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기나긴 보라카이 여행기의 본격적인 시작인가. 코사무이 신혼여행은 하나투어 통해서 통으로 예약한 데다가, 거의 숙소 안에서 놀았고, 가끔 밖에 관광 나갈 때도 가이드와 함께 다녔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정보 수집이나 계획 없이 갔었다. 이에 비해 보라카이는 100% 퓨어 자유여행이어서 교통편, 숙소, 날씨, 놀거리 등등을 꽤나 자세하게 알아보고, 판단하고, 추려서 갔고 그만큼 우러나는 정보도 많은 편. 물론, 보라카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가는 곳이라서 이미 온라인 상에 정보가 범람하고 있지만... 그래도 난 내 기록을 굳이 남겨보련다. 호호호호.

 

지난 번 프롤로그에 이은 본격적인 첫 편은 바로, 보라카이 in & out.

 

한국에서의 비행 거리도 비교적 짧은 편이고, 많이들 가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선도 낮은 곳이건만, 보라카이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임산부 태교 여행이나 어린아이 동반 가족 여행을 왜 그리들 괌으로 많이 가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달까. 괌은 어지간한 볼거리가 적당히 과락 없이 있고, 리조트가 발달되어 있고, 교통편도 (보라카이에 비해서) 월등히 간단하니까. 하지만 난 이번에 보라카이의 해변을 보겠다는 욕망이 있었고, 임산부도 아니며, 동반할 아이도 없었기 때문에 즐거이 잘 다녀왔다.

 

 

 

 

 

 

보라카이

 

필리핀 중서부에 위치한 개뼈다귀 모양의 섬. 길이 7km에 달하는 화이트 비치로 유명하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은 데다가 해변이 길게 뻗어 있어서 풍경이 매우 아릅답다. 자연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서 코코넛 나무 크기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지점 300m 이내에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천국"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건 예전 이야기고, 지금은 이미 관광계의 레드오션. 그나마 접근성이 제한되는 섬이라는 특성 덕분에 이만큼이나마 보존되는 거지 싶다.

 

 

 

 

 

 

사실은 비스듬하게 위치한 섬이지만 편의상 가로로 눕혀서 보는 지도.

 

나중에 보라카이의 숙소 안내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저 개뼈다귀의 아래쪽 중앙 부분이 그 유명한 화이트 비치 되겠다. 물론 화이트 비치 외에도 드니위드, 푸카쉘, 등등 다른 해변들도 있지만 보라카이 하면 생각나는 그 쨍하고 맑은 해변 풍경은 사실상 다 화이트 비치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숙소와 유흥 시설, 미팅 장소 역시 화이트 비치 주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보라카이의 엑기스가 밀집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화이트 비치 지역은 스테이션1, 스테이션2, 스테이션3로 나뉜다. 예전에 배가 정착하던 선착장에서 나온 이름이지만 이제는 선착장 개념보다는 그냥 구역을 나누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식당, 술집, 쇼핑가, 대규모 숙소들이 몰려있는 중앙의 스테이션2. 보다 조용하고 호객 행위가 적으며 넓은 프라이빗 비치를 지닌 고가의 숙소들이 많은 스테이션1, 그리고 레저 센터와 저가의 숙소들이 많은 우측 끝의 스테이션3. 어디에 묵느냐에 따라서 보라카이에서 보내는 시간의 성격 또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뭐, 보라카이는 대략 그렇다고 치고... 이제 슬슬 오가는 교통편과 그 과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여기서 말하는 교통편이란 항공편, 내륙 이동 교통편, 픽업 & 샌딩 업체, 등등을 모두 아우르는 것.

