmy Awards)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CNN에서 앵커, 백악관 출입기자, 토크쇼 진행자로 활약하며 명망을 쌓았고, 지금은 저명한 회담·토론 진행자이자 조지워싱턴대학교 [특별 대담 시리즈]의 진행자로서 세계 굴지의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는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 다수의 국가원수, 비즈니스 리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다양하게 인터뷰했다. 현재 조지워싱턴대학교 미디어·공공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으로 세계 최고의 교수진을 이끌며 직접 언론윤리, 다큐멘터리, 지속가능성 보고, 인터뷰 기술을 강의하고 있다. 지금도 CNN, NPR 등 미디어에 출연해 언론, 정치, 시사 문제를 논한다. 2008년에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플래닛포워드(planetforward.org)를 개설했다.

 

 

목차 :

프롤로그 왜 질문해야 하는가?
01 문제부터 파악하라_진단형 질문
02 판을 바꾸는 질문들_전략형 질문
03 질문으로 관계를 잇다_가교형 질문
04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_공감형 질문
05 때로는 불편한 상황이 필요하다_대립형 질문
06 혁신은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_창조형 질문
07 공동의 목표를 갖게 하려면_사명형 질문
08 어떻게 미지의 세계를 파헤칠 수 있을까_과학적 질문
09 면접관을 면접하라_면접용 질문
10 최고의 호스트는 최고의 질문자이다_유희형 질문
11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_유산형 질문
에필로그 물어보길 잘했다

 

 

 

**************

 

 

나의 휘갈김 :

 

책 표지 디자인을 제법 잘 했다... 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무심코 서고를 구경하다가 이 옐로우/블랙의 색감과 강렬한 제목에 눈길이 확 갔기 때문. 게다가 테마도 : CNN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법... 이라니. 흠, 별 망설임 없이 바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는 간단하게 해봅시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나에게는. 뉴스업계에서 유명한 기자/앵커/사업가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 상식도 늘거니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함.

 

그리고 질문을 유형별로 나눠서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그렇지. 질문이란, 특히 직업적으로 하는 질문이란 단지 '궁금한 것을 묻는' 것만은 아니지. 기자의 경우에는 독자를 대신하여 묻는 말이기도 하고, 대상자에게 나의 입장과 시각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단계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단순히 '궁금하면 참지 말고 물어라! 적극적으로!' 이런 사기진작형 내용이 아니라 정말 질문의 이유와 유형, 어투 등을 종류별로 나눠서 서술한 점은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전략적 접근에 치중한 나머지, 작가가 중간중간에 (부지런히) 끼워넣는 전략팁(?)들은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예컨대 이런 것 :

 

위험 요소와 비용을 철저하게 분석했는가?

이 조치로 예상되는 결과를 검토했는가?

명확하고 성취 가능한 목표가 있는가?

 

되려 이렇게 작가가 작정하고(?) 야심차게(?!) 끼워넣은 전략팁들보다는 이 과정에 이르는 에피소드들 자체를 음미하는 게 훨씬 더 좋았달까. 예컨대, 가교형 질문에서 - 불만을 가진, 고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는 직원을 대하는 상사의 질문법 같은 거. 그리고 '물음표 없는 질문'을 사용하는 방법의 실제 사례라든가.

 

배리는 대뜸 '왜 협박 메일을 보냈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정말 대통령을 암살할 생각이니까?'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렇게 물어봤자 용의자의 입만 굳게 닫힐 뿐이다. 그 대신 배리는 물음표 없는 질문을 한다. '대통령의 행보에 짜증이 많이 난 것 같군요'

 

혹은 소위 메아리 질문 기법.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요?'

 

또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대변하는 아라파트를 필요 이상으로 도발하지 않으면서도 책임에 대한 답변을 받아내는 방법.

 

이런 질문의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모두가 잘 활용하지는 못한다. 사실 질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막상 뻔해서 답변이 정해져 있거나 답변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기 십상인 것을.

 

그래서 작가의 전략팁들은 한 귀로 흘려들을지언정, '질문하는 법'에 대한 이론과 실전을 어느 정도 정리해주고 덧붙여서 알아둬서 좋을 에피소드들까지 제공해주는 책이어서 - 난 전반적으로 만족.

 

그리고, 역시나 책의 표지 디자인은 중요하다-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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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대비 가장 뜸해진 장르의 포스팅이

바로 이 독서일기 카테고리가 아니려나.

 

뭐 작년에 비해서는 독서량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책 안 읽고 산 것은 아닌데...

 

출장 길에 읽어서 기록할 시간이 없거나,

나중에는 너무 밀려서 엄두가 안 나거나,

여튼 이래저래 기록만 잔뜩 미뤄두고 있었다.

 

사실 독서의 기억이란 금방 사라지는 것이라

나 또한 가급적이면 짧게라도 메모해두고픈데

일상이 바쁜 시기에는 솔직히 엄두가 안 나서;;;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

휴가 때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가볍게 시작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아마도 나 빼고 다들 (책이든 영화든) 봤을,

 

Eat, Pray, Lov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 엘리자베스 길버트 (Elizabeth Gilbert)

 

책 소개 :

 

성공한 남편, 화려한 커리어, 허드슨 벨리에 있는 멋진 저택, 맨해튼의 아파트, 여덟 개의 전화선, 매력적인 피크닉, 화려한 파티, 그리고 신용카드로 쇼핑을 즐기며 사는 삶……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삶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서른 살이 될 무렵,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자 여행을 떠난다. '자신이 진정 누구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얻고자'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일 년간의 여행을 떠난 것. 상처투성이인 영혼과 몸을 치유하기 위한 또 다른 삶을 용기있게 선택했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그녀는 아름다운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마음속 근심과 두통을 날려버리고, 너무 맛있어서 감당하기 힘든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달콤하고 건강한 여행 속에서 쾌락을 추구한다. 인도의 아쉬람에서는 인도인 구루와 놀랄 만큼 지혜로운 텍사스 요기의 도움을 받아 명상 동굴 여전사가 되어 '자신의 마음과 끊임없이 싸우는 엄격한 영적 수행'을 거친 뒤 비로소 자신만의 신을 만나고, 마침내 행복하고 건강하며 균형 잡힌 삶을 찾는다.


일 년간의 여정을 거치면서 저자는 진실한 내면의 고통과 은밀한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마치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고통의 순간을 통찰력 있는 위트로 적절히 버무려 삶의 이면을 꿰뚫어보게 만드는 문체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터져나오는 놀라운 경험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진짜 자신을 채우는 여행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작은 것의 변화가 가장 큰 자기변화라는 것을 일깨운다.

 

 

 

 

나의 휘갈김 :

 

아마도, 원작인 소설보다도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 더 유명할 법한 작품. 하지만 나는 영화를 자주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줄리아 로버츠의 팬도 아니며, 이번 홍콩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계기가 없었다.

 

휴양형 해외여행을 갈 때에는 공항에서 페이퍼백 소설을 하나씩 사서 떠나자, 는 나의 여행 습관 덕분에 인천공항에서 우연히 집어들게 됐을 뿐. (이런 여행용 책은 생각을 많이 해서 미리 사두기보다도, 이렇게 공항에서 여행 기분을 만끽하면서 대중적인 소설로 가볍게 고르는 게 더 즐거움!)

 

뭐, 적당히 쉽게 읽히겠지, 싶은 마음으로 샀는데 - 일상에 지치고, 일에도 회의가 들고, 심신을 그저 충전하러 떠났던 이번 여행에 절묘하게 잘 맞는 바람에, 의외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로 남을 듯 하네. 역시 세상 모든 일은 타이밍.

 

 

 

 

 

 

이건 돌아오는 길, 이륙 연착된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때지만, 사실 주로 여행 동안 호텔 풀베드에 누워서, 혹은 저녁에 샤워 후에 침대에 누워서 읽었지. 쉽게 손이 가고 즐겁게 읽히며 부피 작고 무게 가벼운, 이런 페이퍼백 소설 하나만 있어도 '딱히 아무 계획도 없는' 휴양형 여행이 전혀 심심하지 않다. (물론 우리는 책 없이도 심심하지 않게 놀 수 있을 것 같지만...)

 

 

 

 

 

 

 

Italy - Eat - Pleasure

India - Pray - Devotion

Indonesia - Love - Balance

 

이 책은 크게 3파트, 3나라, 3테마로 나뉘는데 - 공교롭게도 나의 독서도 크게 3마디로 나뉘었다. 홍콩에 있는 동안 놀멍쉬멍 파트1 Pleasure-Italy 를 즐기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Devotion-India 를 주구장창 읽어 해치우고, 한국에 돌아와서 Balance-Indonesia 를 읽는 중.

 

뭐, 너무 의미 부여하는 게 될 수도 있겠으나, 홍콩에 가있는 동안에는 정말 모든 일상과 업무에 신경을 다 끈 채로 날씨와 휴식, 그리고 새로운 풍경을 즐기기만 했다. 그러는 중간중간에 작가가 풍요롭게 묘사하는 이탈리아의 즐거움, 특히 먹거리에 대한 감각적 설명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물론 주인공이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까지의 정황과 심경은 꽤나 칙칙하지만...)

 

호텔 수영장에서 시원하게 수영을 즐기다가 풀베드에 누워서 햇살이 가득한 것만 같은 문장들을 즐기던 그 기분이, 아마도 이번 휴가에 대한 내 기억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게다가, 플롯이나 키워드 컨셉만 잘 잡은 게 아니라 이 작가... 문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사실! 위트에, 단어의 선택에 놀라서 다시금 읽은 문장만 해도 이미 여러 구간일 정도였으니. (이건 발췌로 따로 뽑아봐야겠음!)

 

그리고 홍콩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소 막막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비행기에서는 주인공이 인도에서 자아 성찰하는 부분을 읽었다. 진에어의 좁은 좌석과 약간 칙칙한 독서 조명 아래에서 인도에서의 심신 고행(?)에 대한 내용을 따라가는 게 나름 잘 어울렸...?

