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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4 [여행일기] Day 2. '검은 강'이 흐르는 산속 온천 마을, 쿠로가와(黑川) 6

 

 

 

우리 여행은 온천이 주안점이고, 후쿠오카에서의 1박은 덤 같은 거야... 라고 해놓고서, 이미 후쿠오카에서의 첫 날이 충분히 즐거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메인 이벤트인 온천에 대한 기대가 덜해지는 건 아니지! 후쿠오카에서 잘 놀고 잘 사고 잘 먹고 잘 잤으니, 이제는 또 한번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쿠로가와 온천으로 향해보자.

 

덧붙임. Kurokawa, 한자 기재로는 黑川 온천. 내 블로그에서도 구로카와라고 했다가, 쿠로가와라고 했다가, 정확한 기재가 오락가락 한다. 처음에는 '쿠로가와'로 썼는데, 현지에 가서 발음을 들어보니까 '구로카와' (마치 경상도 사투리 같은 억양으로...) 라고도 하고... 그래서 표기를 어찌 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호텔온센닷컴에서도 '쿠로가와'라고 쓰는 데다가, 아무래도 그게 더 대중적인 기재 같아서... 다시금 쿠로가와로 (내 멋대로) 낙찰. 탕탕탕.

 

 

 

 

 

 

우리 에어비앤비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는 하카타의 주거 지역 풍경. 그저 '적당한 가격에 잠만 자고 가면 됐지' 라고 생각했던 후쿠오카 숙박에서 이렇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고 가게 될 줄은 몰랐어. 에어비앤비 첫 체험으로는 정말 제대론데?

 

 

 

 

 

 

하도 내 사진이 없어서, '이 횡단보도에서, 저 건물이 배경으로 나오게, 내 뒷모습을 찍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한 결과. 근데, 건물도, 횡단보도도, 다 잘 나왔는데... 정확하게 내가 핀트 나갔엌ㅋㅋㅋㅋㅋㅋㅋ

 

 

 

 

 

 

하카타 버스 터미널을 향해서 드르륵 드르륵. 좀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더라면 이런 배경에서 그럴싸한 사진 촬영 시도 좀 했을 터인데. 지금 생각하니 뭐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의 총 장수가 적은 것은 아니건만, 그럼에도 난 계속 지도를 보면서 길을 확인하느라 바쁘거나, 혹은 영상을 찍느라 평소에 비해서는 사진을 다채롭게 많이 찍지는 못했던 거지. 이번을 교훈 삼아, 다음번 여행 때는 좀 더 효율적인 분업을 하겠노라고 다짐도 해본다. 아, 하지만 그건 다음 여행에 대한 다짐일 뿐, 이번 여행은 이대로 충분히 즐거웠지 :)

 

여튼, 버스를 무사히 탔다. 터미널을 찾아서, 탑승 정류장을 찾고, 버스 안에 안착하기까지 긴가 민가 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여튼 제대로 찾아서, 미리 발권해둔 티켓을 내고, 제자리에 앉아서, 또 한시름 놨지. 어차피 잠은 쿠로가와 가는 버스 안에서 자면 돼, 라면서 간밤에 수다 떨고 늦게 잤더니 다들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서 곯아떨어졌다. 그래, 평소에 많이 걷던 애들도 아닌데 어제 밀도있게 걸어다니느라 노곤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

 

 

 

 

 

 

큐슈를 가로질러 가는 이 버스의 창 밖으로 이런 운치있는 풍경 펼쳐지는데 계속 잠만 잘거야? ...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냥 다들 자게 두고 나 혼자서 열심히 사진 찍고 영상 찍었다. 나중에 영상 완성되고 나면 '내가 이걸 못 보다니!'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마, 라는 심경으로 ㅋㅋㅋ

 

 

 

 

 

 

너무 뻔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절로 하게 되는 말 - 그림 같은 풍경이구나. 날이 흐려서, 비가 내려서, 물안개가 껴서, 더욱 깊게 새겨진 기억의 한 장면이다. 햇살 맑은 날에 이 길을 갔더라도 행복하기는 매한가지였겠지만, 이렇게 애틋하지는 않았겠지.