 

 

 

 

(1) 인천공항 가는 편한 방법 : 카쉐어링 쏘카

 

강서구 주민인지라 김포공항 & 인천공항 엑세스는 좋은 편이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이동 방법을 시도해봤다. 요즘 점차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인 카쉐어링 쏘카를 써보는 걸로. 공항 리무진 버스도 바로 집 앞에서 탈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버스 배차 간격도 있는 데다가 두 사람 이용시 비용도 꽤 나오는데, 이 돈이면 마침 궁금하던 쏘카를 예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다들 이런 생각을 하는 탓인지, 인천공항행 쏘카는 예약 경쟁이 꽤나 치열한 편이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오는 차량 역시 마찬가지. 하기사, 리무진 버스 탈 돈으로 이렇게 본인 편한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쓸 수 있다면 편리하지. 하지만 평소에 시내 주행이야 그냥 택시 타도 될 일이니까 카쉐어링의 필요가 그리 크지는 않은데, 공항 가는 길이라면? 잘 맞아떨어지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집 근처의 쏘카 지정 주차장은 염창역 부근. 집에서는 한 블럭 정도 떨어진 거리라서 남편이 가서 차를 픽업해서 집 앞으로 와서 짐을 실고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차를 반납하는 주차장 역시 출국장에서 한 구역 떨어진 곳에 있어서 내가 짐을 가지고 먼저 내리고 그가 차량을 반납하고 오는 식.

 

이렇게 편도로 이용하고 우리가 낸 비용은 (하이패스 비용 포함해서) 3만원 후반 가량. 워후. 2인 이상 사용 + 짐이 많거나 + 이른 아침 비행기 + 쏘카 지정 주차장이 집 근처에 있다, 이런 조건이라면 쏘카 고려해볼 만 합디다.

 

 

 

 

차종은 레이. 차량 내부 시스템과 옵션에 대해서 남편이 뭐라 뭐라 말하던데 난 그건 잘 모르겠고-_-* 단시간 동안 사용하기에 꽤 효율적이라는 생각은 들더라. 짐 실고 내리기에도 편하고, 평소와 다른 차종을 타보는 재미도 있고.

 

 

 

 

(2) 보라카이 가는 항공편 : 우리는 필리핀항공

 

보라카이를 가고 싶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번 여행에 본격 동력 제공을 한 것은 저가 항공인 에어아시아의 항공 프로모션이었다. 12월 여행인데 6-7월 가량에 얼리버드 특가 행사가 떠서 마음이 부릉부릉. 그런데 에어아시아는 가장 저렴한 대신에 현지 도착 시간이 새벽인 게 단점이다. 첫 1박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애매하게 저녁에 도착하느니 아예 밤에 떨어져서 푹 자고 다음 날 논다는 사람도 있고, 오밤중에 도착해서 1박 쓰는 건 돈 아깝다며 적당히 밖에서 놀다가 오후에야 체크인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에어아시아의 이 스케줄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아침 인천 출발에 저녁 보라카이 도착인 필리핀항공으로 선회했다. 어설프게 항공 비용 아끼려다가 막상 중요한 (그리고 비싼) 숙소를 충분히 못 즐길 것 같아서 말이야. 필리핀항공은 에어아시아보다 약간 더 비싼 편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국적기들보다는 저렴한 편. 다만, 보라카이는 항공 외에, 공항에서 내륙 이동하고 배 타고 보라카이섬에 진입해서 숙소까지 가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항공 비용이 다가 아니라는 점!

 

 

 

 

 

 

공항에 도착해서 아직 체크인 오픈을 안 한 것 같길래 버거킹 가서 아침 먹고 노닥거렸는데, 알고 보니 오픈은 직작에 되어 있었던 거였다. 필리핀항공 데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고, 편명이 눈에 잘 안 띄어서 우리가 놓친 것 뿐... 덕분에 통로석은 놓치고 비행기 완전 뒷편의 안쪽 좌석을 배정받음... 크엉;;; 에라이 모르겠다 ㅋㅋㅋ 장거리 비행도 아니니까 걍 넘어가 ㅋㅋㅋ

 

 

 

 

 

 

저가 항공들이 다 그렇듯이, 좌석은 좁음. 내가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다리가 긴 것도 아닌데, 체구 큰 남성들은 어떻게 앉아 가는지 모르겠네? 한국-필리핀은 비행 시간이 넛댓 시간에 불과하니까 참을 만 하지만 장거리 비행을 이렇게 구겨진 상태로 한다면 심신에 경련이 일 것만 같다. 그리고 일부 초저가 항공에서는 담요나 도시락 등이 별도 구매인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필리핀항공은 담요랑 기내식 줍니다요 ㅋ