 

즐거움, 자아 성찰, 다 했으니 이제 그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는 주인공 리즈 길버트와 함께 이제 한국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고 있는 중. 이건 뭐 너무 갖다 붙인 것도 아니라 그냥 너무 절묘한 것 아닌가! ㅎㅎㅎ

 

작가 이름 Elizabeth Gilbert 을 딴 극중 주인공 Liz Gilbert 는 작가의 자서전 화자인 듯, 소설의 주인공인 듯, 현실과 허구 사이를 오간다. 실로 작가의 인생 체험을 많이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논픽션 자서전은 아닌... 그러나 사실 그 둘이 동일인물인지 아닌지조차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다.

 

그리고 딱히 어떤 교훈을 도출해야 하는 책 또한 아니다. 작가가, 아니 주인공의 체험과 생각 중에 내가 딱히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아니,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심리가 불안정한 거야, 라는 생각도 중간중간에 들었...) 하지만,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Liz의 인생 모험을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고 관찰하고 함께하는 그 즐거움 덕분에, 올해 격변이 가득한 나의 여름이 한 박자 쉬어갈 수 있었다. (첨언 : 파트1-이탈리아 편이 단연코 가장 재밌음 ㅋㅋㅋ)

 

 

 

 

나의 발췌 :

 

(Italy, in pursuit of pleasure)

 

'This Italian peninsula needed an Italian language, at least in the written form, which everyone could agree upon. So this gathering of intellectuals proceeded to do something unprecedented in the history of Europe; they handpicked the most beautiful of all the local dialects and crowned it Italian.'

 

'Americans have an inability to relax into sheer pleasure. Ours is an entertainment-seeking nation, but not necessarily a pleasure-seeking one.'

 

'We are the masters of il bel far niente (the beauty of doing nothing)!"

 

'For me, a major obstacle in my pursuit of pleasure was my ingrained sense of Puritan guilt. Do I really deserve this pleasure? This is very American, too - the insecurity about whether we have earned our happiness. Planet Advertising in America orbits completely around the need to convince the uncertain consumer that yes, you have actually warranted a special treat. This Bud's for You! You Deserve a Break Today! ... Such advertising campaigns would probably not be as effective in the Italian culture, where people already know that they are entitled to enjoyment in this life.

 

'I walked home to my apartment and soft-boiled a pair of fresh brown eggs for my lunch. I peeled the eggs and arranged them on a plate beside the seven stalks of the asparagus (which were so slim and snappy they didn't need to be cooked at all). I put some olives on the plate, too, and the four knobs of goat cheese I'd picked up yesterday from the formaggeria down the street, and two slices of pink, oily salmon. For dessert - a lovely peach, which the woman at the market had given to be for free and which was still warm from the Roman sunlight. For the longest time I couldn't even touch this food because it was such a masterpiece of lunch, a true expression of the art of making something out of nothing. Finally, when I had fully absorbed the prettiness of my meal, I went and sat in a patch of sunbeam on my clean wooden floor and ate every bite of it, with my fingers, while reading my daily newspaper article in Italian. Happiness inhabited my every molecule.'

 

(India, in pursuit of devotion)

 

'I think you have every right to cherry-pick when it comes to moving your spirit and finding peace in God. I think you are free to search for any metaphor whatsoever which will take you across the wordly divide whenever you need to be transported or comforted. It's nothing to be embarassed about. it's the history of mankind's search for holiness. You take whatever works from wherever you can find it, and you keep moving toward the light.'

 

(Indonesia, in pursuit of balance)

 

'In the evenings I spin my bicycle high up into the hills and across the acres of rice terraces north of Ubud, with views so splendid and green. I can see the pink clouds reflected in the standing water of the rice paddies, like there are two skies - one up in heaven for the gods, and one down here in the muddy wet, just for us mort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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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문학동네

 

책 소개 :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근 십 년 만에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다.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가 담겨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하루키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여행지의 특성과 문화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친절한 여행가이드의 역할도 겸한다. 각각의 여행 목적에 맞는 레스토랑과 클럽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장맛비에도 꿋꿋하게 구마모토의 관광 명소를 돌며 착실한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특별히 아내 무라카미 요코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포함한 스물다섯 장의 사진들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여행지에 직접 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목차 :

찰스 강변의 오솔길―보스턴1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아이슬란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오리건 주 포틀랜드·메인 주 포틀랜드
그리운 두 섬에서―미코노스 섬·스페체스 섬
타임머신이 있다면―뉴욕의 재즈 클럽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핀란드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루앙프라방(라오스)
야구와 고래와 도넛―보스턴2
하얀 길과 붉은 와인―토스카 (이탈리아)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구마모토(일본)

 

 

**************

 

 

나의 휘갈김 :

 

아마도 이 책의 제목에 우연히 눈길이 가서 닿은 건, 내가 라오스에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일 거다. 비록 출장으로 다녀온 데다가 동선이나 체험이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라오스에 뭐가 있는지' 나도 조금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반가워서.

 

매끈한 표지, 가벼운 무게, 그러나 단단한 하드커버의 이 책을 집어들고 그제서야 저자가 누구인가 보니, 흠, 자그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더라는 말씀.

 

난 사실 하루키의 대단한 팬은 못 된다. '순실의.. 아니, 상실의 시대'로 더 오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숲'은 높이 평가하고 수차례 읽어본 바이긴 하지만, 너무나 뻔하게도 '하루키=노르웨이숲'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독자랄까.

 

솔직히 그의 다른 소설들을 막 찾아서 읽고 구매할 정도까지는 관심이 없었던 듯 싶어. (그런 의미에서 주변에 하루키 컬렉션을 보유한 지인이 있다면 좀 빌려 읽어보고는 싶습니다만...?)

 

그런데, 상대적으로 가벼운 에세이, 게다가 여행 에세이라니, 책도 에코백에 쏙 꽂아넣을 수 있을 듯한 산뜻한 부피와 디자인이고... 그냥 왠지 사고 싶었다. 사면서도 알고는 있었지. 이 책은 마음 속에 깊게 남거나 수 차례 다시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기보다는, 별 생각 없이 쉬리릭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과 돌려볼 그런 책이라는 것을. 뭐 어때.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막연하게나마 기대한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여행의 기억을 사진이 아니라 글로 묘사하는데 (아, 물론 중간중간 작가의 부인이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하루키쯤 되는 작가라면 이것만으로도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 여행지를 상상하게 만들 만한 힘이 있는 걸까! 시각적 자료에 크게 의존하는 현대인 (그리고 블로거) 이지만, 나 또한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인데... 나도 어떤 기억을, 어느 여행지에 대한 기록을 그렇게 남겨볼 수 있을까? 이렇게 소위 '하루키의 글빨'에 대한 기대가 약간 있었고...

 

또한, 각 에세이에서 대단한 소감이나 표현을 만나게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하루하루 일상 일과에 얽매이지 않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훌쩍 떠나서 일할 수 있는 작가의 삶이란, 그의 시각에서 보는 여행지란 어떨까? 비록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 수는 없지만 (설령 작가라고 해도 하루키 급으로 여유 있는 작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리만족으로라도 느껴보고 싶었던 마음.

 

책을 완독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흠 글쎄, 반반의 만족이랄까. 각 에피소드마다 편차는 있지만, 상당수가 하루키가 예전에 거주했거나 방문한 나라에 대한 간단한 소회, 기억의 나열, 때로는 맛집 소개... 에 그친다는 점이 난 아쉬웠다. 그래, 뭐, 솔직히 좀 실망하기도 했다. 대작가의 기발한 통찰력이나 마음에 새겨지는 표현, 이런 건 그닥 보이지 않았기에.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적어도 나로서는 그렇게 느껴지는) 정중한 썰렁함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래서 내가 평소에 일본 소설이나 에세이에 손이 잘 안 가는 걸까?)

 

하지만, 편차가 있다는 것은, 그 중에서 좀 더 나은 평가를 해주고 싶은 에피소드 또한 있다는 것. 특히나 이 책의 제목이 나온 라오스-루앙프랑방 편이 그러했다. 라오스에 뭐가 있는데요? 몰라요, 몰라서 가봅니다. 가보니까 뭐 별 거 있던가요? 몰라요, 모르는데, 라오스는 나에게 이러합디다. 라는 서술이야말로 어쩌면 내가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에 기대했던 자세인가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단지 이 한 편 때문에라도 이 책을 구매하고 읽은 게 후회되지 않는다.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거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 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울러 마지막 일본-구마모토 편에서 나를 슬며시 웃게 했던 한 소절 덕분에라도, 이 책은 나에게 '어쨌든 반가운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

그 여행에서는 하여튼

비가 줄기차게 내렸고,

가는 곳마다 구마몬이 넘쳐났었지,

 

라고 우리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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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서일기 일종의 번외편이랄까.

 

문득, 서재를 정리하다가 낡은 페이퍼백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본 책은 그때그때 중고 판매를 하든, 빌려주든, 누구에게 주든, 어떤 식으로 처분을 하는 편인데 그런데 이 낡은 책들은 어떻게 그 긴 세월 동안 내 책장에서 살아남았을까. 게다가 애당초 페이퍼백을 구매를 했다는 것은 오래 소장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가법게 읽고 떠나보낼 생각이 있었다는 건데 말이야.

 

그래서 이번에는 개별 책에 대한 후기가 아니라 내가 보유한, 내가 아끼는, 내 기억에 소중한 '페이퍼백' 책들에 대한 모듬 기록이다. 시간 역순으로 하나씩 들여다보자.

 

 

 

 

 

 

The Gone Girl

by Gillian Flynn

 

2015년 12월, 괌으로 떠난 휴가에서 정말 재밌게 잘 읽었던 책. 꼭 읽겠다는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떠나는 날 아침 인천공항에서 문득 구매했고, 덕분에 집에서 챙겨간 다른 책은 거의 펼쳐보지도 못했다.

 

책의 내용과 서술도 물론 훌륭하기 그지 없지만 (주저 없이 강추하는 바!) 난 이 책을 볼 때마다 괌 리프 호텔의 수영장 풍경, 뜨겁고 건조한 공기와 시원하고 찰랑한 물의 온도가 떠오른다. 휴가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책이기도 하고, 아주 바쁜 와중에 훌쩍 떠나면서 문득 산 책이어서 그런지, 그 당시의 정중동, hard-earned holiday,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이 모든 기억이 녹아있는 매개체인 셈.