 

 

 

 

 

 

쿠로가와 온천까지 가는 길 구비구비에도 여러 온천 마을들이 있어서 이렇게 버스가 멈춰설 때마다 모락모락 온천수의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와, 여기도 정말 굉장한데? 하지만 우리가 가는 쿠로가와는 더더욱 멋질거야!

 

 

 

 

 

 

그리하여 도착한 쿠로가와, 黑川, 검은 강이 흐르는 온천 마을. 정말이지 그 이름에 걸맞는 자태를 보여주었다. 서늘한 겨울비 (라고는 하지만, 그냥 체감 온도상 우리나라의 가을비 정도) 아래에 차분한 색감의 마을, 그리고 그 마을을 관통하는 검은 돌 바닥의 강. 정류장에 내려서 크게 내쉰 첫 숨은 서늘하고 축축했고, 온천조합 건물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은 조금 들떴다.

 

다만, 다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어서 사진 촬영이 여의치 않았던 게 아쉬울 뿐. 사실 그래서 나는 초반에 우산 접어서 넣어버리고 그냥 보슬비를 맞고 걸어가는 편을 택했지만, 난 손에 구글맵을 쥐고 있어서... 흑흑. 나야 사진을 위해서라면 조금 천천히 가도 좋고 비를 맞아도 상관없고 손에 든 게 많아도 괜찮은데, 나보다 추위를 더 타는 애들 보고 그 상황에서 사진을 요청하자니, 심적으로도 좀 미안하고 혹여라도 컨디션 안 좋아질까 우려도 되어서 (따지고 보면 그 3명 중 2명이 오기 전에 몸이 아프지 않았던가...) 그래서 중간 어디선가부터 마음 속으로 '그래, 사진 욕심을 좀 버리자'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그 와중에 잠시 멈춰서 '흑천'의 모습은 담았다 :)

 

 

 

 

 

 

그렇게 마을을 삥- 둘러서 온천조합 건물에 도착했다. 사실 마을을 가로질러 오는 보다 가까운 길도 있었는데, 정류장에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사람들도 반대 방향으로 가길래, 이럴 때는 좀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가자는 차원에서 에둘러왔네. 뭐, 덕분에 오는 길에 내가 숙소 검색하면서 수 차례 봤던 다른 료칸들 위치도 확인하고, 비록 사진은 못 찍었어도 마을 풍경을 눈에 찬찬히 담아왔으니까.

 

이 온천조합에서 마을 지도를 받고, 온천 투어할 때 쓸 수건을 기념품 겸해서 사고, 코인락커에 짐을 넣어두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우리가 묵기로 한 야마미즈키 료칸은 마을에서도 버스를 타고 완전히 산 속으로 구비구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번거로워질 것 같아서 (물론 셔틀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선마을 후료칸으로!

 

 

 

 

 

 

2월, 겨울도 끄트머리를 향해 가는 계절의 풍경인데 너무나도 신선해서 순간, 늦가을을 보는 듯 했다. 한국의 겨울에 비해서 비교적 따스한 기후, 가늘게 내리는 빗방울 아래의 검은 나무들과 붉은 낙엽들, 그리고 마침 인적이 드문 마을 어귀의 골목길.

 

 

 

 

 

 

다 같이 순차적으로 서서 사진도 남겨봅시다. 다들 모여서봐, 이케이케 서봐, 하면 참 협조적인 여자들. 이 날은 어차피 연이어서 온천욕 할 거라서 화장은 해서 뭐하나, 라는 모드로... 다들 자차만 바른 민낯 상태. 어쩐지 여행 첫 날과 둘째 날의 사진/영상들이, 음, 비주얼 차이들이 많이 난다는 게 우리 스스로의 평가였다 ㅋㅋㅋ

 

 

 

 

 

 

또르르르, 퐁.

 

 

 

 

 

 

작은 마을이지만, 어디를 가도 좋다. 어느 가게 모퉁이, 어느 골목 어귀라도, 다 그 자체만으로도 다 좋다. 크지 않은 마을이어서, 마음이 급하지 않아서, 더더욱 좋다.