 

 

 

 

 

 

간만의 기내 맥주로 소소한 행복감을 표현해보았음! 기내식 메뉴는 치킨커리와 포크 뭐시기 양자택일이었는데 우리가 워낙 뒷자리라서 치킨이 다 떨어졌다는 거다! 난 돼지고기 안 좋아하는데-_- 그래서 포크 메뉴 받아들고 시무룩하고 있었는데 승무원이 갑자기 "치킨 여기에 여분 좀 있다"고 외침! 와, 저게 뭐라고 ㅋㅋㅋ 순식간에 맥주맛이 확 살아나더라. 후후훗. 물론 치킨이라고 해서 대단한 맛은 아니고 딱 "기내식 맛"인데 돼지고기를 안 먹어도 된다는 사실에서 난 이미 씐ㅋ남ㅋ

 

좌석이 좀 좁은 거 빼면 필리핀항공 타고 가는 과정은 크게 문제될 거 없었음. 도착 시간이 야밤이어도 좋으니까 난 항공료를 최대한 아끼고 싶다, 이런 사람이라면 에어아시아 특가를 노리면 될 것이고, 현지 가서 돈 아끼더라도 오가는 길이 편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국적기를 찾아보면 될 일이여.

 

 

 

 

(3) 깔리보 공항 : 직항인 듯, 직항 아닌, 직항 같은 너...

 

 

 

 

비행 시간이 서너 시간을 넘어가고, 구름 아래의 해안선이 보일 때 즈음이면, 저렇게 개뼈다귀 모양의 보라카이 섬을 상공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기로 바로 가는 건 아니라는 게 함정. 보라카이 섬에는 국제선이 없기 때문에 바로 옆의 파나이 섬에 착륙해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한국에서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 마닐라를 경유해서 까띠끌란 공항으로 가거나,

- 인천에서 직항을 타고 깔리보 공항으로 가거나.

 

하지만 어느 경우라도, 보라카이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 배를 타야 하는 건 동일하다. 게다가 깔리보 공항은 "항공편만 두고 본다면" 직항이 맞지만 그 대신에 내륙 이동 거리가 길기 때문에-_- 직항은 직항인데 직항으로 간편하게 가는 기분 따위는 전혀 안 든다.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마닐라를 경유해서라도 보다 선착장에 가까운 까띠끌란 공항에 떨어지는 게 더 나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경유행이기 때문에 비용이 더 나오겠지만.) 게다가 깔리보 공항은 규모도 규모지만, 비효율적인 구조와 업무 방식 때문에 방문객들이 뒷목 잡기 일쑤. 뭐, 이런 것도 다 동남아 여행의 일부이려니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ㅋㅋㅋ

 

 

 

 

 

 

어쨌거나 저쨌거나 착륙을 하고 나니 기분은 두근두근하다. 공항이 작고 후지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나야 뭐 워낙에 동남아 개도국을 많이 가봤으니까 그런 데에서 놀라지 않을 자신은 있었고. 숙소까지 가려면 아직 차 타고 배 타고 가야 하지만, 이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이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랬던 것이었다.

 

 

 

 

 

 

그래. 시골 버스 터미널 규모의 건물은 많이 봐와서 괜찮아. 아마 수속 절차도 느리고 줄도 길겠지. 한국에서만큼 빠른 진행을 기대하는 건 아니야. 여유롭게 생각하자. 간만에 만나는 동남아의 눅눅한 공기도 반갑다. 얼른 보라카이로 가서 숙소에 짐 풀고 바다 보고 싶긴 하다.