 

이때를 계기로 다짐했지. 휴양지로 쉬는 여행을 떠날 때에는 공항에서 '떠나는 기분'을 담뿍 느끼며 이렇게 페이퍼백 소설을 한 권씩 사가겠다고. 그 책 한 권에 내 휴식을 온전히 녹여보겠노라고. 책이 만족스러우면 만족스러운대로, 좀 아쉬우면 '아하하, 이번 책은 뭐 좀 허술하네' 이렇게 어깨 으쓱하면서 맥주 한 모금 홀짝일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느슨하게 즐길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언제 어디가 될지 모르는 다음 여행이 벌써 기대가 된다...

 

덧붙임. 이 책은 다 읽고 지인 나눔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읽어보겠노라고 해서 킵. 읽기 시작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읽는 속도도 나에 비해서는 느릿한 남편인지라, 그가 이걸 읽게 되는 시점 또한 우리의 다음 해외 여행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The Great Gatsby

By F. Scott Fitzgerald

(Oxford World's Classics)

 

굳히 옥스포드 시리즈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 표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튼 수년 전에 우연히 구매한 게 바로 이 버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손때와 메모들이 가득해서 다른 어떤 멋진 하드커버 버전보다도 바로 이 책에 애착이 많이 간다.

 

내 생에 위대한 개츠비는 아마도 완독만 넛댓 번은 족히 한 것 같다. 그리고 (마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그랬듯이) 읽을 때마다 감상이 한 겹 한 겹 쌓여서 '아, 이 책은 정말이지 한 번 읽고 다 알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10대 때 처음 읽었을 때에는 '뭐야, 결국 유부녀가 된 옛 애인을 사모하다가 파멸로 치닫는 줄거리잖아' 하고서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도 있으니 원... ㅋ

 

이 책에 새삼스레 감명받았던 건 작년 봄, 출장 가는 길 비행기 안에서였다. (부피도 작고, 읽고 나서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도 안 들면서, 책장이 무겁지 않게 넘어가는 책이라서 출장용으로도 딱이다) 천천히 작품 속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아 여기 기억난다, 그래 이렇게 이어지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묘사가 등장하지... 이렇게 기억을 되짚어가는 와중에 - 수년 전의 (몇 년 전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여러 번 읽은 책이라) 내가 똑같은 기분으로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둔 게 아닌가. 바로 지금 내 몰입도가 최고조인 바로 그 문장에, 그 표현에.

 

이야기의 화자인 닉의 시각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고, 저자인 피츠제럴드에 공감하는 것도 좋은데, 그 무엇보다도 감격스러운 건 바로 '이 책을 수년 전에 읽었던 그때의 나 자신과 교감'하는 것. 아, 역시 너도 나처럼 이 서술에 매료됐구나. 아마 몇 년 뒤의 나도 또다시 그럴 것 같아.

 

그리고 그 기억이, 감상이, 아울러 시간이 첩첩이 쌓이면서 이 책은 점점 나에게 불멸의 명작이 되어가는 거다. 나의, 위대한, 위대한 개츠비.

 

 

 

 

 

 

The Old Man and the Sea

By Ernest M. Hemingway

 

The Moon and Sixpence

by W. Somerset Maugham

 

왼쪽 페이지에는 영어 원문, 오른쪽에는 한국어 번역이 있어서 영어 교재의 고전이었던! YBM 시사 명작 시리즈! 그 중에서도 내가 꼽은 애착본은 (자그마치) 제1권인 노인과 바다, 그리고 '문장이 살아 숨쉬고 춤추는 듯한' 글의 매력을 일깨워준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

 

특히 노인과 바다는 20년은 족히 된지라 물 묻어서 쭈글쭈글해지고 커피인지 뭔지 얼룩도 묻어있고 책에서는 이제 거의 헌책방 냄새가 날 지경이지만, 이 대명작의 매력이 처음 내 마음 속에 격동쳤던 순간이 떠올라서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아울러, 이 줄거리에 꽤 실망했던 10대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ㅎㅎㅎ) 위대한 개츠비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헤밍웨이의 인생 역작인 노인과 바다 역시 여러 번 곱씹어보고 세월 속에 묵혀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작품 - 이런 걸 클래식, 명작이라고 하는 거겠지 - 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재 30대인 나 역시 이 작품의 깊이와 농도를 제대로 아는 게 아닐 거라고도 생각해. 그러니까 두고 두고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소중히 보관해야지.

 

달과 6펜스는 초반에는 줄거리 진행이 꽤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내가 이걸 한참 읽을 때 모옴의 문장에 흠뻑 빠져있을 때라 줄거리와 무관하게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 정말이지 그의 출중한 문장력, 묘사력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그 전율은! 그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서 일부러 중간 부분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완독한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다. 어쩌면 모옴의 작품에 매료된 나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영향이 오늘날의 나를 어느 정도 만들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Robot Dreams

Robot Visions

by Isaac Asimov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의 10대 시절. 그때는 주로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기는 했지만, 결국 소장해야겠다는 결론이 들었던 몇 권은 구매했지. 이거 말고도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전질 보유하고 있었는데 졸업 후에 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던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란, 햇살 따스한 날에 창가에 앉아서 사과를 아삭아삭 먹으면서 아시모프 로봇 소설을 쌓아두고 읽는 것... 이었다는 거.

 

최근에 북클럽에서 테드 창의 소설을 읽으면서 SF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시모프에 대한 거론이 있었는데, 덕분에 그 오래 전의 일들이 생각났지 뭐야. 아울러, 이 책들을 꺼내보다가 '기억의 페이퍼백' 포스팅을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이야, 반갑다. 10대 시절의 나.

 

 

 

 

 

 

Things Fall Apart

by Chinua Achebe

 

Animal Farm

By George Orwell

 

심지어 Things Fall Apart 는 학교 영어 수업 교재였어... 그런데 나름 인생작 중 하나라서 당시 학기 중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읽었던 작품이다. 덕분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원어민들을 제치고 영어 시험 성적이 늘 최상위권이었던 듯-_- 역시 세상에 덕력을 이길 덕목은 없는 거다...

 

동물농장은 95-96년도 부근에 하연찡이 선물해준 책이다. 심지어 책 뒷면에 Hayon 이라고 스티커가 붙어있음 ㅋㅋㅋ 아, 뭐죠, 우리 10대 때 주고 받은 선물이 지성미 넘치네효 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엄청 낡았는데 그 노후하고 지친 분위기가 왠지 작품이랑도 잘 어울려서 계속 보유 중. 동물농장은 매끈한 새 책으로 보면 이제 어색할 것 같아...

 

 

 

 

 

 

이번 포스팅의 백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

 

심지어 한 권은 프랑스어, 두 권은 (그것도 동일한 버전의) 영어판이다. 프랑스어 버전은 내가 초등학생 때 (와우) 읽던 거고, 영어 버전 중 조금 낡은 쪽이 대학생 땐가 구매한 거고, 이거 잃어버린 줄 알고 한 권 더 사서... 그리하여 총 3권.

 

앨리스는 작품 속에서 '영국 아이가 불어를 구사하는' 상항에서 발생하는 언어 유희가 꽤 있는데, 난 애당초 프랑스어로 읽는 바람에 이 부분들에서는 각주를 열심히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아울러 존 테니엘 삽화 특유의 고전적이고도 냉소적인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이질감도 기억해.

 

 

 

 

 

 

Le Petit Prince

By Antoine de Saint-Exupery

 

이건 대체 언제 구매했더라... 만약 프랑스에서 구매했던 거라면 엄청 오래된 건데 이렇게 책이 비교적 멀쩡할 리가 없고, 그렇다고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굳이 이걸 샀던 기억도 없고... 아, 그런데 책의 출판사와 형식을 보니 (프랑스에서 구매한 게 확실한) 앨리스와 동일 버전이다. 세상에, 그렇다면 이 책도 최소한 20년은 됐다는 건데 ㄷㄷㄷ

 

어린 왕자야 뭐 워낙 전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데다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작품이지만, 나에게 지니는 의미는 좀 더 특별하다.

 

내가 아직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할 때, 학교에서 이 책을 오디오북 교재로 채택한 적이 있었다.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직 낯선 언어로 이 작품을 처음 만났다. 잘 모르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언뜻 들리는 언어의 실마리. 마치 청각적 어둠 속에서 발을 헛디뎌가면서 더듬더듬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오디오에 비해서 찬찬히 꼼꼼히 읽어볼 수 있는) 활자로 작품을 다시 돌아봤을 때에는 그야말로 개안(!)하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공감각적으로 작품을 대한 탓에 뇌리에 깊숙히 박혀서 이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기억이 된, 어린 왕자.

 

 

 

 

 

 

 

같은 출판사, 같은 컬렉션 출신(?)의 어린 왕자와 앨리스! 둘 다 표지 디자인 표맷이 동일하고, 책 뒷표지를 보면 거꾸로 뒤집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산 비슷한 책인데 왜 앨리스만 이렇게 낡았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여튼 투명 테이프를 붙여가면서 계속 소장하고 보고 싶어했음이 느껴지는군.