 

 

 

 

 

 

강에 바로 붙어있는 료칸들은 노천욕하면서 강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매력인데, 이렇게 마을 한가운데 있는 경우에는 주변에 울타리를 쳐놓곤 한다. 우리가 묵은 야마미즈키 료칸은 완전 산 속에 있어서 울타리 없이 바로 콸콸 흐르는 강 옆에서 노천욕을 할 수 있었지 :)

 

 

 

 

 

 

모두를, 특히 달달이 애호가 김밍기를 열광하게 한, 파티세리 '로쿠'의 거대 슈크림빵! (사실 그녀가 더 좋아했던 건 말캉말캉 밀크 푸딩이었지만 ㅎㅎㅎ) 구로가와 마을 거닐면서 다들 하나씩은 먹게 된다는 슈크림 얘기는 들어는 봤지만, 내가 워낙 버터리한 디저트가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갑다 했는데, 과연 이 골목을 지나보니 그 유명세를 알 만도 하더라. 우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게스리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사방에 스며든다. 그리고 그 향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서면 다양한 디저트들의 향연에 눈이 즐거워진다. 우리는 이때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이라서 '음, 여러분? 여러분???' 모드로 내가 만류도 해봤지만 다들 내 말은 콧등으로도 안 들으심 ㅋㅋㅋ 디저트 배랑 식사 배 따로 있다고, 선 디저트 후 식사해도 된다고, 여러 개 사서 지금 다 먹자는 게 아니라 하나만 맛보고 나머지는 이따가 료칸 체크인해서 티푸드로 먹을 거라고, 여튼 이유들도 다양해 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사라 사 ㅋㅋㅋ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이어서 귀여웠음 :D

 

 

 

 

 

 

이 날의 오찬! 쿠로가와가 그리 큰 마을도 아니고, 어차피 저녁에 가이세키 정식이 있으니까 점심에는 꼭 무언가를 특정해서 먹겠다는 목표도 없어서, 그저 마을을 걸어다니다가 느낌 오는 대로 (여기서의 느낌이란 나의 느낌을 말한다... 내가 촉이 오는 곳으로 감 ㅋㅋㅋ) '아지도코로 나카' 라는 밥집으로 들어갔다. 종류는 다양하게 밥과 면류를 섞어서 시켜두고 다 같이 이것저것 먹기로! (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방금 슈크림 먹고 다들 잘 먹더라고. 단짠의 원리가 이런 거였나 ㅋ)

 

 

 

 

 

 

료칸에 숙박하지 않고 입욕만 하는 경우에는 인당 500엔을 내고 들어가면 되는데 (숙박객이 쓰는 온천과 아예 분리된 경우도 있고, 일부 시설 이용 불가라거나 탈의실이 따로 있는 경우 등도 있다) '온센 메구리' 그러니까 정액제 쿠폰 개념의 온천 마패를 온천조합에서 구매하면 1300엔에 총 3개의 온천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도 이렇게 즐겨볼까도 생각했었지만, 한 온천을 좀 여유있게 즐기고, 나머지는 우리가 숙박하는 료칸에서 누리고 싶어서, 그냥 비교 체험용으로 딱 한 군데만 들러보기로 했다. 이게 좋은 선택이었다 싶은데, 시간도 동선도 무리가 없는 동시에, 미리 한 군데를 가보니까 우리 료칸의 온천이 얼마나 좋은지도 상대적을 더욱 체감이 되어서 즐거움이 배가 되었지. 마을을 돌아보는 도중에 잠시 씻고 쉴 수 있으니까 좋기도 하고.

 

우리가 선택한 곳은 마을 남단, 버스 정류장 인근에 있는 '이코이' 료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기 온천의 테마가 '미인탕' 이어서... 내가 후보로 생각하는 몇 군데를 설명하는데 여기가 미인탕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정민느가 뒤도 안 돌아보고 미인탕이지! 미인탕! 미인 됩시다! 미인탕 고고! 이러면서 직진을 해서 ㅋㅋㅋ 여기로 낙점 ㅋ

 

 

 

 

 

 

어서 오세요, 고갱님,

미인 되세요, 고갱님.

