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썼던 송도 1박 여행에서 묵었던, 센트럴파크 호텔.
송도 신도시에서 가장 중심지가 되는 곳이 바로 포스코건설 및 주요 호텔들이 둘러싸고 있는 센트럴파크인데, 아예 호텔 이름을 센트럴파크로 지어버려서 랜드마크적인 위치를 노린 듯? 뭐, 아닌 게 아니라 호텔 지역 중에서도 가장 공원 중앙부에 인접해 있어서 위치 조건은 제법 괜찮긴 하더라. 다만, 나는 딱히 여기를 가려고 한 게 아니라 날짜, 위치, 가격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게 여기라서 결정한 거였다. 가급적이면 소셜이나 호텔 예약 사이트 할인을 받아서, 3월 말에 5월 초 숙박을 예약하고, (가격 범주 내에서) 송도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음. 센트럴파크 호텔의 대륙풍 외형이나 인테리어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냥 가볍게 1박 하는 건데 뭐 그 쯤이야. (사실 난 오라카이 호텔의 심플함을 더 선호하는 편. 하지만 오라카이는 할인 행사 기간이 짧아서 3월 말에 미리 예약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우리가 갔던 5월 첫 주말의 낮은 이렇게 화창했다.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는 근교 여행이라서 별 부담도 없었고 '설령 날씨가 안 좋아도 적당히 느슨하게 쉬고 즐기고,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이렇게 하늘이 맑게 개어주니... 감사합니다 ㅋㅋㅋ 게다가 저녁 나절부터는 날이 다시 흐려지고 비까지 오기 시작해서 이 낮 시간의 청명함이 새삼 운 좋게 느껴지더라.
그 센트럴파크 중앙부 즈음에 이렇게 새로 지은 한옥마을? 한식당? 이 있고, 바로 그 옆이 우리가 묵을 센트럴파크 호텔이다. 다른 후기들 보니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쪽은 공사 중이어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좀 황량하고 소리도 제법 시끄러웠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그새 완공이 된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송도 자체가 좀 그렇습디다. 無에서 有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네라서 계속 뭔가를 짓고 있는 상황... 그래서인지 조성 초기에 워크샵 때문에 송도 베니키아 호텔에 다녀온 적 있는 남편은 이번에 송도에 대한 인상을 대거 리뉴얼하고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가자고 해도 "그 썰렁한 동네에 굳이 왜?" 이런 반응이었더랬지;
센트럴파크 호텔의 첫 인상은 "노랗다" 그리고 이 첫 인상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건물 외관이 전체적으로 노랗기도 할 뿐더러, 내부의 분위기, 방에 있는 가구 등등 전체적으로 중국 친화적이야. 중국인 대규모 관광객을 노린 디자인인가! 뭐, 이래저래 내 취향은 아니지만 뭐 어때. 여기에서 결혼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하루 놀러갔다 오는 건데 ㅋ (결혼식도 하기는 합디다. 이 날도 혼주 st, 한복을 입고 호텔 앞에 옹기종기 모인 어른들을 여럿 봤음.)
Central Park Hotel 이라고 영어로 기재된 우측의 건물이 본관인 듯. 좌측에 "센트럴파크 호텔" 이라고 한글로 기재된 건물은 신관인 듯 하고, 그쪽에 수영장, 피트니스, 스파 등의 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더라. 이 말인즉슨, 아직은 운동 및 스파 시설이 개관 안 했다는 것. 기왕 새로 짓는 거니까 널찍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호텔 스테이할 때 피트니스 이용하는 거 좋아하는 1인-_-*
여튼, 들어가봅시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오후 3시 직전에 도착했더니 다른 숙박객들이 와글와글. 하지만 서울 시내 대형 호텔들에 비하면 널럴한 수준이다. 송도에는 아직 숙박객이 많은 분위기는 아니고, 거의 인근 주민들 혹은 당일치기 나들이객들이 많기 때문에 호텔들은 공실률도 제법 있고 그에 따라서 프로모션 행사도 활발히 하고 있는 듯. (그럼에도 쉐라톤이나 오크우드는 할인 행사 잘 안 나오더라-_-)
아마도 결혼식 하객용인 것 같은 저 버스.
체크인 후에 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 와인 프로모션; 하지만 우리는 샴페인 챙겨왔으니까 그냥 방에서 마시고 놀아야지. 게다가 1층 바에서 진행하는 행사라서 딱히 야경 등의 특전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금방 패스!
오늘 하루, 우리 방.
16층 센트럴 스위트.
인테리어는... 보다시피 중후한 듯, 화려한 듯, 대륙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침대가 널찍 폭신 깨끗하니까 호텔 온 기분 나잖아!
게다가 호텔의 최상층인 16층 스위트를 잡은 또다른 이유는...
바로 이거. 누워서 바로 하늘을 볼 수 있는 하늘창!