 

 

 

 

... 그러고 보니, 뭔가 감개무량한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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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태형

출판사 : 원더박스

 

책 소개 :

 

19대 대선주자들과 유권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최초의 책!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국민들은 불통 대통령, 의존적 대통령을 경험하며 정치 지도자의 심리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이는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시대적 목표와 내적 동기가 일치하는지 여부가 건강한 정치 지도자 심리의 기본 조건이라고 말하는 저자는『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적을 통해 어느 후보가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고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합한 심리를 가졌는지 날카롭게 묻고 분석한다.
이 책은 특유의 인물 분석과 함께 새 대통령 선택을 앞둔 국민들의 집단심리에 대해서도 상술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던 우리 사회의 집단심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심리는 촛불항쟁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을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이 급변한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본질적인 요구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는 대선 후보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저자 소개 :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며 학문의 커튼 뒤로 숨는 일은 전혀 체질이 아닌, 싸우는 심리학자. 병든 사회에 맞서고 인간성 회복을 모색하는 방편으로 심리학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기 속에서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심리학계를 떠나 한동안 사회운동에 몰두하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사회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기의 생생한 경험은 인간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와 학문적 견해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병든 사회에 맞서 나가기 위한 ‘싸우는 심리학’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왜 대선주자 심리분석이 필요한가

1장. 문재인, 그는 왜 운명을 말하는가
진심으로 정치하기 싫다 / 시대가 그의 등을 떠밀었다 / 동기 부조화와 사회개혁운동 / 고통을 홀로 참는 아이 / 문재인의 삶을 지배하는 두 가지 동기 / 절묘한 타협, 인권변호사 / 착한 사람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 / 문재인에게 지지율 1위란? / 멍석을 깔아주면 해보겠다 / 네거티브 거부, 갈등이나 싸움은 싫다 /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누구를 위한 것인가? / 2017년 대선, 이번에는 달라졌을까? / 홀로 링에 선 복서, 그의 고독과 두려움 / 무거운 짐을 진 사나이

2장. 이재명, 나의 행복을 위해 싸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노동자 출신 정치인 / 출신 계급을 배반하는 심리적 요인 / 가난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 / 그는 가난이 준 상처를 극복했을까? / “미치겠더라고요” 사회의식에 눈뜨다 / 왜 대권에 도전하는가 / 호소형 정치인 VS 일전불사형 정치인 / 그는 절박하다 고로 싸운다 / 강한 전투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이재명의 아킬레스건? / ‘나의 행복을 위해’ 대권에 도전한다 / 대권주자로서 이재명의 확장성

3장. 안철수,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건전한 인생관, 시대의 부름에 응하다 / 반항은 너무 힘들어 / 필요한 순간에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 / 정치인이 된 모범생 / 드디어 반항을 시작하다 / 권력보다 명예,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 아무도 알지 못하는 죽음의 공포 /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4장. 유승민, 권력 실세 밑의 저격수
보수답지 않은 보수 / 전형적 엘리트 출신의 좌클릭 / 반항의 스페셜리스트 / 한 달간 운 고교생, 그는 부모에게 화가 났을까? / 권위를 향한 통제 불능의 반항심 / 2인자 저격수 체질, 유승민의 정치 활동 패턴 / 상처를 치유하고 야당으로!

5장. 19대 대선과 집단심리, 광장의 민심은 무엇을 요구하나
1. 대선과 시대정신
2.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
3. 시민들은 달라졌다

부록. 박근혜 심리분석
인터뷰 1 “박근혜는 연산군, 대통령 하기 싫다”
인터뷰 2 “박정희ㆍ전두환보다 더 배신당할 것”
인터뷰 3 “정신 파괴된 박근혜, 폭주가 두렵다”

 

 

**************

 

나의 휘갈김 :

 

우선, 책의 뒷표지에도 들어간, 저자의 말을 발췌해서 보자.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어떤 의도와 방향으로 집필된 책인지.

 

"박근혜는 연산군과 같은 심리, 대통령 하기 싫은 대통령"

"박근혜를 다룰 줄 알는 극소수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

 

2015년 4월 진행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내놓은 분석이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이 분석이 옳았음이 증명됐고 한동안 빗발치는 인터뷰 요청에 시달렸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전에 그에 대한 심리분석서를 출간했다면 어땠을까? 대선 결과에 영항을 미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를 대하느 사람들의 태도는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2017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심리분석을 진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책의 띠지에 들어간 홍보 문구는 다음과 같다.

 

운명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싸움꾼을 자청하는 이재명,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안철수, 보수답지 않은 보수 유승민. 그리고, 박근혜를 뽑아고 또 끌어내린 한국인들. 이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다.

 

 

 

 

# 조기 대선으로 인한 집필 도중 출간

원래 이 책은 연말 대선에 맞추어 출간할 목적으로 집필 와중에 국정농단, 탄핵, 그리고 이로 인한 조기대선 때문에 일정이 앞당겨진 책이다. 따라서, 안희정 심상정 등 비교적 소수 주자들은 미처 포함시키지 못하고 마무리를 해야 했던 게 아쉬움이라고. (출간일은 올해 3월 3째주 정도임) 하기사, 이재명은 작년 촛불집회 등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던지라 먼저 집필을 하고, 원래 차차기 주자로 분류되었던 안희정은 비교적 근래에 등장했으니 빠질 수 밖에. 요즘 민주당 경선의 세태를 보면 안희정에 대한 심리적 분석도 보고 싶은데, 아쉽긴 하군.

 

# 저자의 뚜렷한 좌파적 정치 성향

스스로도 누누히 밝히듯이, 저자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다. 그는 수구 세력의 적폐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고, 대선 후보 중에서 문재인을 뚜렷하게 지지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 어린 집필도 하였으며, 이런 집필 활동을 통해서 진보 세력의 정권 교체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점들이 그의 책 처음부터 끝까지 드러난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하도 뚜렷하게 성향을 드러내고 접근하는지라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게 되긴 하더라. 물론 작가도 그런 노력을 하긴 한다.

 

'이런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정치 스타일은 문재인의 독특한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므로 국민들은 앞으로도 그를 위하여 열심히 멍석을 깔아주는 수고를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치 스타일은 언젠가 국민의 피로감을 임계치까지 끌어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반복적으로 정계 은퇴 혹은 대선 불출마를 배주신으로 사용해온 것이야말로 문재인의 마음을 가장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권 도전 동기가 강한 정치인은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정계 은퇴, 대선 불출마라는 말 자체를 언급하기조차 꺼린다. (중략) 그는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수 틀리면 언제라도 정계를 은퇴해 자기 자리로 돌아갈 의지에 충만해 있는 특이한 대권주자이다.'

 

'만일 문재인이 사회개혁운동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정치인이었다면 항상 국민과 함께라는 느낌을 가졌을 터이므로 새누리당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은 그럴 수 없는 정치인이므로 일반 국민과 일체화되기도 어렵다. 대권주자로서의 문재인의 최대 약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 과거 사례를 통해 보는 심리학적 접근

그러나 저자의 정치적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각 후보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국민들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했다는 취지는 분명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서, 무뚝뚝한 부모 밑에서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가지고 큰 문재인, 그가 가지고 있는 상호 충돌적인 욕망.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명문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적으로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 그와 동시에 잘못된 사회에 맞서고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의 교차점에서 만난 인권변호사의 길, 그리고 노무현과의 만남. 이미 대선후보로 출마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자산, 과거, 성정 등을 세상에 내보인 바 있는 문재인. 그런 그에게 사람들이, 그러니까 올해의 유권자들이 궁금한 것이란 그의 '이력'이 아니라 그의 '내면'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성격이나 컴플렉스를 가진 그이기에 저런 선택을 했던 게 아닐까' 라고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실마리 말이다. 또한 '극빈층 노동자 출신'임을 전면으로 내세운 이재명 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시정 업적이나 공인으로서의 언행 등은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유권자 (정확하게는 박근혜의 비정상적 심리와 행동 양상에 질린 유권자) 가 알고 싶은 건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그의 동기, 의지, 욕망일 것이다.

 

'문재인의 2017 대권 도전은 (국민의 변함 없는 지지에 대한) 크나큰 감동 반, 빚쟁이 심리 반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문재인은 국민적 지지율이 추격당하거나 바닥을 치면 대권 도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재명은 가난한 자기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혐오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어린 시절 그가 부모의 사랑을 받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략) 어린 아들을 학교가 아닌 공장에 보내야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은 너무나 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이재명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공장까지 데려다주었다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이재명이 무의식적 차원에서라도 남을 때리기 위해서,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면 뜯어말려야 한다. 이는 개인적인 욕망이고 복수일 뿐이다. (중략)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른 이재명이 어렸을 때의 상처를 치유했느냐 여부이다. (중략) 이재명은 계급의식을 획득함으로써 가난으로 인한 상처를 최종적으로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이 곧 민중의 고통이고, 자신의 운명이 곧 민중의 운명임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힘이 없었던 청년기 이전까지는 안철수의 반항 동기가 억업되어 있어서 인정 동기가 전면화했다. 따라서 이 시기 그의 삶은 비교적 단순했다. 그는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 모범생이 되었고 열심히 공부했다. (중략) 짐작컨대, 안철수는 반항을 하되 그 길에서 크게 성공하면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 온전하고 올바른 지도자를 향한 열망

국가 지도자를 뽑는 일에서 후보들의 심리란 중요한가? 그렇다. 그렇게 되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초유의 국정 혼란 사태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개인적인 견해와 추론을 더해서라도 '그 중요한 국가적 책무를 맡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런 생각, 이런 성격, 이런 내면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라고 보여주는 게 전례 없이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유권자들도 더이상 '아, 뭐 그 사람 심리가 뭐가 중요해' 이런 소리는 못 하게 되어버렸다. 그만큼, 이렇게 해서라도,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겠다는 마음들이 간절한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이 책은 '먹히는' 도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정치 분야에 관심도 관여도 있는 내 시각일 수도 있겠지만, 실로 지인들도 이 책에 대한 소감들을 물어보는 걸로 봐서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

 

# 심리학을 표방한 개인적 생각의 방출

그러나 역시 한계는 있다. 심리학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각 후보에 대한 저자 개인의 견해를 늘어놓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었다. 이를 넘어설 만큼의 통찰력이라든가 전문 심리학적 접근은 없지 않았나 싶어지는. 추정컨대,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때문에 책의 출간일만 앞당겨진 게 아니라, 집필의 방향 또한 급하게 조정되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주요 에피소드를 발췌해서 '이건 이런 동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만 해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으니까, 이런 깊이의 부족에서 오는 아쉬움은 차치해두도록 하자. 게다가 주요 주자 4인 분석에다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진단까지 하려면 책의 길이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졌을 테니, 부득이하게 단순화하고 축약해야 했던 이유도 있었으려니.