 

 

 

 

 

 

깔리보 공항도 소소하게 확장 리뉴얼을 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여기 시스템은 그냥 건물 늘린다고 해서 개선될 게 아니던데. 일 처리도 느리고 인력도 한정되어 있고 줄 서는 방식도 관리가 잘 안 돼서 입국 데스크에서 병목 현상이 장난 아니거든. 여튼 그나마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인지 이렇게 늘리려고 하고 있으니 향후에는 좀 나아지려나.

 

 

 

 

 

 

우리가 타고 온 필리핀항공 비행기. 저 편에 타이거 항공도 보이는구만. 일단 활주로가 1개 밖에 없는지라-_- 동시 랜딩도 불가능하지만, 그 와중에 비슷한 시간대에 비행기가 2대만 겹쳐도 이 공항은 그 인원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꺽꺽댄다. 크흑, 이럴 때는 인천공항이 그리워지는 건 사실.

 

 

 

 

 

 

안 그래도 비행기 제일 뒷켠에 탔던지라 줄 제일 끄트머리에 서게 됐는데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앞자리 통로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이런 상황 때문에... 게다가 줄의 길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줄어드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리다는 것. 이 길고도 비효율적인 줄이 건물 안에 구비구비 돌아서까지 계속된다는 것. 심지어 줄 서는 위치도 제각각이어서 애매한 새치기는 다반사라는 것. 으악. 이 줄에서도 거의 끄트머리에 있는 우리는 이미 글러먹었어.......... ㄱ-

 

 

 

 

 

 

중간중간에 이런 깨알 같은 웃음거리가 있긴 합니다만-_-?

 

History of exposure (to the above symptoms) = 노출의 역사

 

장하다, 구글 번역기 ㅋㅋㅋㅋㅋㅋㅋ 방어구이 = Fried defense 이후로 가장 크게 웃었잖니-_-* 심지어 방어'구이'니까 Fried 가 아니라 Grilled defense 아니냐면서 미친듯이 웃었는데, 노출의 역사가 그 웃음 지수를 갱신해버렸어. 앞으로도 이 공항을 이용할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계속해서 웃음을 선사할 듯.

 

이렇게, 인천-깔리보 노선은 보라카이 가는 직항으로 알려져 있지만 깔리보 공항에서 소모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꽤 크고, (아래에서도 서술하겠지만) 내륙 이동 시간 또한 길어서 직항은 직항인데 딱히 직항 같지는 않은 그런 기분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기왕 가려던 보라카이를 안 가지는 않겠지만 떠나기 전에 이 점은 분명 인지하고 (각오도 하고) 떠나는 게 좋을 듯.

 

 

 

 

(4) 픽업 & 샌딩 : 보라카이 현지 업체 사우스웨스트 (Southwest)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여러 단계의 이동이 있는지라, 픽업 & 샌딩을 사전 예약하기로 했다. 물론 현지에 가서 버스나 택시, 트라이시클 등을 가격 흥정해서 타도 되긴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이 다소 피곤해서 예약예약. 한인 업체가 워낙에 많은 보라카이인지라 웬만한 보라카이 여행 카페를 통해서 한인 픽업 예약도 가능한데, 난 왠지 현지 업체인 사우스웨스트를 선택했다. 그래봤자 그냥 이동하는 거고, 이러나 저러나 피곤한 과정이니까, 비용 저렴한 데로 하자. 둘 다 영어 하겠다, 굳이 한인 업체 통할 필요 있나. 이런 생각으로 적당히 내린 결정임. 여러 단계별로 선택 가능한데 (내륙 운동 only, 배 only, door to door 등등) 우리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쭉 연결되는 door to door 코스로 예약했다. 그러나 중간 연결 과정들이 울퉁불퉁해서 딱히 door to door 의 기분을 느끼지는 못함-_-;;; 사우스웨스트 이용하고 만족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보라카이 재방문시에 여기는 이용 안 할 것 같다. 이유는 아래에...

