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크래프트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7.27 When everything else fails... Mingle.
  2. 2015.05.29 한국 수제맥주의 역사... 연남동 크래프트 원 (Craft One) (4)

When everything else fails... Mingle.

Posted by 배자몽 먹거리탐방 : 2016. 7. 27. 06:00

 

 

 

휴가 마지막 날,

필름 인화 맡길 겸 해서 합정-연남동으로 갔는데

 

아끼는 와인바 자리에는 번잡한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평소에 주말에 자리 없어서 못 가보던 해산물 포차는

막상 들어가보니 생각한 메뉴나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그 후의 모든 발걸음들이 시들시들 실패했던 그런 날.

 

그런 날에는,

괜히 오래 고민해봤자 좋은 답 안 나온다.

 

그러니까,

언제 가도 실패 없는, 단골집으로 가야하는 거지.

 

 

 

 

 

 

그런 곳.

연남동 크래프트원에서

자체 제작 수제 맥주 밍글 한 잔.

 

주말에는 홀이 다소 시끄러운 게 단점인데

화요일인 이 날은 적당히 웅성웅성한 정도.

 

시원 담백 향긋한 맥주는 첫 넘김부터 쾌적하며

모든 안주는 내용에 충실하게 조리되어서 나온다.

맛이야, 뭐, 이 곳의 음식이 맛 없었던 적이 있던가.

 

'여기 올 생각을 왜 이제야 했을까'

'그러게, 이런 날에는 무조건 단골집이야.'

 

 

 

 

When everything fails, go Mingl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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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식업계를 요동치게 하는 "수제 맥주"란 과연 무엇인가. 혹자는 "비싼 허세 맥주"라고도 하고, 혹자는 "천편일률적인 대량 생산 맥주와는 달리,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량 제작 맥주"라고도 한다. 뭐, 둘 다 맞는 말일 수는 있겠는데, 일단 나에게 "수제 맥주"란 "스토리가 있는 맥주"라고 보는 게 더 요점에 가까울 것 같다. 이 맥주가 시장에서 잘 팔리겠다를 판단하는 상업적인 센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난 이런 맛을 꼭 구현해보고 싶어!" 라는 양조자의 덕심(?)으로 탄생한 맥주가 역시나 재밌달까. 그래서인지 신세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에서 으리으리하게 선보이는 대규모 펍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골목 펍들이 더 좋고.

 

연남동 크래프트 원 (Craft One)

 

여기도 수제 맥주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는 사람이라면 이미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이태원에 크래프트웍스가 있다면, 연남동에는 크래프트원이 있지. 실로 우리나라 1호 수제 맥주 브랜드인 "밍글"을 내놓은 곳이기도 하다. 강서구 주민인 나는 홍대 권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연남동이라는 위치마저 마음에 들어. (사실 이태원 크래프트웍스는 이미 사람들이 너무 몰리는 느낌이라서 되려 거품 좀 빠질 때까지는 그닥 안 가고 싶기도 하고-_-)

 

 

 

 

 

 

위치는 동진시장 근처. 홍대역 3번 출구에서 15분쯤.

연남동에 요즘처럼 뜨기 전부터 있던, 나름 터줏대감.

 

 

 

 

 

 

평범한 상가스러운 건물 2층에 있다. Beer evolution, Craft One.

 

 

 

 

 

 

영업 시간은

평일에 6pm - 2 am

토요일 및 공휴일에는 5pm - 2am

일요일에는 5pm - 2am

 

 

 

 

 

 

on tap : 크래프트 생맥주

bottle : 병으로 파는 기성품 맥주

pairing menu : 함께 먹으면 좋을 메뉴

 

 

"저는 사실 맥주도 맥주지만, 음식 만드는 게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좋은 술에는 이에 어울리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설픈 맛, 어설픈 식재료는 제가 못 견디겠어요." 라는 사장남의 덕심(...)에 따라서 구성된 메뉴판이다. 맥주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음식 메뉴 또한 단순하지만 알차고 훌륭하다. 퇴근 후에 바로 여기로 와서 식사를 겸한 간단한 술 한 잔이 충분히 가능한 구성. (그리고 두어 가지 먹어본 결과, 맛은... 쌍따봉.)

 

 

 

 

 

 

크래프트원에서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맥주 외에도 사장님이 엄선한 탭맥주들이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에는 본인의 평소 맥주 취향을 얘기하고 추천을 받는 게 좋을 듯. 내 경우에는 탄산이 강하지 않고, 과일향보다는 씁쓸한 향, 그리고 밀도 있는 크리미한 거품이 듬뿍 있는 타입을 좋아라 한다. (묘사하고 보니까 어째 기네스 드래프트 같구먼...)