 

# 용두사미 격의 박근혜 심리 분석

집필 중이던 책을 급작스럽게 마무리해야 했기에 분량의 문제도 있었을 터이고, 역대 최초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면을 맞이했으니 그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안 넣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록 격으로 저자가 박근혜를 언급한 언론 인터뷰를 편집해서 넣긴 했는데, 이 부분은 내용이 그리 충실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우선, 대부분 작년 말, 그러니까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이긴 하지만 탄핵 시국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시각인 데다가, 여태까지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시각이 끼어들 틈은 없었기 때문. 그래도 앞당겨진 출간 시기나 현재 대선의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맥락은 썩 나쁘지 않은 셈이지만.

 

# 총평

이 시즌, 바로 지금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국정농단, 비리, 무능의 스캔들 속에서 황급히 막을 내려야 했던 직전 정권을 되짚어보고, 그러한 정권을 창출해낸 국가와 국민의 헛점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고찰해보고, 이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즉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이 글을 쓰는 오늘 (2017년 3월 30일) 이후에 자유한국당(...) 민주당 그리고 바른정당까지 줄줄이 경선을 마무리짓고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그리고 바야흐로 짧지만 강렬한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계절로 접어든다.

 

누구를, 어떻게, 왜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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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뭐라도 되겠지 by 김중혁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3. 30. 15:00

 

 

 

 

 

 

 

저자 : 김중혁

출판사 : 마음산책

 

책 소개 :

이 책은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책, 술렁술렁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잠시 멈추게 되는 책, 다 읽고 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책을 꿈꾸던 저자의 산문 56편과 함께 직접 그린 그림을 엮은 것이다. 저자만의 취향이 담긴 영화와 책, 방송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일상의 소소한 단상, 예술과 사회에 대한 시각까지 재미있으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구구절절 사연 티셔츠, 이기적인 보일러, 수줍은 가로등, 자동차 문자게시판 등 엉뚱한 발명품을 소개하는 카툰을 수록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양한 장르의 시도와 유머, 발상의 전환, 따뜻한 감성 등 저자의 글이 가진 진정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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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잉여의 산문, 이라고 하겠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팔랑팔랑 책장을 넘기게 되는.

 

선유도 책방에서 남편이 #잉여 해시태그를 보고 블라인드북으로 고른 책인데, 실로 그와 매우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반면, 마력의 소설, 비틀어진 고뇌, 이따위 해시태그를 고른 나에게는 이외수의 '들개'가 걸렸지...)

 

나는 엄청 부지런하거나 열정적인 축에까지는 못 드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잉여롭지도 못한' (어쩌면 흔한) 현대인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상에 여유가 있을 때, 시간에 여백이 생겼을 때마다 '이것 봐, 내가 이만큼의 여유를 여백을 두었어' 라고 인지하는 것만 봐도, 사실 그렇다. 정말 빈 공간을 둘 줄 아는 인간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다면, 굳이 그렇게 새삼스럽게 굴지도 않겠지.

 

그런데 김중혁 이 작가는 마치 타고난 것 마냥 잉여의 기운을 마구 흘려낸다. (물론, 그의 인생 이야기를 군데군데 들어보면 그라고 늘 그랬던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딱히 정보가 넘쳐나는 것도,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재미있는 일상 블로그를 정주행하듯이 스르륵 읽어내려가게 된다. 딱 그거네. 종이 페이지에 옮겨놓은 개인 블로그 같다. 툭툭 던진 듯한 드립질이 난무하는.

 

심지어 두서 없는 주제들로 짧은 산문 모듬이 이어지다가, 난데없이 일러스트나 만화, 혹은 '뻥'으로만 이루어진 개그 페이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책의 표지 그림을 포함해서, 등장하는 모든 그림들은 디자인 경력'도' 있는 그가 직접 그린 작품들!) 그 중 상당수는 함축적인 위트, 이런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에 따른 '헛소리'들이다.

 

이거 뭐, 블라인드북의 해시태그가 애당초 잉여, 농담, 쓸데없는 것이었으니 토를 달 수도 없겠는데? 라는 기분으로 주말에 소파 혹은 침대에 누워서 책을 팔랑팔랑 넘기던 차에 - 예고도 없이, 힘주지도 않고, 불쑥 나타났다. 분명히 내 기억에 새겨질 문장들이 말이다.

 

아, 글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바로는 이 작가가 그렇더라니까. 자, 이제부터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며 깊이있고 위트있는.. 아무튼 내가 엄청 공들여서 배치한 문장이 등장할 거야! 라는 그런 예고도 없이... 그렇다고 '훗, 으씩' 하는 '쿨한 척'도 없다. 진짜 헐렁하게 그렇게, 빈 종이 위에 연필로 선을 직직 긋듯이 말하고 글을 쓴다.

 

하지만 잰 체 하지 않아도 그의 어수선하고 느슨한 글에는 분명 군데군데 통찰력이 있었고, 이런 면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폄하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비스듬히 누워서 피식 웃으면서 무성의하게 책장을 넘기다가도 어느 부분에 도달해서는 몇 번이고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면이 있더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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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

 

1971년생이며 지방의 소도시 출신이었던 우리들에게 초등학교 시절은 흙과 플라스틱이 공존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의 주 무대는 흙이었다. 운동장의 흙에다 운동화 뒤꿈치로 구멍을 낸 후 구슬치기를 했고, 운동화를 세워 운동장에다 선을 그은 다음 '강 건너기'를 했으며, 흙 위에서 슬라이딩하며 축구를 했고, 커다란 선을 그어놓은 다음 병뚜껑으로 땅따먹기를 햇다. 그러나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넋을 잃고 플라스틱을 바라보곤 했다. 문구점에 가득 쌓인 프라모델을 보며 정신을 잃었고, 구멍가게 진열장에 쌓인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에도 침을 흘렸다. 우리는 모두 나만의 장난감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흙은 소유할 수 없다. 흙은 나눠 가지는 것이고 함께 서있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알게 된 후부터 소유의 개념이 생겨났다. 나와 너의 구분이 생겨났다. 절대 빌려줄 수 없는 나만의 물건이 생겼으며 '나도 꼭 갖고 싶은' 너의 물건이 생겼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저자의 말 : 뭐라도 되겠지. 이 문장을 제목으로 하자는 의견을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이게 좋은 뜻일까? 긍정이긴 하지만, 때로는 체념처럼 들리지 않을까? 하긴 체념이어도 상관없다. 작은 체념이 들어있는 긍정이야말로 튼튼한 긍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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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테드 창

역자 : 김상훈

출판사 : 엘리

 

책 소개 :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소설집이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하는 이 책은 기막힌 상상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여덟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천상의 시작점으로 이어지는 탑을 건설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빌론의 탑’, 언어학자인 한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외계인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량 생산된 골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흔두 글자’, 수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된 수학자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 등 테드 창의 이야기들은 지적으로 도전적이고 대담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저자 소개 :

테드 창은 1967년 뉴욕 주 포트 제퍼슨에서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났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아이비리그의 명문 브라운 대학에 입학, 물리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지만 학자의 세계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작가가 되려는 꿈을 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워싱턴 주 시애틀의 컴퓨터 관련기업에서 기술관계의 매뉴얼을 쓰는 직장을 얻었고, 저명한 창작 강좌인 클라리언 워크숍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중단편들을 한 편씩 발표, '21세기 최고의 현역 단편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1990년에 발표한 데뷔 단편 「바빌론의 탑」은 '역대 최연소 수상인 동시에 데뷔작에 의한 최초의 수상'이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세우며 프로들이 선정하는 네뷸러 상을 받았다. 1991년에 발표한 중편 「이해」는 『아시모프』지의 독자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1992년에는 가장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주어지는 존 캠벨 Jr. 기념상을 수상했다. 이후 무려 6년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발표한 「네 인생의 이야기」는 네뷸러상과 스터전상을 수상했다. 2년 후인 2000년에 발표한 중편 「일흔두 글자」는 휴고, 스터전, 로커스, 세계 환상문학상 등 무려 다섯 개 상의 후보에 오른 후, 대체역사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드와이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1년에 발표한 중편 「지옥은 신의 부재」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모두 휩쓸었다.문학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로는 SF작가인 존 크롤리와 진 울프가 있으며, 가장 마음에 드는 작가로는 카렌 조이 파울러와 그렉 이건을 꼽는다. 현재 테드 창은 워싱턴 주 벨뷰에서 작가 생활과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역자 소개 :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이며, 강수백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와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를 기획했고, 행복한책읽기에서 SF총서를 기획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별을 쫓는 자』, 『드림 마스터』, 밴 다인의 『파일로 밴스의 정의』, 그렉 이건의 『쿼런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의 전쟁』, 『보르 게임』,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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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쓸 말이 많아서 독서일기 남기기를 여태 미뤄온 책. 아, 자꾸 이러면 '간단하게 휘갈겨서 읽은 기록을 남기자' 라는 나의 블로그 독서일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데... 우선, 내가 일전에 페북에 먼저 올렸던 독후감 중 일부를 발췌해본다. 역시 기록은 블로그에 남겨둬야 훗날에 다시 돌아보기 좋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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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또는 신, 또는 인간

 

영화를 워낙 잘 안 챙겨봐서 '컨택트'라는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어느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달 도서 선정 투표에서 우연히 이 책에 끌려서 투표를 했고, 또 나의 한 표가 캐스팅 보트가 되어 (ㅋㅋㅋ) 이 책이 선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초반에는 이 책이 영화 '컨택트' 원작인 줄은 몰랐다. 잘은 몰라도, 컨택트라면 외계인 등장하는 SF 영화일텐데,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과연 SF일까? 영화 각색 과정에서 뭔가 많이 달라진 걸까? 둘 다 SF가 맞기는 한 걸까?