 

 

 

 

 

 

공항에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사우스웨스트 데스크가 어딘가에 보인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거의 2시간은 걸린지라 픽업 연결에도 차질 생기는 건 아닌가 했는데, 여기에서는 비행기 연착이나 공항에서의 바틀넥 정도는 흔한 일이어서 그런지 세월아 네월아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더라. 게다가 특정 일행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상설 데스크가 있어서 인원 확인하고 연결만 시켜주는 개념이라서, 요런 점은 괜찮았다. 소규모 픽업의 경우에는 픽업 담당자가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테니. 여튼, 여기에서 신청자 이름이랑 인원 확인하고 나면...

 

 

 

 

 

 

목적지 (숙소 이름)을 기재한 스티커를 나눠준다. 이걸 옷에 붙이고 있으면 중간중간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이 교통편 환승하거나 차에서 내릴 때 등등 확인하고 안내를 해준다. 아,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내가 사우스웨스트를 선택한 건, 굳이 한인 업체 통할 필요는 없다 + 가격도 저렴하다 + 현지 최대 업체라서 턴오버가 빠를 것 같다 등등이었는데, 사실 이런 면에서 득을 본 건 거의 없다. 되려 한 배치(batch)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 버스가 가득 차야 이동하고, 버스에서 배로 옮겨 타는 과정도 복작거리고, 전체적으로 꽤나 어수선하다. 소규모 픽업의 경우에는 일행만 확인하고 신속하게 이동이 가능한 데에 비해서 뭔가 전체적으로 과정이 둔하달까. 그러구나. 업체 규모가 큰 게 좋은 건 아니구나. 게다가 비교적 픽업샌딩 비용이 저렴한 편인 건 맞는데 그 가격차가 엄청 의미 있을 정도는 아님;;;

 

 

 

 

 

 

우리가 탄 버스. 이 버스를 타고 깔리보 공항에서 까띠끌란 선착장까지 거의 2시간을 이동한다. (참고로, 마닐라 경유해서 까띠끌란 공항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공항에서 선착장까지 10여 분이면 간다고 함.) 중간에 사우스웨스트 전용 휴게소? 사무실? 이런 데에 잠시 정차해서 화장실에 들를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거기에 있는 매점 매상 올려주려고 가는 것 같아. 사실 우리도 기나긴 여정에 좀 지쳐서 여기에서 물이랑 주스를 샀는데 가격 따져보니 현지 물가에 비해서 비쌌거든. 그래도 목 말라서 사긴 샀지만; 에라이;

 

 

 

 

 

 

그렇게 기나긴 이동 시간과 비효율적인 과정에 다소 쩔어있는 상태로, 까띠끌란 선착장에 도착. 으어, 이제 배만 타고 들어가면 드디어!!! 보라카이 섬! 그런데 코 앞에 보라카이가 있는데도 나는 왜 햄보칼 수가 업서!!! 선착장에서 또 탑승자 확인을 하고 한참 우왕좌왕을 해야만 했돠...

 

 

 

 

 

 

이제 고마 보라카이 좀 보고 싶습니다... 터미널 이용료 등이 있는데 사우스웨스트 사전 예약시 입금한 금액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름과 인원만 다시 확인하면 이렇게 표를 내준다. 그래, 사전 일괄 결제는 참 편하긴 해. 그 중간중간 과정이 허술해서 그렇지...

 

 

 

 

 

 

중간중간에 이렇게 형광 오렌지색의 유니폼을 입은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만 잘 따라가면 순조롭게 이동을 하게 될 줄 알았지... 하지만 이동하는 사람들이 워낙 인원 수도 많고 그룹도 제각각이어서, 체계적으로 어디에서 기다리라는 둥, 어디로 이동하라는 둥, 이 배를 타라는 둥, 공지가 없으면 현장은 혼잡해질 수 밖에 없다. 명확하게 안내를 안 해주니까 여긴가 저긴가 눈치를 보고 물어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응대도 흐리멍텅합디다. 잘못 알아드는 사람도 허다했고, 그냥 앉아서 기다리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보이는 소규모 인솔 그룹들이 부러워지더라. "10분 후에 배에 탑승합니다.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 이제 배 탑승 준비 시작합니다." 이렇게 선을 딱딱 그어주는 게 어찌나 좋아보이던지-_-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라는 심경과 함께 피로와 약간의 짜증이 상승할 무렵에 사우스웨스트 스티커 붙인 사람들이 우루루 일어나길래 따라 나섰더니 이렇게 배를 타러 가더이다. 아니, 대체 왜 공지를 안 해주는 것인가. Southwest travelers, please get on board, 이 한 문장이 그리 어렵나. 난 동남아는 좋긴 한데 이렇게 허술한 시스템에는 간혹 미치도록 적응이 안 된다. 중얼중얼.