 

테마가 이렇다 보니 여성 고객들의 이용이 유독 많다고 한다. 사실 뭐 남탕이야 내가 안 가봐서(...) 사람이 많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입장료 내고 들어갈 때만 해도 이미 거의 여성 소그룹들 위주에 일부만 가족 단위였으니까, 아마 그 말이 맞는 듯도?

 

 

 

 

 

 

... 온천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당연하지, 남의 맨몸을 멋대로 찍어서야 쓰나. 그래서 이용객들이 다 빠진 시점에 재빠르게 찍고 카메라 다시 넣어버렸고요? 그래도 여기에서 짧게 사진 두어 장과 물 흐르는 영상 클립까지 찍어온 덕에 우리 여행일기가 정말 풍성해졌다. 사람들 있는데 무리하게 찍은 거 아니니까, 마음 속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어글리 코리안 아니에요 흑흑... ㅠㅠ

 

이코이는 아예 숙박객용 온천과 당일 입욕 온천이 분리가 되어 있는 타입이고, 이 당일 온천에는 탕이 총 2개 있다. 깊이가 조금 깊고 물 온도는 온탕 정도인 이 곳과,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열탕. 간단한 샤워시설과 비누 등도 준비되어 있어서 씻고 들어가면 됩니다요.

 

 

 

 

 

 

우리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온천 마패 구경은 합시다. 이렇게 3회 입욕을 다 하고 도장까지 받은 마패들은 기념품으로 가져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원을 써서 신사에 매달아두기도 한다. 저 중에는 '쿠로가와 온천 마을에 다시 오게 해주세요' 라는 소원도 있지 않을까 :)

 

 

 

 

 

 

다들 목욕 마치고 파티세리 로쿠에 간식 추가 구매하러(...) 달려간 새에 나는 잠시 바로 옆에 있는 신사를 둘러보았지. 아까 산 간식, 체크인해서 티푸드로 먹는다더니... 목욕 후에 화롯불가에 모여 앉아서 단박에 해치워버리셔서... 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소리를 남발하게 만들었던, 구마모토의 상징 쿠마몬! 정말이지 일본의 캐릭터 장사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단한 상술인데, 또 기꺼이 넘어가주고 싶어진다니까. 우선, 우리는 쿠마몬 수건을 다 같이 기념품으로 구매했으며, 간식은 로쿠에서 샀으니까, 쿠마몬 과자는 넘어갑시다...

 

 

 

 

 

 

온천욕하면서 신난 쿠마몬! 아, 인간적으로 이거 너무 귀여운 거 아님미카 ㅋㅋㅋㅋㅋㅋㅋ 액션은 신났는데, 표정은 엇비슷하게 늘 띨빵한 게 뽀인뜨 ㅋㅋㅋ

 

 

 

 

 

 

온천 원숭이와 사이좋게 입욕하는 쿠마몬 ㅋㅋㅋ 그러고 보니 이 그림에서는 웬일인지 웃는 표정이네 그려 ㅋ

 

 

 

 

 

 

그리고 주류를 판매하던 상점에서 쿠마몬 빅뱅! 디자인 심하게 귀여워서 저걸 살까 생각도 했지만, 이건 사케가 아니라 쇼쥬였던 고로... 디자인 요소 하나 때문에 쇼쥬를 고르기에는 남편과 내가 너무나도 굳건한 사케 애호가들이지... 그래도 이쁘니까 사진으로 꼭꼭 눌러담아오자.

 

 

 

 

 

 

룰루랄라 술을 구매하고 밖으로 나오니 정민느가 가게 앞 벤치에 널부러져 있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직진본능으로 두다다다 걸어갔다가, 도착하면 일단 앉을 곳을 찾는... on/off 요정님 ㅋㅋㅋ 마, 힘내라. 우리 료칸 체크인하러 가자 ㅋ 그리고 이 와중에 구마모토 프리 와이파이 안내에도 또 쿠마몬 ㅋㅋㅋㅋㅋㅋㅋ

 

온천조합으로 돌아가서 30분에 한번씩 온다는 야마미즈키의 셔틀 버스를 기다려서 드디어 우리가 묵을 숙소로 이동을 했다. 마을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산길로 구비구비, 차로 한 10분은 넘게 들어간 것 같다. 그 구석진 위치 덕분에 정말 환상적인 노천욕이 가능했던 거지.