 

SF, 그러니까 Science Fiction 이라는 개념 그대로 보면, 이 책은 (그리고 아직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 또한) 과학에 근거한 허구의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들이 등장하고 기계 문명의 부상과 인류의 미래... 이런 그림에서의 SF는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런 '전통적인' 의미의 SF로는 역시나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소설의 대가인 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SF라는 장르 자체가 늘 '세상에 없던 내용으로 새로이 상상하여' 쓰는 소설일진대,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고 한들 아시모프의 틀을 언제까지 따라가기만 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상상 창조'라고 할 수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테드 창이 제시하는 '새로운 SF의 지평'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로봇을 소재로 하고, 미래가 등장해야만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야! 수천 수만 년 전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혹은 과학적 원리보다도 신화적 요소의 비중이 더 높을지라도 (예 : 바빌론의 탑) 이야기의 구성과 발상 자체에 과학적 상상이 녹아있는 거라면, 그 자체로 SF 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발상의 차이가 '신화' 혹은 '구전동화'와 '공상과학소설'의 구분을 지어주는 게 아닐까.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나도 10대 때 아시모프 소설을 꽤나 들이팠는데(!) 그런 나는 그의 요소 중에서 '과학'을 버리고 '글'을 취하여, 결국 기자가 되었다는 점. 테드 창은 '과학'과 '글' 두 가지를 다 잡아서 이렇게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가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번 책은 소설이어서, 그리고 단편집이어서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지난 2번의 기술 혁신 논픽션 도서들이 새롭기는 했지만, 확 와닿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이렇게 도서의 형식이 다변화된 점이 내심 좋았던 모양.

 

단편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다른 인상을 남기지만, 그 중에서도 책의 제목이자 가장 화제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네 삶의 이야기' 정도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국 화자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을, '당신'이라고 하니까 거리감이 느껴지네. 하지만,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니까 넘어가는 걸로...

인간의 인식은 선형적이다. 시간에 얽매이며, 원인과 결과를 순차적으로 인지한다. 과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과거로, 또는 미래로 시간 이동을 하는 줄거리에서조차 그 시간의 선형적 인과관계는 늘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과연 당연한 걸까?

 

이 생각에서, 이 놀라운 줄거리는 시작한다.

 

無에서 有로, 有에서 無로.
0에서 1로, 1에서 0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원을 그리며 하나의 패턴으로 수렴한다.

 

어찌 보면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말이지만, 이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그야말로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으로 풀어내는 게, 그게 바로 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힘이려나.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과학적 상상'이 개입한다. 그냥 '이럴 수도 있지'라는 상상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소설의 플롯을 통해서 풀어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가 SF소설계에서 인정받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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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덧붙임.

 

#1. 책 정보에서 역자 소개까지 첨부한 이유는, 저 김상훈씨가 SF 저서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분이라서 SF 마니아들 중에서는 나름 명성이 있는, 특화된 역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번역의 호불호는 갈린다고 함.) 무조건 베스트셀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져 있지만, 작품성은 검증된' SF 작품을 읽고 싶다면 이 분이 번역한 작품들로 리스트업을 해보는 것도 아이디어.

 

#2. 북클럽 모임에서 의외였던 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책의 첫 작품인 '바빌론의 탑'을 힘겨워하고 지루해했다는 점이다. 들어보니까 이유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세계관과 법칙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였던 듯. 그리고 이렇게 느낀 사람일수록 이공계적 지식을 갖춘 경향이 있었다. 즉, 이공계 배경이 있는 사람은 이 '바빌론의 탑'을 비롯한 테드 창의 이야기들을 물리학적으로 수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 나처럼 인문학적으로 언어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되려 그 세계의 법칙들을 일일히 이해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였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3. 유사한 맥락에서 남편은 내가 이 책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나가자 아마도 '책의 과학적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그 표면인 스토리 위주로 보는 것 같다'는 취지의 평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고 나도 생각하는 바. 수학과 물리의 분야는... 나의 것이 아니야 ㅋㅋㅋ 물론, 단순한 스토리와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서, 테드 창이 꼭꼭 심어둔 '가상의 세계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면서 읽었더라면 깊이는 더 생겼겠지만, 내 눈높이에서 흐르듯이 읽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듯. 어차피 독서는, 기억은, 각자의 것이거늘.

 

#4. 해당 중편의 제목은 '네 인생의 이야기'인데, 책의 제목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점. 우연도, 실수도 아니라 아마도 역자가 의도한 바가 있는 걸로 보인다. 미래의 딸에게 보내는 '네 인생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이 모든 가상 세계의 이야기들이 곧 당신, 독자, 우리의 실제 세상의 이야기... 라는 행간의 은유가 아닐까.

 

#5. 드물게도 책과 영화와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이 책이 지난 달의 도서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어떤 작품인지 모르고 있다가, 곧이어 요즘 개봉한 화제작이라는 '컨택트'의 원작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영화를 볼 생각이 없다가 책을 읽은 후에 '이 줄거리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호기심에 영화까지 보고 싶어졌으며, 결론적으로 책과 영화 둘 다 각각의 의미에서 만족스러웠다. 글과 영상이 서로 상충하지 않으면서 멋지게 보완해주는, 그러면서도 각각 독립적으로 작품성도 갖춘 케이스. 無에서 有로, 有에서 無로. 0에서 1로, 1에서 0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이런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원작에서 과감하게 첨삭한 점 또한 현명한 선택이었어.

 

#6. 원작 소설은 '네 인생의 이야기' 영화의 영문 제목은 'Arrival' 한국어 제목은 '컨택트' 일본에서의 개봉 제목은 '메시지' (라고 했던 듯) 여튼 제목이 참 다양하고 제각각인 작품이다. 컨택트라는 제목은 이미 논란이 많았으니 이에 대한 내 개인평은 생략하고...

 

#7. 이번 독서토론 모임 때 SF 소설 마니아? 전문가? 한 분이 오셨는데, 그가 한 이야기가 유독 잊혀지지 않는다. SF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의 말인즉슨, 로봇이나 과학기술 등 특정 소재 혹은 미래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작가가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여 그 세계만의 새로운 과학적 법칙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SF 즉 Science Fiction 이라는 것. 그리고 바로 이러한 '창조'가 SF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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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스키다마링크 by 기욤 뮈소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3. 15. 17:00

 

 

 

 

 

 

저자 : 기욤 뮈소

역자 : 이승재

출판사 : 열린책들

 

책 소개 :

기욤 뮈소의 장편 데뷔작. 로맨스와 미스터리라는 소설 장르의 묘미를 가장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작가라고 평해지는 기욤 뮈소가 27세 때 발표한 것으로, 정교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술래를 정할 때 부르는 어린아이들의 노래에서 따온 제목 '스키다마링크'가 암시하듯이 중심 줄거리는 도난당한 세기의 명화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네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과 정보 통신 분야의 제왕 윌리엄 스타이너 회장이 납치를 당하는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이는 가운데, 전직 변호사 테오 멕코일은 의문의 소포를 전달받는다. 그 안에는 초대장과 함께 사라진 '모나리자'의 4분의 1조각이 들어 있었다. 초대장에 지시된 장소로 나간 멕코일은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의문의 소포를 받은 세 인물과 만나게 되는데...

세기의 명화 '모나리자'를 네 등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흥미로운 사건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현란한 스토리 구성을 선보인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팽배, 유전자 조작 기술과 정보 통신 산업의 발달로 파생된 인권 침해 문제 등 시대적 이슈가 작품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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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우선, 이 책이 우리 집에 왜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이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날 임미가 빌려간 책들을 반납하면서 이것도 같이 돌려주길래, 잘못 준 게 아닌가 했는데 여튼 남편 말로는 우리 집에 있던 책은 맞다고 함. 그러나 그가 구매한 것도 아니고, 읽은 기억은 있는데 이게 어떤 경로로 집에 와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고?

 

여튼, 가볍게 재밌게 읽을 만한 장르인 것 같아서 어느날 뒤적거려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중간에 읽다가 말았다. 이렇게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상 그렇게 흐지부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사실, 난 기욤 뮈소 별로 안 좋아해-_- '나를 찾아줘'를 비롯한 베스트셀러 두어 권은 읽어봤지만,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대중에 입맛에 맞는 소재를 잘 선정하되, 서술의 방식이나 인물의 묘사 면에서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다소 과대평가된 픽션 작가' 라는 것인데, 이번 소설 또한 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도난된 모나지라, 납치된 백만장자, 세계 각국에서 온 각기 다른 주인공들... 소재는 박진감 넘치는데, 이 플롯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설득력이나 흡인력이 좀 부족하달까. 젊은 시절의 이상주의는 쇠퇴하고 지나간 실연에 아직 마음 아파하는 변호사라든가, 아름답지만 건방지고 물질주의적인 미국인 여성 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뻔하고 피상적이며 과장되기까지 해서 난 뭐 심드렁해지더라고. 게다가... 게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어색한 번역이 마음에 안 들어서 더더욱 마이너스 점수가... 에효.

 

모나리자를 둘러싼 뒷 이야기는 약간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초반부터 마음에 안 드는 장편소설을 끝까지 읽기에는, 세상에 다른 재밌는 책들이 너무 많은 거다. 그래서 드물게 중도 포기하고 그냥 중고판매하기로-_-a

 

그러나, 이게 뮈소의 데뷔작이라는 점, 그리고 그가 27살 때 발표했다는 점에서는 '젊은 작가의 제법 괜찮은 소설'이라고 볼 수는 있을 듯. (이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전부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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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피프티피플 by 정세랑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3. 8. 18:00

 

 

 

 

 

 

 

저자 : 정세랑

출판사 : 창비

 

책 소개 :

50명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삶의 슬픔과 감동!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창비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병원 안팎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긴밀하고 짜임새 있기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50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그려냈다.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이송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공중보건의 등의 사연과 함께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 입체적이고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가진 고민은 현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멀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사연,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씽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2016년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냈고, 특유의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주며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같이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의 말 :

(퍼즐을 맞추다 보면)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색 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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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우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빠져들었던 책이다. 장편이지만 각 편들이 인물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 호흡도 부담이 없는 데다가 각 인물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 상호 작용이 매력적이다.