 

 

 

 

 

 

뭐, 암튼 거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니까 배에 탑시다. 배 상단에 짐을 실고, 사람들은 저 아랫칸에 탄다. 이 단계에서 짐 들어주는 포터들이 사방에서 출몰하는데 얼결에 가방을 내어주면 팁을 줘야 됩니다. 친절하고 시간 남아돌아서 들어주는 게 아님. 나중에 당황하지 말고 미리 알고 가야 할 듯 ㅋㅋㅋ

 

 

 

 

 

 

이제 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는 단계 ㅋㅋㅋ 보라카이 섬에 들어가는 데에만 하루를 통으로 썼어 ㅋ 시간도 시간이지만 성질 급한 나는 이렇게 느릿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인내심이 슬슬 바닥이 나고 있었다. 게다가 이 날 저녁에 (내 딴에는 여유있는 시간에) 스파를 예약해놨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 하니 절대 제 시간에 도착할 수는 없는 거다. 보라카이는 들어가는 과정에 이렇게 변수가 많으니까 웬만하면 도착 당일에는 스파고 뭐고 간에 주요 일정 예약해두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음; 다행히 스파는 한국인 운영 스파였고 카톡 문의 및 상담이 가능했던지라 간신히 연락해서 예약을 다음 날로 미룰 수는 있었다. 스파를 미루고 나서는 그나마 마음이 많이 편해졌음. 이제 무사히 숙소로 가기나 하자꾸나...

 

배에서 내려서는 숙소가 위치해있는 지역별로 버스를 탄다. 이번에는 큰 버스는 아니고 한 8-10인승 정도 되는 낡고 어두운 버스. 고로 이 과정에서는 사진도 없음. 털털거리고 어두운 뒷길을 지나는데 거의 납치되어 가는 기분이었걸랑. 그리고 이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도 직원들이 우왕좌왕. 우리는 헤난 가든 가는데 어디로 가서 무슨 버스 타면 되냐고 물어보는데 직원마다 하는 말도 다르고, 아예 잘못된 방향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하아. 우여곡절 끝에 탑승을 하긴 했소이다.

 

사우스웨스트, 좋은 평들도 많지만 난 개인적으로 비추여.

 

 

 

 

(5) 보너스 : 삽질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스테이션2의 헤난 가든. (숙소에 대한 평은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자세히!) 도착한 날에는 비도 오고, 시간도 늦은 저녁이어서 어두워진 데다가, 버스가 뒷길을 돌아돌아 갔기 때문에 더더욱 기운이 빠져가던 중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숙소에 도착했으니까 체크인만 하면 되겠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나의 풀억세스룸을 드디어 만나는가!

 

 

 

 

 

 

하지만, 여기에서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댔더니 예약 사항에는 문제가 없는데 직원이 한참 뒤적뒤적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어쩌고 저쩌고, 당신들 방을 더 좋은 곳으로 업그레이드 해주겠다... 방은 여기 헤난 가든이 아니라 우리 시스터 호텔인 보라카이 리젠시로 해주겠다... 왜냐하면 당신을은 쏘 스페샬♡하기 때문이다... 원래 예약한 방보다 더 좋은 곳이고 바다도 가깝다... 블라블라.