유리창에 비 떨어지는 광경과 그 소리를 워낙에 좋아해서 차를 구입할 때에도 선루프 필수! 에다가, 이번 차에는 아예 중간에 걸리는 거 없이 앞좌석과 뒷좌석에 걸친 파노라마 선루프를 옵션 추가한 남편.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빗소리를 좋아해서 비만 내리면 한강으로 나가자고 하는 나. 그래서 이 하늘창이 참 반가웠다. 기왕 비 내리는 거 후두둑 더 많이 와주길 기대하기도 했는데. 후후후.
욕실은... 이렇게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 있지만, 다행히도 블라인드를 내릴 수는 있다오 ㅋㅋㅋ 욕조에 앉아서 방 창문 밖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유리창을 넣은 이유는 뭐지 ㅋㅋㅋ (아, 물론 실내가 보다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긴 하다!)
자, 사진 찍었으니 이제 블라인드를 내립시다. 욕실에서의 인권은 소중하니께. 그나저나 매해 봄이 오면 (평소에는 잘 안 입는) 살구색 니트류에 손이 가곤 하는데, 거참 암만 봐도 안 어울리는구만. 난 역시 흰색 많이 들어간 파스텔 계열은 별로란 말이야. 내년 봄에는 부디 이를 기억하고 아예 쨍한 색감으로 밀어봅시다.
모든 가구가 직선으로 딱딱 떨어지기보다는 이렇게 둥그스럼하게 마무리되어 있고, 금장이나 금속 마무리가 되어 있는 스타일이다. 묵직하고 심심할 정도로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해서 (이를테면, 파크 하얏트 같은?) 요런 건 역시 취향은 아니야... 싶었지만, 애당초 알고 온 데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1박 하는 거라서 다 웃고 넘기게 되네.
사실, 욕실의 블라인드나 가구의 스타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 송도에 묵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센트럴파크를 내려다보는 야경이었는데, 이 센트럴파크 호텔은 방을 어디로 선택하냐에 따라서 뷰에 격차가 크기 때문.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쉽게 요약하자면 :
디럭스 더블 - 파크뷰
디럭스 트윈 - 오션뷰
센트럴 스위트 - 오션뷰
파크 스위트 - 파크뷰
얼핏 생각하면 물이 보이고 그 건너편의 건물들이 보이는 송도의 멋진 야경은 오션뷰일 것 같지만, 그게 바로 파크뷰다. 센트럴파크의 물줄기와 그 건너편의 포스코건설 건물들이기 때문. 되려 오션뷰는 그 반대쪽, 아직 미개발 구역과 그 너머 멀~리 있는 서해가 보이는 (혹은, 보일락 말락 하는, 어쨌든 그 쪽을 향해 있기는 한 ㅋㅋㅋ) 방향이다. 물론, 그 중간에 시티뷰라는 중간적인 뷰도 있긴 하지만 이건 수가 얼마 안 되니까 넘어가고.
저 중 조건이 가장 좋은 건 물론 최상급의 파크 스위트. 공간이 널찍한 건 물론이고 16층의 스카이 윈도우와, 센트럴파크를 향한 파크뷰를 다 가질 수 있... 기 때문에 가격도 높다. 빌어먹을 시장 원리 같으니라고 ㅋㅋㅋ
우리가 묵은 센트럴 스위트는 파크뷰를 포기한 대신에 16층의 스카이 윈도우는 보유한 게 장점이고, 그보다는 야경을 더 중시한다면 아예 디럭스 더블로 예약하면 된다. 사실 나도 야경 중시파였는데 예약 당시에는 이 호텔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실수로(?) 센트럴 스위트를 선택했지... 그나마 체크인할 때 오션뷰와 시티뷰는 선택 가능했는데 그 중에서 시티뷰를 골랐더라면 창 밖 풍경이 조금이라도 덜 황량했을 것을... 뭐, 어쨌든 내 경험을 토대로 한 정보를 이렇게 상세하게 공유하는 홍익인간 정신을 발휘해봅시다.
좌측에 보이는, 한 블럭 떨어진 거리의 저 건물이 바로 송도 베니키아 브릿지 호텔이다.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주변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부터 자리잡은 호텔이라서 이제는 혼자 동떨어진 느낌; 베니키아 체인이니만큼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이래저래 좀 썰렁한 분위기다. 나도 처음에 송도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그냥 가볍게 놀러가서 주변 구경하고 잠만 잘 건데 그냥 베니키아로 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주변 볼거리 엑세스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야경 등의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길 안 하기는 참 잘 했어;;; 몇 년 전에 워크샵 왔던 남편은 "주변에 아무 것도 없어서" 저기에서 묵었다고 한다 ㅋㅋㅋ
언젠가부터 호텔에 묵으면 건물 단면도 및 비상대피도를 꼭 보게 된다. 안전주의자 공돌이 남편군의 영향인가; 여튼, 우리 방은 바로 1624호, 센트럴파크 반대 방향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건물의 둥그스름한 부분에 위치해있다. 이 라인에 있는 방들이 다 오션뷰에 하늘창 있는 센트럴 스위트인 것으로 추정됨. 개중에서 좌측에 보이는 1601호를 비롯한 2개 방은 시티뷰에 해당하는 거고. (그나저나 16층에 웬 1528호? 오타 났나보다...) 그리고 센트럴파크를 향한 쪽의 큰 방들, 1602~1608호들이 면적도, 하늘창도, 파크뷰도, "다 가진" 파크 스위트들.