 

 

 

 

 

 

이것이 야마미즈키 료칸의 첫 인상 :)

 

 

 

 

 

 

우리가 묵을 10조 화실. (10조란 다다미 단위 기준으로 10개가 깔려있는 규모를 뜻함) 언제나 그렇지만, 료칸의 화실로 들어설 때의 기분이란 짜릿하다.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경을 영상으로도 찍어둘걸!) 다다미방이라서 추위 많이 타는 사람들이 밤에 잘 때 괜찮을까 약간 걱정도 했지만, 걱정은 미뤄두고 일단 방 구경 실컷 하고 목욕 갈 준비나 합시다~

 

 

 

 

 

 

할머니 직원이 방 구경을 시켜주고 녹차를 타준 다음에, 료칸의 구조 및 시설을 설명하시는데, 어차피 나보다 일본어 단어 몇 개라도 더 아는 사람들이 듣는 게 낫지 싶어서 '내용은 너네들이 듣고 숙지해서 알려줘, 난 사진 찍는다' 라고 선언해버리고 카메라 들고 돌아다님... 분업 체계랄카효...

 

 

 

 

 

 

'쿠마몬 잇빠이데스네'

 

사실 뭔가를 그리 다양하게 산 것도 아닌데, 이 차 마시는 공간에 쿠마몬 수건만 4장이 나란히 걸려 있으니, 쿠마몬에 미친 여자들인가 싶었을지도-_-? 아 원래는 바깥의 숲 풍경을 바라보면서 고즈넉하게 다도를 즐기는 공간일 터인데... 으하하하.

 

 

 

 

 

 

온천을 실컷 즐기고 와서 따끈하고 노곤해진 몸으로 저녁식사에 내려갔다. 야마미즈키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료칸이다 보니 (객실이 총 21개였던가) 각 객실마다 이렇게 꽤 넉넉한 식사 공간을 배정한다. 조식 역시 다 같이 홀에서 먹는 개념이 아니라, 이 단독 공간에서 서빙되고. (식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료칸 후기 포스팅에서 별도로 할 예정.)

 

 

 

 

 

 

여행 오기 전에 금주를 명받은 자와, '한 입 잡솨'를 조장하는 인간. 그런데 진짜 저 주석잔에 차갑게 담겨나온 나마비루는... 하아... 이번 여행 통틀어 나의 '최고의 한 입'이었다. 맥주가 맥주니까 맥주 맛이 날지언대, 세상에 뭐가 이리 맛있지??? 결국 '30분에 한 모금'만 맛보겠다던 민느는 5분 후에 '40분은 족히 지난 것 같다'며 또다시 맥주에 손을 뻗게 된다... 그나마 금주령이 있었기에 이번 여행에서 딱 5모금으로 그쳤지, 아니었더라면 음주 대잔치가 됐을 것이여.

 

 

 

 

 

 

료칸 숙박의 또다른 즐거움. 식사 혹은 목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두툼하게 펼쳐진 이부자리! 다다미방 특유의 냉기 때문에 이불과 요가 충분히 두툼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탓도 있겠지만, 여하튼 저 폭신한 풍경은 언제 봐도 참 좋다. 일부는 잘 때 좀 추웠다고도 하던데, 나는 이불 속에 잘 묻혀 있으면 추운 줄은 딱히 모르겠더라고. (내가 그냥 잘 자는 건가...)

 

 

 

 

 

 

저녁 먹고 또 온천! 낮 시간에는 노천탕 옆으로 강이 콸콸 흐르고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있는 풍경을 눈으로 즐겼다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는 그 강의 흐름을, 숲의 기색을, 온천수가 조용히 찰랑이는 소리를 귀로 즐긴다. 머리로는 서늘한 숲 속 공기가 감돌고, 몸으로는 따끈한 온천수가 흐르니, 모든 감각이 느슨해진다.

 

그렇게 검은 강의 마을, 쿠로가와에서의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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