 

이게 뭔 씨나락 까드시는 소리당가.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허술한 시스템을 많이 목격한지라 둘 다 불신에 가득차 있었음. 여기에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뭐가 문제냐, 왜 바뀐 거냐, 꼬치꼬치 캐묻고 우리끼리 쑥덕쑥덕 논의도 하고 하여간 한바탕 난리를 쳤다. 보아하니 원래 예약한 방이 다 찼거나, 누수 등 모종의 문제가 있어서, 그 해결책으로 다른 방으로 내주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 우리가 손해를 볼 게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자. 이러면서 배정해준다는 호텔과 방의 단면도까지 달라고 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방이 맞는 데다가 풀억세스 및 해변과의 거리 등등에서 손해볼 게 없다는 결론을 내고서야 드디어 방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예약은 헤난 가든으로 했으나, 숙박은 보라카이 리젠시에 했다는, 그런 웃긴 이야기. 좀 더 뒷길에 위치한 헤난 라군을 포함하여 헤난 가든, 헤난 비치, 보라카이 리젠시 등등 모두 예전에는 리젠시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헤난 그룹의 계열사 호텔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교 평가는 역시 다음번 숙소 포스팅에서 하는 걸로.

 

 

 

 

 

 

 

 

호텔도, 방도, 결론적으로는 좋았다만... 여기까지 오기가 느므 힘겨웠엉... 마음 같아서는 첫 날 바로 수영장 이용부터 하고 싶었는데 잠시 저녁 먹을 겸 해서 디몰에 다녀오는 동안, 수영장 운영 시간이 끝나서 아쉬웠다. 안전 및 청소를 위해서 야밤에는 운영하지 않음. 아마도 오전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였나. 이건 호텔마다 케바케로 다르니까 안내문을 잘 볼 것. 여튼, 다시 봐도 좋긴 하다, 우리 숙소. 3박 묵는 동안 호텔의 수영장 시설은 기똥차게 잘 이용해주었지.

 

 

 

 

 

 

 

하루 종일 고생한 것에 대한 충만한 보상 :)

 

 

 

 

(6) 굿바이 보라카이, 다시 깔리보 공항으로...

 

 

보라카이에서의 즐거운 7박 8일을 보내고,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입국할 때 단단히 겪은지라 출국할 때에는 보다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다. 오후 3시 경 비행기이지만 내륙 이동 시간이 있기 때문에 숙소 픽업 시간은 9-10시 정도로 여유있게 한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배를 타고, 까띠끌란 선착장으로 가서, 거기에서 또 사우스웨스트 대형 버스를 타고, 깔리보 공항까지 간다. 역시나 각 단계 사이사이의 과정들은 허술했으나... 우리가 보다 단련이 된 탓인지 올 때보다는 마음이 편했던 기억.

 

 

 

 

게다가 공항에서의 대기 시간도 꽤 긴데 이놈의 공항에서는 볼 게 없을 게 뻔하므로, 체크인부터 하고 (아울러 일찍 줄 서서 가급적이면 앞쪽의 통로석을 확보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오기로 했다. 인천공항처럼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철저하며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깔리보 공항에서는 가능하다 ㅋㅋㅋ 공항 직원에서 우리 밖에서 밥 먹고 올게, 라고 말하면 그냥 문 열어줌. 물론 다시 들어올 때에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

 

 

 

 

 

 

페소도 애매하게 남아서 어딜 가서 뭘 먹어야 이 돈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라운지로 갔다. 말이 라운지일 뿐, 공항 밖에 있는 독립 식당? 카페테리아? 휴게소? 같은 곳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에어컨 나오고 영어/한국어 통하니까 속이 편하기는 하대. 보라카이에서의 마지막 망고 셰이크와 딱히 맛있지는 않은 식사거리를 하나 주문해두고 쉬다가 슬슬 비행기 시간 다 되어갈 때 다시 공항으로 진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공항 내부 2층에도 나름 식당과 카페들이 있기는 했음. 우리는 아예 없을 거라고 처음부터 가정을 하고 밖에서 대안을 찾았지만.