 

A의 엄마가 시한부 선고로 입원한 병원

그 병원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B

CT실에 근무하는 방사선사 C

방사선사 C의 엄마 D

B의 응급실에 실려왔던 E

수술실의 천재 외과의 F

그런 F를 흠모하는 G

사고로 입원한 D의 며느리 H

그런 H의 단골 가게 직원 I

칼에 찔려서 사망한 I의 엄마 J

E의 딸인 K, E의 재혼 부인 L

I를 몰래 동경하던 M

L과 우연히 인연이 닿은 N

 

이 가로 세로 씨줄로 얽힌 이야기들을 무리수 없이 자연스럽게, 숨쉬듯이 물 흐르듯이 그렇게 풀어낸 플롯 뒤에는 작가의 치밀한 고뇌가 있었겠거니, 싶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지만, 나와 스쳐지나가는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배경인물이 될 수도 있음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내는 서술에 재미를 느껴서, 단박에 읽어내려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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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하지현

출판사 : 문학동네

 

책 소개 :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마음의 체력, 마음의 밀실, 마음의 패션, 마음의 진자 운동, 마음의 싱크홀, 이 여섯 가지 테마를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심리학적인 답변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결국 이는 ‘1인분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에 적응한 결과이자, 보통이라도 되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만족감을 얻을 수 없고 마음은 가난해지기만 하는 현실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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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회사 서고에 꽂혀있길래 우연히,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어내려간 책. 역시나 나는 자기계발서 및 심리학 서적을 그닥 즐겨 읽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모든 답은 내 자아에 있는 거슬 ㅋㅋㅋ) 그냥 있는 김에 보자, 는 정도의 생각. 그럼에도 한번 볼까, 라는 생각이나마 들었던 것은 아마도 서두에 등장한 저자의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멀쩡하게 잘 사아가던 사람들도 이제는 겨우 겨우 생존을 해내고 있을 뿐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끌려가며 종종 '한 방에 훅 가버릴'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변화는 나약한 개인이 증가해서 생겨난 것일까?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개체다. 개인과 환경은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개인이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환경에 맞춰나가기도 하면서 최적의 균형 상태를 만들어나간다. 만일 환경의 변화가 개인의 보편적인 적응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속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면, 개인의 적응이라는 것도 아예 실패하고 말 것이다. (중략)

 

현재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처함 하나하나의 문제가 사실은 '나만의 독특한 처지와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해 있으면서도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각자 나름의 적응양식'이라는 것을 밝혀보려고 한다. 정신승리, 혼밥, 묻지마 폭력, 먹방과 쿡방처럼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사회적 현상들은 사실 하나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개개인이 다르게 반응한 양식이다.

 

그러니까 '당신 탓이 아니야,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에 이렇게 접근한 점이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서... 랄까. 게다가 이런 사회적 흐름에 트렌디한 키워드들(정신승리, 혼밥, 먹방 쿡방 등)을 연관짓고,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등)을 엮음으로써 눈길을 끌기 위한 노력도 한 것 같고.

 

다만, 책 자체는 '현대인은 아프다, 그러므로 이렇게 극복해나가야 한다'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건 없었다. 그래서 초반에 저자의 말과 실 사례 중심으로 읽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스르륵 대강 속독한 경향이 있기도... 음.

 

여튼 몇 가지 발췌를 남겨보자면 다음과 같음.

 

권력의 맛은 마약과 같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저항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이번에는 대중의 직관이 발동했다는 점이다. '이건 아니다' 혹은 '선을 넘어섰다'는 느낌이 정치적 성향이 강한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광범위한 일반 대중 각자의 목소리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정치적 행동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유독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더 많이 태어나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공감능력을 키울 기회를 주지 않고, 차라리 타인에게 공감하지 않고 귀오 눈과 가슴을 막고 살아가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완벽을 지향하며 정상의 범위를 좁게 정의하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고,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영향을 받는다. (중략) 이들이 바라는 정상은 심하게 건강한 '수퍼노멀'이다. 완벽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략) 건강함이란 자신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덧붙임.

정말 소소한데 간간히 저자의 문장 서술 방식이 미묘하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꽤나 보였다. 명백히 잘못된 건 아니지만, 아 이런 문장은 좀 교정하고 싶다, 는 충동이 드는... 직업병인가.

 

자녀가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 대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선택해줬다.

=> '아이 대신 최선' 이라는 순서로 서술하니까 '아이'와 '최선'이 대등하게 읽히기 쉽잖아. 게다가 주어와 술어 사이에 문장이 기묘하게 그러나 쓸데없이 길다. 상담을 많이 하고 책도 여러 권 저술한 사람이지만 문장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아니 드는도다.

 

자녀가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지 않고 본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대신 선택해주곤 한다.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지...? 라는 생각과 함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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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7년의 밤 by 정유정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2. 26. 16:00

 

 

 

 

 

 

 

저자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책 소개 :

딸의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와 아들의 목숨을 지켜려는 한 남자!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이야기 『7년의 밤』.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의 작가 정유정. 그녀가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차게 내놓은 소설이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은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떠돌던 아들이 아버지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죽음은 7년 전 그날 밤으로 아들을 데려가고, 아들은 아직 그날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한편, 소설 속 소설에서는 7년 전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

 

 

나의 휘갈김 :

 

언젠가부터 서점에서 '정유정'이라는 작가의 책들이 많이 보이길래, 언젠가는 한 권쯤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확 꽂힐 만한 계기는 없어서 미적대고 있다가 최근에야 드디어 이 '7년의 밤'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왜 이제서야 읽은 걸까, 라는 뻔한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슬금슬금 궁금해하다가 이렇게 그 정점에서 연이 닿아서 읽게 되는 것도 뭐 썩 나쁘지 않으니까. 그래, 사실 언제 읽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농도있게 집중해서, 푹 빠져들어서 읽었느냐가 중요한 게지.

 

미친듯이, 숨 막힐 것 마냥, 몰입해서 읽었다.

 

마침 남편이 집을 비운 날 밤, 혼자 있으면서 읽었는데 줄거리가 제법 섬뜩한 데가 있어서 중간중간 몇 번이고 책장을 잠시 덮었지만, 오래 가지 못해 다시금 펼쳐보기를 수 차례, 그렇게 하룻밤 만에 완독해버렸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르이자 줄거리는 맞아. 나에게 이 책을 빌려준 민느는 다 읽고 나서 악몽을 꿨다고 하는데 (게다가 하필이면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심신이 미약할 때 읽었으니...) 그런 심경도 이해는 갈 정도.

 

장면 장면의 잔인함보다도, 사건의 배경으로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세령호의 그 깊고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눅진하고 서늘한 감각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상상이 된다. 그만큼, 작가의 감각적인 서술, 그리고 플롯의 배치가 뛰어나다. 또한 이를 뒷받침해주는 각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설정 또한 섬세하고 절묘해서, 작가의 치밀한 계획에 옴짝달싹 못하고 붙들려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이런 책을 써내는 작가라면, 게다가 초기작들로 연이어 수상을 하고서도 오래도록 칩거하며 호흡을 가다듬어서 이런 작품을 들고 나오는 작가라면, 다른 작품들 또한 다 섭렵해봐도 좋으리라. 내 심장을 쏴라, 28, 종의 기원... 다 구매해서 완독 및 소장할 생각.

 

덧. 작년에 읽은 책들 중에서 픽션 분야 개인적 베스트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 by 피터 스완슨' (신작 분야) 그리고 'The Great Gatsby, by Scott Fitzgerald' (고전 분야, 재독) 이었는데, 만약에 작년에 읽었더라면 이 '7년의 밤'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가볍게 제치고 1위에 등극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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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들개 by 이외수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2. 26. 11:00

 

 

 

 

 

 

 

 

저자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책 소개 :

1981년에 발표해 70만 부가 판매되며 30대 젊은 작가의 이변으로 문단과 대중을 놀라게 한 이외수의 소설 『들개』. 들개 그림에 온 정신을 바친 남자의 원시적 야성을 여성의 시선으로 서술한 이 작품은 저자만의 예민한 감수성이 부각되어 있다. 제도와 문명의 사슬에서 풀려 나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두 사람의 남녀가 다 부서져가는 교사(校舍)에서 1년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치열한 삶 끝에 도달하는 예술의 완성,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개구멍처럼 뚫린 담 구멍이 유일한 버려진 건물, 문명생활과 동떨어진 외로운 섬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24세 대학 자퇴생인 나(女)는 맥주홀에서 번 학비를 복학하기만 하면 휴교되는 학교에 두 번이나 쏟아 붓게 되자 학업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자퇴하고 만다. 어느 날, 나는 자신이 잃어버린 노트를 보관하고 있다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오직 생산적인 것만을 원하는 사회는 진정한 예술에 대해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는 눈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한탄하는 남자. 사육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들개들의 외로운 방황, 맑은 배고픔, 적당한 야성 등을 선망하는 그는 비인간적인 문명도시와 담을 쌓고 배고픔을 견디며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들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

 

 

나의 휘갈김 :

 

평소 같으면 구매는 커녕, 책장을 들춰보지도 않았을 책인데, 블라인드북으로 걸려서 읽어보게 된 이례적인 소설. 새로운 경험이라는 면에서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아울러 내가 왜 그동안 이외수 소설에 관심이 없었는지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 확실히 내 취향 아니야... 문단에 영향력을 가진 원로로서의 이외수, 그리고 온라인에서 파워 트위터리안으로서의 이외수는 흥미롭지만, 소설가로서의 이외수는 내 관심 대상이 영 아닌갑다...

 

자그마치 1981년, 그러니까 나의 출생연도에 출판된 책이니까, 그로 인한 세월의 이질감도 당연히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 난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에 도무지, 도저히 공감이 가질 않는다. 공감이 가지 않는 고뇌를 장장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치열하게 묘사해놓으니 당연히 버거울 수 밖에.

 

'원시적 야성을 여성의 시선으로 서술한 작품'인가? 뭐, 그건 맞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록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야성이 넘쳐나는 줄거리와 인물, 그리고 배경들로 가득하니까.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기계적인 현대사회를 향한 반항'인가? 뭐, 그것도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반항과 야성이라는 게 (내가 보기에는) 꽤나 밑도 끝도 없어서, (정말 원로 작가님에게 죄송할 지경이지만) '억지'처럼 느껴졌다는 점.

