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쏘울푸드는 있을 터, 나에게는 그게 바로 낙지볶음이다. 지쳤을 때 먹어주면 왠지 없던 힘도 나는 것 같고 충전되는 기분이 드는 그런 음식. 언제 먹어도 좋지만, 구체적이고 강렬하게 땡기곤 하는 음식. 스트레스 받을 때 매콤하게 한 그릇 싹싹 비벼먹고 나서 맵다 맵다 연발해주고 나면 왠지 그 매운 기운과 함께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음식. 말이 어째 좀 거창하지만 어쨌든 나에게 낙지볶음은 그런 음식이라네. 낙지낙지 차차차~

 

신선함이 살아있는 산낙지도 좋고, 담백하고 뜨끈한 연포탕도 좋은데, 가장 즐겨 먹는 건 역시 약간 매콤하게 볶아내서 밥에 슥슥 비벼먹는 낙지볶음. 사실 매운 걸 잘 먹는 편도 아니라서 매번 "덜 맵게 해주세요"를 외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여 ㅋㅋㅋ

 

매콤한 볶음 요리는 낙지 말고도 돼지불백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내가 육고기를 크게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결국 낙지로 회귀하는구먼. 돼지고기는 별로고, 그렇다고 채소만 볶으면 뭔가 힘이 솟구치는 그 한끗발이 없고, 이러나 저러나 낙지가 최고야. 보양 음식으로 꼽히는 걸로는 삼계탕, 장어, 등등 다양하지만 개중에 본인 입맛과 체질에 맞는 게 맞춤형 보양 음식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낙지가 최고야. 끊임없는 낙지 예찬론 같으니라고.

 

여튼,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낙지 전문점을 종종 찾아다니는 편인데 (아울러 나보다 입맛의 범주가 넓은 남편도 이에 즐거이 동조하는데) 개중에서 몇 군데를 모듬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정보 공유욕에 불타는 중. 내가 강서구 주민인 데다가 시내나 강남 쪽보다는 집 주변, 혹은 아예 서북부의 파주를 자주 가는지라 주로 그 동선 내에 포진해있는 집들로!

 

아,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너무 캡사이신-크레이지한 수준으로 맵지는 않고, 너무 인공적인 단 맛 등이 첨가되어 있지 않을 것이며, 매운 맛을 중화시켜 줄 서브템 (계란찜, 콩나물국 등등) 이 잘 갖춰져 있고, 실한 낙지와 신선한 채소가 조화되어 있을 것... 이런 기준으로 판단한다. 맵긴 맵되, 지나치게 맵지 않으며, 설령 맵더라도 혀 끝에 통각 위주의 매운 맛이 아니라 알싸한... 뭔 소리여 이게;;; 하여간 딱 내가 좋아하는 매콤한 맛은 명확하게 있기는 한 듯;

 

 

 

 

# 1. 통큰낙지 염창점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 258-1 동아3차아파트상가 1층 (02-3664-3669)

 

 

위치는 바로 우리 집 코 앞인데 의외로 한 번 밖에 안 가봤다. 하기사, 되려 식당이 너무 집 앞에 있어도 잘 안 가게 되는 법이지. 여기 갈 바에야 그냥 집에서 해먹자, 라는 주의라서. 그래도 언제든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낙지집이 있다는 사실에는 늘 감사하면서 살고 있음. 나이아가라 호텔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늘 홀에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낙지볶음을 시키면 이렇게 볶음 한 접시와 공기밥, 그리고 슴슴한 콩나물이 같이 나온다. 기본적이고 깔끔한 구성에, 비주얼도 그럴싸 한데,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자극이 다소 지나치게" 매웠다. 매운 맛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양념이 강한 편이기도 하고. 딱히 흠잡을 정도는 아닌데 충족되는 기분은 안 들었달까. 낙지보다도 달달하고 뒷끝 있게 매운 양념의 존재가 더 강한 게 흠이라면 흠. 물론, 매운 건 "덜 맵게 해주세요" 라고 주문하면 되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양념이 진하다는 느낌. 낙지나 채소의 상태는 중중상 정도는 되더라.