 

참, 라운지에 한국어와 영어로 "공항 이용료"에 대한 안내가 붙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여긴 공항 이용료가 항공료에 포함 안 되어 있고 민관이 완전 별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출국시에 현금으로 공항세를 따로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당 500페소씩 남겨두는 게 좋은데, 페소가 없다면 USD or EUR 도 받긴 한다고 함; 우리는 남은 돈이 총 1000페소가 안 되었기 때문에 라운지에 앉아서 망고 셰이크를 쪽쪽 빠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뭐 이런 논의도 하고 그랬음. (우린 아마 페소랑 USD 섞어서 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공항으로 돌아와보니 출국 게이트는 뭐 이따위. 사실 사람이 무지하게 많은 건 아닌데 직원이 몇 없어서 병목 현상이 생기는 데다가 공항세를 내고 들어가는 줄, 그 전에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줄, 모두 제멋대로 뒤엉키기 일쑤다. 어후, 우리도 거의 20분 가량은 잘못된 줄에 서서 시간 허비한 것 같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비효율성이여. 헛헛헛.

 

 

 

 

 

 

헬게 통과 후에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나름 이런 공항 내부 라운지도 있긴 하더라. 소정의 입장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게이트 오픈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차라리 이런 라운지에서 쉬고 가는 것도 추천할 만함. 어차피 여기에서 면세점 구경을 할 것이여, 티비를 볼 것이여, 뭐할 것이여. 우리도 이런 공간이 있는 걸 알았더라면 공항 외부로 굳이 안 갔을 수도 있겠다. 그나저나 어딜 가도 한국어로 안내가 되어 있는 이 위엄... 그간 한국 사람들이 보라카이에 돈을 얼마나 쓰고 온 것인가... (물론 이번에 우리도 이에 일조했지만.)

 

 

 

 

 

 

나름 면세점과 기념품 가게들? 이런 고급(?) 시설들은 다 2층에 있다.

 

 

 

 

 

 

1층은 이런 헬게... 여기에서 복닥거리지 말고 2층에서 쉬다 내려오는 게 답일세. 2층 안 올라가봤으면 여기가 깔리보 공항의 전부인 줄 알았을 거야. 비행기 탈 때까지 이런 시장 바닥에서 낑겨 있다가 갔으면 왠지 기분이 더 피곤했을 듯 ㅋㅋㅋ

 

 

 

 

 

 

이번에는 통로석, 뿐만이 아니라 Emergency seat 확보에 성공! 이렇게 여유있게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있다니. 화장실 갈 때 눈치 보고 타이밍 맞출 필요 없다니. 남편과 나, 둘이서만 앉아서 가다니. 이만하면 보라카이 올 때랑 비교해서 천국이다, 천국.

 

 

 

 

 

 

물론 이머전시 시트에 앉으면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서 승객 대피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 안내문을 꼼꼼하게 읽어야지영. 체크인할 때 우리가 통로석을 요청하자 직원이 우쥬 라익 투 테익 디 이머전시 씻? 이러더라. 예쓰 오브 코쓰!!! 넓은 자리 원츄 당장 내줘요 ㅋㅋㅋ 그런데 재밌는 건 그녀 또한 반가운 기색이었다는 점. 이머전시 시트에는 가급적이면 (유사시를 대비해서) 체력 좋고 영어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사람들을 앉히는 게 항공사 측의 선호사항이기 때문. 우리가 기운 좋아 보였나부지 ( '-')

 

 

 

 

 

 

여튼, 그렇게 편하게, 꽤나 즐겁고 보람찬 기분으로 다시금 인천을 향해서 출발! 일주일 전, 한국을 떠날 때보다는 한두 톤씩 어두워진 피부들 좀 보소. 난 이 여행 이후로 한동안 파운데이션 색상 정착을 못 했다. 하도 많이 타서 ㅋㅋㅋㅋㅋㅋㅋ

 

 

 

 

 

 

오가는 과정에서 심신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보라카이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기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크하하 웃어넘기면서 함께 할 동지가 있었기에,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신혼여행도 좋았지만 1년 같이 살아보고, 좀 더 공감대가 많아진 상태에서 간 해외여행은 이런 동글동글하고 폭신한 맛이로구나.

 

 

 

 

자, 이제 다음에는 어디로 가지?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