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less [|hɑ:rtləs] : 무정한, 비정한

Posted by 배자몽 화장품수다 : 2011. 11. 25. 23:40



드디어 파냈다.
사쿠라의 하트.




처음 데려왔을 때의 매끈한 자태.




주저없이 이쑤시개로 푸욱-
가장자리는 보통 팩트형 블러셔 제형인데,
저 하트는 보다 무른 편이라서 파내가 쉽다.




유린당한 사쿠라.
그러게 누가 쓸데 없이 하트 달고 나오래.
난 널 파내고 망쳐놓은 게 아니라
너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준 거라고.







  




맥이라는 브랜드와 딱히 안 친하기도 한 데다가
블러셔는 딱 쓸 색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라서
맥에서 각종 미네랄라이즈 제품을 포함한
한정 컬렉션을 토해내도 대개는 무심한 편이다.

게다가 취향이 귀염귀염과는 거리가 있는지라
올해 초, 맥의 콰이트 큐트 컬렉션도 패스했지.
Quite Cute... 꽤나 귀여운 컬렉션.





특히나 하트 모양이 박힌 저 미네랄라이즈 블러셔는
이쁘니까 무조건 사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 이렇게.
이건 올해 봄, 컬렉션 출시 당일에
전 색상 싹쓸이해온 짜근곰의 소행.

난 뭐, 옆에서 구경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었지.

물론 외형도 외형이지만 발색이 이뻐서 샀다는데
난 그래도 굳이 관심까지는 안 생기더라고.




하지만 인생에는 뒷북이라는 게 있는 법.
올 봄에 한참 금욕의 시간을 보내다가
8월 경에 간만에 지름 모드였던 어느 날.

맥에는 싱글 섀도우 트랙스 보러 간 건데
메이크업 받다 보니 이것저것 사버렸네.
립스틱 샤이샤인도 예전부터 관심 있었고,
파워포인트 라이너 헬륨도 워낙 인기라지만,
저 사쿠라 블러셔는 - 그야말로 충동구매였다.

메이크업을 마친 직원분이 가라사대 -
잠시만요, 다 됐는데 여기에 블러셔만 얹을게요.
손님 피부에도, 지금 메이크업에도 잘 어울릴 거에요.

라면서 꺼내든 게 바로 저 사쿠라였다.
한정이었지만 재입고 물량이 남아있었던 듯.
심지어 아직까지도 물량 남아있는 곳이 있다네.

온라인에서 하도 열광들을 하는 사쿠라인지라
"아, 사쿠라요? 네, 알아요. 유명하죠, 그거."
이런 마인드로 테스트를 받아봤는데 -
결과는 뭐, 보다시피 "같이 주세요."가 됐다.

남들이 다 귀엽다느니, 발색 이쁘다느니,
최고의 블러셔라느니 난리를 치니까
이상한 반발심이 생겼었지만 사실은
내가 꽤 잘 쓸 법한 제품이었다는 거지.

여담이지만 -
"남들 다 좋다니까 따라서 샀다" 라는
생각이 왜 그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그 유명한 연보라 블러셔, 맥 사쿠라.

다행히도 맥 미네랄라이즈 시리즈 치고는
부피가 자그마한 편이라서 용납이 된다.

맥의 미네랄라이즈에 애정이 안 가는 건
브랜드에 대한 심드렁함과 제품의 모공 부각,
그 외에 저 커다랗고 둥그런 패키지 탓도 있거든.
(여전히 수납지상주의자의 인생을 살고 있음.)

남들이 콰이트 큐트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하는
저 하트는... 조만간 파내서 버릴 예정 -_-




부분별 발색.

평소에 좀처럼 사지 않는 맥 미네랄라이즈를
굳이 구매한 건 저 연보라색 부분이 명성대로
맑고도 탱탱한 동안 볼 연출에 좋기 때문인데,
문제는 - 중앙의 저 자주핑크 하트 부분이다.

심지어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 때문에 특별히
하트 모양을 따로 새겨 넣은 거라면서?

... 왜들 그랬어요...
다행히도 하트는 주변부의 메인 컬러보다
무른 질감이라서 파내기는 쉽다고 한다.
귀찮아서 미루고 있는데 조만간 꼭 도전하리.

하트 부분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서
입술에 바른 후에 글로스 덧발라주면
마치 쨍한 틴트처럼 예쁘다고도들 하지만,
내가 그거 말고 립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뭐 굳이 귀찮게 블러셔를 입술에까지...

또 사람에 따라서는 저 핫핑크를 살짝 바르고
그 위에 주변 연보라를 그라데이션시킨다 하는데
난 핫한 컬러 블러쉬 지양하는지라 이것도 패스.

그러니까 조만간 저 하트 부분은 이쑤시개로
잘 도려내어서(?) 미련없이 버릴 예정이다.

아직 파내지 않은 지금은 얇은 맥 188 브러쉬로
중앙 부분 피해서 가장자리만 둥글려서 사용 중.




블러셔의 실제 발색을 잡아내기란 늘 어렵다.
특히 나처럼 연하게 연출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 진하게 덧바르자니
도저히 외출이 불가능한 모습이 되어버리고.

결국은 사진에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수 밖에.



요점만 말하자면 -
하트 부분을 피해서 바르면 정말 붉은기 없는
청순한 연보라색 블러셔로 꽤 괜찮은 제품!

연보라 블러셔로 꽤나 명성 있는 제품들도
실제로 사용해보면 붉은기 돌거나,
발색이 안 되거나, 불투명하고 텁텁한 등,
딱 이거다 싶은 제품이 좀처럼 없었는데,

사쿠라는 너무 부자연스럽게 보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붉은기 돌지도 않는 정도의 연보라.
홍조 있는 밝은 21호인 내 피부에서 그야말로
투명한 연핑크로 발색되는 게 참 마음에 들어.

게다가 펄감이라고 할 만한 건 거의 없는데
자연스러운 윤기가 돌아서 피부도 매끈해보이고.




형광등 조명에 다소 발색이 날아갔을지언정
"아, 이런 느낌이겠구나-" 전달이라도 됐으면.

평소에 치크를 강조하는 메이크업은 거의 안 하지만
맑고도 화사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은 날이면
곧잘 손이 가는, 애용 핑크 블러셔로 등극했다.



아래는 내가 현재 보유 중인 블러셔 목록 :

핑크
[맥] 사쿠라
[RMK] 미스티크 치크 핑크베이지

피치
[나스] 섹스어필
[커버걸] 블러셔
[더페이스샵] 쿠션터치 비비드피치

코랄
[나스] 딥쓰롯

누드 베이지
[슈에무라] 글로우온 P AMBER 83 (구형)
[로라메르시에] 크러쉬드 헤이즐넛 (단종)

멀티 팔레트 타입
[비디비치] 스몰 페이스 키트
[마끼아쥬] 페이스 크리에이터 44호

스틱 타입
에스프리크 멜티 픽스 치크 PK



... 다 나열해놓고 보니 생각보다는 많네.
그래도 컬러군별로 거의 1-2개씩이니까
이 정도면 나름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할래.
그 중에서도 핑크 메인을 맡게 된 사쿠라 :)

그러고 보니 에스프리크와의 궁합도 좋은데
그건 깜빡 발색을 따로 안 찍어놨으니 패스.
아마 다음에 에스프리크 별도 리뷰에서...




(내친 김에 오늘 밤에 사쿠라 하트 파내볼까?)



p.s.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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