 

양념 : 6 / 10

낙지 : 6 / 10

 

 

 

 

# 2. 김명자낙지마당 파주운정점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399 (031-949-0767)

 

여기 역시 꽤 큰 체인점이고, 우리 집 근처인 강서구청 쪽에도 지점이 하나 있는데, 이 날은 파주 아울렛 쇼핑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거라서 파주운정점. 신도시답게스리 주변이 휑하니 아무 것도 없고 아파트 단지랑 이 식당을 포함한 상가 건물만 있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사람들은 꽤 많더라. 그리고 이 파주운정점의 사장님이 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상에 뭐 부족한 건 없는지 살피고, 너무 시끄러운 아이들이 있는 팀에는 (조곤조곤 친절하게) 주의도 주곤 하는 게 마음에 들었어. 여기에서는 낙지볶음에 계란찜이 같이 나오고, 낙지만두까지 추가로 시켰더니 둘이서는 도저히 다 못 먹을 양이라서 결국 만두는 한두 개만 먹고 나머지는 포장해왔다.

 

 

 

 

낙지는 (염창동 통큰낙지에 비해서) 훨씬 더 크고 실하고 물찬(?) 느낌이다. 쭉쭉 탱글하게 뻗은 낙지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서 먹을 때 푸짐한 기분도 들고. 낙지 자체만 두고 본다면 이 3집 중에서 김명자가 가장 우위인 듯. 그런데 양념은 역시 (내 입맛에는) 다소 과하게 매운 편이었다. 염창동 통큰낙지가 입 안에서 막 불타는 매운 맛이었다면, 김명자 낙지는 다 먹고 나서도 입 안에 화하게 남는 캡사이신의 여운? -_- 진득한 단 맛은 덜 하고, 담백한 계열의 매운 맛인 점은 마음에 든다... 마는, 내 입에는 매워도 너무 매웠음;;; 그런데 이것도 지점마다 차이가 나려나?

 

양념 : 6.5 / 10

낙지 : 8 / 10

 

 

 

 

# 3. 착한낙지 신월점

 

양천구 신월5동 23-5 (02-2607-5252)

 

사실 요기가 내 마음 속 단골집. 아직 2번 밖에 안 가봤지만, 단 한 번을 갔더라도 꾸준한 재방문을 맹서하면 뭐 그게 단골집 아닝가요. 게다가 위치도 화곡 근처라서 "집에서 가깝지만, 너무 바로 집 앞도 아니고, 뭐 먹으러 간다는 기분으로 부담 없이 갈 법한 거리" 여서 왠지 더 마음에 들어. 지인 중에 낙지 애호가가 있다면 파티원 모집해가서 볶음도 시키고, 연포탕도 시키고, 한 상 차려놓고 막 사진 찍고 놀고 싶다 ㅋㅋㅋ

 

 

 

 

이 사진만 DSLR로 찍은 거라서 유독 색감이 더 쨍하게 나왔는데, 사실 맵기로 따진다면 이 세 집 중에서 (그나마) 가장 순한 편에 속한다. 물론, 먹으면서 알싸하니 맵기는 한데, 다 먹고 냉콩나물국 한번 들이키고 한숨 돌리고 나면 금방 가라앉는 그런 매움. 매운 맛은 맛대로 챙기고, 쓸데없이 뒷끝 남기지 않고 가뿐하달까. 그리고 낙지의 탱글함도 충분히 살아있어서 만족한다. (사이즈로 따지면 김명자 쪽이 더 큼직하고 푸짐하긴 함.) 내가 원하는 모든 요소를 과락 없이 만족시키는 데다가 위치도 딱이라서... 너 단골집 낙점. 다음에는 기필코 누군가를 꼬드겨서 4인 이상의 멤버로 가보리라.

 

앙념 : 8 / 10

낙지 : 7.5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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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6 22:06 마곡김여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낙지라면 이 글을 읽고 절절한 고백에 마음이 찡해서 언니 입으로 뛰어들판이여. ㅎㅎㅎ 이 밤에 갑자기 배고파옴. ㅠㅠ 나도 낙지 먹으러 가야겠다!!! 근데 착한낙지집에 주차공간은 있나염?

  2. 2015.02.28 05:17 nam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집 근처에도 김명자 낙지집 있는데 한국에 있을 땐 제일 자주 가는 곳 중에 하나임! 낙지를 좋은 걸 들여오는지 늘 균일한 탱글함을 자랑함. ㅎㅎ 아 저거 보니까 낙지볶음 넘 먹고싶다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 배자몽 2015.03.01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낙지 자체의 탱글 신선함은 김명자가 개중 1위! 그 특유의 오래 가는 매운 맛에 몸부림을 치기는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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