마침 복도 지나가다가 청소하느라 문이 열려 있길래 슬쩍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왔다; 공간은 이렇게 더 탁 트여 있고, 침대는 뭐 비슷하게 퀸 사이즈 더블인 것 같고, 똑같이 하늘 보이는 창이 있는데, 바로 저것! 센트럴파크가 정면으로 보이는 풀뷰! 저게 내가 원했던 거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는 걸로;
허허, 창 밖 풍경 좋을씨고.
괜찮아! 우리는 칠흑 같이 어두운 미개발지만 보이는 뷰지만 ㅋㅋㅋ 커튼 닫고 샴페인 마시면서 놀 거니까 상관 없어 ㅋㅋㅋ 이런 정신으로 롯데마트 들러서 참그레인과 벨큐브 플레인을 사와서 조촐한 술상을 차렸다-_-b 쓸데없이 화려한 대륙풍의 소파지만 그래도 앉아서 놀기에는 안락하고 좋아! 샴페인 홀짝이면서 음악 듣고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이렇게 한적하게 놀 때에는 독주보다는 쉽게 넘어가는 술이 더 좋다. 그런 의미에서 참 잘 골라갔다 싶은 페리에쥬에. 집에 술 재고는 다양하게 많지만 샴페인들은 나름 아껴놨다가 간만에 꺼내왔네. 모에샹동은 더 모셔뒀다가 내 생일 때 개봉해야지 ( '-')
우리는 조식 미포함으로 예약해서 아침 시간이 더 여유로웠다. 물론 조식 먹으러 내려간다고 해서 딱히 꾸미고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시간에 일어나서 방을 나선다는 것도 어찌 보면 압박이 될 수 있는지라, 언젠가부터 이렇게 쉬는 게 더 좋다. 특히, 놀러가면 남편군과 나는 깨어나는 시간대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남편이 더 늘어지게 자는 동안 난 일어나서 보시락거리다가 커피도 내리고 요거트 먹으면서 놀고 있는 식. (게다가 송도 신규 호텔들은 아직 푸드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아서 조식 뷔페에 대한 기대치도 낮았고... 아, 이게 더 중요한 이유였나 ㅋㅋㅋ)
그렇게 여유롭게 쉬면서 체크아웃을 준비하던 그 때, 보슬보슬하던 빗방울이 잠시 후두둑! 하늘창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지나가는 비겠지만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하던 거 다 좋고 침대에 누워서 즐겨본다. 천장에서도 더 높이 올라가 있는지라 바로 가깝게 보이고 들리는 건 아니어도, 그래도 비를 만끽할 정도는 충분히 되어주니 고맙다. 그리고 이로써 파크뷰를 놓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더 보상받는 것 같기도 하고...
자, 이제 진짜 나갑시다. 그냥 좀 푸르게 입으려고 했을 뿐인데, 왜 블루 싸이코 두 마리가 있는 거지 ㅋㅋㅋ 앞으로 저 블루 셔츠는 청치마나 청바지 말고 다른 컬러 하의에 매치하는 걸로;;; 여튼, 어제 입었던 파스텔 피치 니트보다는 훨씬 더 "내 색깔"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고서 기운 차게 국밥 먹으러 출발!
"마음 가볍게, 정해놓은 일정 없이, 날씨 좋은 봄날에 송도에 1박 나들이나 가보자" 라는 테마에 딱히 부족함이 없는 숙소였다. 애당초 나에게 비중이 높았던 파크뷰 야경을 챙기지 못한 건 못내 아쉽지만, 그 대신에 유리창에 떨어지는 봄비를 즐겼으니까 이번에는 그걸로 됐어. 개인적으로는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하늘창이 있는 16층 센트럴 스위트를, 맑은 날에는 하늘창을 포기하고 파크뷰가 있는 디럭스 더블을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난 미리미리 예약해두는 성정이라는 게 이럴 때에는 함정 ㅋㅋㅋㅋㅋㅋㅋ
뭐, 여튼 분위기가 좀 중화풍이고 부대 시설도 아직 준비 중에 있지만 위치도 좋고 (방만 잘 고르면) 송도의 랜드마크 뷰도 즐길 수 있는 - 송도 센트럴파크 호텔. 이만하면 꽤 만족스러운 하룻밤 숙박이었네. (참고로, 할인 받아서 간 가격은 센트럴 스위트 기준 14만원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