 

 

 

 

 

 

하지만, 이 날은 취재(?)의 의미에서 크래프트원의 대표 맥주이자 우리나라 자체 수제맥주 1호 주자였던 <밍글>부터 마셔보기로! 모든 맥주는 이렇게 전용 잔에 나오는데 이게 또 펍에서 마시는 묘미지. 집에서 마실 때에는 병이나 캔째 마시거나, 기껏 해봤자 잔 종류는 하나만 꺼내놓고 같은 잔에 계속 마시니까... 어차피 다 마신 후에 설거지 내가 해야 하니까... ( '-')

 

 

 

 

 

 

Mingle by Pub One

 

이 집 이름은 크래프트원인데 펍원은 또 뭐냐... 고 하면, 사장님이 이 펍 외에도 자체 양조장을 오픈 예정이고 수제 맥주와 관련된 일련의 사업들을 현재 운영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는 양조장이 문을 열었을지도?) 연남동의 펍인 크래프트원, 양조장인 브루원, 등등을 다 묶어서 펍원이라는 브랜드로 부르는 것.

 

밍글의 맛은 저 잔의 비주얼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비슷했다. 맑고 화사한 황금색처럼 첫 맛은 보드랍지만, 그렇다고 연하거나 흐린 건 아니고 후반부에 쌉싸름한 맛도 어느 정도 있었다. 여기에 탄산이 적어서 매끄럽게 넘어가는 텍스처 또한 마음에 들었다. 입맛을 심하게 타지도 않고, 음식 궁합이 까다롭지도 않으며, 단독으로 마셔도 무겁거나 뒷맛이 쓰지 않아서, 술자리를 시작하는 첫잔 맥주로 적합한 느낌. (어차피 하루 저녁에 딱 한 잔만 마실 거 아니잖아효? -_-)

 

 

 

 

 

 

물론, 나는 평소에 좀 더 비터한 맛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수제 맥주의 문턱을 낮춰주는 대표 제품"으로서는 이만한 게 있으랴. Mingle, 어우러지다, 라는 그 이름에 걸맞는 친화적인 맛의 맥주로다. 저 비어 탭, 떼어서 집으로 가져가고 싶... 지만, 그러면 또 펍에서 마시는 요 맛이 안 나겠지 ㅋㅋㅋ 바에 앉아서 사장님이랑 중간중간 수다도 떨고, 그의 덕심을 느껴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맥주 맛의 일부이거늘 :)

 

 

 

 

 

 

이 분이 크래프트원 사장, 밍글 대디, 정현철 대표님. 어차피 가게 소개 글이니까 얼굴이랑 이름 막막 공개해도 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의 시작은 홍대 어드메 햄버거 가게였다고 한다. 뭐, 맛있는 햄버거도 좋지만 수제 맥주로 돌아서줘서 고마워요. 난 버거보다는 술이 더 좋음-_-* 그런데 그 버거집 또한 범상치는 않았겠다, 라고 짐작이 가는 것이, 크래프트원의 페어링 메뉴들도 하나하나 내공 있는 맛입디다.

 

이태원에서 수제 맥주가 뜨기 전부터 본인이 "맛"에 꽂혀서 해외로 연수도 찾아다니다가 기존의 맛에는 만족을 못해서 자체 레시피 개발해서 만든 게 바로 밍글이라고 한다. 요즘 대기업들에서도 수제 맥주 펍 만든다고 난리인데 그 시초에는 이런 초창기 주자들이 있었던 것. 이를테면 우리 나라 수제 맥주의 역사를 일궈온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지.

 

 

 

 

 

 

이건 그의 두번째 오리지널 레시피, 아이홉소 (I Hop so)

 

보드랍고 싱그러운 밀맥주 밍글에 비해서, 아이홉소는 뭐랄까... 더 밀도 있는 맛? 홉을 듬뿍 넣은 듯한 그런 맛이다. 과일향도 제법 나는 편. 색상도 밍글의 맑은 황금색에 비해서 짙은 오렌지 골드, 살짝 브라운이 감돌기 직전의 그런 톤을 비친다. 나는 평소에 과일향 나는 맥주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 다행히도 개중에는 이 맛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과일향이 나기는 하지만 그게 주가 되는 게 아니라 풍부한 홉의 맛이 단단하게 깔려 있는 덕.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시작하는 첫 잔"으로는 밍글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이건 어차피 개인 취향이겠지. 궁금하면 그냥 둘 다 마셔보면 되지, 뭘 고민해 ㅋㅋㅋㅋㅋㅋㅋ

 

 

 

 

 

 

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치킨텐더와 감자튀김.

