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면 화려한 색상들이 떠오르기 마련인지라
그릇에 봄을 담아낸다, 고 하면 좀 거창하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가장 봄스럽다, 고 느끼는 음식은 투박한 봄나물이다.
사실 건강한 식생활, 따지고 보면 뭐 별 거 있나.
제철 재료를, 본디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고,
양념은 저염 저자극으로 해서 적정량을 규칙적으로 먹기.
... 쓰고 보니까 현대인에게는 이미 드럽게 어려운 일이군;
게다가 규칙적인 음주를 하는 부분에서 이미 글러먹었어...
여튼!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봄나물을 챙겨먹읍시다. (급결론)
음, 이건 제철 나물이라고 보기에는 뭣하지만...
일단 나물이니까 그냥 여기 끼워넣는 걸로 ㅋㅋㅋ
작년에 마트에서 산 곤드레를 그간 이래저래 먹다가
마지막 2인분 남짓 남은 분량은 어찌 할까, 한 끝에
스타우브 무쇠솥을 이용하여 솥밥을 해먹기로 했다.
현미, 귀리, 렌틸콩 등이 섞인 잡곡을 씻어서 불려놓고
곤드레는 씻고 썰어서 가볍게 양념을 조물조물 해두고
솥에 밥물을 맞춰서 강불 - 약불 - 뜸 순으로 짓는다.
쌀만 미리 불려둔다면 솥밥, 꽤나 해먹을 만한 메뉴다.
특히 짓는 데에는 시간이 그리 많이 안 걸리기 때문에
그때그때 소량씩 입자가 살아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음!
스타우브 냄비를 구매한 보람을 여기서 느끼는가 ㅋ
솥밥이 주는 포슬포슬하고 생동감 있는 질감에다가,
촉촉하게 잘 불어난 잡곡들의 건강한 포만감이 좋다.
게다가 곤드레 나물의 향까지 더해져서 시너지가!
곤드레를 콩나물이나 버섯 등으로 대체해도 좋을 듯.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콩나물솥밥 한 판(?) 갑시다.
봄동을 무쳐 먹었으니까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봄이동.
얼핏 보면 쌈상추랑 비슷하게 생긴, 아삭아삭 봄동.
씻어서 적당히 썰어서 기본 양념에 휘적휘적하면 끝.
다만, 고유의 향을 즐기려면 마늘은 안 넣는 게 좋다.
뒤에 얼핏 보이는 디저트 딸기까지, 완벽하게 봄밥이네.
찌개에 넣어버리는 바람에 티는 안 나지만... 달래 된장임;
된장에 넣어도, 전을 부쳐도, 양념장에 넣어도 좋은 달래.
존재감 있는 특유의 향 덕분에 어디 넣어도 묻히지 않는다.
이 날도 달래 한 단을 통째로 다 넣었더니 향이 폴폴폴~
된장이 마트 시판 된장이라 다소 단 맛이 있는 편인데
여기에 달래를 듬뿍 넣으니까 감칠맛이 물씬 납디다.
다음에는 매콤 양념장으로 만들어서 두부에 얹어봐야지.
엄마가 안겨주길래 이름도 모르고 비빔밥으로 먹었는데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까 "어수리" 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시금치보다 단 맛이 덜하고 알싸한 맛이 더 강하며,
취나물보다는 향이 소박하며, 달래보다는 씁쓸한,
어수리.
나는 일부러 나물 향을 느끼려고 참기름만 넣었고,
남편은 초고추장을 더했는데 그것도 나름 좋더라.
늘 몸에 좋은 것만 하고,
좋은 것만 먹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따금씩이라도 이렇게
제철 식재료를 일부러 찾아 먹으면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바쁘게, 조금은 각박하게 사는 와중에,
그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잠시나마 자연과 보조를 맞추는 셈이랄까.
그리고,
다소 번거롭더라도 나물을 손질하면서
한 입 한 입에 들어가는 정성도 되새겨보고.
물론 매번 이렇게 느리게 살 수야 없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있었지" 라는 건 기억해야지.
봄에는
봄나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