 

그래서, 다음에는 블라인드북 말고 그냥 내가 직접 고른 책을 구매하기로 했다는 후문이 있다... 이 책은 아마도 내가 읽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외수 소설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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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케빈 켈리

역자 : 이한음

출판사 : 청림출판

 

책 소개 :

 

미래는 우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을 거치며 인간은 늘 발전을 향해 달려왔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기술발전이 인류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기술의 흐름에 적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은 어디로, 어떻게 흐르고 있는 것일까?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는 인터넷 혁명의 파급력을 내다본 바 있는 선견지명을 지닌 기술 사상가 케빈 켈리가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들을 현재 이미 작용하고 있는 몇 가지 장기적인 힘들의 산물이라고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12가지 심오한 기술의 추세들, ‘되어가다’, ‘인지화하다’, ‘흐르다’, ‘화면 보다’, ‘접근하다’, ‘공유하다’, ‘걸러내다’, ‘뒤섞다’, ‘상호작용하다’, ‘추적하다’, ‘질문하다’, ‘시작하다를 통해 설명하면서,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상호의존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 거대한 힘들은 우리가 일하고, 놀고, 배우고, 구매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철저히 혁신시켜가고 있다. 이 책은 기술과 함께 출현하고 있는 이 새로운 세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심하는 모든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

제1장 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다 : BECOMING
제2장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하다 : COGNIFYING
제3장 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다 : FLOWING
제4장 현재는 읽지만 미래는 화면 보다 : SCREENING
제5장 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 : ACCESSING
제6장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 공유하다 : SHARING
제7장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걸러내다 : FILTERING
제8장 섞일 수 없는 것을 뒤섞다 : REMIXING
제9장 사람에게 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하다 : INTERACTING
제10장 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다 : TRACKING
제11장 가치를 만들어낼 무언가를 질문하다 : QUESTIONING
제12장 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다 : BEGINNING

 

 

저자 소개 :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처음 7년 동안 그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다.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사이언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여러 지면에 글을 발표했으며,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통찰력 넘치는 글들로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해커 회의, ‘웰(Well)’과 같은 인터넷 공동체를 통해 사회와 문화의 혁신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인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10가지 법칙』과 『기술의 충격』, 『통제 불능』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패시피카에 살고 있다.

 

 

 

**************

 

 

나의 휘갈김 :

 

과학 기술에서 시작하지만, 과학 기술만으로 끝나지는 않는 책. 기술이라는 키워드, 단서를 통해서 미래에 변화해나갈 인간의 행동 패턴과 생활상을 그려보는 책... 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요즘 점차 느끼는 거지만 난 '기술 혁신'을 위주로 한 도서에는 도통 흥미가 잘 안 생기더라. (문과 출신에 글 쓰는 직업이니까 과학/금융에 관심 없다, 는 편견을 깨보고자 한 건데, 어째 그게 괜히 생긴 편견이 아니라는 걸 재확인하고 있달까... 흑.)

 

그렇기 때문에,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그려보고자 하는 이 책의 시도에는 꽤나 호감을 느꼈다. 다만, 아쉬운 건 (물론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잘 알지만!) 영어로 기재했을 때에는 간략하고 직관적인 저 목차의 단어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어색하고 난삽해졌다는 점. 그럼에도, 번역자는 정말 저만하면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져서 이건 뭐 토도 못 달겠고 ㅎㅎㅎ

 

그 표현의 어색함을 잠시 견딘다면, '아마도 그리 될' 미래 사회를 머리 속에서 그려보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미시적인 기술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행동 양식을 나타내는 서술어로 접근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기술이 생겨나겠지/발전하겠지'가 아니라, '그로 인해서 인간이 이렇게 행동하겠지' 라는 걸 공감하게 한달까.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은 책은 아니지만, 이 접근 방식과 키워드 요약 덕분에 '꽤 괜찮은 서적'으로 기억할 것 같은, 인에비터블. (근데, 자꾸 발음대로 '이네비터블'이라고 쓰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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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피터 디아만디스, 스티븐 코틀러

역자 : 이지연

출판사 : 비지니스북스

 

책 소개 :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남자, 피터 디아만디스의 압도적 예측과 통찰!

『볼드』는 구글과 나사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 대학 싱귤래리티의 설립자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벤처 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설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게임의 판을 짜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하급수 기술의 등장과 함께 자원과 기술의 풍요가 이끌어낼 기회에 대해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것들을 세상에 없던 성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대담한 기술이 온다’에서는 획기적으로 세상을 바꿔놓을 기하급수적 기술과 그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기술이 기존 산업에 미칠 영향 및 비즈니스 기회들에 대해 살펴본다. 2부 ‘대담하게 생각하라’는 기하급수 기업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부분들을 다룬다. 여기서는 크고 대담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유리한지, 이를 통해 시장의 지배자가 된 4명의 인물들을 선정해 그들의 성공 과정과 그 특징을 살펴본다. 마지막 3부 ‘어떻게 대담하게 실현시킬 것인가’에서는 대담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스타트업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한다.

 

저자 소개 :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혁신기업가로 15개가 넘는 하이테크 기업을 설립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 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엑스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 회장 겸 CEO로 있으며 구글과 3D 시스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학장으로 있다. 또한 지구 밖 소행성에서 고가의 희귀 광물을 채굴해 지구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우주광산채굴 프로젝트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 Inc.)의 공동 회장이고, 인간의 DNA를 분석하여 맞춤화된 치료법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수명연장에 기여하는 기업 ‘휴먼 롱제버티’(Human Longevity Inc.)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국제 우주 대학(International Space University)을 공동 설립했으며, 10여 개가 넘는 우주 및 첨단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미래학자이자 현직 구글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함께 설립한 싱귤래리티 대학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학 개념으로,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창의적 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까지 연결시키는 일종의 창업 사관학교다. 세계적 영재와 기업인을 비롯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촌 과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또 그가 설립한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경쟁을 통해 인류와 지구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후원 단체로, 에너지와 환경보호, 우주 탐험, 빈곤을 퇴치할 지구개발 사업, 생명공학 등을 그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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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이런 기술 기반의 미래 예측 서적은 내가 평소에 자발적으로 보는 책이 아니다. 이 말인즉슨, 독서 토론 모임의 지정 도서였다는 것. (실로 이게 내가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원래 내 마음이 끌릴 법한 책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나보다 앞선 안목의 사람이 선정한 책을 읽고 함께 논의하면서 더 깊게 남기는 것.)

 

지난 시즌의 북클럽이 정말 좋아서 이번에도 연장을 했던 터라, 그 기대감이 그대로 이번 시즌의 첫 책인 '볼드'에게로 옮겨왔던 듯 하다. 그런데 막상 읽으면서는 생각보다 공감이나 몰입이 어려웠던 책이기도 했다.

 

우선, 피터 디아만디스와 첫 조우라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지닌 선구자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경청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책을 만나보게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 책에서 부르짖는, 말 그대로 부르짖는, 미래낙관론에 적응하는 데에는 한참 걸렸다. 그리고 솔직히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완전히 납득한 것 같지는 않다. 미래의 인간 세상은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기하급수 기술 덕분에 미래는 풍요로울 것이다! 대담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라는 건 OK.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긍정의 메시지는 잘 알겠어. 하지만, 그 이면들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고서 긍정! 낙관! 풍요! 대담! 을 외치는 건 아무래도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그가 언급하는 기술과 스타트업 사례들을 내가 속속들이 알아서 반박할 만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저자가 이끄는 대로 계속 따라가면서 읽기는 하는데, 끝내 '아니, 이 아저씨는 왜 이토록 대책 없이 낙관적인 거야' 라는 생각은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로 가면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기술하는데, 이 부분은 자세히 안 보고 스르륵 넘어가게 되더라. 구체적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할 생각이 있어서 이 분야에서 마켓 리더의 가르침과 영감을 원하는 이에게는 도움이 될 듯. 그러나 그게 아니라 나처럼 전체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too much 라고 느껴질지도.

 

개인적으로 그리 호평은 못하겠다. 물론 이것이 저자의 비전과 지식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나의 부족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던 책. (그리고 북클럽 두번째 도서를 읽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기분을 느껴서, 그냥 내가 미래 예측 서적을 안 좋아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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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대통령의 글쓰기 by 강원국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2. 21. 20:30

 

 

 

 

 

작년 말에 열심히 달리던 독서일기가, 여행 및 일상 포스팅들에 밀려서 한동안 뜸했다. 작년에 읽은 책들도 다 정리를 못 해서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 뭐 누락되는 책이 있을지 모르지만, 뒤늦게 간단히라도 메모를 남겨두세. 자세히 쓰기 번거로우면 그냥 '나 이거 읽었다' 정도의 기록이라도.

 

 

 

 

 

 

저자 : 강원국

출판사 : 메디치미디어

 

책 소개 :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8년간 직접 보고 들은 대통령의 글쓰기 핵심 노하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 『대통령의 글쓰기』. 현대인은 기획안부터 SNS 글쓰기까지, 수많은 글쓰기 상황에 노출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류작성을 위해 문서작성 프로그램의 하얀 창을 켜놓고 쓰고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저자 강원국은 이 책에서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글쓰기 비법을 40가지로 정리한다. ‘독자와 교감하라’, ‘메모하라’, ‘제목을 붙여라’, ‘애드리브도 방법이다’ 등의 글쓰기 방법을 저자가 겪은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제시한다.

이 외에도, 핵심 메시지를 쓰는 법, 글의 기조를 잡는 법, 서술, 표현법과 퇴고의 방법 등 두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글의 기법들을 꼭지마다 밝힌다. 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찾아가도록 보탬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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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원래도 독자 반응이 좋았던 책이지만, 아무래도 현 정권 들어서, 특히나 작년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차트 역주행(?)을 한 책이다. 아울러 이와 함께 이 책의 짝궁 격인 '대통령의 말하기'도 후속 출간됐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더 인기가 있는 쪽은 '글쓰기' 쪽이다.

 

글을 중히 여기는 이라면, 글의 힘을 믿는 이라면, 더군다나 정치권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권력을 가지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대통령의 글에 이토록 많은 고심이 녹아있음을, 그리하여 그 글이 살아 숨쉬는 생명을 가지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잊고 있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이토록이나 중차대한 자리였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력과 자질을 요하는 역할이었지.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정권을 향한 반대의 외침들이 힘을 가지는 거겠지.

 

단지, 과거를, 전직 대통령들을 회고하는 책이 아니다. 그 직책에 대해서, 이 나라 자체에 대해서,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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