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밥 좀 먹어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알 듯한, 나름 골목 터줏대감 -
시골 야채 된장
최근에 강남에서 일정을 마치고
혼자 조용히 머리 속을 추스르면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오랜만에 찾았다.
(으으, 사실 찌개처럼 염도 있는 음식은
요즘 기피 중인데 예전 생각나서 그만;)
2000년에나
2018년에나
크게 변하지 않은 비주얼.
여기가 된장이랑 삼겹살 팔아서
빌딩 하나 올릴 정도의 매출일텐데
그래도 이 허름한 외형을 고집하는 건
단골들의 기대치에 맞추는 게 아닐까.
혼자 온 손님은 2층으로 총총.
천장도 낮아서 다니기 불편하고
허술한 마루바닥은 늘 삐걱거린다.
2층 서빙 담당하는 직원분
허리건강이 걱정될 정도-_-
그런데도 불만이 생기지 않는 건 아마도
이 야채된장비빔밥 세트가 반가워서 :)
거의 20년 전에 처음 왔을 때랑 똑같이
투박한 찌개에 비벼먹을 거리들 정도다.
7천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제법 푸짐해.
아무거나 잘 먹던 20대 초반 때와 달리
이제 내 입맛에는 꽤나 짜게 느껴지고
싸제(?) 음식 티가 단박에 나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혀 끝에 느껴지는 맛 뿐만 아니라
뇌 속에서 추억 보정 필터를 거친 맛.
최근 몇 년 강남역을 도통 찾지 않고
가더라도 식사를 할 일은 없어서 더욱
'강남에서 자주 놀던 그때 그맛'이 난다.
아니, 뭐 근데 언제 봐도 손님들 가득하고
다양한 TV프로에서 계속 각광받는 걸 보면
이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어...
국물은 최대한 적게, 두부를 비빗비빗.
이제는 이렇게 먹어도 꽤 짜다고 느낀다.
이 된장찌개, 두부가 이렇게 컸던가?
채소를 원래 이런 구성으로 담아줬던가?
된장찌개 외의 메뉴도 이렇게 많았던가?
입으로는 과거를 음미하고,
머리로는 미래를 생각하며,
구수하게 추억 한 끼, 잘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