 

맥주와 감튀만 있으면 세상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남편군의 초이스로 시켰다. 일단, 얇게 썰어서 바삭하게 튀겨낸 게 굳. 눅진한 웻지 감자는 (물론 그 또한 맥주 안주로는 훌륭하지만) 선호하지 않는데 이렇게 한 입에 쏙 들어가고 식감도 살아있는 감튀라니. 게다가 향 존재감은 뚜렷한데 간이 짜지 않아! 맥주도 맥주지만, 이 페어링 메뉴가 생각나서 크래프트원에 발걸음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raft One, 맥주가 한잔, 두잔, 넘어가면서 점점 커지는 팬심... 나 오늘 여기 첫방문이지만 이미 내 심장은 단골을 약속하고 있어 ㅋㅋㅋ 우리 집에서 가기 쉬운 연남동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워후.

 

 

 

 

 

 

옆 자리 손님들이 맥주를 받아놓고 잠시 담배 피러 나간 새에, 카메라를 들고 도도돗 움직여서 찍은 사진. (이 사진은 결국 매우 유용하게 잘 쓰였다. 핫핫핫.) 방금 따라낸 시원하고 신선한 탭 맥주들, 그리고 그 뒤에서 신나게 따르고 있는 사장님.

 

 

 

 

 

 

대표 맥주인 밍글과 아이홉소를 마셔봤으니까, 내 평소 취향을 듬뿍 반영한 주문도 한번 해봐야지.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서 시킨, 올드 라스푸틴. 이건 탭 맥주가 아니라 저렇게 병으로 나오는 타입이다. 역시나 브랜드 전용잔에 따라주니까 씐난다~

 

 

 

 

 

 

이 맥주에 대한 설명은, 사진이 다 했네.

 

 

 

 

 

 

크헉, 취향 저격이여. 여자들은 흔히 과일향 나는 보드라운 밀맥주 좋아한다는데 난 이런 면에서는 남자 입맛잉가봐. 바틀에 그려진 껄쩍지근한 수염쟁이 라스푸틴까지 마음에 든다. 왜 때문에 이 제품은 동네 마트에서 안 파는 거죠 ㅋㅋㅋ 수입 맥주 5병에 1만원, 이런 행사 하면 막 20병씩 쟁여줄 기세-_-*

 

 

 

 

 

 

천만다행히도(?) 저녁을 안 먹고 간 상태였기 때문에 안주를 하나 더 시킬 수 있었다. 달걀 오믈렛과 햇감자와 소세지가 접시 위에서 하나가 되어, 한 마음 한 뜻으로 맥주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주는! 이름도 거창한 <삼위일체> 되시겠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하나하나 다 맛있기도 하거니와, 뭐랄까, 이 메뉴를 개발한 이의 마음이 느껴져. 정성스럽게 만든 맛있는 맥주, 아무 안주하고나 먹지 말아요. 이 정도는 먹어줘야 맥주 맛에 누가 안 되잖아요. 이런 심경-_-?

 

 

 

 

 

 

 

 

여기도 음식 설명은 사진이 다 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첨언하자면, 아 식재료 하나하나 신경 써서 만든 메뉴로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심지어 이 날, 이 감자 요리를 먹고서 "햇감자가 이토록 맛있는 거였나!"를 깨닫고 그 다음 주에 바로 농수산 쇼핑 사이트에서 햇감자 3kg 주문했을 정도. 그리고 소세지는 내가 평소에 즐겨 먹지 않는 장르인데, 고기 육내가 안 나서 의외로 맛나게 잘 먹었다. (물론, 그래도 내 입에는 감자가 최고 맛났지만!) 그리고 모든 메뉴가 시중 술집 안주들에 비해서 짜지 않다-_-b

 

다음에는 오자마자 이 디쉬랑 밍글부터 시켜놓고 시작해야지 :)

 

 

 

 

 

 

슬슬 막잔 마시고 일어날 기미를 보이니까 이에 맞춰서 내어주신 멋진 디저트, 얼린 포도 꼬치. 얼어서 아삭아삭하지만 포도 특유의 질감 덕분에 아예 딱딱하지는 않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맥주와 안주를 먹은 후의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돌아서는 발걸음마저 유쾌하게 해주는 이 섬세한 준비라니.

 

 

 

 

그리하여, 남편과 나는 이 집에 영혼을 갖다 바쳤다고 한다.

부디 앞으로도 늘 이 공간, 이 맛을 유지해주길, 크래프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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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 크래프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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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3 11:21 마곡김여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혼을 바쳐 쓴 글임이 느껴집니다.... 감튀 먹고 싶다.....

  2. 2015.06.04 10:12 민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엔 맥주 첫잔, 첫 목넘김때 피로가 씻기는 기분
    그리고 이렇게 뚝심으로 한 장르의 역사를 만든다는 건 대단한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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